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88)
88화.
직접 작곡, 작사한 노래가 타이틀곡이 된다면?! 엄청난 기분일 거예요.
보상: 200포인트] [[내 노래를 데뷔 앨범 수록곡으로!>
직접 작곡, 작사한 노래가 수록곡이 된다면?! 엄청난 기분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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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한 노래의 앨범 수록.
흠.
사실 작곡을 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안 됐다.
여차하면 백녹하였을 시절 작곡한 노래 중 몇 개를 가져올 생각도 하고 있었다.
문제가 있다면.
‘김 이사가 과연 내 노래를 타이틀곡으로 채택하겠냐는 거지.’
수록곡까지는 가능할지도 모른다.
너무 대놓고 거부하면 배척하는 티가 날 테니까.
나중에 홍 사장에게 변명할 거리도 필요하고.
하지만 타이틀곡은 다르다.
본인 귀에 다른 게 더 좋았다고 하면 할 말이 없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작곡으로 질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전생에서 스틸블루의 노래를 들어 본 적도 없는 걸 보면, 딱히 좋은 노래가 갔을 것 같지도 않다.
이번 생이라고 특별히 다를 리 없다.
전생에는 김려유가 있었는데도, 김 이사가 좋은 곡을 못 받아 냈다는 거니까.
이번 생에 좋은 곡이 들어올 확률은 훨씬 더 낮겠지.
정정당당하게 경쟁할 수만 있다면, 승산이 있다.
문제는 질 수밖에 없는 이 게임을 어떻게 정정당당하게 만드냐는 것이다.
‘아마도 데뷔 앨범은 싱글일 가능성이 높아.’
데뷔 앨범부터 미니나 정규를 내주는 소속사는 없다.
옛날에는 있을지 몰라도, 지금 시대에는 다 사라졌다.
싱글 앨범은 타이틀곡 하나가 전부다.
운이 좋다면 수록곡 하나 정도 더.
하지만 수록곡으로는 메뉴컬 미션곡이었던 [손끝>이 내정되어 있다.
그렇다면 타이틀곡에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좋아.”
이참에, 고질적인 문제도 하나 더 해결해 버리자.
“타이틀곡으로 뽑을 수밖에 없는 노래를 만들어서, 컨셉까지 그 곡에 맞춰 버리게 해야겠다.”
김 이사가 우리에게 어떤 컨셉을 줄지는 모르겠지만.
경험상 그닥 내 마음에 들 것 같진 않다.
그러니까 아예 노래를 기깔 나게 만들어서, 컨셉을 노래에 맞춰 버리게 하자.
노래를 컨셉에 맞추는 게 아니라.
그렇게 데뷔 앨범 컨셉을 정하면서, 동시에 그룹 세계관과 전체적인 컨셉까지 구축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데뷔곡 하나로 큰 그림을 수십 개 그리는 것이다.
“…일단 곡 몇 개 뽑아 놓고 애들한테 한번 같이 봐 달라고 해야겠다.”
다섯 명 모두의 이미지와 어울릴 법한 곡으로.
그룹 컨셉을 고려해 가며.
신기하고 낯선 기분이었다.
솔로로 활동할 땐 오로지 나 자신의 아이덴티티만을 생각했다.
내가 전달하고 싶은 것.
내가 말하고 싶은 음악.
그러나 아이돌 그룹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다섯 사람이 함께 바라보는 지향성.
우리 다섯은 무엇을 말하고 싶을까.
나는 4개월간 본 멤버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들이 계속해서 말해 왔던 것들과, 그들이 간절히 이루고 싶었던 것들을.
그리고 조용히 스튜디오로 향했다.
***
회사 건물 내에 있는 작업실 앞.
슬금슬금 작업실에 들어가려는데, 옆 작업실 안에서 인영이 보였다.
지금 새벽 3시 반인데.
또 낮과 밤이 바뀐 불쌍한 중생 하나가….
그러다가 건강 나락으로 간다고 훈수라도 둘까 하다가, 지금 내가 신인이라는 것을 자각했다.
이 안에 있는 사람이 누구든 간에 나보다는 연차가 높을 것이다.
하마터면 선배한테 꼰대질하는 신입이 될 뻔했다.
지나가자.
사실 나도 이 시간에 여기 있는 건데.
“…윤청 연습생?”
그 순간, 굳게 닫혀 있는 줄 알았던 문이 열렸다.
에이씨.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일단 인사는 해야 했다.
아는 얼굴이었기 때문이었다.
“아… 오랜만에 뵙네요. 데뷔 축하드립니다.”
작업실 안에 있던 사람은 번애쉬의 단하였다.
우리 노래 작곡을 더럽게 어렵게 해서 류보라의 정신을 쏙 빼 놨던 그 장본인 말이다.
이 시간까지 안 자니까 그렇게 어려운 노래만 만들지.
건강한 정신에서 건강한 노래 나온다.
“네, 감사합니다.”
나는 예의상 적당히 대답하고 들어가려 했다.
“저기, 윤청 연습생.”
그런데 단하가 나를 불러 세웠다.
아니, 나 이제 연습생 아니고 반 연습생인데.
“예, 선배님.”
“지금 여자 목소리 가이드 필요한데, 좀 도와줄 수 있으실까요.”
“죄송합니다. 지금 새벽이라 목이 나가서 폐만 끼칠 것 같아서….”
이 새벽에 노래시키는 미친놈이 어딨어.
안 그래도 윤청 성대 죽어 가는 중이라 무리할 생각은 없었다.
“아, 그러십니까.”
“네.”
“저 목에 좋은 배도라지즙 100개 있는데요.”
…일단 얘기만 좀 들어 볼까?
결국 나는 배도라지즙 한 팩을 쪽쪽 빨며 단하의 작업실 소파에 앉게 되었다.
이놈 자식.
심지어 정확히 내가 먹었던 브랜드 즙을 먹고 있어.
여기 거 좋은데.
지 목은 살뜰히 잘 챙길 줄 아는 이 시대의 참된 아이돌이었군.
앞으로도 그렇게 정진해라.
“저 혹시 이거 좀 주실 수 있으실까요.”
“…배도라지즙이요?”
“네.”
단하는 나를 ‘이놈은 즙 사 먹을 돈도 없나’라는 눈으로 보았다.
없다.
윤청은 그럴 돈도 없었다.
얘 고시원 살았다니까.
그나마 그거 월세도 밀려 가지고 방 뺄 때 서백영한테 돈 빌려서 겨우 해결하고 나왔다.
“맨입으로요?”
“데모 불러 드리면 되잖아요.”
“…저기 냉장고 안에 한 박스 있어요.”
“한 박스에 50개밖에 안 들어 있는데….”
그걸로는 다섯 명 10일 치밖에 안 된다고.
“그거까지 아는 거 보면… 많이 먹어 봤나 봅니다.”
앗.
아이돌 짬밥 티를 너무 냈나.
“아뇨. 그냥 옛날에 판촉 알바를 해 봐서요.”
거짓말은 아니다.
백녹하였을 때 해 봤다.
“아, 윤청 연습생도 그거 해 봤구나.”
“네.”
“저도 해 봤어요.”
“넵.”
정말 안 궁금했다.
그냥 얼른 데모 녹음하고 즙 받아 간 다음에 내 곡 작업이나 하고 싶었다.
“회사에서 아직 정산… 안 해 줬겠네.”
단하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 올챙이 적을 생각해 보란 말이다.
연습생들은 돈이 없는 게 당연하다.
“매니저 형한테 말해서 숙소로 즙 좀 보내 달라 할게요.”
“어디서부터 녹음하면 될까요?”
옛날부터 나는 행사 뛸 때도 앵콜에 앵앵콜에 앵앵앵콜까지 했다.
돈 받은 만큼 일은 확실하게 한다는 뜻이다.
***
Away from White zone
울려 줘 백색 사이렌
다행히 부르는 게 어렵진 않았다.
아는 노래였거든.
이 노래는, 실제로 단하가 직속 선배, 화이트노이즈에게 주었던 노래였다.
물론 준수한 성적을 거둔다.
나도 연말 시상식에서 이 노래를 커버한 적이 있다.
대히트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 연간 100위 안에는 들었다.
2주간 이골이 나도록 불렀고, 그 커버 무대가 떠서 2개월을 더 불러야 했다.
정말 의외로 화제가 되어, 예능에 불려 다니면서 불러야 했고.
팬들의 요청으로 오튜브에도 올리게 됐었거든.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
아직 조금 덜 다듬어진 부분이 있어서 살짝 달랐지만… 이 정도도 못 할 리가 없었다.
“…잘하시네요. 이걸 한 번에 성공하실 줄은.”
“감사합니다.”
“전부터 생각한 건데.”
“네.”
“좀 과하게 잘하는 경향이 있네요.”
…시비 거는 건가?
잘 불러 줘도 난리야.
“칭찬 감사합…니다.”
“혹시 다른 것도 불러 주실 수 있으실까요.”
“저 단가 비쌉니다.”
“즙 20박스 보내 드릴게요.”
“받고 수고비 주세요.”
“…네.”
“그리고 좋은 병원들도 소개 좀. 저 성대가 아슬해서.”
“바라시는 게 많네요.”
“저 갈까요?”
“…알려 드릴게요.”
나는 시계를 확인했다.
벌써 5시였다.
내 노래도 작업해야 하는데.
내가 정말 돈만 많았어도 여기 안 있었다.
아니, 윤청 성대만 멀쩡했어도 여기 안 있었지.
지금까지 아슬아슬하게 견디긴 했지만, 윤청의 성대는 정말 벼랑 끝에 있었다.
관리가 필요했다.
관리에는 돈이 필요했고.
가이드 녹음을 한 번에 성공시키려고 집중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여기다가 성대를 많이 낭비할 순 없었다.
“이 노래는 조금 어려우실 거예요. 한번 확인해 보시고 질문 있으면 해 주세요.”
“네.”
나는 악보를 받아 들자마자, 멈칫했다.
이 노래.
아는 노래다.
“뭐 문제라도 있으세요?”
“아. 아뇨. 그냥 보던 중이었어요.”
“아, 네. 틀어 드릴게요. 들어 보세요.”
백녹하 시절에 들었던 노래였다.
아, 이거 정말…
“노래가 좋네요.”
욕심나는 노래인데.
이 노래는, 연간 10위 이내에 들 정도로 대히트했다.
단순히 음원 순위만 높은 게 아니라, 화제성도 이래저래 많이 불러왔던 노래였다.
문제는 이게 도희영의 솔로곡이란 말이지.
단하가 번애쉬 앨범의 수록곡으로 만든 노래였는데, 그걸 도희영이 듣자마자 채간 노래였다.
인터뷰에 따르면, ‘듣자마자 귀에서 종이 울리는 느낌이었다.’라나.
그리고 지금 내 귀에도 종이 미친 듯이 울리고 있었다.
전주만 들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명곡.
이 명곡만 있다면 신인상 정도는…!
하지만 노래를 들을수록 내 표정은 굳어졌다.
“…무슨 문제라도?”
“아, 아닙니다.”
노래가 이거, 왜 이래?
내가 아는 그 노래가 아닌데?
아니, 맞긴 맞았는데, 미묘하게 달랐다.
조금씩 다른 그 부분들이, 노래의 퀄리티를 망치고 있었다.
왜 처음에는 그냥 수록곡으로 생각했는지 이해가 될 정도였다.
‘도희영이 편곡을 기깔 나게 한 거였구나.’
직접 한 건 아니고, 디렉팅을 한 정도겠지만.
그래도 엄청난 능력이었다.
이쯤 되면 도희영의 안목을 찬양해야 할 정도다.
어떻게 하지, 이걸?
입이 근질거렸다.
댁의 노래가 다 좋습니다만. 조금만 더 고치면 엄청나게 좋을 것 같은데요. 제가 한번 고쳐 봐도 될까요.
…라고, 데뷔도 안 한 0년 차가 감히 말을… 해도 되나?
아냐. 말하지 말자.
어차피 포인트를 뽑아 먹으려면 다른 사람의 노래가 아니라, 내 노래로 타이틀곡을 해야 한다.
“준비되시면 말씀해 주세요. 너무 부담 가지실 필요는 없어요. 데모의 데모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하시죠.”
그 순간, 내 머리에 생각 하나가 스쳐 갔다.
“저, 선배님.”
내가 편곡에 참여하면, 그것도… 퀘스트 성공으로 쳐 주나?
전체 작곡이 아니라… 편곡이어도?
편곡을 하다가… 작곡에도 조금씩… 참여를… 하면…?
“네?”
“이거… 제가 편곡을 좀 해 봐도 될까요.”
에라이.
난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