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 Hunter Killer RAW novel - Chapter 132
132
132. 동방의 라칸 바스크
“꺄아아악!”
“크허억!”
도서관에서 밖으로 나오는 길, 비명이 귓가를 스쳤다. 사람들은 온 힘을 다해 도망치고 있지만 결국 몬스터들에게 잡혀 상하체가 징그럽게 분리된다.
검을 들고 맞서 싸우는 자들은 소수, 그들도 몇 명이 몬스터 한 마리도 상대하지 못하고 죽어 나간다.
바로 앞에서 리자드맨이 꿈 많던 청년 제크의 머리를 물어뜯고 있었다. 여울은 디카르를 휘둘러 놈의 허리를 베고는 아래턱을 잡아 뽑았다.
데구루루.
놈의 입에서 벗어난 제크의 머리가 굴러갔다.
벌어진 입과 눈동자에는 잡아먹힐 당시의 공포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신전과 도서관 사이, 마을의 중심인 분수대 앞에 이 상황의 제공자인 카리바가 오른손에 괴팍한 백인대장 데프의 머리를 들고 지옥 같은 마을의 광경을 즐겁다는 듯이 지켜보고 있다.
그의 양쪽에는 갈퀴나가와 미노타우로스가 호위하듯이 서 있었다.
여울은 절로 이가 갈리고 심장이 빨리 뛰며 검을 쥔 손에는 힘이 잔뜩 들어갔다.
“카리바!”
여울은 카리바를 향해 쏜살처럼 튀어 나갔다. 갈퀴나가의 검과 미노타우로스의 도끼가 그를 향해 휘둘러졌다.
그는 바닥을 박차고 뛰어오르며 공중에서 교묘하게 몸을 돌려 그들의 공격을 피하고는 두 검을 쭉 뻗었다.
“커헉!”
하나의 검은 카리바가 다급히 맨손으로 잡았으나, 손가락이 잘려 나갔고, 또 하나의 검은 놈의 아랫배에 깊숙이 꽂혔다.
여울은 공포에 질린 카리바의 눈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지옥에서 보자…… 다크니스 드레인.”
그의 말에 카리바의 눈이 빠질 듯이 커졌다.
“다, 다크니스?!”
여울은 거침없이 디카르를 위로 올려 쳤다. 놈의 상체는 아랫배에서부터 정수리 끝까지 정확히 두 동강이 났다.
그때 서늘한 기운이 느껴져 바로 몸을 돌리며 검을 들어 올렸다.
쩌엉!
동시에 미노타우로스의 도끼가 마구 몰아쳤다.
그 엄청난 힘에 세 걸음이나 뒤로 밀려나서야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채앵! 챙!
원래 미노타우로스가 이렇게 강한지, 아니면 특별히 강한 놈인지는 모르겠으나 막아 낼 때마다 몸이 흔들릴 정도였다.
최소 9레벨 이상일 것이다.
게다가 한 마리면 모르겠으나 갈퀴나가까지 가세하여 네 개의 검을 정신없이 몰아치고 있었다.
최선을 다해도 놈들을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콰앙!
그때, 한 사내가 방패를 앞세우고 돌격하여 미노타우로스의 몸을 밀쳤다. 방패 뒤로 노란색 긴 머리가 보인다. 피투성이가 된 그는 정보부장이자 이 지옥이 된 마을의 촌장 리디였다.
그는 방패를 다잡으며 여울을 향해 소리쳤다.
“신입! 동쪽으로 가라! 대장한테 가서 이 소식을 전해!”
여울은 아무 말 없이 그를 쳐다봤다. 리디는 그의 머뭇거림을 읽고 다시 소리쳤다.
“네가 도망치는 건 선수잖아! 그럼 내가 내 부하들 버리고 가리? 빨리!”
그의 눈빛과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묻어났다. 여울은 바닥을 박차며 말했다.
“살아라.”
“저, 저 자식이.”
“크하아!”
미노타우로스는 도망치는 여울에게 달려들려 했다. 그러나 리디에게 막혀 몇 걸음도 내딛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갈퀴나가가 여울의 뒤통수를 향해 네 개의 검을 던졌다.
후웅! 후웅!
여울은 그 예기를 느꼈으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래쪽으로 향하는 두 개의 검은 뛰어올라서 피했고, 나머지 두 개의 검은 상체를 비틀어 가까워졌을 때 손으로 검면을 후려쳤다.
파앙!
검신이 그대로 깨져 나가며 양쪽에서 덮쳐 오던 몬스터들의 몸에 박혔다.
갈퀴나가는 그 모습을 보며 크게 외쳤다.
“캬하악! 저놈을 잡아라!”
몬스터들은 갈퀴나가의 명에 일제히 여울에게 덤벼들었다. 주변에 넓게 펼쳐져 있던 몬스터들은 그에게 금세 몰렸다.
모두 그를 목표로 하고 있으니 전장에서처럼 피하고 넘기가 힘들 것 같았다.
팟!
여울은 한 리자드맨의 공격을 피하며 놈의 등을 박차고 앞으로 더욱 튀어 나갔다.
앞에서 다른 놈의 창이 무섭게 찔러 오자, 그는 급히 몸을 피하고는 창대를 발로 차면서 더 앞으로 나아갔다.
포위망을 벗어나는 데까지 70미터 정도, 지금까지는 운이 좋았으나 이런 방법으로는 피하는 데 한계가 있다. 버서커를 쓰고 최대한 죽이면서 나아간다.
그때, 몸 안에서 무언가가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여울은 바로 디카르를 전방을 향해 넓게 휘둘렀다.
콰광! 쾅!
무형의 검기가 가까이 있는 몬스터들 수십여 마리의 머리를 자르고 그 뒤에 있던 몬스터들을 멀리 밀치며 엎어트렸다.
검기는 베아 와는 다르게 특성이기에 마나와 그 힘이 비례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 정도면 전장에서 벗어나기는 충분하다. 여울은 그 틈에 바닥에 엎어진 놈들의 머리를 밟으며 전장을 빠르게 벗어났다.
갈퀴나가는 여울을 보며 놀람을 금치 못했다.
“검기? 동대륙의 드바이드 말고도 저것을 쓸 수 있는 놈이 있다고?”
뒤집힌 거북이처럼 바둥거리던 몬스터들은 다급히 일어나 여울의 뒤를 쫓았다.
* * *
“후욱, 후욱.”
숨이 차올랐다. 폐활량 특성을 얻은 이후 거의 처음으로 숨이 가쁘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면 최소 1시간 이상은 달렸다는 것이다.
폐보다는 근육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여울은 그저 리디의 말을 믿고 동쪽으로만 계속해서 내달렸다. 몬스터가 튀어나오든 도적이 튀어나오든 무시하고 그대로 달렸다.
지구를 위해,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랑하는 딸과 지인들을 위해 게이트를 막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새 마음 한편에 이세계에 사는 사람의 따뜻함이 자리를 잡았다.
도서관에서 늦은 시간에 먹던 마늘빵이 벌써 그리워졌다. 더 이상 그런 일은 없을 거라는 생각에 가슴이 찢겨지듯이 아팠다.
여울은 다짐했다.
게이트와 관련이 있든 없든 나가 여왕의 레시아 왕국은 필히 징치하리라.
저 멀리 지구의 벽과도 비슷한 높이의 웅장한 성벽이 보였다.
폭 10미터, 높이 20미터는 될 법한 거대한 성문이 앞을 막았으나, 여울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달렸다.
“거기 서시오. 어어!”
입구를 지키던 경비병들이 창을 들이대다가 그 기세에 주눅이 들어 뒷걸음질을 쳤다.
여울은 몸을 낮춰 그들의 창 아래로 지나가며 내성으로 계속해서 달렸다. 내성 앞에는 문이 닫혀 있고 두 명의 문지기가 지키고 있었다. 여울의 질주는 그제야 멈춰 섰다.
“누구냐!”
“바스크 영주 안에 있나?”
“영주님을 만나려면 절차를 갖추고…….”
퍼벅!
여울은 바로 그 둘의 투구를 잡아 양쪽 벽에 밀쳐 기절시켰다.
그러고는 발로 거칠게 내성 문을 찼다. 안에서 잠근 상태는 아니었는지 쉽게 열렸다.
문지기의 반응을 보면 이곳이 세이에라 성이 맞는 듯했다. 절차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안에 영주가 머물고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영주의 집무실이라면 가장 안쪽 어딘가에 있을 것, 여울은 다시 속도를 내어 안으로 들어갔다.
“음?”
“뭐야?”
“뭡니까?!”
안쪽에는 이제 막 밖으로 나가려 했는지 전신 무장을 한 서른 명의 기사들이 있었다.
여울은 혹시나 그들 중에 영주가 있을까 하여 한 손을 들며 물었다.
“바스크 영주, 있나?”
“뭐야, 저놈 미친 거 아니야?”
“영주님이 네놈 친구냐?”
이중에 영주는 없는 듯했다. 여울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여 그대로 달려가며 바닥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기사들은 살짝 당황하더니 이내 검을 빼 들며 자세를 취했다.
후웅!
기사들의 검과 갑옷을 밟으며 지나가려고 했는데 그 공세가 꽤 날카로웠다.
여울은 검신을 차려던 발을 거두며 공중에서 몸을 회전시켜 그 공격을 피했다.
그러고는 다른 기사의 투구를 밟고 옆에 벽 쪽으로 뛰었다.
기사 한 명 한 명이 모두 레벨도 높고 검술에도 일가견이 있는지 빈틈을 날카롭게 노리고 찔러 왔다. 이들은 대충 넘어갈 수 있는 관문이 아니다.
여울은 무기를 뽑지 않고 다급한 어투로 그들에게 말했다.
“가세브 마을이 당했다. 어서 길을 터라.”
기사 중 한 명이 검을 겨누며 대답했다.
“네놈의 행동을 보고도 그것을 믿으란 말이냐? 얼굴도 처음 보는 놈인데 리디 님이 너 같은 놈을 보냈을 리가 없다!”
기사는 먼저 한 발을 내디디며 펜싱의 찌르기를 하듯이 3미터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혀 왔다.
여울은 그의 검 끝이 거의 다 다가왔을 때쯤 고개를 살짝 꺾어 피하고는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며 그의 턱에 주먹을 짧게 끊어 쳤다.
콰직!
투구 아래쪽이 찌그러지며 스르르 내려앉았다. 그 모습을 본 기사들이 연이어 공격해 왔다.
공격이 깊이 들어와야 반격의 확률이 높아지므로 여울은 아까처럼 검신이 아슬아슬하게 지척에 다가왔을 때 몸을 비틀며 그들의 턱과 옆구리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디카르를 두른 여울의 주먹은 기사들의 철갑을 종잇장처럼 찌그러트렸다.
콰직! 콰직! 쾅!
여울은 어느새 내성 중앙에서 기사들에게 둘러싸인 채 30대 1로 그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들도 여울이 만만치 않은 자임을 깨닫고는 신중하게 공격을 하여 까다로운 싸움이 되고 있었다. 초반에 9명을 제외하고는 쉽게 걸려들지 않았다.
그때.
콰아아앙!
“그만!”
대지가 흔들리는 진동과 함께 사자의 포효와도 같은 외침이 들려왔다. 그 소리에 여울은 물론 모든 기사들의 움직임이 거짓말처럼 멈춰 섰다.
고개를 돌려보니 계단 위에서 야수처럼 거친 기운을 가진 근육질의 사내가 우뚝 서 있었다.
오른발 아래에 먼지구름이 피어오르고 있는 것을 보니 방금 굉음은 그가 한쪽 발을 굴러서 생긴 듯하다.
저자다. 저 사내가 바로 동방의 라칸이라고 불리는 바스크 영주이리라.
모두가 멈춰 선 상태에서 여울 혼자만 움직이니 바스크의 시선이 저절로 그에게 옮겨졌다.
“너는?”
여울은 그를 향해 계단을 성큼 올라섰다. 그 모습에 바스크의 눈빛에서 이채가 흘렀다. 자신의 기운을 제대로 받고도 이렇게 대담하게 움직이는 자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가세브 마을이 당했습니다.”
“가세브가?”
바스크는 한 달 전에 리디에게 받은 서신을 떠올렸다. 그때 전장에서 칭찬을 했던 도적 같은 놈을 영지군으로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꽤 인상이 깊었기에 언제 한번 찾아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먼저 찾아온 것이다. 그때는 도망치는 모습만 보았기에 그저 호기심이 간 정도였는데 지금 친위대를 맨손으로 상대하는 것을 보고는
“쉽게 당할 곳이 아닌데? 쉽게 당할 놈도 아니고.”
“2대 백인대 카리바가 주동자였습니다. 1, 3대 백인대는 토벌에 나갔고 4대 백인대는 전멸당했습니다. 지금 당장 가야 남은 자들을 살릴 수 있습니다.”
여울의 다급함이 진심으로 전해졌는지 의심이 살짝 묻어나 있던 바스크의 눈빛이 변하였다.
“얼마나 걸렸지?”
마을에서 벗어나 이곳까지 온 시간을 묻는 것이었다. 여울은 그의 의중을 눈치채고는 바로 대답했다.
“반나절 정도입니다.”
“헙.”
“거짓…….”
“그럴 리가…….”
여울의 대답에 아래에서 조용히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기사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가세브 마을에서 세이에라 성까지는 5레벨 기준으로 강행군을 해도 이틀이 넘게 걸린다.
반나절이라면 7, 8배는 더 빠르게 왔다는 것이다.
10레벨이라고 해도 그 속도로 도착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기사들의 추측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쉴 새 없이 달려온 뒤, 맨손으로 자신들을 상대했던 것을 떠올리고는 조용히 그들의 마음을 감췄다.
여울을 바라보는 바스크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기껏해야 들어온 지 한 달 반도 되지 않았을 텐데 무엇이 그리 충성심이 깊어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뛰어왔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동시에 최전방이라는 이유로 자원하여 그곳의 촌장이 된 자신의 오랜 지기이자, 아끼는 부하가 떠올랐다. 그는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리디는?”
“살아 있었지만, 아마 죽었을 겁니다.”
“그…… 렇군.”
바스크는 고개를 숙인 채 한 걸음 내딛고는 금세 처음에 봤던 그 야수의 눈빛으로 바꾸며 고개를 들었다.
“친위대는 들으라!”
“로드!”
그의 말에 기절하지 않은 기사들이 오른 주먹을 왼쪽 가슴에 대며 외쳤다.
“친위대 전원과 1대 백인대는 지금 바로 나와 함께 가세브 마을로 향한다! 오스칼은 1대 천인대를 이끌고 그 뒤를 따르라!”
“예!”
목청이 찢어질 듯한 그들의 대답을 들은 바스크는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 나갔다. 젊은 수사자처럼 위용 있는 그의 뒷모습은 왠지 매우 슬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