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Corporation: Joseon RAW novel - Chapter (1008)
1008화 땔감의 이름은 군비경쟁 (1)
유럽을 상대로 한 군수품 판매로 쏠쏠한 재미를 본 나니와의 상인들은 유럽의 동향에 더욱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였다.
“동방은 고인 물과 같아 움직임이 거의 없다. 하지만, 유로파는 끓는 물과 같으니 기회가 넘친다!”
“가자, 유럽으로! 기회의 땅으로!”
덕분에, 이탈리아 통일전쟁이 끝나고 2년 정도 지났을 무렵에는 많은 일본 상인들이 유럽에 머물게 되었다. 유럽에 둥지를 튼 일본 상인들은 상회 건물만 지은 것은 아니었다.
그 옆에는 일본식 기루가 들어섰다. 일본에서 온 게이샤들은 곧 유럽 상류층 사이에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우연의 일치인지 이 기루는 일본 상인들의 좋은 정보 공급원이 되었다.
* * *
기루를 운영하면서 상인들은 손님맞이와 계산을 맡은 이들을 빼고는 전부 일본어만을 사용하라고 강제했다. 이미 일본에도 유럽인들이 많이 드나들었기에 외국어를 할 줄 아는 게이샤나 점원들은 흔한 상황이었다. 심지어 유럽으로 데리고 온 게이샤들도 프랑스어나 라틴어를 할 줄 아는 이들이었다.
“외국어를 할 줄 안다고 일부러 비싼 돈을 들여 저희들을 산 걸로 알고 있사와요. 그런데, 왜?’
기생들은 의문을 표했다. 상인들이 치른 대금은 그대로 게이샤들의 빚이 되었다. 이 빚을 최대한 빨리 갚기 위해서는 부유한 손님들을 호구로 잡아야 했다. 달리 말하자면, 유럽의 상류층들을 살살 녹여 호구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화가 반드시 필요했다.
기생들의 말에 상인들은 간단명료하게 대답했다.
“우리는 잘 듣는 귀가 필요한 거지, 말 잘하는 입이 필요한 것이 아냐.”
“그러면, 빚을 갚기가…..”
“얼굴하고 몸이 있잖아. 하라는 대로 잘해서 좋은 소식을 물어오면 추가로 빚을 깎아주지.”
“약속하신 것이 와요?”
“약속하지.”
나니와 상인들의 교묘한 술책은 아주 훌륭하게 들어맞았다. 게이샤들을 찾은 유럽의 상류층들은 밀위의 기루에서 나누던 대화보다 더욱 내밀한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었다.
“여기서 이런 대화를 나누어도 될까?’
“괜찮아. 저 계집들은 우리말을 알아듣지 못해.”
“정말인가?”
“장담하네. 오이(おい)! 우타(歌)!”
“하이(はい).”
그리고 게이샤들은 술자리에서 들은 이야기들을 그대로 상인들에게 보고했다. 일본 기루에 제국 특산 다색주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혹은 일본에 심어둔 요원들을 통해 이런 정보를 알게 된 밀위의 간부들과 현, 향은 모두 쓴웃음을 지었다.
“사람 생각하는 것은 다 거기서 거기로군.”
어쨌거나, 이런 과정을 통해 일본 상인들은 더욱 효율적으로 유럽의 정보를 확보하게 되었다. 잉글랜드를 시작으로 유럽에 퍼지기 시작한 새로운 화약의 정보를 획득하게 된 것도 이 기루를 통한 것이었다.
* * *
새로운 화약에 관한 첩보를 입수한 일본 상인들은 다시 한 번 조정과 접촉했다. 상인들에게서 첩보를 전해들은 일본 조정은 다시 한 번 제국으로 사자들을 보냈다. 이미 이탈리아에 주둔한 제국군을 통해 비슷한 첩보를 접한 제국 정부는 폭은 때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미 더욱 다루기 편하고 폭발력도 강한 화약이 있으니 넘겨도 좋다고 보옵니다.”
“이미, 새로운 화약이 퍼지기 시작한 때이니 생색내기도 좋사옵니다.”
이렇게 해서 제국은 명과 일본에 초기형 무연화약인 덕갑식 화약의 제조법을 팔았다. 여기서 일본은 지난 경험을 잊지 않고 제조할 때 주의할 점까지 꼼꼼하게 확인했다. 다시 한 번 숙련된 장인들과 노동자들을 대량으로 잃게 되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었다.
한편, 명에서는 성화제와 친위대 사이에서 이런 이야기가 오갔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하지? 어부지리?”
제국과 연결된 비선을 통해 저간의 사정을 알게 된 그들이었다.
“일본에 사자를 보내 감사를 표해야 하나?’
* * *
어쨌거나 제국에서 무연화약의 제조법을 들여온 일본은, 아니 일본의 상인들은 대량생산에 도전했다. 초기의 시행착오 과정을 무사히 넘기고 대량생산에 성공하자, 상인들은 이를 유럽으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대상으로 삼은 곳은 유럽의 약소국들-신성로마제국의 제후국들과 동유럽 국가들-이었다.
프랑스, 잉글랜드, 합스부르크, 에스파냐 등과는 달리 이들은 능역, 특히 자본이 부족했다. 때문에, 이들은 일본 상인들에게서 대량의 무연화약을 구매했다. 관련 정도를 들은 제국 관리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도 내다 팔까?’
높으신 분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돈 것은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생각하오?’
현의 물음에 외무부 장관 신숙주가 앞으로 나섰다.
“아쉽지만, 우리 제국은 할 수 없는 일이옵니다. 가뜩이나 우리를 곱지 않은 눈으로 보는 이들 이옵니다. 만약, 유럽 내부에서 전화(戰火)가 피어오른다면 저들은 그 모든 책임을 우리에게 물을 것이옵니다.”
“우리가 전쟁을 일으킨 것이 아닌데도?”
“그렇사옵니다. 지금은 이탈리아와 포르투갈, 스위스로 만족해야 하옵니다.”
* * *
제국에게서 피렌체 장총의 생산시설과 기술을 넘겨받은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손꼽히는 총기 제조국으로 성장했다. 눌랍게도 현재 이탈리아의 총기 제조업체 가운데 가장 유명한 회사가 베레타였다. 물론 향이 개입하기 전의 역사와는 다르게 이 베레타는 피렌체 소속이지만.
포르투갈의 경우에는 강력한 해군 세력으로 유명했다. 함대의 규모도 규모였지만, 전함들 모두 제국에서 만든 화포-프랑스에서 건져 올린 후장식 화포초기형-로 무장한 덕분이었다.
스위스의 경우에는 무장 중립국으로 유명했다. 알프스 산맥을 관통하는 주요 교통로를 장악한 덕분에 스위스는 쏠쏠한 관세수입을 얻고 있었다. 이에 스위스를 도모해보려는 이들도 있었지만, 제국제 화기로 무장한 스위스군은 이런 생각을 그대로 포기하게 만들었다.
유럽의 열강들에게 있어서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위스의 존재는 매우 아픈 가시였다.
* * *
폭은의 일반화에 이어 무연화약이 출현하면서 유럽 열강들은 다시 한 번 군비경쟁에 들어갔다. 열강들, 특히 프랑스가 가장 먼저 손을 댄 것은 장총과 대포였다.
프랑스는 이탈리아 통일 전쟁에서 획득한 피렌체 장총과 갑식 소화차를 생산하는 것에 많은 공을 들였다. 재미있는 것은 이 둘 가운데 프랑스 육군이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갑식 소화차였다.
지난 이탈리아 전쟁에서 돌격대들이 휘두른 갑식 소화차에 당한 끔찍한 기억 때문이었다.
“장총보다는 소화차!”
“한 자루의 장총보다 한 자루의 소화차가 더 낫다!”
이것이 프랑스 육군 사이에서 도는 구호였다. 프랑스 육군이 피렌체 장총과 소화차에 공을 들이고 있었다면, 대포는 프랑스군 전체가 매달리는 부분이었다.
코르시카 해전 당시, 프랑스는 코르시카 북쪽 해안선 근처에 침몰하거나 좌초한 제국 전선들에서 목숨 걸고 대포들과 포탄을 인양해 본국으로 실어 날랐다. 문자 그대로 ‘목숨을 건’ 일이었다.
잔뜩 독이 오른 제국 해 군의 눈을 피해 침몰한 제국 전선에 접근해서 별다른 보조 장치 없이 오로지 잠수부의 폐활량에만 의존하는 인양 작업은 물론이고, 인양한 대포와 포탄을 싣고 바다를 건너는 일 모두 목숨을 걸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목숨을 걸고 인양한 대포들과 포탄들이 본국에 도착하자, 프랑스 군부는 군부 소속 장인들을 끌어 모아 이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작은 용수철과 나사못 하나까지 그 모든 수치와 모양을 빠짐없이 기록하는 일이었고, 이 과정에서 사상자도 발생했다.
포탄이 장전된 채로 인양된 대포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신관이 장착된 포탄을 분해하다가 폭발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인명 손실을 감수하고 분해에 성공한 프랑스는 이를 기반으로 역설계에 들어갔다. 하지만, 역설계를 통해 만들어진 시제품은 원본보다 많이 모자란 성능을 보여줬다.
“왜?”
“똑같은 철에, 똑같은 수치로 만들었는데 왜?”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한 프랑스 군부의 높으신 분들은 장인들을 닦달했다. 높으신 분들의 닦달에 장인들이 내놓은 답은 똑같았다.
“똑같은 철이 아니라니까요!”
프랑스의 강철은 제국제 강철에 비해 품질이 매우 떨어졌다. 문제를 확인한 프랑스 군부는 이를 바로 샤를 8세에게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샤를 8세와 각료들은 하나의 정책과 하나의 대안을 선택했다.
-좀 더 우수한 제철 기술 개발에 국가 지원 강화.
-지금 생산되고 있는 프랑스제 강철에 맞춰 수치를 조절할 것.
둘 다 막대한 예산과 시행착오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제철 기술 개발 정책’의 성공을 위해 프랑스 상업 세력이 적극적으로 협력했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계속 건설되고 있는 철로를 통해 더욱 큰 이득을 보기 위해서는 더욱 우수한 품질의 궤도와 성능 좋은 철마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서는 더욱 품질 좋은 강철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일종의 ‘거국적인 지원’ 덕분에 신형 대포와 포탄의 개발은 예상보다 빠르게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 낙관하고 있을 때, 대형 사고가 발생하고 말았다.
에스파냐가 신형 대포와 포탄의 설계도를 비롯한 핵심 정보를 잉글랜드에 넘긴 것이었다.
* * *
이탈리아 통일 전쟁에서 큰 손해를 보고 지브롤터와 알헤시라스 지역을 포함한 지중해 지역의 전략 요충지를 제국에게 빼앗긴 에스파냐는 프랑스와 다시 손을 잡았다. 자금과 인원을 지원해가며 적극적으로 프랑스와 협조하던 에스파냐가 파탄을 일으킨 가장 큰 원인은 사탕주였다.
제국의 사탕주 증류소를 인수한 프랑스는 에스파냐에 대량의 사탕주를 수출하면서 많은 이익을 거뒀다. 이에 사회적, 경제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게 된 에스파냐는 프랑스에 강하게 항의하며 사탕주 수입 금지를 공표했다.
사탕주 수입이 금지되자 에스파냐 국경에서는 사탕주 밀수가 극성을 부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단속해도 밀수가 끊이지 않자, 에스파냐는 프랑스 정부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일부러 묵인하고 있는 거 아냐?”
하루가 멀다 하고 에스파냐 대사가 샤를 8세와 프랑스 각료들을 찾아가 문제 해결을 부탁했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에 에스파냐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결국, 에스파냐는 잉글랜드와의 결탁을 진지하게 검토하기 시작했다.
-국경문제를 생각한다면 언제까지 프랑스와 함께 할 수는 없다.
-프랑스는 밀수를 이용해 국경선을 돌파할 길을 찾는 것일 수도 있다.
-잉글랜드와 프랑스는 누구나 아는 적대국이다.
-잉글랜드가 강해지면 프랑스는 잉글랜드에 신경을 쓰느라 우리와 접한 국경선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게 된다.
-잉글랜드의 사탕주도 문제지만, 잉글랜드는 바다를 통해야 한다. 좀 더 쉽게 차단할 수 있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검토한 에스파냐는 프랑스의 뒤통수를 치면서 잉글랜드와 손을 잡게 된 것이었다.
* * *
이렇게 핵심정보를 잉글랜드에게 넘긴 잉글랜드의 신형 대포 개발은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았다.
“왜? 어째서?’
생각보다 많이 다른 상황에 에스파냐는 답답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첩보를 받은 향은 피식 웃으며 답을 중얼거렸다.
“답은 두 개. 하나는 강철의 품질, 다른 하나는 단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