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Corporation: Joseon RAW novel - Chapter (1022)
1022화 땔감의 이름은 군비경쟁 (15)
‘현질’이라는 향의 결정 덕분에 연구소의 인원은 빠르게 불어났다. 처음 모두 합해 약 100명이 조금 넘었던 학자들과 유학생, 연구원들이 현의 시기에 와서는 무려 3만에 가까운 규모로 늘어난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무분별한 확장이 아니었다.
“18세기보다 19세기가, 19세기보다 20세기가, 그리고 21세가의 과학기술 발전 속도가 빠를 수 있었던 것은 인재와 자본의 집중이었어.”
향이 모델로 삼은 것은 ‘맨해튼 계획’이었다. 인력, 그것도 쟁쟁한 이들을 한곳에 모으고,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단기간에 결과를 뽑아냈던 ‘맨해튼 프로젝트’를 모델로 삼은 것이었다.
-검증된 인원을 한곳에 끌어 모아 경쟁시켜 버린다.
-명예와 금전이라는 당근을 차지하기 위해 다들 필사적인 노력을 할 것이다.
-그러면 시간을 압축시킬 수 있다.
-지휘자!
이런 꿍꿍이를 그대로 실행한 것이었다. 하지만 향의 꿍꿍이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배경은 바로 향과 황실의 두둑한 주머니 였다. 향과 황실은 연구소 운용에 필요한 예산의 최소 절반 이상을 지출했다. 덕분에,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재경부로 상징되는 조정의 압박에서 자유로웠다.
“연구에 돈이 많이 드니 자제하라?”
“그게 아니라 좀 더 도움이 되는 실험과 연구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고 사료되었기에….”
“무엇이 더 도움이 되는지 자네들이 알 수 있는가?”
“…….”
“하! 그러면 짐이 사재를 풀겠다!”
이런 식이었기에, 조정은 연구소에 함부로 간섭할 수가 없게 된 것이었다. 그렇다고 황실이 돈만 날린 것은 아니었다. 우공이산은 아니더라도 고군분투나 마부작침 등급의 응전만 하더라도 제대로 기술화가 되면 막대한 이득을 환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정책에서 밀려난 곳이 한 곳 있었다. 이학연구소였다. 성리학을 비롯한 여러 유학 사상의 연구를 맡은 곳이었는데, 처음 50명 수준에서 200명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 고작이었다.
오히려 완 시기에 세워진 ‘사학원(史學院)’과 ‘경세학원(經世學院)’이 더욱 규모가 클 지경이었다. 황제와 조정에도 핑계는 있었다.
-사학원과 경세학원은 다뤄야 할 학과가 한둘이 아니다!
사학원의 경우를 보자면 ‘전쟁사’와 ‘건축사’등 다양한 분야의 역사를 연구하고 있었다. 경세학원의 경우에도 ‘생산과 유통’, ‘자본의 건전한 유통’, ‘투자와 투기의 구분’ 등의 복잡한 사안들을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기유반란’의 그림자가 아직도 짙게 남아있다는 것이었다.
* * *
이런 배경이야 어쨌든, ‘산소’의 발견은 가장 큰 결실이라 볼 수 있었다.
-공기는 단 하나의 물질인가? 아니면, 여러 물질이 섞인 것인가?
-과연 이 세상은 오행의 다섯 가지 기운으로 구성되어있는 것인가?
도전록에 등재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산소가 발견된 것이었다. 보고서-논문이 더 정확한-를 확인한 향과 현은 해당 연구를 담당한 학자들과 연구원들을 불러 크게 치하했다. 이후,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향은 무엇인가를 결심한 표정을 지었다.
“산소까지 나왔으니 좀 더 풀자!”
* * *
향이 처음 손을 댄 것은 구축함을 시작으로 해군 전함에 장착되는 증기기관이었다. 석유를 정제해 나오는 기름들은 석탄보다 여러 부분에서 군사적으로 유용했다.
-석탄보다 많이 안전하다.
석탄을 사용할 경우, 연소실의 화구가 항상 열려있었다. 화부들이 화구를 통해 계속 석탄을 공급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불꽃이 밖으로 튀는 경우가 많아 안전사고가 잦았다. 하지만, 경유와 같은 석유 정제유를 사용하면 화구를 계속 열어둘 필요가 없어 안전했다.
-석탄보다 많이 실을 수 있다.
석탄의 경우, 군함의 저탄고에 아무리 꽉꽉 채워도 다 채울 수가 없었다. 겉으로는 꽉 채운 것처럼 보여도 석탄 알갱이들 사이로 꽤나 많은 빈틈이 존재했다. 하지만, 석유 정제유들은 그런 게 없었다.
하지만, 단점도 있었다.
-석탄보다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완벽하게 안전한 것은 아니다.
석유의 증류 과정과 보관 과정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면서 제국은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이를 담당한 관리들은 입맛을 다시며 푸념했다.
“완벽한 연료는 없는 것일까?”
“석탄 때문에 발생했던 문제 같은 것은 이제 없을 줄 알았는데……”
철마를 시작으로 주택의 난방 연료까지 석탄이 광범위하게 쓰이면서 분진폭발과 가스 중독과 같은 사고들이 많이 발생했다. 물론, 이런 사고들을 막기 위해 향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사람들의 인식 문제와 기술적인 한계 등으로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런 사고들을 겪으면서 많은 장인들이 이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과 장치들을 만들어냈고, 관리들은 법과 제도를 만들었다. 이를 보고받은 향은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쩝. ‘안전 수칙은 피로 쓰인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지. 사람은 당해봐야 안다니까…..”
그리고 석유에서 다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었다. 하지만, 여러모로 따져 봐도 석유 정제유가 석탄보다 유용했기에 제국 해군은 석탄 대신에 석유 정제유, 그 가운데서 중유를 연료로 채택했다. 그리고 향이 MSG를 친 것이었다.
‘불이 타기 위해서는 공기가 필요하다.’라는 것은 오래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었다. 때문에, 석유를 원료로 하는 증기기관에는 연소에 필요한 공기를 공급하는 송풍기가 달려 있었다. 향은 해군용 증기기관 제작을 담당한 연구원들과 기술진들을 불러 모았다.
“저 공기 중의 산소라는 물질이 있어야 연소가 되고, 그 산소가 많을수록 연소가 잘 된다고 하네.”
“그렇습니까?”
“문제는 지금으로서는 그 산소만 따로 모으기가 힘들다는 것이야.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공기를 많이 불어 넣을수록 산소가 많아지지 않겠나?”
향의 말에 연구원들과 장인들은 생각에 잠겼다. 침묵이 이어지던 가운데 장인 하나가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대장간에서 풀무질을 하는 것도 그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하!’
이렇게 해서 연구원들과 장인들은 연소기에 달리는 송풍기를 개량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나온 것이 일종의 ‘과급기(Supercharger)’였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신형 증기기관으로 엔진을 교체한 해표가 더욱 우수한 기동성을 보이자, 제국 해군은 이 신형 기관을 채택하게 되었다.
* * *
향이 두 번째로 MSG를 친 곳은 바로 자항화탄이었다. 다빈치를 부른 향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해서, 이 공기의 산소가 있어야 연소가 된다는 소리일세. 무슨 생각이 드는가?”
“글쎄요.”
고개를 갸웃하는 다빈치를 보면서 향은 좀 더 자세하게 설명했다.
“자항화탄의 추진부에 이 공기를 가득 담은 통을 넣고, 적당한 연료를 실으면…….”
“아!”
향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빈치의 눈이 무섭게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되면 화약을 추진제로 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지? 연구해보게.”
“예!”
힘차게 대답한 다빈치는 바로 51구역으로 돌아가 강백두와 공 야장을 불렀다. 다빈치를 통해 이야기를 들은 강백두와 공 야장은 턱을 쓰다듬으며 가능성을 계산해 보았다.
“괜찮아 보이는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공 야장 옆에선 강백두는 이마에 손을 얹었다.
“이것을 왜 생각 못 했을까?’
어쨌거나 향에게서 힌트를 받아 든 다빈치 일행은 다시 한 번 자항화탄을 손보기 시작했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다빈치 일행은 마침내 그럴듯한 추진기를 만들어내게 되었다. 고압의 공기탱크와 연료인 고순도 주정(酒精)을 담은 탱크, 그리고 연소실, 연소실에서 나온 배기가스를 동력으로 바꿔주는 다익 발동기의 구성이었다.
새로 만들어낸 기관부를 단 자항화탄은 바로 실험에 들어갔다.
“심도 유지가 문제인데…..”
“그 부분만 해결되면 거의 다 해결된 것 같으이……”
결과를 확인한 다빈치 일행은 ‘심도 유지’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매달렸다.
* * *
향은 계속해서 여기저기에 MSG를 부려댔다. 향이 새롭게 MSG를 친 곳은 제국 육군이었다.
“돌격차와 견인차에 들어가는 증기기관은 바꾸는 것이 어떠한가?”
“이미 연구 중입니다.”
“그래?”
제국 해군이 하는 모습을 보던 제국 육군 역시도 증기기관의 교체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었다. 증기기관에 석탄을 공급하는 화부의 문제는 제국 육군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화부만 빠져도 덩치를 줄일 수 있고, 방어력을 강화할 수 있다.
-해군 놈들의 말을 들어보면 신형 증기기관은 더욱 힘이 좋다고 한다. 그렇다면 더 크고 강력한 화포를 얹을 수 있다는 소리다.
-그러면 바꿔야겠네?
이것이 제국 육군이 기관 교체를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 나중에 육군의 격ㄹ정 배경을 들은 향은 이마에 손을 얹었다.
“이 뿌리 깊은 화포성애자들……”
* * *
향의 손길은 군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 51구역에도 새로운 숙제가 떨어졌다. 우를 찾아온 향은 본론을 꺼냈다.
“생각해 보니 말이오. 저 연소를 좀 더 직접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이 있을 것 같지 않겠소?”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공기, 그러니까 산소와 연료만 있으면 밀폐된 공간에서도 불이 붙는다고 하지 않았소?”
“예,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그 불의 힘을 직접적으로 써먹을 수는 없느냐는 것이오.”
“그러니까.”
여전히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우를 보며 향은 다시 말했다.
“이렇게 생각해 봤소. 장총이나 화포를 보면 약간의 화약으로 총탄과 화탄을 멀리까지 날리지 않소? 화약의 폭발이 만들어낸 화력으로 말이오. 그 폭발도 일종의 연소라고 볼 수 있지 않겠소?”
“아!”
그제야 향의 말을 이해한 우는 바로 결정을 내렸다.
“바로 도전록에 등재하겠습니다! 등급은……”
잠시 고민하던 우는 등급을 정했다.
“마부작침 상중상이 좋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제국은 본격적인 내연기관 연구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렇게 51구역에서 볼일을 보고 돌아오던 향은 하늘을 바라보고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로써 내 악명이 하나 더 늘겠네….. 하지만, 알게 뭐야? 그때쯤이면 난 이미 죽었을 텐데 또 죽일 거야?’
* * *
수강궁으로 돌아온 향은 보고서들을 살피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제 남은 것은 전기인데…..여전히 진도가 느리단 말이야. 워낙에 미개척지대라 개념조차 못 잡고 있으니……”
팔짱을 낀 채 전기에 관해 고민하던 향은 작게 중얼거렸다.
“어떤 식으로 떡밥을 풀어야 잘 풀었다고 소문이 날까……”
그 순간, 연구소에서 뇌기(雷氣)를 연구하던 학자들과 연구원들이 동시에 몸서리를 쳤다.
“갑자기 웬 오한이……”
* * *
향이 떡밥을 고민하고 있을 때, 현이 색다른 발상을 하고 있었다.
“지난 이탈리아 전쟁을 살피면 해안에 머무는 적을 타격하기 위해 행한 함포 사격의 효과가 컸단 말이지. 또한, 황해 해전이나 요동 전쟁에서도 해군의 함포 사격이 꽤 쓸 만했다고 했어. 하지만, 전선에 실리는 화포의 수는 한계가 있고….. 일시에 대량의 화탄을 쏟아 부을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