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Corporation: Joseon RAW novel - Chapter (1120)
1120화 점점 커지는 불씨 (8)
자신과 관련된 음모론으로 향이 억울해하거나 말거나, 제국과 명의 철도 연결 문제를 놓고 사신을 태운 배들은 매일같이 서해를 오가고 있었다. 그렇게 치열한 협상-정확히는 제국의 어르고 달래기-이 진행된 끝에 명과 제국은 다음의 조건을 걸고 철도를 연결 하게 되었다.
-명과 제국의 철도가 연결되는 지점은 산해관 동쪽 50리(약 2km)로 정한다.
-명과 제국은 철도 연결점을 경비하는 병력을 배치하되, 양쪽 모두 1000명을 넘지 않는다.
-제국은 철도 연결점 반경 20리 안에 군대를 배치하지 않는다.
-단, 제국은 철도 연결점 주변에 전망탑을 설치한다.
-철도 연결점에는 두 나라의 관리들이 상주한다. 관리들의 업무는 철로를 옮겨지는 화물들과 승객을 검사하는 것이다.
-만약, 제국으로 들어오는 화물과 승객에게서 제국이 금하는 물건(아편이나 기타 마약류)이나 전염병 환자가 발견되면 제국으로 들이지 않고 제국법에 의거해 처벌 혹은 조치한다.
(하략)
대략 이런 조건을 통해 철로가 깔리게 된 것이었다.
“흐음…..”
조약의 내용을 살피던 우가 짧게 콧소리를 내고는 감상을 이야기했다.
“흐음… 확실히 ‘어르고 달래기’인데, 명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 재미있소.”
우의 평가에 총리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을 덧붙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명의 황제가 이를 갖고 명의 대신들을 설득한 것이지요.”
총리의 말은 정확했다. 조약에 적힌 조건 가운데 제국의 손해라고 할 만한 것은 제일 첫 조항이 거의 유일하다고 볼 수 있었다.
철도 연결점 반경 20리 안에 병력을 배치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제국의 어지간한 화포들은 30리의 사정거리를 자랑하고 있었다. 철도 연결점 주변에 전망탑을 설치한다는 조건도 비슷했다. 겉으로는 단순히 철도 연결점을 살피기 위함이었지만, 여기에 꼼수가 숨어있었다. 지점을 명시하지 않은 것이었다.
따라서 제국은 명의 국경에 가까운 위치에 전망탑을 세워 대놓고 명의 국경 지역을 관찰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만약, 이를 놓고 명이 항의한다 해도 제국에게는 아주 쓸만한 핑계가 있었다.
-철로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우리가 화차를 갖다 놨냐, 아니면 화포를 갖다 놨냐? 뭘 그리 까칠하게 굴어?
명의 대신들도 멍청이는 아니었기에 이 문제를 걸고 반발했지만, 홍치제는 대신들을 열심히 설득했다.
“대신에 우리도 제국 영토 안에 병사들을 배치하지 않았나? 우리 역시 통신탑을 세우면 될 일이다! 제국도 이를 문제 삼을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 역시 제국의 움직임을 미리 살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열심히 설득한 덕분에 협정이 체결된 것이었다.
“아무리, 철도 이용료를 받는다고는 하지만…..”
“이번 황제도 ‘조선천자’로구만…..”
입으로는 투덜거리고 있었지만, 명의 대신들은 부지런히 주판을 튕기고 있었다.
-지금 철로가 연결된 지역에서 우리 명의 제품도 인기 있지만, 제국에서 만든 제품을 찾는 이들도 많다.
-제국제 상품을 구해서 갖다 판다면 큰 이익을 볼 수 있다.
“흐음… 우리 가문과 친한 상단이 어디였더라?”
“가문의 상단을 제국에 보내야겠군.”
“이번 기회에 상단 하나 세워 봐?”
대신들의 움직임은 동창을 통해 바로바로 홍치제에게 올라갔다. 보고서를 확인한 홍치제는 비서청의 관리들을 불러 모았다.
“우리 역시 상단을 만듦은 어떠한가?”
“이미 계획을 세우고 있사옵니다.”
“서울에는 친한 이들이 많으니 이들의 도움을 얻으면 될 것 같사옵니다.”
“동창에도 적당한 지분을 분배하면 더욱 좋을 것 같사옵니다.”
비서청 관리들이자 대를 이은 친우들의 보고에 홍치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실행하도록 하게.”
“예, 폐하.”
* * *
이렇게 문제 하나를 해결했을 때, 우의 책상에 새로운 보고서, 아니, 논문이 올라왔다. 논문을 제출한 황태자는 우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입을 열었다.
“연구소에서 새롭게 올라온 논문이옵니다. 도전록에 등재할까 하는데, 조언을 해주시옵소서.”
“그러하냐?”
황태자의 설명을 들으며 논문을 펼친 우는 눈을 반짝였다.
“오랜만에 전기학과에서 도전록에 도전하는구나. 그동안은 응전록만 나오더니 말이야.”
“그렇사옵니다.”
그동안은 향이 내걸었던 과제를 해결하기에도 버거웠던 전기학과였다. 그런 학과에서 도전록에 걸고 싶다는 논문이 나왔기에 우가 눈을 빛낸 것이었다.
“어디 보자….. ‘전기와 전선을 이용한 통신의 가능성’?”
* * *
어찌 보면 어처구니가 없는 시작이었다. 아무 생각 없는 심심풀이 유희였으니까.
자석과 전자석을 이용한 발전과 동력기관의 개발, 개선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었다. 덕분에, 전기학과에는 별도의 증기기관 발전기가 설치되어 있었고, 1년 365일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었고, 연구실 마다 전선이 연결되어 있었다. 여담으로, 이렇게 많은 전선이 깔리고 얽히고설킨 덕분에, 하루가 멀다하고 온갖 종류의 사고가 발생하고 있었고, 희생자들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이렇게 학자들과 연구원들이 자신들을 제물로 삼은 덕에 온갖 측정 장치들과 안전장치, 반드시 지켜야 할 안전수칙들이 빠르게 정립되고 있었다. 전자석을 이용한 새로운 기물의 가능성을 연구하던 연구실에서 일은 시작되었다.
“하아〜. 흐음…..”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참신한 무언가가 튀어나오지 않는 상황에 지친 연구원 한 명이 아무 생각 없이 전자석 회로의 개폐기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딸깍. 딸깍.
개폐기를 여닫을 때마다 전자석이 작동하면서 전자석 앞에 달린 쇠판이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했다.
어느 순간, 연구원의 손가락은 장단을 타기 시작했고, 쇠판도 리드미컬하게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해 저문 소양강에〜”
자신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리며 개폐기를 가지고 놀던 연구원은 갑자기 얼어붙었다.
“응? 어?”
갑자기 무엇인가를 떠올린 연구원은 신경을 집중해 개폐기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가만, 가만…..”
개폐기와 전자석의 움직임을 살피던 연구원은 잠시 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교수님!”
그렇게 유희에서 찾아낸 가능성이 논문이 되어 우에게 올라온 것이었다.
* * *
“그래서, 이 논문이 나온 것이냐?”
“그렇사옵니다.”
“흐음…..”
우는 다시 한 번 논문을 꼼꼼하게 살폈다.
논문에 따르자면 약 5리(2km) 떨어진 거리에서도 개폐기를 조작하는 것과 동시에 전자석이 작동했다고 되어 있었다. 이어서 벌어진 각종 실험과 그 결과를 기록하고, 이를 통해 도출해낸 이론을 기록한 논문은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 리고 있었다.
-전기와 전신을 이용한 통신이 실현된다면 기존의 그 어떤 통신보다 빠르고 정확할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아직은 가능성의 수준이다.
“이래서 도전록에 올려야 한다는 것이로구나?”
“그렇사옵니다.”
“흐음…..”
자신이 황태자 시절 쌓은 경력과 수강궁에 있는 어르신들을 상대하면서 쌓은 경험을 기반으로 문제의 논문을 살피던 우가 결정을 내렸다.
“우선은 중(中)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실현 여부에 의문을 표했지만, 지금 논문만 봐도 거의 실현이 되었다고 볼 수 있으니까.”
“알겠사옵니다. 그럼, 세부 등급은 어떻게 맞추는 것이 좋겠사옵니까?”
“상상(上上)이 좋겠다. 아! 등재 전에 수강궁에 가서 자문을 구해보도록 하거 라.”
“알겠사옵니다.”
* * *
황태자가 가져온 논문을 확인한 향은 주먹을 불끈 쥐고는 속으로 함성을 질렀다.
‘왔드아! 내가 약을 안 쳤는데도 드디어 왔다!’
그런 향의 안색을 살피며 황태자는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황제께서는 도전록에 등재하되, 등급은 ‘중상상’이 어울린다고 하셨사옵니다.”
황태자의 말에 향은 표정을 가다듬고는 대답했다.
“나 역시 어울리는 등급이라 생각하오. 논문을 작성한 이들은 아직도 실현 여부에 자신이 없어 보이지만, 이미 거의 실현되었다고 봐도 무방하오. 나머지는 좀 더 쓸모 있게 가다듬는 일만 남았으니 , ‘중중상’이 어울릴 듯하오.”
“알겠사옵니다. 그럼, 그렇게 등재하겠사옵니다.”
“아 추가할 것이 있소!”
돌아가려는 황태자를 잡아 세운 향은 백지에 일필휘지로 문장을 채워 나가기 시작했다.
-전기와 전선을 이용한 통신, 가칭 ‘전신(電信)’을 이용한 통신망 구축 연구. 등급 상중중.
-전선이 없는 전기 통신의 연구. 등급 상상중.
“이것도 같이 등재하시오.”
향이 내민 종이를 확인한 황태자가 향에게 의문을 표했다.
“상중중에 지정된 항목은 이해가 가고 합당하고 여겨지옵니다. 하지만, 다음 항목은….. 전선이 없이 전기를 이용한 통신이 맞사옵니까? 이게 가능하겠사옵니까? 전기가 통하려면 전선이 있어야하지 않겠사옵니까?”
황태자의 질문에 향이 웃으며 답했다.
“그동안의 연구로 저 하늘에서 치는 번개도 전기라는 것을 알아냈소. 하늘에 전선이 있소이까?”
“아!”
그제야 향의 말을 이해한 황태자는 바로 예를 취하고는 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옆에서 논문을 읽고 있던 완이 향에게 물었다.
“전선이 없는 전기통신이 가능하겠습니까?”
“가능하지 않겠소?”
“전선이 없는 통신이라….. 방법만 찾으면 써먹을 곳이 많겠습니다.”
완의 말에 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당장, 날틀의 가치가 몇 배로 올라갈 것이오.”
“아! 그렇겠군요! 어디 보자…..”
갑자기 입을 다문 채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완의 모습에 향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자식, 자기 주머니 털 생각을 하는군. 흐음…. 가만, 내가 재량껏 쓸 수 있는 자금이…..’
완의 속내를 짐작하고는 가볍게 고개를 젓는 향이었지만, 어느새인가 자기 주머니도 뒤지는 향이었다. 한편, 수강궁에서 돌아온 황태자는 바로 게시물을 작성해 연구소와 51구역의 게시판에 걸었다.
“새로운 도전록 등재 건이 걸렸다!”
“뭐? 도전록이라고?”
소문을 들은 학자들과 연구원, 장인들은 바로 게시판 앞으로 모였다.
“흐음… ‘전기와 전선을 이용한 통신’이라 등급이 중중상? 해볼만하겠군.”
“그 옆에 상중중도 해볼 만한 것 같은데….”
이렇게 도전의식을 불태우던 이들도 바로 옆에 있는 ‘상상중’항목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전선 없는 전기 통신이라고? 말도 안 돼!”
“저것은 불가능이야.”
“도대체 누가 제안한 거야?”
“어느 빌어먹을….”
누구 발상인지 확인하던 이들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 ‘태태상황’이라는 단어가 딱 찍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방금 전까지 욕을 하려던 이들은 일제히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빌어먹을…..”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가능은 할 것 같다는 말이잖아…”
“그렇지, 우리가 몰라서 그런 것이지…. 하아〜.”
그리고, 이런 이들 가운데 가장 깊은 한숨을 내쉬는 이들은 처음 논문을 제출한 이들이었다.
“죽어라 고민해 나온 결과물이 ‘중증상’이라고 해서 눈이 옹이구멍이냐고 욕을 하려고 했는데…..”
“멍군을 치셔도 이렇게 치시나……”
‘우리가 연구해서 이런 결과물을 만들어냈는데, 참으로 대단하지?’
이런 자신감으로 가득해 논문을 제출했는데, 향이 멍군을 친 것이었다.
‘괜찮긴 한데 말이지. 겨우 그 정도야? 그럼 이것은 어때? 거기까지 해냈으니까, 이 정도도 할 수 있겠지?’
향의 멍군에 낙담하면서도 학자들은 의문을 제기했다.
“‘전선 없는 전기 통신’이라니?”
“이건 진짜 불가능인데? 겨우 상상중?”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학자들과 연구원들은 황태자를 찾았다. 그리고, 황태자에게서 향의 설명을 전해들은 학자들과 연구원들은 다들 한숨을 쉬며 물러나왔다.
“후우〜. 그럼 그렇지……”
“태태상황이 어떤분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