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Corporation: Joseon RAW novel - Chapter (1136)
1136화 죽여주는 선물 (1)
오스만에 있던 군사고문단이 보낸 급전을 받은 프랑스 정부는 바로 관계자들이 모여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고문단의 수장인 네이 남작이 보낸 급전의 내용을 확인한 관계자들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었다.
“이 자들이 미쳤나?”
“폭탄을 던지려면 이란으로 던져야지, 왜 우리한테 던지고 있어?”
“제국과 전쟁을 벌이라니, 미쳐도 단단히 미쳤군!”
지난 이탈리아 통일 전쟁에서 제국에게 단단히 당한 이후로, 프랑스는 제국의 군사력을 무서워하고 있었다.
-제국과의 직접적인 무력 분쟁은 무조건 피한다!
-다른 국가를 비롯한 다양한 수단으로 제국을 상대해야 한다!
이것이 프랑스의 제국 관련 방침이었다. 오스만에 대한 군사 지원 역시 이런 방침에서 나온 계획이었다. 그런데 오스만에서 제국을 공격해달라는 ‘매우 강력한’ 요청을 받았다는 급전이 온 것이었다.
이에 관계자들은 제일 상석에 앉은 샤를 8세에게 자신들의 견해를 아뢰었다.
“이는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맞습니다! 이탈리아 통일 전쟁 이후 어렵게 다시 키운 전력입니다. 다시 잃을 수는 없습니다!”
“제국을 상대했다가 필요 이상으로 전력을 상실한다면 합스부르크에게 로렌을 빼앗길 수 있습니다. 아니, 빼앗기게 될 것입니다!”
회의에 참가한 이들 모두가 목소리를 높여 반대를 외쳤지만, 샤를 8세와 루이 12세의 표정은 영 좋지 않았다.
“경들의 의견은 매우 잘 들었소. 하지만…..”
샤를 8세는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경들의 의견대로 한다면 오스만을 버려야 하오. 그동안 오스만에 들어간 재정을 생각해 보시오.”
샤를 8세의 말에 이어 루이 12세가 말을 덧붙였다.
“재정만이 문제가 아니오. 우리가 오스만을 포기하게 된다면 주변국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게 될 것인지도 따져 봐야 하오. ‘신의 없는 국가.’라는 인식이 박히면 앞으로 우리와 함께 할 국가들은 거의 남지 않을 것이오. 아니면, 우리가 큰 양보를 해야만 성사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할 것이오.”
“그렇다고 해도 제국과 직접적인 무력 분쟁은 너무나도 위험합니다!”
“그 부분은 곧 도착할 오스만의 사자가 설명할 것이라 했으니 기다려 봅시다.”
며칠 뒤, 실레이만 1세가 이끄는 오스만의 사자가 파리에 도착했다.
사자들의 예를 받은 샤를 8세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오스만에 간 네이 남작이 전하기로 오스만은 우리 프랑스가 제국을 공격하기를 원한다고 들었다. 맞는가?”
샤를 8세의 물음에 실레이만 1세가 바로 대답했다.
“왕이시여, 그렇사옵니다.”
“제국이 어떤 나라인지 모르는 것인가?”
“잘 알고 있사옵니다.”
“그런데도 우리보고 제국을 치라 말하는 것인가?”
“제국의 본토를 공격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옵니다. 수에즈나 지브롤터를 공략해달라고 하는 것이옵니다. 두 곳 모두를 공략하는 일이 힘들다면 적어도 한 곳을 공략해 달라고 하는 것이옵니다.”
실레이만 1세의 대답에 샤를 8세가 눈을 빛냈다.
“전면전이 아니라 국지전을 벌여달라는 것인가?”
“그렇사옵니다.”
실레이만 1세는 최선을 다해, 아니, 필사적으로 샤를 8세와 프랑스의 집권층을 설득했다. 이는 실레이만 1세 자신의 생존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셀림 1세는 프랑스를 방문할 사신들의 인선을 실레이만 1세에게 맡겼다. 셀림 1세에게 명령을 받는 순간, 실레이만 1세는 그 속에 숨은 함정을 바로 알아챘다.
‘만약, 사신들이 실패한다면 내가 그 책임을 져야 한다! 단순히 책임을 묻는 것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그동안 내가 군부와 쌓아왔던 관계가 모조리 무너질 것이다! 그러면 나는 아버님이 권좌를 물려줄 때까지 눈치만 보며 있어야 한다!’
자신의 정치적 생명이 경각에 달했음을 직감한 실레이만 1세는 자청해서 프랑스로 온 것이었다.
실레이만 1세의 설명을 들은 샤를 8세는 장군들에게 명해 가능성을 분석하게 했다. 이에 실레이만 1세는 프랑스 장군들의 회의실에 찾아가 끊임없이 설득에 설득을 이어갔다. 실레이만 1세의 설명과 함께 자신들이 가진 정보를 바탕으로 가능성을 따져 본 장군들은 샤를 8세에게 결론을 보고했다.
-수에즈와 지브롤터 두 곳을 동시에 공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단 한 곳, 지브롤터를 공략하는 것이라면 가능성이 있다.
“어째서 지브롤터인가?”
“수에즈 공략으로는 우리가 원하는 바를 쟁취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샤를 8세의 질문에 장군들은 이유를 설명했다.
-수에즈 주둔 제국군은 그 전력이 매우 강력하다.
-또한, 수에즈에서 제국 본지까지 이어지는 항로를 따라 제국군이 많이 주둔하고 있다.
-때문에, 수에즈를 공략하게 된다면 제국의 대응은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
-하지만, 지브롤터는 다르다.
-지브롤터의 봉쇄, 또는 함락이 가능해진다면 제국은 그 사실을 알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
-제국이 지브롤터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신지에서 군대를 보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대서양 횡단으로 상당한 시간을 소모해야 한다.
-제국이 아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과 신지에서 출발한 군대가 지브롤터에 도착하는 시간을 합치면 방어를 준비하기에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렇게 되면 지브롤터로 찾아오는 제국의 주력은 해군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제국 해군을 상대하기 위한 새로운 장비들을 이미 충분히 준비했고 말입니다. 제국 해군이 막히면 제국도 당분간은 손을 쓸 수 없게 됩니다.”
“새로운 장비라…. ‘활대 기뢰’와 돌격선을 말하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흐음…..”
장군들의 대답을 들은 샤를 8세는 턱을 쓰다듬으며 곱씹어봤다.
‘확실히 수에즈를 공략하는 것은 무리수이기는 해.’
공격자의 입장에서 수에즈 공격은 넘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었다.
-엔히크 왕자 항구를 우선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육군을 제대로 보낼 수 없다.
-수에즈까지 가는 육로도 문제다. 제국이 철도에 수를 쓴다면 사막을 가로질러야 한다.
-해군 역시 마찬가지다.
수에즈에 있는 제국 항구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아프리카를 우회해야 한다. 이는 지극히 효율이 떨어지는 작전이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지브롤터에 주둔한 제국 해군이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지.’
여기까지 따져 보던 샤를 8세는 장군들을 돌아봤다.
“지브롤터를 장악하면 제국의 눈과 귀, 손과 발까지 다 잡아둘 수 있겠군.”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브롤터를 공략하기 위해서 해군이 주력이 되어야 하는 점은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우리 해군력으로만 공략하는 것은 많이 힘든 일이다. 이에 대한 대책은?”
“수륙양면 공격입니다. 에스파냐를 끌어들여야 합니다.”
“ 에스파냐?”
장군들의 대답에 샤를 8세는 루이 12세를 돌아봤다. 무언의 질문 에루이 12세는 바로 대답했다.
“에스파냐라면 제안을 받아들일 것입니다. 그 이유는…..”
-에스파냐에게 있어서 지브롤터는 ‘국치(國恥)’의 상징이다. 때문에 반드시 되찾아야 하는 곳이다.
-또한 현재 에스파냐를 공동 통치하는 페르난도 2세는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지브롤터를 손에 넣어야 한다.
루이 12세의 설명에 샤를 8세는 살짝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
“에스파냐는 아직도 뿔싸움 중인 것이오?”
“그렇사옵니다.”
* * *
이 시기, 에스파냐의 정식 명칭은 카스타야-아라곤 연합 왕국이었다.
카스티야의 군주인 이사벨 여왕과 아라곤의 국왕인 페르난도 2세 가 결혼을 통해 공동 군주로 다스리고 있었다.
문제는 얼마 전부터 카스티야의 군주인 이사벨 여왕의 건강이 안 좋아졌다는 것이었다. 이에 페르난도 2세가 자신이 단독 군주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카스티야 의회가 이를 막아선 것이었다. 하나의 연합 왕국이 되었지만, 카스티야와 아라곤 사이에는 라이 벌 의식이 대단했고, 아라곤의 군주에게 카스티야의 권좌까지 넘기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카스티야 법에 따라 이사벨과 페르난도 2세 사이에서 태어난 후아나가 카스티야 왕국의 여왕이 되었다. 하지만, 후아나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고, 이를 문제 삼아 페르난도 2세는 섭정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렇게 억지를 쓴 덕분에 페르난도 2세는 아라곤과 카스티야의 정권을 손에 쥘 수 있었지만, 이는 반쪽 자리였다.
‘연합 왕국을 다스리는 두 명의 군주 가운데 한 명’이 아니라 ‘유일한 군주’가 되기 위해서, 페르난도는 카스티야 의회를 설득할 수 있는 치적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때문에, 페르난도라면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옵니다.”
루이 12세의 설명을 들은 샤를 8세는 장군들을 돌아봤다.
“장군들의 계획처럼 에스파냐를 끌어들이면 승산은 얼마나 올라가는가?”
“확실한 수치는 계산하기 어렵습니다만, 우리 프랑스 해군 단독으로 공략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승산이 높사옵니다.”
장군들의 대답에 샤를 8세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지금 상황으로는 페르시아로 가는 통로를 손에 넣기가 너무 힘들다. 그렇다고 포기하면 잃는 것이 너무 많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제국…. 제국이 이란에서 손을 떼게 만든다면 판세는 바뀌게 된다. 그런데, 제국을 상대로 승리를 취할 수 있을까?’
얻을 수 있는 것과 잃을 수 있는 것들을 놓고 한참을 저울질하던 샤를 8세는 마침내 결론을 내렸다.
“공작, 에스파냐로 가시오. 가서, 페르난도를 끌어들이시오.”
“명을 받드옵니다.”
루이 12세에게 명령을 내린 샤를 8세는 대기하고 있는 관리에게 명령을 내렸다.
“아서 오스만의 사자를 불러오라.”
“명을 받드옵니다.”
루이 12세를 통해 프랑스의 제안을 들은 페르난도 2세는 바로 제안을 수락하고 카스티야와 아라곤 의회에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아라곤 의회는 바로 요청을 받아들였고, 카스티야 의회도 요청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정적(政敵)의 제안이었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제안이었다.
왜냐하면 ‘지브롤터’를 입에 올릴 때마다 귀족과 평민 가리지 않고 이런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교도들을 쫓아내고 회복한 땅인데, 다시 이교도에게 빼앗기다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되찾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반대하고 나섰다가는 무슨 일을 당할지 잘 알고 있었기에 페르난도 2세의 요청을 받아들이게 된 거였다.
에스파냐가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에스파냐의 장군들이 프랑스를 찾아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이 작전은 시간이 승부요. 최대한 빨리 준비를 끝내야 하오. 준비 과정을 질질 끌다보면 제국이 눈치챌 것이오.”
프랑스 장군의 말에 에스파냐 장군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지브롤터에 주둔하는 제국군은 지브롤터가 가진 군사적인 중요성 덕분에 주변국, 특히, 에스파냐의 움직임을 꼼꼼하게 살피고 있었다.
만약, 작전을 실행하기도 전에 제국군이 알아챈다면 제국의 대응이 빨라질 것이고, 프랑스는 가뜩이나 부족한 시간이 더 부족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프랑스와 에스파냐의 장군들은 밤낮을 잊어가며 임무를 분담하고 실행 일자를 조정했다.
“다시 말하지만 제국이 눈치 채서는 안 되오! 이를 명심하시오!”
하지만, 정작 이렇게 주의를 주던 이들이 살롱과 주점에서 떠들어 댔고, 정보를 입수한 요원들이 은밀히, 하지만, 최대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승기는 시간 싸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