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Corporation: Joseon RAW novel - Chapter (706)
706화 제2차 황해해전 (4)
지금 제국 해군에서 벌어진 일이 향의 함정인지 아닌지를 놓고 명의 조정에서는 매일같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돌출발언의 주인공 예부 각사난중 한왕겸이 그 발언을 통해 경태제의 총신 가운데 하나로 올라선 것이 문제였다. 그 모습을 본 대소 신료들은 앞다퉈 나름의 사려 깊은 의견들을 내놓았고,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명의 조정은 엉망이 되어버렸다.
조정 내부에는 어느새 두 개의 큰 파벌과 그 안에 크고 작은 파벌들이 나뉘어 설전을 벌였다.
어느새, 건설적인 의견들은 점점 그 모습을 감추었고, 반대를 위한 반대만이 난무하는 상황이었다.
지독한 난맥상을 보이는 조정의 모습에 젊은 하급 관료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돌 정도였다.
“이것이야말로 조선왕이 노린 것이 아닐까?”
명의 조정이 이렇게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이유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대신들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내각수보와 전쟁을 수행할 군부의 수장인 병부상서, 그리고 도독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었다.
매일매일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서도 그들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경들은 어찌하여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인가?”
참다 못 한 경태제가 직접 그 이유를 물었을 때, 내각수보는 포권과 동시에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저들의 의견들이 다 일리가 있으니, 신이 어찌 함부로 왈가왈부를 하겠나이까?”
“그래도 경은 내각수보다. 내각수보의 일은 저들의 말을 듣고 살펴 짐에게 올바른 조언을 하는 것이 아닌가!”
“최선을 다해 살피고 있사옵니다. 곧 결론을 올리겠사옵니다.”
“후우~.”
내각수보의 대답에 길게 한숨을 내쉰 경태제는 옥좌에 길게 몸을 기대며 손을 내저었다.
“짐이 아는 내각수보답지 않군. 좋다. 답을 기다리마. 하지만, 유념하라. 과인의 인내심은 그리 강하지가 않다는 것을!”
경태제의 경고에 내각수보는 다시금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최선을 다하겠사옵니다.”
* * *
조회가 끝나고, 병부상서와 도독들은 내각수보의 집무실을 찾았다.
“어찌 그리하셨소? 지금 수보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기회만 노리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소?”
“잘 알고 있소.”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내각수보의 모습에 병부상서가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쳤다.
“그것을 잘 아는 사람이, 어찌 그런 것이오!”
병부상서의 말에 도독들도 동감하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내각수보는 담담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폐하께서는 신하들의 말을 경청하시지. 그것이 폐하의 장점이자 단점이오. 이번처럼 말이 많아지면 이리저리 흔들리시지.”
“그러하니, 그걸 잘 아는 수보가 나서야 하는 것 아니오!”
병부상서의 지적에 내각수보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정리할 것이 있어야 정리를 할 것 아니오? 지금 조정을 가득 채운 말들은 전부 공허한 말장난일 뿐이오. 새겨들을 만한 것은 하나도 없고, 상대의 말꼬리를 잡고 물어지는 말장난에 가까운 것들 뿐이니… 거기에 조선의 정세에 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하오. 좀 더 결정적인 정보만 들어온다면 모험이든 도박이든 뭐든 결정하겠지만, 지금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오. 경들이 침묵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 아니오?”
“…….”
내각수보의 물음에 병부상서와 도독들은 입을 다물었다. 그들이 침묵을 지킨 것도 마찬가지 이유였기 때문이었다.
* * *
지난 전쟁 이후, 명은 제국의 허실을 알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특히나, 전쟁이 벌어지면 가장 먼저 상대해야 할 요동 지역의 제국군과 내해-제국은 서해를 내해(內海)라 칭했다.-를 지키는 제국 해군의 상황을 아는 것이 가장 우선이었다.
이를 위해 명은 수많은 첩자들을 요동지역과 제물포로 보냈다.
하지만, 많은 첩자들을 보낸 것에 비해 그 성과는 미미했다.
제국의 백성으로 위장한 첩자들은 제국 특유의 신분패와 제국인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전장 계좌 부분에서 걸려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걸려든 첩자들은 조용히 사라졌다.
상인으로 위장한 이들은 조금 더 안전했지만, 운신의 폭이 매우 적었다.
제국의 내해 함대 해군기지, 또는 요동의 중요 군사기지를 정탐하기 위해 움직이던 첩자들은 중요한 교통 요지에서 매번 검문을 받아야 했다. 명나라 상인으로 입국을 허가받았다는 증명을 확인한 병사와 포졸들은 매번 같은 질문을 던졌다.
“명나라 상인이 여기까지 왜 와?”
“아? 이곳에 좋은 물건이 있다 해서….”
대답을 들은 제국군 병사와 포졸들의 대답은 대동소이했다.
“그런 물건들은 모두 전매소에 있으니까. 전매소를 이용하쇼.”
“아이고, 나리들! 조금이라도 싸게 사야 이문을 더 남기지 않겠습니까! 좀 봐주시오.”
읍소도 모자라 뇌물까지 동원해도 제국군과 포졸들은 요지부동이었다.
“거참! 안된다면 안된다니까! 당장 옥에 처박히기 싫으면 바로 돌아가쇼!”
결국, 검문을 통과하지 못한 첩자들은 은밀히 검문소를 우회해 목표에 접근하려 했지만, 중간에 밀위에 걸려 제거되었다.
예전 검계 시절의 인연을 통해 암흑가에도 굵은 선이 연결되어 있는 이들이 밀위였다. 덕분에 명의 첩자들을 안내하는 길잡이들의 존재도 밀위는 알고 있었다.
외국의 첩자들을 돕는 행위는 반역죄에 해당하는 큰 죄였지만, 수고비로 받는 거액에 눈이 멀어 길잡이 일을 하는 이들도 다수 있었다. 그리고, 밀위는 이런 이들을 은밀히 감시하고 있었다.
덕분에 이런 길잡이를 이용해 군사시설이나 51구역에 침투하려는 첩자들은 바로바로 밀위에 걸린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자 밀위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아예 밀위의 요원을 길잡이로 위장한 것이었다.
밀위의 위장요원은 위험 순위가 낮은 자잘한 공작 몇 개를 성공시켜 첩자의 신뢰를 얻었다. 그리고, 첩자가 진짜 중요한 기밀에 접근하려 하면 밀위의 타격대가 있는 곳으로 유인해 처리해 버리는 것이었다.
첩자를 이용한 정탐이 지지부진해지자 명은 가장 전통적인 방법인 정탐선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국 해군의 순찰선과 이들 정탐선의 목숨을 건 숨바꼭질이 내해에서 치열하게 벌어졌다.
* * *
“첩자는 그렇다 쳐도 정탐선은 여전히 건지는 것이 없소?”
내각수보의 물음에 좌도독이 이마에 손을 얹었다.
“쉽지가 않소. 정탐하는 시간보다 도망다니는 시간이 더 긴 상황이니…….”
“후우~.”
“하아~.”
좌 도독의 대답에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무엇인가 결정적인 첩보 하나만 들어와도 바로 결정을 내릴 텐데….”
“동감이오.”
“덕분에 요즘 울화증이 도져서 죽겠소이다.”
그렇게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들은 모두 한 가지만을 빌었다.
-어디서든 결정적인 첩보 하나만 들어와라!
그들이 그렇게 빌었던 것은 조정의 혼란에 지쳐버렸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심력을 낭비하기도 지쳤다! 차라리 끝장을 보자!
* * *
그런 그들의 소원이 통했을까?
막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무렵,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온 정탐선 한 척이 귀중한 첩보를 보고했다.
-조선의 돌격귀선 한 척이 수리에 들어갔다!
“돌격귀선 한 척이 선거에 들어갔다는 보고요!”
좌 도독의 알림에 병부상서의 얼굴이 환해졌다.
“확실한 사실이오?”
“이번에 돌아온 정탐선이 알린 보고요! 혹시 몰라 다른 정탐선을 돌려보니 제국의 돌격귀선은 한 척만 움직이고 있소!”
좌 도독의 말에 병부상서는 바로 자리를 떨치고 일어섰다.
“내각수보에게 갑시다!”
* * *
병부상서와 도독들에게서 이야기를 들은 내각수보는 바로 경태제에게 달려갔다.
“흐음… 조선의 돌격귀선 한 척이 선거에 들어가 수선을 받고 있다?”
“그렇사옵니다. 선거에 올려 수리할 정도라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 큰 작업이라는 소리이옵니다.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내각수보의 말에 경태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세 척의 쌍두염룡이 두 척의 돌격귀선을 상대하는 것보다는 한 척만을 상대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는 하지. 손해도 적을 것이고.”
“그렇사옵니다.”
내각수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경태제는 다시 한번 확인에 들어갔다.
“조선왕의 함정일 가능성은 없어 보이는가?”
“매우 얕아 보이옵니다.”
“하지만, 왜 지금?”
경태제의 물음에 우 도독이 나서서 설명했다.
-잔잔하기로 유명한 황해지만 겨울의 황해는 상당히 사납다. 물론, 여름철 풍랑이 올 때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함대를 구성해 해전을 펼치기에는 별로 좋지가 않다.
-우리가 정탐선을 보내는 것처럼 조선도 정탐선을 내보내 우리를 살핀다. 세 번째 쌍두염룡이 아직도 근해에서만 움직이는 것을 본 저들은 아직 제대로 전력화가 안 되었다고 판단하고 수리에 들어갔을 것이다.
“흐음….”
우 도독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던 경태제는 다시 질문을 던졌다.
“선거에 올랐다고 해도 우리가 움직이는 것을 알게 되면 다시 물로 내보내지 않겠나?”
“그럴 가능성도 상당하옵니다. 하지만, 선거에 올릴 정도라면 매우 큰 수리일 터인데, 다시 물에 띄운다고 해도 자신의 전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힘들 것이옵니다.”
“그렇군….”
말을 흐리며 생각에 잠긴 경태제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 모종의 결단을 내린 경태제는 대신들을 바라봤다.
“좋다! 조선의 함대를 공략한다! 적어도 황해가 누구의 것인지 조선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키도록 하자!”
경태제의 선언에 모든 대신들이 동시에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명을 받드옵니다!”
* * *
경태제가 결심을 굳혔지만, 명의 조정은 여전히 시끄러웠다.
이번에는 개전시기를 놓고 싸움이 벌어진 것이었다.
-개전을 결정했지만, 바로 싸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작전을 구상하고, 전선들에 보급품을 공급하는 것도 모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겨울이다! 겨울의 거친 바다에서 해전을 벌이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봄으로 미뤄야 한다!
-최대한 빨리 준비를 끝내고 전투에 들어가야 한다! 내년 봄이면 인사이동의 후유증도 가라앉을 것이고, 돌격귀선의 정비도 끝났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 된다면 하늘이 주신 기회를 그냥 버리는 것이다! 위험을 감수하고 바로 출진해야 한다!
“내각수보는 어찌 생각하나?”
경태제의 물음에 내각수보는 바로 대답했다.
“최대한 빨리 출진해야 한다고 생각하옵니다. 저들이 인사이동의 후유증에서 벗어나기 전에, 그리고 겨울 바다를 믿고 나태해 있을 때 쳐야 하옵니다.”
“내각수보까지 그리 단호하게 말한다면야….”
고개를 끄덕이던 경태제는 대신들에게 자신의 결정을 내렸다.
“최대한 빨리 준비하여 저들이 방심한 때를 노린다. 대신들은 최선을 다해 보급에 만전을 기하라.”
“명을 받드옵니다!”
* * *
명이 도박판에 판돈을 올인하고 있을 때, 아산에 자리한 제국 함대 정비창에서는 인부들이 투덜거리고 있었다.
“썅! 이놈의 따개비들!”
선거에 올라간 돌격귀선의 선체에 달라붙은 따개비들을 제거하면서 인부들은 쉴 새 없이 투덜거리고 있었다.
“엄동설한에 이 무슨 고생이야!”
돌격귀선이 선거에 올라간 것이야말로 향과 신인손이 깐 함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