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84
청풍표국 최강식객 184화
184화. 대협의 길(1)
임요성이 그런 두원후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그 지휘첨사가 널 발탁한 건 순전히 너의 능력을 보고 꺼낸 것일 거다. 그것까지 황제께서 생각할 정신은 없지. 아마 네가 금의위에 오고 나서 황제께 보고가 들어갔을 테고, 그제야 널 눈여겨보고 이리로 보냈을 거다.”
“어… 그럼…?”
“그래. 네가 금의위로 간 것은 순전히 네 실력을 이룬 결과다. 자부심을 가져도 좋아.”
“아….”
두원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건 임요성이 그를 격려하려고 일부러 한 말은 아니다.
사실 두원후는 성정이 가벼워서 그렇지 군에 갈 당시에도 이류급 무인이었다.
그런데 군대를 고된 훈련을 통해 기초체력이 받쳐주자, 기존에 배웠던 무공이 가지를 뻗치기 시작했고, 1년 사이 일류 무인이 된 것이다.
그런 그를 금의위 지휘첨사가 눈여겨보고는 발탁한 것이다.
툭툭.
임요성이 일어서며 그런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그동안 고생했다. 굳이 급히 표국으로 올 필요는 없어. 넌 지금 있는 곳에서 충분히 배울 수 있을 만큼 배우거라. 그리고서 앞으로 다 같이 표국을 잘 이끌어 나가보자꾸나.”
“예… 형님!”
두원후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주군. 마차가 준비되었습니다.”
“음. 나가지.”
밖에서 여산홍의 목소리를 들으며 객청을 빠져나갈 때였다.
“형님! 감사합니다.”
두원후가 공수를 취하며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임요성이 잠시 멈췄다가 문을 열고 나섰다.
두원후가 허리를 들었고, 휘적휘적 걸어가는 임요성의 등을 쳐다봤다.
처음엔 악연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나간 저 사람이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가 버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된 훈련을 통해 모든 감정의 찌꺼기가 빠져나가면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지금 두원후는 오히려 임요성을 은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금의위에 있으면서 이런저런 것들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가 아니었더라도 청풍표국은 단목룡에 의해 갈가리 찢겨나갔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가 있었기에 그 참화를 벗어난 것이다.
어머니도 정신이 돌아왔다.
미래에 어머니를 모시는 것은 오롯이 자신의 할 일.
이제 뛰는 일만 남았다.
두원후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 * *
청풍표국의 정문을 나선 충소광이 잠시 뒤돌아서 문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채주. 뭘 그리 보고 계십니까?”
황산채의 부채주이자, 충소광의 최측근인 우광태였다.
“무림에 기인이사가 모래알처럼 많다더니….”
충소광이 중얼거리자 우광태가 눈을 빛냈다.
“제법 한가락 하는 놈이었나 보죠?”
자신이 모시는 형님이 절대 밀리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했다.
“크흐. 한가락? 글쎄. 내가 보기에 지금이라도 천하제일을 다툴 수 있을 남자로 보였다.”
“예? 그 정도입니까?”
자신의 형님도 아직은 천하제일인을 논하기는 힘들다는 건 안다.
하지만 그건 현시점이다.
10년만 지나면 능히 천하제일을 노리고도 남을 터.
그런데 지금 당장 천하제일을 논하다니?
“제가 듣기로는 이제 서른이라고 들었는데요?”
“젠장. 쪽팔리는구나. 내가 졌어.”
성큼성큼 걸어간 뒤를 우광태가 따랐다.
“형님이 졌다고요? 그게 정말입니까?”
“언뜻 보면 무승부였지만 그가 날 상대하는 건 시종일관 여유가 있었어. 반대로 나는 겉으로 여유 있는 척했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것이고.”
“하지만 이건 비무였지 않습니까? 실제 목숨을 걸고 하는 결투라면….”
“그걸 말하는 거다.”
“예?”
“실제 결투가 벌어지면 저자는 본신의 능력을 십이 할, 십삼 할 발휘할 거다. 피의 아수라장을 지나온 내가 보기에도 순간순간 섬뜩함을 느낄 살기를 품고 있었다. 저자는 실전의 달인이야. 정파의 애송이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내가 조사해보란 건?”
잠시 마른침을 삼킨 우광태가 말을 이었다.
“예. 저희가 예상한 대로 어릴 적 잡혀서 삼황자의 암검으로 지내다가 삼황자가 황제가 되고 나서 강호로 온 것까지 파악했습니다.”
“역시 그렇군. 일반 강호인이 아니었어.”
우광태가 조사한 내용은 처음 임요성이 강호를 나왔을 때라면 알 수 없었을 내용이다.
하지만 임요성이 명성을 얻고 그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그 과거를 궁금해하는 일들이 늘어났고, 과거 그를 알았던 적군과 아군 측의 인사들로부터 조금씩 정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잠시 눈을 빛낸 충소광이 말했다.
“무서운 놈이다. 일단 우리는 흑도를 통일하는 데 집중한다.”
“알겠습니다. 황산으로 가실 겁니까?”
“그래. 일단 거기서 다시 회의하자고.”
“말을 준비할까요?”
“말은 무슨. 산적이면 산적답게 살아야지. 경공으로 가자.”
그리고 그 육중한 몸을 전방으로 쏘아냈다.
그 모습을 본 우광태가 입맛을 다셨다.
“쯧. 좀 편하게 가면 어때서. 휴우.”
또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야 되나 하는 생각이 고개를 몇 번 저은 우광태가 마지못해 경공을 펼쳤다.
* * *
“흠. 녹림에서 그렇게 제안했단 말이지?”
“예. 제가 판단하기로 그렇게 말할 능력은 되어 보였습니다.”
임요성은 모용천과 독대 중이었다.
여산홍은 자신의 스승이나 마찬가지인 염위평을 만나고 있었다.
“젊던가?”
“예. 대략 마흔 전후로 보이더군요.”
“허허. 대단하군. 그 나이에 흑도대종사의 자리를 노리다니. 하긴 내 앞에는 그보다 더한 괴물 같은 사내가 있긴 하지만.”
“과찬입니다. 운이 좋았죠.”
“후후. 그 말에 대한 반론을 세 가지는 댈 수 있지만 넘어가도록 하지. 그래서 자네는 어찌 생각하나? 괜찮다고 보나?”
“저야 딱히 거부감은 없습니다. 사실 이대로라면 혈궁과 중원을 양분하는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혈궁보다는 흑도가 서로 공생하기 좋지 않겠습니까?”
“후우. 내 실책일세. 혈궁이든 흑도든 머리를 못 쳐들도록 눌렀어야 했거늘.”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고 봅니다. 그간 100년간 백도의 세상이었지 않습니까.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지요.”
“나도 그리 생각하네만 다른 이들은 생각이 다를 거야. 흑도와 공생한다는 생각 자체를 태생적으로 싫어하는 이들이 과거 구파일방, 현재 강호팔문의 세력들이지. 그나마 세가 쪽은 좀 낫긴 하지만.”
“흑천맹의 설립 자체는 몰라도, 그가 대종사가 되는 건 막을 수 없을 겁니다.”
“허허. 거참. 쉽지 않은 문제야.”
잠시 고민하던 모용천이 고개를 들었다.
“아직 시간이 있다고 했지?”
“예. 자신이 흑도의 우두머리들을 무릎 꿇리는데 한 달을 보더군요.”
“이쪽 일이 거의 마무리되어가니 맹으로 가봐야겠군. 총군사와 상의를 해봐야겠어.”
“언제쯤 가실 겁니까?”
“보름 정도만 더 있다가 가면 되겠군.”
“알겠습니다. 그럼 저도 같이 가죠.”
“그래 주겠나?”
“아무래도 직접 본 사람이 설명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표국은?”
“표국은 이제 제가 없어도 잘 돌아갑니다. 특히 이번에 황궁과 직접 거래하는 업체로 선정되어 관군들이 지켜주니 더할 나위 없지요. 표행은 장로들이 잘 이끌어줄 테고.”
“좋군. 그럼 내가 올라가는 길에 표국에 들를 테니 그때 함께 올라가세나.”
“알겠습니다.”
임요성이 밖으로 나오니 연무장에 염위평과 여산홍, 그리고 풍귀까지 은신을 푼 채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 맹주님.”
염위평이 모용천을 발견하고 달려왔다.
“뭐하나? 대련이라도 하고 있었던 것인가?”
“예. 그래도 제자라면 제자인데, 한 번씩 봐줘야죠.”
“옆에는 못 보던 얼굴인데?”
모용천의 물음에 풍귀가 다가왔다.
“인사드립니다. 임 총사님 옆에서 연락책을 맡은 풍귀라고 합니다.”
“오. 자네가 임 총사의 곁에서 은신하고 있는 그 사람이구먼.”
사실 풍귀가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리면 모용천도 그의 기척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모용천은 위험이 되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임요성과 거리를 벌리지 않았고, 그는 이미 풍귀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예. 이번에 여 호법이 제게 배운 걸 풍귀에게 좀 가르쳐줬다더군요.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 저한테 양해를 구하길래 차라리 그럴 바엔 제대로 가르쳐주고 싶어서 불러냈습니다.”
염위평은 쪼잔하게 자신이 가르침을 전수한 이가 다른 이를 가르쳐줬다 해서 역정을 내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불러서 제대로 가르쳐 주었다.
“흘흘. 그렇지. 이제 우리 시대는 저물고 있지 않나. 새로운 인재들이 우리 자릴 채울 테고, 그 과정에서 우리 늙은이들이 역할을 해주어야 옳은 일이지. 잘했네.”
“예. 맹주님.”
그렇게 여산홍과 풍귀는 실력이 늘었고, 그건 또다시 임요성에게 힘이 되는 일이었다.
* * *
“주군.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모용세가를 나와 마차에 몸을 실은 여산홍이 물었다.
“뭔가?”
어지간해서는 질문을 하지 않는 여산홍이 묻자 임요성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왜 이렇게 무림의 일에 신경을 쓰시는 겁니까?”
“내가?”
“예. 처음 뵀을 때의 주군은 이렇게 외부 일에 의욕적인 분이 아니셨지요. 두혜련 소국주님이나 청풍표국은 그야말로 마지못해 휩쓸리거나 마찬가지 아니었습니까?”
“그렇지. 좀 수동적인 부분이 있었지.”
임요성도 느끼고 있다.
처음 강호에 발을 들였을 때만 해도 강호는 어떤 곳인지 보자는 심정이었다.
그런데 작은 인연으로 큰일에 휩쓸렸고, 그렇게 인연이 커지더니 관계 속에서 감정이라는 것이 싹텄다.
그리고 그 감정은 임요성을 단순한 동행에서 식객으로, 이제는 총사가 되도록 만들었다.
“소국주님과의 관계만 보자면 청풍표국만 그냥 지키고 있으면 되는 것을 이제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계시질 않습니까?”
여산홍은 변해가는 주군의 모습이 싫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가 왜 변해가는지는 알아야 했다.
그것이 호위무사로서 알아야 할 것들이니까.
결정적인 순간 주군의 검으로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해야 한다.
“글쎄. 나도 딱히 어떤 생각을 가진 건 아닐세. 다만 강호에 나와서 많은 이들과 인연을 맺으면서 나라는 존재가 수많은 사람과의 관계로 이뤄져 있다는 걸 깨달았다는 정도?”
잠시 말을 멈추었던 임요성의 말이 이어졌다.
“과거엔 생각할 필요가 없었지. 시키면 시키는 대로, 난 눈앞의 한 사람만 지키면 되었으니까. 하지만 강호에 나와서 나를 따르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그들을 지키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알았지.”
마차 옆에 만들어진 창을 보며 말하는 임요성을 그 앞에서 앉은 여산홍이 말없이 쳐다봤다.
“그리고 내가 힘들 때 도움을 받으려면 그 힘을 나만을 위한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데 써야 한다는 것 정도? 아주 단순한 내용이지.”
그의 말대로 아주 단순한 것들이었다.
아이라도 생각할 수 있는 것.
하지만 생각을 행동을 실천하는 이는 드물다.
그리고 자기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힘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주군은 힘이 있었다.
“하하. 그렇다고 걱정하지는 말게. 이 강호에서 무조건적인 도움은 호구라는 사실도 알고 있으니까. 내가 한 행동의 정당한 대가는 받을 걸세.”
“알겠습니다. 주군.”
고개를 숙이는 여산홍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맺혔다.
주군은 한 사람을 지키던 호위에서 한 조직을 지키는 식객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무림 전체를 아우르는 진정한 ‘대협(大俠)’이 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