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29
청풍표국 최강식객 029화
29화. 청풍표국의 식객 (3)
“하하하! 이게 누구신가 했더니 형장이셨구려!”
거대한 체구에 호목의 사내가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임요성 앞에 섰다.
그리고 그의 옆에 있던 강천 역시 임요성에게 목례를 했다.
“하북에서 말도 안 되게 절 발라버린 형장을 잊지 못하게 이렇게 소주로 한걸음에 달려왔습니다. 그런데 뭔가 분위기가 지저분합니다 그려?”
청년의 정체는 바로 하북팽가의 대공자인 팽원호였다.
사실 그는 이미 임요성을 알고 있었으나, 바로 다가가지 않고 단목란과 둘의 싸움부터 지켜보고 있던 것이었다.
“어머, 대공자께서 왜 이곳에…? 이번 모임에는 참석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요?”
임요성보다 옆에 있던 단목란이 반응했다.
“호오, 이게 누구시오. 광화 단목란 소저 아니시오? 뭐, 그러려고 했는데, 이분께 워낙 인상 깊은 경험을 당했는지라 엉덩이가 들썩거려 바로 오고 말았소. 아마도 소문이 났을 거라 생각되는데, 이분이 바로 날 사뿐히 지르밟으신 무림일성 소협이시오.”
무림일성이란 말에 임요성이 고개를 갸웃했다.
임요성은 몰랐으나 이미 자신에 대한 별호가 목격자들의 입을 통해 생성된 상태였다.
하북성의 악인인 혈루쌍괴를 무참히 죽이고, 진천구성의 한 명인 팽원호조차 사뿐히 꺾었다는 소문이 퍼지며, 무림에 새로운 별이 나타났다며 강호의 매화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매화자(賣話者)란 주로 객잔이나 저잣거리 공연에서 무인들의 영웅담을 늘어놓는 걸로 먹고 사는 이들을 뜻한다.
강호의 거의 대부분의 별호는 이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무림의 선배나, 스승에게 받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드문 경우다.
임요성의 경우 그 엄청난 소문의 파급력으로 드디어 하나 남은 자리를 채워 진천십성으로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도 있었으나 아직 정식으로 신성회에 가입한 것이 아니기에 무림일성(武林一星)으로 합의된 것이다.
임요성의 사문이나 스승이 밝혀진다면 앞의 무림에 그 해당 내용이 들어갈 것이다.
아무튼 강호 출도와 동시에 진천성(震天星)의 자리에 오른 임요성은 아주 특별한 경우에 해당되었다.
하지만 놀란 건 임요성보다는 단목란이었다.
얼핏 팽원호를 비무에서 말도 안 되는 격차로 이긴 신진고수에 대한 소식은 그녀도 여기 소주로 와서 귀동냥으로 들었다.
그런데 이 앞의 사내가 그 자라라니!
애당초 자신의 실력은 팽원호에게도 미치지 못하니, 자신이 당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젠장! 미리만 알았어도!’
그녀의 분위기를 살피던 팽원호가 슬며시 웃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소저도 벌써 무림일성께 호되게 당한 듯한데, 괜히 더 험한 꼴 당하고 싶지 않다면 관심 끄는 게 좋겠소. 이 형장은 내가 먼저 점찍었거든.”
뒷말은 듣기에 따라 굉장히 미묘한 말로 해석될 수 있었다.
모든 상황을 종합해보자면 한마디로 사람은 내가 호감을 가진 사람이니 괜히 일 크게 만들지 말라는 경고가 담긴 말이었다.
“공자….”
단목란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그런 그녀를 보며 팽원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전 이분 형장과 나눌 말이 있어서….”
라고 하는데 옆에서 경호성이 터져 나왔다.
“아, 아니 이게 무슨 난장판이오?”
그는 측간에서 큰 볼일이라도 보고 나왔는지 한참 만에 온 강원찬이었다.
사실 그도 이미 이 상황을 멀찍이서 보고 있었으나, 괜히 시비에 말려들어 봉변을 당할까 싶어 일이 어느 정도 진정된 다음에야 나타난 것이다.
자신의 일행들에게 대충의 이야기를 듣자 강원찬이 임요성을 노려보며 한마디 했다.
“어허, 단목 소저가 훈육에 좀 거칠었기로서니 여인의 뺨을 때리다니! 같은 남자로서 용서할 수가 없구려! 당장 소저에게 사과하시오.”
갑자기 나타난 강원찬의 등장에 모두들 어리둥절했으나, 단목란은 금세 분위기를 이용했다.
“아이, 공자님! 그만두시어요. 저런 파락호랑 얽혀서 공자님의 명성에 흠집이 날까 저어되옵니다.”
살짝 소매 끝을 잡으며 눈을 아래로 까는 단목란의 뇌새적인 모습에 강원찬의 가슴이 더욱 달아올랐다.
“허허! 소저는 가만히 계시오! 정녕 사과하지 않겠다면, 내 아버지께 일러….”
“당신은 누구요?”
팽원호의 말에 강원찬의 입이 홉 다물어졌다가 미간을 찌푸리며 으르렁거렸다.
“난 이곳 소주부 지부대인의 둘째 아들인 강원찬이오! 그러는 그대는 누구요?”
“호오. 그러시군요. 전 팽가의 대공자인 팽원호외다. 그대는 관무불가침도 모르오? 우린 다 무림인인데, 그럼 어떻게, 2대2로 한번 붙어볼까? 강호는 문답무용! 오로지 힘으로 시시비비를 가리는데?”
팽원호가 강하게 나오자 강원찬이 헛기침을 연발했다.
“커허험! 하북성 팽가의 자제분이셨구려. 흠흠. 강호의 일에 나설 수도 없고, 참으로 난감하군.”
“공자님, 지금 약속에 늦으셔서 빨리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재빠르게 분위기를 눈치챈 하인이 옆에서 거들자 강원찬이 반색했다.
“큼. 이 일은 내 나중에 다시 짚고 넘어갈 테니 그리 아시오들. 난 다른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소. 커허험.”
갑자기 쓰윽 물러가 버리는 강원찬의 모습에 단목란이 황당한 표정이 되긴 했지만, 이내 표정을 수습했다.
“흥. 어떻게 듣보잡 표국의 식객 주제에 이런 인맥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만 이번 일은 결코 잊지 않겠다. 가자!”
그렇게 내뱉고는 단목란의 일행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두원호 역시 낭패라는 표정으로 황급히 그녀의 뒤를 따라나섰다.
그 모습을 시종일관 조소 어린 표정으로 보던 팽원호가 한번 피식 웃더니 고개를 돌려 임요성을 쳐다봤다.
“원래 빈 수레가 요란한 법이지요. 그렇다 한들 형장께는 큰 위협이 되진 않겠지만.”
팽원호가 눈을 찡긋하자 임요성도 포권을 취했다.
“아무튼 공자 덕분에 시끄러워질 일이 잘 마무리되어서 다행이오. 고맙소.”
그러자 팽원호가 황급히 포권으로 화답했다.
“에이, 뭘 그렇게 내외하시오. 별로 긴장한 얼굴도 아니시구먼.”
사실 그의 생각대로 임요성은 별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가 걸어온 길에 비하면 이런 알력 다툼은 애들 투닥거림에 지나지 않았다.
뭣하면 몰래 가서 단목세가주의 목을 따 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한 임요성의 마음을 누가 들여다봤다면 경악을 금치 못했으리라.
“보아하니 아직 식사도 제대로 못 한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제 일행과 합석하는 것이?”
팽원호의 말에 임요성이 뒤를 돌아보자 풍림개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로서는 이렇게 정보도 얻고, 좋은 음식도 얻어먹을 기회를 놓칠 턱이 없었다.
“좋소.”
“오! 풍림개님도 오랜만이십니다. 소문에 강소성으로 자리를 옮기셨다던데, 그 말이 맞았군요?”
“크흠. 뭐 그리됐네. 아무튼 반갑구먼.”
“주임님, 여기 자리를 새로 잡아주세요. 제가 누구냐면….”
“하하. 알고 있습니다. 일행분들 말씀 나누는 걸 들었지요. 진천구성의 일성이신 팽가의 대공자님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쪽에 경치가 죽이는 특별석을 내어드릴 테니 저쪽으로 옮기시죠.”
관리 주임의 발 빠른 대처에 팽원호와 임요성의 일행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하하. 혹여 형장과 만… 아, 그러고 보니 형장께서 나이가 어떻게 되시오?”
팽원호가 자리를 앉자마자 임요성에게 물어왔다.
“스물여덟이오.”
“헉! 저와 갑장이시구먼! 역시 보통 인연이 아닌 줄 알았소. 어떻소? 같은 무반끼리 말을 편하게 하는 것이?”
“아니 뭐 그렇게 갑자기….”
하지만 팽원호의 넉살은 요지부동이었다.
“에이. 원래 사해가 동도라는데 이런 필연이랄 수 있는 인연으로 만난 우리가 어디 보통 사이인가? 편하게 하세나. 응? 응?”
무슨 필연과 같은 인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임요성은 계속 치근대는 팽원호에게 귀찮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뭐, 그러던지.”
“하하! 역시 화통하구만! 내 이렇게 좋은 친우를 얻었으니 오늘 술은 제가 다 쏘겠다!”
“팽 공자님, 혼자만 기분 내지 마시고, 우리한테도 소개를 좀 해주셔요.”
임요성의 맞은편에 앉은 귀여운 인상의 여인이 배시시 웃으면 물었다.
“아, 참! 이거 실례를 했군. 여기 친구는 얼마 전 나와 비무를 통해 알게 된 분으로….”
“호오. 팽 공자께서 입이 닳도록 말씀하시던 바로 그분이군요. 듣기로 무림일성이라는 별호도 얻으셨다고?”
끼어든 덩치 큰 사내의 말에 팽원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워낙 대판 깨져놔서 자존심 상할 것도 없었지.”
자신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자 임요성이 두 사람을 향해 가볍게 포권을 취했다.
“반갑소. 임요성이라 하오.”
“전 황보세가의 황보익이라고 합니다.”
“태산검문의 조영영이라고 해요.”
거구의 사내와 귀여운 인상의 여인이 동시에 자기를 소개했다.
“흐흐. 난 풍림개라고 하네. 여기 강소성 개방 분타주라네.”
산동에 위치한 황보세가의 이공자인 황보익이나, 그의 연인이자 산동 태산검문의 삼공녀인 조영영은 강소의 개방 분타주를 알아봐야 큰 실익은 없었다.
조영영은 신성회에 가입될 정도의 실력은 아니었지만, 신성대연에 참가하러 온 황보익을 따라온 것이다.
신성대연은 신성회원들 간 친목 도모의 자리였기에, 연인이나 친구, 또는 가족에 한해 한 사람 정도는 동반 참석이 가능했다.
물론 회의 자리에는 참석이 불가했지만.
조영영이 싱긋 웃으면 풍림개의 말을 받았다.
“하북에 계실 때부터 이름은 많이 들어봤어요.”
그녀의 말에 풍림개가 씨익 웃었다.
“소저는 모르겠지만, 난 자주 봤지.”
“어머, 그러셨나요? 혹시…?”
조영영이 귀엽게 눈을 흘기자 풍림개가 손사래를 쳤다.
“하하, 그렇다고 오해는 마시게. 훔쳐본다거나 뭘 캐려고 한 게 아니라 우연히 태산검문주님을 뵈러 갔다가 먼발치에서 몇 번 봤을 뿐이니.”
“아, 그러셨군요. 그나저나 옆에 계신 이 미모의 여성분은 누구…?”
조영영이 임요성과 매영옥을 번갈아 쳐다보자 매영옥이 고개를 숙였다.
“전 여기 임 공자님의 개인 호위입니다.”
아까와는 또 다르게 진중한 모습의 그녀였다.
“하하, 형님 참 능력도 좋으시우. 언제 이렇게 호위를 또 만드셨데? 여기 이쪽은 내 호위인 강천이라고 하오. 두 분 인사나 하지?”
팽원호가 짓궂게 눈을 찡긋거리자 살짝 미간을 찌푸린 강천이 마지못해 매영옥에게 인사를 했다.
“반갑소. 강천이라고 하오.”
그의 인사에 매영옥이 별다른 대꾸 없이 고개를 숙였다.
“푸하하. 강천 호위가 차인 건가?”
“큼. 공자님!”
“흐흐, 알았어, 알았어.”
둘은 반대쪽으로 걸어가 호위를 섰고, 팽원호가 다시 대화를 주도하는 사이 음식이 나오고, 분위기도 무르익어 갔다.
임요성은 비슷한 연배의 남녀가 모여 당장 내일 죽을 걱정 없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 살짝 기분이 가라앉았다.
과거 불량인 시절 이들과 비슷한 나이, 비슷한 시기에 오로지 훈련만을 하고, 나중에는 피의 아수라장에 빠져 허우적댔던 때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분위기에 따로 내색하지는 않았고, 그렇게 임요성은 강호 출도 이후 또 하나의 인연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각자 반대 방향에서 호위를 서고 있는 매영옥을 강천이 힐끔 쳐다보다가 우연히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이렇게 인연은 또 다른 곳에서도 만들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