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39
청풍표국 최강식객 039화
39화. 묵천에 이는 흑풍 (5)
소주검문(蘇州劍門)은 소주에 자리 잡고 있는 검가(劍家)로 일대에서 손에 꼽히는 무가였다.
가주는 강태춘으로 절정의 끝에 다다른 고수였으며, 강소성 일대에 이름을 날리고 있는 검사이자, 성급고수였다.
중원 무림에은 먹이사슬의 가장 꼭대기에 상천십좌(上天十座)가 있었다.
그들은 강호 무림을 이끌어가는 절대 고수들이었다.
그 아래로 우내십존(宇內十尊)이라 불리는 열 명의 초고수들이 있었다.
그들을 포함한 100명의 고수들을 중원 무림은 천하백대고수로 불렀다.
화경의 절대고수인 상천십좌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초절정의 무인들로서 중원 무림의 경외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그들 백대고수를 제외한, 한 성(省)을 중심으로 활약하는 이들을 무림인들은 성급고수라고 하여 존중을 표했다.
그들의 수는 대략 한 성에 열 손가락을 넘지 않았으니, 천하로 보면 이백 명이 채 되지 않았다.
바로 강태춘이 이 성급(省級)고수에 속하는 이였다.
“불길하군.”
“어이 그러십니까?”
집무실에서 차를 마시던 소주검문의 문주인 강태춘이 창밖을 보며 말하자, 맞은편에 앉은 중년인이 물었다.
“자고새 우는 소리가 슬프게 들리는 것이, 꼭 월나라의 멸망을 노래하는 것 같군.”
“하하. 갑자기 왜 그렇게 감상에 빠지셨습니까. 지금쯤 청풍표국은 따님의 손아래 떨어졌을 터인데요.”
앞에 앉은 소주상단의 단주가 웃으며 받았다.
“하긴. 그 우유부단한 사위 놈이 뭘 할 수 있겠나. 내 그래서 애당초 화아의 결혼을 반대했거늘… 결국 끝이 안 좋군.”
“영애께선 이제 시작인 게지요. 문주께서 잘 밀어주시면, 손주분과 함께 청풍표국을 강소를 대표하는 표국으로 성장시킬 겁니다.”
거듭 좋은 말을 해주는 상단주를 보며 피식 웃은 강태춘이 식은 차를 데우기 위해 일어나던 순간,
“음?”
뭔가 소란스러움이 들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병장기를 주고받는 소리와 비명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런!”
찻잔을 집어 던지며 벽에 걸린 검을 챙긴 강태춘이 창문을 박차고 밖으로 내려섰다.
소란이 들리는 곳으로 경신술을 전개해 달려간 곳에는 이미 소주검문의 광혼대와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들이 대치하고 있었다.
쳐들어온 이들의 숫자는 얼핏 봐도 백 명 이상이었고, 벌써 꽤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어 외원을 피로 적시고 있었다.
“웬 놈들이냐!”
강태춘의 호통에도 복면인들은 음산하게 웃을 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때 그들의 뒤에서 쇠를 칼로 긁는 듯한 목소리가 들여왔다.
“크흐흐흐, 강 문주. 오늘은 소주검문이 강호사에서 지워지는 날이 될 것이오.”
머리에 번개를 맞은 것처럼 사방으로 뻗친 머리를 한 거구의 사내가 천천히 걸어오자 다른 이들이 길을 내주었다.
“뭣이? 그게 무슨 소리냐!”
“뭐, 우리 같은 청부낭인들은 이유는 생각하지 않소. 의뢰 내용에 맞는 돈이 입금되면 움직일 뿐이오. 참고로 우린 독사갈 낭인대라고 하오.”
“이, 이런….”
독사갈 낭인대라면 그 이름처럼 독하기 그지없는 청부 낭인들의 집단이었다.
소문도 소문이지만 내뿜는 기도와 분위기로 봤을 때 보통 이들이 아니란 걸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흐흐. 거기 옆에 계신 양반. 우린 소주검문만 지우고 다른 무고한 이는 건들지 말라는 명을 받았으니, 지금 가겠다면 잡지 않으리다.”
얼떨결에 따라온 소주상단의 단주는 쭈뼛쭈뼛 눈치를 보더니 바로 줄행랑을 쳤다.
“저, 저…!”
강태춘이 어금니를 악물었으나 욕을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거구의 사내, 독사갈 낭인대 대주의 손짓에 낭인대가 성난 파도처럼 문주와 뒤에 선 호법대를 덮쳐갔다.
강태춘의 격려 아래 최선을 다하는 소주검문의 무사대였으나 야수 같은 그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날 밤 소주검문은 소주에서 지워졌고, 한밤중 어우러진 칼부림에 많은 목숨이 스러져갔다.
그리고 그들의 머리 위로 자고새 한 마리의 애처로운 울음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 * *
동이 트기 직전까지도 소주제일루의 최상층은 불이 꺼지지 않고 있었다.
스륵.
문이 열리고 백웅이 초췌한 모습을 드러냈다.
“공자. 일이 틀어졌소.”
꿈틀.
술잔을 들던 단목룡의 손이 멈칫했다.
단목룡은 금방 소주검문이 지워졌다는 연통을 받았다.
그래서 흡족하게 따뜻하게 데워진 술을 마시던 중이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변수가 생겼다?
“그게 무슨 말이오? 내가 지금 뭔가 잘못 들은 건가?”
입은 웃고 있었으나, 눈은 서릿발처럼 차가웠다.
“식객이라는 자가 도저히 내가 어찌해 볼 수 없을 정도의 고수였소. 겨우 란 아가씨와 빠져나올 수 있었소.”
쾅!
거세게 탁자를 내려친 단목룡의 눈알에 핏발이 섰다.
“그게 무슨! 지금 그 말을 나더러 믿으란 말이오? 백 호법 당신 초절정의 고수 아니었소? 그런데 당신이 어찌해볼 수 없는 자라고? 어디 우내십존이라도 떴단 말이오!”
단목룡의 고성에 백웅은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가 붙여준 호법대인 천망대의 삼조가 전멸했고, 그건 어찌 됐든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선택은 실로 탁월했다.
조금만 더 지체했다면 단목란과 백웅은 이리 몸 성히 표국을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기민한 판단과 신속한 행동으로 둘은 목숨을 보전할 수 있었다.
물론 단목룡에게는 말해줘도 믿지 않을 테지만.
“입이 있다면 말을 해보시오! 청풍표국의 식객이라면 이제 이립도 되지 않은 자라 들었는데, 그런 자가 백 호법 당신을 이길 정도라고!?”
솔직히 자신도 눈앞에 서 있는 중년 무인을 이길 자신이 없다. 그런데 그 식객이?
백웅의 침울한 목소리가 들렸다.
“무사들을 잃은 건 송구하게 생각하나 정말이오. 만약 내가 나섰다면… 아가씨가 위험했을 것이오.”
“이익!”
탁자 위에 있던 술잔을 집어 백웅에게 던지려던 단목룡이 자신의 손으로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아무리 가문의 직계라고 하나 아버지의 호위대에 속한 백웅을 함부로 대할 수는 없었다.
묵묵히 서 있는 백웅을 보며 눈을 부라리며 씩씩거리는 단목룡이었으나 더 이상 뭐라 할 수가 없었다.
동생이 죽을 수도 있었다는데 뭐라고 한단 말인가.
“란이는 어딨소!”
“충격이 심해 오는 길에 단목세가의 소주분가로 들여보내고 오는 길이오. 나중에 물어보면 내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될 것이오.”
“젠장!”
몸을 돌려 창밖을 보던 단목룡이 거칠게 소리쳤다.
“알겠으니 나가보시오!”
백웅이 살짝 고개를 숙인 뒤 방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그의 눈에 이채가 스치고 지나갔다.
‘아직 룡 공자에게 모든 걸 말할 순 없다.’
만약 그의 정체를 알린다면 공자의 성격에 필시 공을 세우기 위해 설칠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죽음으로 이어지겠지.
자신도 직접 눈으로 보지 못했다면 호승심에라도 붙어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직접 그 무공을 본 백웅의 직감은 섣불리 그를 건드려선 안 된다고 경고를 하고 있었다.
단목인을 빨리 만나 이 사실을 알리려는 것도 경고를 하기 위함이지, 어쭙잖은 복수나 반격의 이유가 아니었다.
그리고 백웅이 나가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는 한 점소이가 있었다.
마치 계단을 청소하는 듯 자연스러운 그의 시선은 이미 백웅과 단목룡의 대화를 들은 뒤였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행동에 둘은 그의 기척을 잃지도 못했다.
백웅이 나간 뒤 위에 놓인 술병을 들어 목에 들이부은 단목룡이 호출을 받고 달려온 호상희에게 소리쳤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청풍표국 내부의 상황을 알아내! 세세한 것 하나라도!”
“아, 알겠어요.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인원을 풀도록 하겠습니다.”
“당장!”
단목룡의 고성에 호상희가 부리나케 방에서 빠져나갔다.
갑자기 잠을 자다 불려온 호상희는 난데없는 호통에 울컥했지만,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화영.”
스르륵.
나지막한 그의 부름에 한 붉은 옷을 입은 한 인영이 나타났다.
당장 강호의 사교계에 입성하면 뭇 남성들의 선망 어린 눈초리를 받을 정도의 외모를 지닌 여인이었다.
“부르셨나이까.”
“후우! 너도 들었지?”
“네.”
“그래. 너도 가서 좀 알아보거라. 저놈들만 믿기에는 내 마음이 답답하구나.”
“알겠습니다.”
“….”
그리고 다시 사라지는 그녀를 보던 단목룡이 밤을 새워 상황 보고를 기다린 탓에 피곤해진 눈두덩이를 문질렀다.
그 정도의 고수는 하루 정도 잠을 자지 않아도 상관이 없었지만, 일이 틀어졌다는 말에 급격히 피로가 몰려들었다.
설마 아닐 것이다.
백웅은 아버지의 호법 중 한 명으로 천하백대고수에 들어가는 고수였다.
자신조차도 어찌할 수 없는 실력을 지닌 이가 손도 못 써 보고 도망을 쳤다고?
그의 자존심에 절대 그럴 리가 없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자신과 비슷한 연배의 청년이라 들었다.
현 진천구성에서도 사대성이라 불리는 자신과 무당의 의찬도장, 남궁세가의 남궁헌, 팽가의 팽원호 등 아직 초절정의 관문을 뚫은 이는 아무도 없다.
그런데 사문도 모르는 강호 초출의 청년이 초절정의 백웅을 당할 리가 없다.
그 팽원호를 이겼다는 말은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비무. 모질지 못한 팽원호의 성격상 대충 적정선에서 절충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은 목숨이 걸린 실전.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도 실력을 발휘했다고?
어디 전쟁통이라도 돌다가 귀환한 전귀(戰鬼)라도 된다는 말인가.
“후우.”
자신의 생각이 당연한 것인데도 지금 단목룡의 가슴은 이상하리만치 진정이 되질 않고 있었다.
* * *
휘익― 타닥.
파바박!
한 인영이 빠른 속도로 소주를 빠져나가 장강에 접근하고 있었다.
실로 놀라운 경신술. 허공을 박차고 나아간다는 허공답보는 아니었으나, 풀 위를 밟고 뛰는 초상비 정도는 되었다.
쉼 없이 용천혈에서 내기를 뿜어내고 있는 사내는 바로 백웅이었다.
‘빨리 가주님께 알려야 한다!’
백웅은 단목룡을 만나 보고를 하고 난 뒤, 호상희에게 임요성에 대한 정보를 받았다.
가주에게 보고하려면 그래도 어느 정도 정보의 틀을 갖춰야 했다.
무턱대고 가서 묵천의 후계자가 나타났다고 하면 아무리 그라도 욕먹을 일이다.
약간의 정보를 받은 그는 다시 단목란을 찾아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고, 급한 보고가 있어 가주님을 뵈러 간다는 말만 남긴 뒤 곧바로 움직였다.
아직 습격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거라고 짐작한 그의 판단은 보통의 인물이라면 맞았겠으나 그 잠깐의 여유가 백웅에겐 천추의 한이 된다.
파라라라락!
“헙!”
파바바바박!
바닥에 꽂히는 수많은 도기의 흔적들에 백웅의 가슴이 철렁했다.
“어딜 그렇게 바삐 가시오?”
“무, 묵천군! 벌써!”
자신의 눈앞에 표홀히 내려서는 임요성을 보며 백웅의 눈이 절망적으로 변해갔다.
“묵천군? 역시 날 알고 있었군. 아니 스승님을 알고 있었어. 어떻게 알았소?”
임요성이 고개를 갸웃하며 긴장감 없는 말투로 중얼거렸지만, 백웅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임요성은 국주를 안전하게 모신 다음 즉시 구용식에게 단목란과 단목세가의 호법을 찾으라고 지시해두었다.
새벽같이 찾아온 구용식에게 소주검문이 멸문당했다는 보고와 함께 백웅의 위치를 전해 듣자마자 움직인 것이다.
임요성이 단목세가의 분가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백웅이 단목세가로 발을 옮긴 뒤였다.
그러나 이미 그의 행적을 감시하고 있던 천도에게 백웅이 양주의 단목세가로 향했다는 말을 듣고는 극성으로 경공을 펼쳤고 그를 따라잡기에 아무런 부족함이 없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정체을 알고 있는듯한 느낌을 준 단목세가 호법이 마음에 걸린 임요성의 실로 빠른 대처였다.
백웅을 바라보는 임요성의 눈이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