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84
청풍표국 최강식객 084화
84화. 시작되는 연회(3)
경비무사의 정중한 부탁에 홍국헌이 초청장을 보여주었고, 무인은 초청장을 확인하고는 살짝 임요성을 곁눈질로 쳐다봤다.
그들도 이번 연회 최고의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임요성을 보자 호승심과 함께 호기심이 동한 것이다.
물론 임요성이 명문세가나 대문파의 자제였다면 그런 표정조차도 짓지 못했겠지만 임요성은 개의치 않았다.
금테가 둘린 초청장은 주요 인사들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다.
연회장에서도 비무대 쪽에 더 가깝게 위치한, 진천구성과 지척에 앉을 수 있는 자리를 내어주게 된다.
무인이 세 사람이 들어갈 수 있도록 길을 터주며 방향을 가리켰다.
“저쪽으로 가셔서 말을 맡겨두시면 됩니다.”
말을 맡긴 세 사람은 하인의 안내에 따라 연회장으로 이동했고, 단상을 지나는 동안 사람들의 수군거림과 관심, 그리고 선망과 질투의 시선을 느껴야 했다.
임요성 일행은 그들의 시선 속을 지나 휘황찬란한 막사가 처져 있는 곳으로 안내되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진천성들의 가문별, 문파별로 따로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고, 끝 쪽에 청풍표국이라는 패목이 꽂혀 있는 곳으로 안내되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내빈 전용 막사를 제외한 아홉 개의 특별 막사가 준비되었지만, 이번에는 한 개가 더 준비되었다.
무림일성이라는 별호를 얻은 임요성을 위한 나름의 배려라면 배려였다.
그들이 막사로 이동하던 그때였다.
“오오! 드디어 만나 뵙게 되는군요! 무림일성 임요성 공자! 나 남궁헌이라고 하오.”
함박웃음을 지으며 다가오고 있는 이는 바로 안휘성의 패자이자, 현 무림팔가의 한 축인 남궁세가의 대공자, 남궁일성 남궁헌(南宮仚)이었다.
현 강호는 과거 구파일방에서 멸문한 곤륜파의 빈자리로 인해 팔대문파가 된 강호팔문과 이권을 위주로 담합을 통해 성장한 팔대세가, 무림팔가가 교묘히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강호팔문은 소림, 무당, 화산, 점창, 아미, 공동, 종남, 항산이었고, 무림팔가는 남궁가, 팽가, 당가, 단목가, 모용가, 서문가, 황보가, 언가였다.
그중 무림팔가의 수장 격이라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남궁세가였다.
만약 천하제일가를 꼽는다면 첫손가락에 꼽힐 명가 중의 명가.
그 명가의 대공자인 남궁헌은 멋들어진 상투관에 먼지 한 톨 없을 것 같은 새하얀 비단 무복을 입은 채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야말로 명문세가의 공자란 이런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듯 수려한 외모를 자랑했다.
그는 중원 최고의 후기지수들인 진천구성 중에서도 무당의 의찬도장과 함께 운중룡이라 일컬어졌다.
그들의 비무 성적은 2승 2패로 정확히 동률을 이뤘다.
둘의 재대결은 신성대연의 최고 화제임과 동시에 모든 강호인이 주목하는 관심사였다.
원래라면 백도 무림계를 양분하고 있는 강호팔문과 무림팔가의 두 세력의 후기지수들 또한 그렇게 세력이 양분되어야 했는데, 남궁헌이 의찬과 붙어 다니면서 신성회의 분위기 역시 뒤죽박죽이 되었다.
오늘도 무당의 의찬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임요성이 들어서자 멀리서부터 눈을 떼지 못하고 있던 그였다.
남궁헌이 친근한 웃음을 지었다.
“팽 아우를 꺾었다는 소식을 듣고 어찌나 몸이 근질거리던지.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한 번 붙어봅시다.”
시원시원한 성격이 팽원호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광입니다. 남궁일성 공자.”
임요성이 정중히 포권을 취했다.
혹시나 퉁명스럽게 대하면 어쩌나 생각했던 홍국헌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그건 임요성을 몰라서 한 기우였을 뿐이었다.
그는 불량인 시절 숱한 정치적 언행을 펼쳤던 삼황자 곁에서 그를 밀착 수행한 수신호위였다.
만인지상의 자리인 황제에 오르기 위해선 무력만 앞세워선 안 된다.
적절히 치고 빠지는 처세술 또한 중요했고, 현 황제는 가장 빨리 숙청될 거라는 예상을 깨고 황권을 거머쥔 사람이다.
당연히 그의 모든 것을 지켜본 임요성이 처세술을 모를 리 없다.
상대를 배려해서 적절히 비유를 맞춰주는 건 안 해서 안 했을 뿐이지, 몰라서 못 한 게 아니다.
지금 자신은 혼자의 몸이 아니다. 청풍표국의 식객으로 소국주인 두혜련을 수행하는 자리.
당연히 몸가짐을 조심하는 건 당연했다.
진천구성을 모두 적으로 만들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나에게 비무 신청을 받고도 당황하지 않는 당당함과 적절한 예를 갖추다니. 소문에 듣던 것처럼 산에서 수련만 하다 뿅하고 나타난 건 아닌 모양이오?”
면전에서 이런 말을 하기도 어려울 텐데, 어떤 의미에선 이런 모습마저도 진천성다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 임요성이 별다른 대꾸 없이 미소만 지었다.
남궁헌이 뭔가 말을 하려는데 뒤에서 들려오는 우렁찬 목소리에 막혔다.
“어익후! 이 친구야 왔으면 응당 나에게 먼저 달려왔어야지!”
손을 크게 흔들며 다가오는 팽원호를 보며 임요성이 담담히 말했다.
“잘 지냈나?”
팽원호와 황보익, 조영영은 신성대연의 준비로 그동안 잠시 각자의 소주분가에 있었다가 오늘 만난 것이다.
“하하! 그럼! 자네도 별일 없었지?”
많은 일이 있었으나 여기서 그런 얘길 나눌 때는 아니었다.
“오호, 오늘은 제수씨와 함께하는 나들이로군.”
팽원호의 능청에 두혜련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제, 제수씨…라니요….”
하지만 역정이 아닌 뭔가 더 하라는 듯한 표정이 말투와는 전혀 따로 놀았다.
임요성도 생각지도 못한 단어가 튀어나오자 살짝 당황했다.
“큼! 언사를 조심하게. 이제 정식으로 표국의 소국주가 되었으니.”
임요성이 짐짓 미간을 찌푸리자 팽원호가
“흐흐흐. 알겠네, 알겠어. 빡빡하긴. 난 자네 얼굴이 훤하길래 나 없는 사이에 뭔가 있었나 싶었지. 뭐 말이랑 표정은 좀 다르긴 한데 내가 뭐 힘이 있나.”
“거 사람 참.”
둘이 투닥거리는 사이 뒤에 서 있던 황보익과 조영영도 인사를 했다.
“형님, 오셨습니까.”
“반가워요, 언니!”
두 살 어린 조영영은 두혜련을 보며 금방 언니라 부르며 친해졌었다.
“응, 안 보던 사이에 예뻐졌구나.”
“언니두요. 뭘 드셔서 피부가 그렇게 뽀얘지셨어요?”
임요성과 팽원호가 보기엔 둘 다 그다지 변한 것 같진 않았지만, 이럴 땐 가만있는 게 상책이라는 것은 그들이 젊은 나이에 고수가 된 것을 증명하듯 눈치로 충분히 알 수 있는 것들이었다.
“나도 좀 소개시켜 주게나.”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무당의 도복을 입은 사내.
작은 키에 호리호리한 모습이 전혀 무공과 어울리지 않았으나 그가 바로 무당일성 의찬(義讚)이었다.
“오! 인사하세요 형님. 이분이 또 제가 좋아하는 무당의 의찬도장이십니다.”
팽원호가 옆에서 소개를 해주었고, 두 사람이 포권을 취하며 서로의 기도를 살폈다.
물론 의찬은 얼굴에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
“허어. 소문이 덜할 때가 있었군요. 실로 대단합니다.”
자신의 눈에 전혀 가늠이 되지 않는 기도라니!
그렇게 진천구성 중에서도 성격이 활달한 이들이 다가와 인사를 나누는 사이 다른 이들은 자신들에게 배정된 막사에서 임요성에 대한 호승심과 호기심을 숨긴 채 지켜보기만 했다.
그건 뒤에 멀찍이 떨어져서 이 모습을 훔쳐보고 있던 단목룡 역시 마찬가지였다.
임요성이 나타날 때부터 이미 속으로 경악을 하던 그였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보다 경지가 높다는 것은 아니라고 애써 위안 삼았다.
기도를 숨기는 무공을 익혔거나, 자신과 비슷한 경지라고.
그리고 비슷한 경지라면 이번에 열릴 비무 행사에서 절대 자신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옆으로 고개를 돌리던 단목룡의 몸이 뻣뻣하게 굳어졌다.
지금까지는 임요성에게 신경을 쓰느라 제대로 보지 못했으나 그의 옆에 서 있는 두혜련의 얼굴을 본 단목룡의 가슴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 본 여인들과는 느낌이 달랐다.
‘내가 왜 이러지?’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두혜련의 얼굴에 빨려들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때 어디선가 호통이 들려와 정신이 번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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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아! 무슨 강아지 새끼마냥 꼬리를 치고 있는 게냐! 썩 이리로 오지 못하겠느냐!”
귀가 윙윙거릴 정도로 걸걸한 목소리가 난 곳을 보니 황보세가의 패목이 꽂혀 있는 막사였다.
“형님! 무슨 말씀을 그리하십니까!”
황보익이 얼굴 벌게지며 자신의 형인 황보혁에게 소리쳤다.
황보일성 황보혁(皇甫赫). 황보세가의 대공자이며, 산동성 최고의 후기지수인 그는 거침없는 성격으로 주위에 적이 많았다.
하지만 워낙 무공이 출중해 적어도 황보세가가 있는 산동성 내에서 그에게 뭐라고 할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그 점이 그를 안하무인으로 만든 이유였다.
“허어! 이놈 보게. 평소엔 끽소리 못 하던 놈이! 제 애인 앞이라고 목에 힘을 주는 게냐!”
아무리 형제라도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예의를 보여야 하건만 그의 사전에 예의란 없었다.
“후우. 형님 죄송합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리지요.”
사실 황보혁의 말대로 황보익은 어릴 적부터 말수도 드물고, 소심한 성격이었다.
그런데 팽원호와 교류하면서 많은 이들을 만나고, 조영영과 연인이 되면서 조금씩 성격이 밝아지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지금까지 보아왔던 진천성들의 경지를 월등히 뛰어넘는, 물론 자신만의 생각이지만, 임요성을 만나고부터는 진천성 또한 결국 우물일 뿐이었다는 사고의 틀이 크게 넓어진 그였다.
“괜찮다. 괜히 나 때문에 가족들 간에 싸울 필요는 없으니 어서 가보거라.”
임요성의 담담한 말에 황보익이 고개를 저었다.
“싫습니다. 전 여기 있겠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조영영도 황보익의 팔짱을 끼며 웃었다.
“그럼 저도 여기 있을래요.”
그녀 역시 이번 신성대연이 거북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소주에 태산검문의 분가를 키우기 위해 황보익과 같이 신성대연에 딸려 보낸 아버지의 결정이 싫었던 그녀였다.
물론 연인과 같이 이런 곳에 오는 것 자체는 좋았다.
하지만 신성대연에서 이런저런 유력 가문에 먼저 다가가 가문의 영업을 해야 한다는 것은 정말 짜증 나는 일이었고, 사실 지금도 전혀 그런 친목질은 하지 않고 있었다.
“이 녀석이 그래도! 우연히 비무 한번 이긴 게 무슨 대수라고!”
그러자 팽원호의 얼굴이 굳어졌다.
“황보혁. 지금 그 말은 나를 무시하는 건가? 우연히? 내가 우연히 질 정도로 허술하다는 뜻인가?”
그러자 황보혁이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흥. 일 년 전에 나한테 이겼다고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하나? 네가 그렇게 실실거리며 돌아다니는 사이 난 피눈물을 흘리며 고련했다. 오늘 너의 그 잘난 자존심을 너의 백호도(白虎刀)와 함께 부셔 줄 테니 벌써부터 열 올리지 말라고.”
“그래? 굳이 비무 행사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겠나? 지금이라도 그때는 봐줬던 자네의 손모가지를 잘라줄 수도 있는데.”
“크큭. 팔가를 배신하고 팔문에 붙더니 눈에 뵈는 게 없나 보군.”
황보혁의 말은 옆에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남궁헌의 얼굴까지 굳게 만들었다.
“그거 날 들으라고 하는 소린가?”
황보혁이 피식 웃었다.
“글쎄.”
“재능 앞에 노력은 아무 힘이 되지 못한다는 걸 보여줘야 하는가!”
남궁헌이 눈을 부릅뜨는 순간 중년의 사내가 단상으로 올라와서 주의를 환기시켰다.
그는 단목세가의 분가주 단목환이었다.
진천구성들이 모이면 으레 있는 장면이라 딱히 놀라지도 않았다.
하지만 자신들이 주최를 하는 행사에서 괜히 식이 시작하기도 전에 파장이 나는 건 사양이었다.
내공이 실린 그의 말이 연회장을 넘어 군중들이 밀집해 있는 곳까지 촘촘히 퍼져나갔다.
“먼 곳에서 귀한 걸음 해주신 중원의 동도 여러분, 강호 제일의 축제인 신성대연을 개최하도록 하겠습니다. 연회의 꽃인 비무제에 앞서 저희가 준비한 식전 행사를 관람해 주시기 바랍니다. 실제 돈 주고 보려면 돈 많이 깨지는 공연들이니 눈 떼지 말고 봐주십시오. 그리고 소주의 이름난 음식점의 분소들이 각자의 장기를 뽐내기 위해 준비 중이니 허리띠 풀어두고 모두 즐겁게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소주 무림의 강자이자 현시점 소주 무림을 접수할 가장 유력한 후보인 단목환의 농이 섞인 말에 군중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펑! 펑!
하늘로 일제히 폭죽이 솟구쳤고, 군중들은 고개를 들어 입을 벌리며 감탄을 터트렸다.
폭죽이 터지고 분위기가 일변하자 진천구성들이 열기를 식히며 각자의 막사로 돌아갔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소주의 곳곳과 중원 각지에서 그들에게 얼굴도장을 찍기 위한 이들의 엉덩이가 동시에 의자에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