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58
156. 광검제 (4)
「광검제가 도전자 한성윤에게 후계 시험을 치를 자격을 부여합니다.」
광검제(光劍帝).
오래전에 등선했다는 신격이 내게 후계 시험을 치를 자격을 부여한 순간.
「진천로(眞天路)가 개방됩니다.」
완전히 절단된 차원의 틈새 사이로 새로운 포탈이 나타났다.
「어둠의 신이 도전자 한성윤에게 축하한다며 물개처럼 박수를 칩니다.」
「증명의 신이 광검제에게 개수작 부리지 말라며 경고합니다.」
「용의 신이 어째서 자신이 아니라 이까짓 놈의 후계 시험을 치르는 거냐며 질투합니다.」
「광검제가 귀찮게 굴지 말고 전부 조용히 꺼지라고 으르렁거립니다.」
덤이지만, 여러 격 높은 존재들의 시선도 끼어들었다.
대체 이게 뭐길래 신격들까지 나타나는지 모르겠다.
‘그냥 전부 꺼져 줬으면 좋겠는데…….’
솔직히 말해서 전부 꺼지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 신격들은 전부 내게 중립 혹은 우호 성향을 띠는 상황.
그러니 적대해서 좋을 건 없었다.
―……대체 네놈은 전생에 무슨 짓을 저질렀길래 이리도 파란을 불러오는 것이냐?
어느새 여러 시선이 나타났다는 걸 담천우도 눈치챈 것일까?
그는 이제는 질린다는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그건 제가 묻고 싶은 말인데요.”
탑이 선정한 후보니 어쩌니 하는 소리를 한 담천우야말로 이 사태를 잘 알고 있을 터이다.
여태까지 모은 정보로는 탑이 선정한 ‘후보’라는 건 곧 탑이 정한 신격이라는 뜻인데…….
그럼 다른 차원의 신들이 이렇게 많이 모이는지는 그가 더 자세히 알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실제로도 담천우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후보이니 이해하긴 한다만, 이 정도로 많은 신에게 눈초리를 받기란 쉽지 않지.
그러나 더 알려줄 수는 없다는 듯 곧 그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본좌도 더 알려줄 건 없으니, 일단은 시련이나 진행하는 게 좋을 것이다.
결국, 소득 없이 대화를 마친 나는 바로 상공에 개방된 포탈로 날았고.
「천무고(天武庫) 진천로(眞天路)에 진입했습니다.」
이내 무릉도원 같은 장소에서 조용한 동굴로 풍경이 바뀌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만이 자리한 동굴에는 적막이 감돌았다.
‘뭐, 어쩌자고 이러는 거지?’
후계 시험을 치를 자격을 준다더니…….
장소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메시지 하나 뜨지 않는 상황에 이질감을 느꼈다.
어쩌면 이것도 신격이 준비한 함정 같은 게 아닌지 의심될 지경이었지만…….
그에 불만을 품는 것도 잠시였다.
[ 드디어 만났군. ]머릿속을 밝혀주는 것 같은 정명(淨明)을 담은 장엄한 목소리에는…….
정말이지, 이제는 익숙해진 기운이 서려 있었다.
‘신성(神聖).’
여태까지 신격들이 보여 준 공통적인 특징이었다.
어느새 동굴 중앙에 생긴 작은 불빛을 보며 나는 작게 말했다.
“광검제…….”
사람의 형상이 아니지만, 저 작은 불빛에서 느껴지는 신성에는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이 있었다.
즉, 저것이 바로 이 천무고를 만들었다는 광검제의 신격이라는 뜻이다.
그에 답하듯 작은 불빛에서 빛을 머금은 파동이 물결처럼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 그래, 내가 바로 광검제다. 도전자 한성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이 많았다. ]중요치 않은 허례허식을 얼른 걷어내고 묻고 싶은 게 많았다.
어째서 숨겨진 관문이 있었는지, 어째서 숨겨진 관문이 후계 시험으로 이어지는지.
대체 무슨 의도로 내게 후계 시험이라는 걸 치르게 하려는지.
그 외에도 정말로 물어볼 게 산더미처럼 밀려 있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나는 질문하는 것 자체를 잊을 수밖에 없었다.
“…….”
환청인가?
순간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어이가 없는 소리였다.
무게 잡는 게 귀찮다니?
대뜸 저리 말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여태껏 봐온 신격들은 대부분 존재감에 걸맞은 이질적인 정신의 소유자들이었다.
그러니 갑자기 세상만사가 다 귀찮은 게으름뱅이처럼 말하니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소리는 더더욱 가관이었다.
[ 고로, 후계 시험은 통과한 것으로 치지. 후계 시험 통과를 축하한다. ]“……진짜 제정신이 아니네.”
그 말을 들은 직후에야 나는 깨달았다.
이 신격은 진짜배기 미친놈이라는 걸.
***
솔직히 말해서 굳이 그에게 신랄한 말을 할 필요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레스 차원이 아니라 무림 차원이라지만, 또 신격이라는 적을 늘리는 짓일 수 있었다.
하지만 굳이 이렇게 아무렇게나 막말을 내뱉은 이유는 간단했다.
‘광검제가 얼마나 내게 우호적인지를 알아야 해.’
이 한마디에 불쾌해질 정도라면 그는 애초부터 호의적인 성향이 아니라는 뜻이다.
설령 내게 악의를 품는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신도를 이용해야 내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신격이라는 건 곧 성장 바탕을 제공해 주는 존재와도 비슷했다.
신격의 힘을 빌린 이들은 강하지만, 그만큼 획득할 수 있는 보상도 엄청났다.
‘그러니 이렇게 말해서 손해를 볼 건 없지.’
하물며 전투의 신까지 리타이어한 상황에서 적이 하나 늘어나는 것 정도야 부담이 없었다.
하지만…….
[ 제정신이 아니다, 라……. 신랄하군. 오랜만에 과격한 말을 들으니 기분이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되는 대로 뱉은 말에도 광검제는 오히려 흥미롭다는 기색이었다.
‘역시 정상은 아니야.’
그에 나는 눈매를 좁히며 말했다.
“……진심입니까?”
[ 뭐, 어느 정도는. 그런데 솔직히 욕 정도야 소싯적에 먹을 대로 먹어서 별다른 생각은 들지도 않는군. ]“…….”
[ 아무튼, 후계 시험도 마쳤으니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지. ]이게 진정 신격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격식 없는 태도.
이전과는 다르게 더없이 안락한 어조에 어이없음을 느끼는 것도 잠시였다.
[ 후계 시험 통과 보상으로 선택지를 주겠다. ]이내 보상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바로 정신을 집중했고.
이내 작은 불빛의 형태를 한 광검제는 나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숨겨진 관문을 통과했으니, 너는 내 자리를 물려받을 자격이 생겼다. ]“자리를 물려받을 자격이라는 건…….”
[ 내 신성(神聖)을 이을 자격이라는 것이다. 받아들이면 이 자리에서 사도로 삼아서 너를 후계자로서 육성할 것이……. ]“거절합니다.”
[ 그렇군. ]광검제는 그저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었고, 다른 신들과는 다르게 집착이 없었다.
그게 나름대로 신선하게 느껴졌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보상은 확실히 받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선택지라고 하셨으니 다른 보상이 있겠죠.”
[ 눈치 하나는 빠르군. 그래, 다른 보상은 이것이다. ]그 말을 끝으로 허공에서 작은 칼날을 새끼줄에 꿴 목걸이가 나타났다.
목걸이에 꿰인 작은 칼날에서는 달빛처럼 은은한 광채가 흘렀고, 나는 그게 무엇인지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성유물…….’
신성을 가진 아이템이었다.
[ 보패(寶貝), 섬인능법기(閃刃能法器)다. 일종의 성유물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에 나는 재빨리 물음을 건넸다.
“능력은 뭡니까?”
[ 신성력을 소모해서 빛으로 된 칼날을 소환하는 것이다. ]“그것뿐입니까?”
[ ……그리고 소환된 칼날은 적을 지정하면 알아서 적을 추적하고, 적중할 시, 적의 방어 능력 중 일부를 무시하고 피해를 준다. ]“그럼 이건 감사히 받겠습니다.”
광검제에게 담담하게 감사를 전하며 곧장 섬인능법기를 잡아챘다.
내가 한 생각이 옳다면, 이것은 광천로에서 본 빛줄기 같은 능력을 지닌 아이템이었다.
즉, 그 엄청난 내구 수치를 뚫고 몸을 관통한 기술들을 나도 쓸 수 있다는 뜻이고.
그건 곧 전력에 적잖은 영향을 줄 터이니 챙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쓸 수 있는 건 뭐든지 써야지.’
그 일념 아래에 재빨리 섬인능법기를 품에 넣으니 작은 불빛이 크게 일렁였다.
[ 하하하! 이거 맹랑한 놈이지 않은가! 주는 대로 곧장 그걸 받아들다니! 본래는 부담스러워서라도 거절할 터인데! ]“원래 주는 건 사양하지 않고 받는 주의라서.”
허례허식을 가져 봤자 목숨을 살려 주지는 않는다는 건 진작에 깨달았다.
그러니 거부할 생각 같은 건 아예 없었다.
심지어…….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이것도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공짜로 받는 게 아니라 광검제가 준 관문을 뚫고 받은 것이다.
후계 자격 대신에 받는 보상이니, 좀 더 무엇인가가 있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 부족하다, 라……. 가지고 싶은 것도 많구나. 아니, 오히려 이 정도이니 광천로를 뚫고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겠지. ]그런데 그게 광검제를 자극했는지, 작은 불빛이 들썩거리기를 반복하며 웃음을 흘렸다.
그러더니 그는 늘어지는 어조로 웃음을 멈추었고, 이내 작은 불빛에서 금빛 기운이 흘러나왔다.
우우웅!
이내 금빛 기운은 기묘한 소리를 내며 품에 있는 섬인능법기로 흘러서 들어갔고.
[ 이건 지루하지 않게 해 준 대가다. ]광검제는 그걸 보자마자 덧붙이듯 설명했다.
[ 섬인능법기에 추적 기능을 부여했다. 이제 빛의 칼날로 피해를 준 대상을 추적할 수 있을 것이다. ]“감사합…….”
[ 그리고 그것 외에 조금 더 재미있는 능력도 생겼을 것이다. ]“……재밌는 능력이라니?”
[ 무림 차원에 있는 내 또 다른 안배를 찾을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
[ 나중에 궁금해지면 가 보는 게 좋을 것이다. ]또 다른 안배라니?
대체 무엇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감사하다고 대답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대답하려고 했었다.
―또 다른 안배라고 하기는. 도둑질 모음집을 건네주려는 것에 불과한 주제에.
여태까지 가만히 있었던 담천우가 입을 열기 전까지는.
[ ……너는 또 누구지? ]―7대 혈마 담천우라고 한다.
[ 아, 혈마신교의 교주였군. 기억이 나는군. 예전에 들어본 후보 중에 그런 이름이 있었지. ……이제는 후보 탈락인 것 같지만. ]―알고 있다니 이야기가 빨라지겠군. 당장 섬인능법기에 깃든 안배 탐색 능력을 거둬라.
싸늘하기 짝이 없는 어조에 나는 눈을 찌푸렸다.
보상을 준다는데 그걸 거두라고 하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안배 탐색 능력을 갑자기 왜 지우는 겁니까?”
―눈 뜨고 코 베일 놈 같으니. 광검제의 안배라는 것은 결코 가벼운 게 아니다.
“그게 무슨…….”
―이놈은 생전에 손버릇이 너무도 좋지 않아서 원한을 산 자들이 많다. 무림 세력은 물론이고 신격들까지 몇몇 광검제에게 악의를 가지고 있다.
“…….”
―신격들에게서 소중한 걸 빼앗아 모아 둔 안배라는 이름을 한 시한폭탄을 지금 네게 얼렁뚱땅 넘기려고 했다는 말이다.
“그렇습니까.”
그에 나는 차게 식은 눈으로 작은 불빛을 노려보았고, 이내 광검제에게서 답변이 돌아왔다.
[ 일정 부분 들어맞는 이야기지만, 네게 손해만 입힐 기능은 아니다. ]―하! 손해를 입히지 않기는! 여태까지 빼앗긴 무공, 마법, 성유물을 되찾으려고 아직도 눈을 부릅뜬 놈들이 수두룩할진대!
[ 뭐, 그만큼 훌륭한 보물들이 많다는 뜻이지. ]―훌륭한 보물도 지킬 수 있을 때나 훌륭한 것이지.
담천우는 그러더니 이내 내게 화살을 돌려서 말했다.
―안배를 취하는 즉시 너는 온갖 단체 그리고 신격들에게 노출될 것이다. 그래서 저 안배를 받지 말라는 것이니라.
“……그럼 많이 곤란해지겠군요.”
―많이 곤란해지는 정도겠느냐? 죽는 건 물론이고 죽어서까지 고통받을 확률이 상당하다. 광검제의 진정한 안배는 재앙의 이음동의어다.
“…….”
―천무고는 그저 광검제가 쓴 무공을 미끼로 놓았을 뿐이지만, 또 다른 안배는 그가 남긴 진짜 유산이라 할 수 있으니 문제이지.
결국, 광검제가 준 안배 탐색 기능은 계륵이나 다름없다는 뜻.
[ 조금 위험할지도 모르는 안배라는 건 부정하지 않겠다만, 안배로 잠들어 있는 보물들은 모두 진짜다. ]실제로 광검제 또한 그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 그리고 안배를 탐색하는 게 꺼려진다면 하지 않으면 될 뿐이지. 결국, 그 보물들은 찾아야 위험이 생기는 것이므로. ]“……저건 진실입니까?”
―그렇다. 하지만 굳이 시한폭탄을 들고 있을 필요는 없지. 언제 어디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그건 너도 동의할 것이다.
“…….”
그렇지 않았다.
나는 담천우의 의견과는 조금 다른 견해를 품은 상태였다.
“결국, 감당할 힘이 있으면 취할 수 있는 안배인 건 맞잖습니까?”
광검제가 모아온 보물들은 결국에는 신격까지 눈을 부라릴 정도라는 것이다.
그걸 그저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아예 손에서 놓기엔 아쉬움이 상당했다.
그러니…….
“안배를 찾을 힘이 생기면 찾겠습니다. 굳이 탐색 기능을 거두지 않아도 됩니다.”
광검제가 준 또 다른 안배는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그게 내가 강해지는 방식이니까.
***
잠시 동굴 내에 적막이 감돌았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않았다.
―……본좌의 조언은 천금과도 같거늘. 뭐, 됐다. 어차피 선택도 책임도 네놈의 몫이니.
담천우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그리 말하며 이내 한 발자국 물러섰고.
[ 오랜만에 조금 즐거워지는군. 그래, 도전자라면 응당 이 정도의 독기는 있어야지. ]광검제는 오히려 즐거워졌다는 듯 좀 더 불빛의 크기를 키웠다.
그리고…….
[ 탑을 오르던 옛날 시절이 떠올라서 기분은 나쁘지 않군. ]뜬금없이 폭탄과도 같은 발언을 던졌다.
탑을 오르던 시절이라니.
그에 나는 재빠르게 생각할 틈도 없이 입을 열었다.
“옛날 생각이라니……? 설마 광검제께서는 예전에 탑을 오르신 적 있습니까?”
[ 그래, 있다. 너처럼 한때는 청운(靑雲)의 뜻을 품고 탑을 올랐지. 물론 이제는 탑에게 속박되었을 뿐이지만……. ]“…….”
놀라긴 했지만, 경악하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탑이 신격을 만드는 것 정도야 어느 정도 예상했으니까.’
이전부터 탑에서 종종 얻은 정보를 취합해서 결론을 내린 적이 있었던 탓이다.
물론 추측일 뿐이었지만, 이제는 아예 이야기가 달라졌다.
‘……탑은 진짜로 도전자에게 신이 될 기회를 부여하고 있었던 거야.’
잠시 깊은 생각에 빠질 뻔도 했으나, 생각에 잠길 틈은 주어지지 않았다.
[ 몇 층까지 올라온 도전자인가? 상태를 보아하니 30층 가까이 오른 것 같은데? ]대뜸 광검제는 등반 층수를 물어왔고, 그에 내가 답하기도 전에 담천우가 대신 대꾸했다.
―17층이니라.
어딘지 모르게 우쭐거리는 느낌을 주는, 실로 오만함이 가득한 음성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들은 광검제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 ……. ]아니, 정확하게는, 갑자기 말을 멈추더니 이내 떨리는 음성으로 물어왔다.
이번에는 담천우가 아니라 내가 직접 대답했다.
“17층을 시련에 도전하는 중입니다.”
그다지 중요한 정보는 아니니, 솔직하게 말하기로 정했다.
이것보다는 사실 더 얹어 주겠다는 보상이 중요하기도 했고.
[ ……. ]“아무튼, 모자란 보상에 관해서 할 말이 있는데……. 이건 정보로 받고 싶습니다.”
[ ……. ]“예전에는 도전자였다고 하셨으니, 탑이 정한 후보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알고 계시겠죠.”
[ ……. ]“저는 그것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대체 탑이 정했다는 후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재빨리 광검제에게 협상을 시도했지만…….
아무래도 걸리는 게 있었던 것일까?
[ ……현재 등반하고 있는 층이 몇 층이라고 했었지? ]그는 어딘지 모르게 넋이 나간 음성으로 뜬금없는 물음을 건네왔다.
“17층이라고 말했었습니다만…….”
[ ……그런데 후보 개념을 알고 있는 건가? ]“어쩌다 보니 알게 됐습니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정보를 받고 싶…….”
[ ……고작 17층인데도 후보 개념을 알고 있고, 이 정도로 신성을 착실히 쌓았다고? ]흡사 혼잣말하듯 광검제는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이내 조용히 말했다.
[ ……겠다. ]“예?”
[ ……을 주겠다. ]“……뭘 주겠다는 겁니까?”
그리고.
[ 그대에게 내 신성의 일부를 주겠다. ]이어서 광검제가 뚜렷하게 스스로의 의지를 전한 순간.
[ 그것이 내가 줄 수 있는 최선의 보상이니까. ]나는 이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