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218
216. 찬탈자 (4)
네크로맨시.
사령을 통해서 죽은 이의 힘을 강탈할 수 있는 이 고유 특성은 신격에게도 적용된다.
그것도 아주 특별한 형태로.
신의 화신체를 살해할 시, 사령 조각을 모아서 온전한 신성 하나를 가질 수도 있고.
심지어 그게 아닐지라도 강적이라는 판정이 뜨면 상대방의 권능, 그리고 스킬을 가질 수 있었다.
물론 스킬 추출은 권능 추출과는 다르게 100% 확률로 진행되진 않는다마는…….
그 외에도 이득을 취할 길은 충분했다.
신화 혹은 같은 것으로도 쏠쏠한 보상을 챙길 수 있으니.
‘신격의 살해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은 적지 않지.’
그러니 찬탈자와의 전투는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이 전투 한 번을 승리로 이끌면 정말로 많은 걸 얻을 수 있으니까.
물론 그렇지 않아도 지면 목숨은 물론이고 힘까지 빼앗길 처지니 대충 할 생각도 없었지만…….
생각 이상의 보상이 걸린 전투라고 생각하니 의욕이 몇 배는 상승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상대방 또한 마찬가지.
[ 일시적인 신격 습득이라. 격을 갖추지 않았는데도 그런 게 가능하다니. 탑은 굉장히 재밌는 장소구나. ]찬탈의 신이 신격화를 보고는 붉은 눈빛을 번뜩이며 바로 손을 휘둘렀다.
[ 더더욱 너의 힘이 가지고 싶어졌어. ]그리고.
「신성 영역 에 의해서 마력이 매초마다 일정량 강제로 영역 주인에게 양도됩니다.」
[ ……진짜 영역 계열 능력은 언제 봐도 뭣 같은 효과들뿐이네. ]스스스.
시스템 메시지의 출현과 동시에 몸에서 마력이 새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에 나는 눈을 찌푸리곤 바로 신체 내의 마력을 철저히 통제했다.
그것도 권능 스킬인 마력 운용까지 활성화해 가며 말이다.
「권능 스킬 ‘마력 운용’이 강하게 활성화됩니다.」
하지만 강제적인 마력 양도를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심지어 찬탈자에게 흘러가는 마력의 양도 상당하다 보니 크게 힘이 소모되는 게 느껴졌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이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스킬이 있음을 알아챘다.
바로─.
「스킬 ‘징벌(懲罰)’이 활성화됩니다.」
「해당 스킬의 활성 시간 동안, 모든 능력치가 +7 상승합니다.」
「해당 스킬의 활성 시간 동안, 마력이 절대로 소모되지 않습니다.」
「용의 힘이 당신에게 깃들며 마력 능력치가 100% 증가합니다.」
마족 전용 버프 스킬, 징벌(懲罰)이었다.
마족을 상대하는 시간 동안은 마력 소모 값이 [0]으로 고정되고, 마력 능력치도 100% 증가하는 최고의 버프 스킬.
본래는 마족을 상대로만 쓸 수 있다는 결점이 있었는데…….
이 18층 스테이지 세상은 재미있게도 초능력으로 마족의 힘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찬탈자는 이 세상에 있는 수많은 초능력을 강탈한 신격이니, 그가 소지 중인 초능력 중 하나에 의해서 징벌이 발동 대상으로 판별한 것이다.
그에 찬탈자의 눈이 크게 떠졌다.
[ ……허. 에테르의 소모 값을 0으로 고정한다니. 진짜로 어이없는 이능이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 그럼 나도 좀 더 난폭하게 가 보도록 할까. ]촤라라라─!
신성 영역 곳곳에 떠다니는 책들이 일제히 펼쳐지며 나를 타겟으로 삼았다.
이 가지각색의 특징을 가진 수많은 서적이 무엇인지는 이전의 대화로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찬탈자는 이 책들이 전부 그가 앗아 온 수많은 이능의 상징이라 했으니까.
추측하건대 책들은 아마도 여러 가지의 이능을 발휘할 수 있을 터.
‘그럼 걱정할 필요도 없지.’
하지만 이 세상의 초능력 중 책을 매개로 발동하는 힘은 그리 걱정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스킬 ‘주문 무한 포식’이 활성화됩니다.」
「몸에 닿는 모든 주문이 순수한 마력으로 전환됩니다.」
내게는 주문 포식이라는 발현 계열 능력의 천적 스킬이 있으니까.
콰아앙─!
실제로도 책장에서 사출된 여러 능력은 내게 의미 있는 피해를 주지도 못했다.
화염, 얼음, 광선, 돌풍, 음파 등등…….
실로 다채로운 이능이 펼쳐졌지만, 그 어느 것도 상처를 입힐 수 없었다.
그때 여태까지 조용히 있었던 담천우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이질적이군.
그는 수상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크게 탐욕을 보이는 것치곤 엄청나게 수동적인 전투 방식이니라. 왜인진 몰라도 찬탈의 신은 네놈의 능력을 탐색하는 것 같구나.
‘그거야 그렇지 않겠습니까. 서로 패도 그리 많이 까지 않았는데.’
솔직히 말해서 어느 정도의 패는 숨기지 않고 드러낼 생각이었다.
어차피 내게 남은 능력은 그럭저럭 많으므로.
대비책을 세워도 그 대비책을 무너뜨리는 방법은 그리 적지 않았다.
하지만 담천우는 껄끄럽다는 듯이 말했다.
―그거야 그렇긴 하다만. 그래도 다른 속셈이 있는 것 같군. 일반적인 탐색전을 할 심산은 아닌 듯하니.
듣고 나니 조금 이질감이 느껴지긴 했다.
그러고 보니 진작에 전투를 끝낼 수 있는 능력인 신성 권능 도 쓰지 않았고, 찬탈을 통해서 얻어 둔 강화계 이능들도 직접 사용치 않았다.
물리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걸 어림짐작하고 있을 터인데도.
그렇다는 건 탐색전을 굳이 더 길게 가져감으로써 얻어 낼 것이 있다는 뜻이다.
‘그럼 그걸 알아내야지.’
거목 미궁에서 얻은 것은 스킬이나 권능만이 아니라 탑의 전용 권한도 있었다.
「전용 권한 #K-1547[정보 열람]을 발동합니다.」
빗줄기처럼 내리치는 이능들을 피해 없이 받아 내며 찬탈자의 정보들을 읽어 냈다.
「에올드 바르칸」
「충분한 영격과 신앙, 그리고 설화를 얻음으로써 찬탈의 신이 된 자.」
「신성 권능 · · · 을 사용할 수 있다.」
「단, 현재 신성 권능 은 재사용 대기 시간이 부여된 상태다.」
「그는 현재 선택의 순간을 기다리는 중이다.」
그리고 이내 시스템 메시지에 떠오른 정보를 전부 읽고는 눈을 찌푸렸다.
‘……설마 했는데 회귀를 했어도 신성 은 또 쓸 수 없는 건가.’
생각 외로 많은 신성 권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그렇다마는.
신성 권능 은 현재 재사용 대기 시간이 부여된 상태라는 것.
그리고 맨 마지막 줄에 적혀 있는 ‘선택의 순간을 기다리는 중’이라는 문장이 눈에 밟혔다.
그럴 만도 했다.
‘숨겨진 한 수 같은 능력이 있었나.’
이 전투 상황에서 선택을 기다린다는 것은 곧 특정 능력의 발동 시점을 고민한다는 뜻이다.
신성, 권능, 신화, 이능 등등…….
찬탈자의 힘은 신격답게 많으니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다.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뭔지는 몰라도 숨겨진 한 수를 쓰게 둘 수는 없지.’
굳이 찬탈자의 카운터 같은 능력이 발동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권능 스킬로 바람의 은총을 최대로 중첩시킨 후, 나는 단숨에 찬탈자에게 달려들었다.
「권능 ‘검기성강劍氣成罡’이 강하게 활성화됩니다.」
후우웅!
쌍검에 이슬 같은 검강이 맺히며 신성 그 자체에 본질적인 타격을 주는 성질이 생겨났다.
검강에 깃든 강제 법칙 개변 효과는 실로 사기적이라는 걸 천마와의 일전을 통해서 알고 있었다.
‘신격이라 해도 검강의 법칙 개변은 견뎌 내기 어렵거든.’
시간을 들여서 무공을 익힌 것은 쓸모없는 짓이 아니었다.
무림 차원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무공은 확실히 엄청난 기술이니까.
이론상 무공을 극한까지 연마하면 인간의 몸으로 신조차도 죽이는 게 가능할 터.
그런데 그걸 신격화를 쓴 상태의 내가 펼치는 것이니, 그 힘은 몇 배로 상승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권능 스킬 ‘혼원마검’의 전용 효과 ‘배가(倍加)’가 활성화됩니다.」
「신성력을 소모하여 권능 스킬 위력을 [4]배로 상승시킵니다.」
심지어 권능 스킬인 혼원마검에 더해서 의념 증폭, 그리고 의념 강화 같은 자잘한 스킬도 섞으며 더더욱 출력이 강해졌다.
이제 쌍검에서 뿜어지는 빛무리는 겉보기에도 심상찮게 변모했고, 이내 검강을 본 찬탈자의 얼굴에 경각심이 떠올랐다.
[ ……! ]감정이 매우 옅은 찬탈자이지만, 이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음은 알아챈 듯했다.
그는 땅을 박차고 공중으로 도약하더니 이내 등에서 천사 같은 화려한 날개를 펼쳤다.
아마도 공중으로 피해서 잠시 시간을 끌어 보려는 거 같은데…….
비행 능력 정도는 나도 몇 개 있었다.
「권능 ‘강철의 날개’가 활성화됩니다.」
등에서 강철로 된 날개가 생성되자마자 나는 허공답보로 공중을 박차며 더 빠르게 날아올랐다.
「바람 정령의 부츠(A+) 전용 효과 ‘바람의 길’이 활성화됩니다.」
그리고 이어서 바람 정령의 부츠에 달린 전용 효과를 이용하니 몸의 움직임이 더 매끄러워졌다.
그걸 본 찬탈자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 날개 생성에 에어 워크도 모자라서 기류 조작은 양심이 너무 없는 콤보 같은데.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 그건 그쪽이 더하지. ]그에 나는 그리 대꾸하고는 회귀자의 낡아빠진 손목시계를 발동했다.
「회귀자의 낡아빠진 손목시계(SSS+) 전용 효과 ‘공격 무효’가 활성화됩니다.」
「초능력 ‘선택받은 천사의 날개(A+)’가 ‘공격 무효’에 의해서 ‘공격 발동 전 상태’로 되돌아갑니다.」
「회귀자의 낡아빠진 손목시계(SSS+) 전용 효과 ‘공격 무효’에 재사용 대기 시간 30분이 생성됩니다.」
찬탈자는 찬란한 날개를 잃자마자 바로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물론 즉시 신체에서 불길을 뿜어내 그 출력으로 공중전을 이어 가려 했지만…….
날개처럼 자유로이 방향 전환을 하지도 못하고, 그 속도 또한 날개에는 견줄 수 없었다.
직감했다.
이때가 바로 승부처라는 것을.
그에 나는 바로 검을 휘두를 자세를 취하고, 신성력을 소모해서 권능을 발동했다.
다음 순간.
「권능 ‘순보’가 활성화됩니다.」
「10분 동안 해당 권능에 재사용 대기 시간이 부여됩니다.」
「신성력을 소모하여 시야 내의 원하는 지점으로 즉시 이동합니다.」
촤아악─!
[ 읏……! ]찬탈자의 양팔이 어깻죽지까지 각각 깔끔하게 잘려져 나갔다.
생각과는 다른 결과에 나는 눈을 찌푸렸다.
‘순보를 사용한 걸 늦게나마 감지하고 반응했어……?’
본래는 아예 머리통을 날릴 생각이었는데, 그 전에 찬탈자가 순보에 반응해 버렸다.
사용 전조 또한 그리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낭패였다.
순보라는 숨겨진 한 수를 이렇게 낭비하게 될 줄이야.
그에 나는 초조함을 느끼며 재빨리 쌍검을 회수하여 또 한 번 휘두르려 했지만…….
[ ……근접 전투는 그리 좋아하진 않아도, 강화계 이능들을 버리지 않고 차곡차곡 모아 왔지. ]파아앙……!
이어진 찬탈자의 발길질에 복부를 얻어맞은 나는 그대로 뒤로 밀려났다.
본래는 양팔을 잃었으니 균형 감각도 엉망일 터이고, 제대로 다리를 휘두르는 게 불가능했을 터.
하지만 상대는 신격인 동시에 18층 스테이지의 최종 보스였다.
치이이!
[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 말이야. ]찬탈자는 어느새 잘렸던 양팔을 수복시킨 상태였다.
「스킬 ‘잿빛 선혈’이 활성화됩니다.」
「스킬 ‘잿빛 선혈(B+)’의 숙련도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스킬 ‘잿빛 선혈(B+)’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더불어 나도 복부를 얻어맞으며 생긴 상처를 잿빛 선혈로 회복했다.
그리고 소소한 이득으로 잿빛 선혈의 성장도 있었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잿빛 선혈의 등급 상승 같은 게 아니었다.
나는 눈을 찌푸린 채 고개를 돌렸고, 찬탈자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는 하늘색 머리칼을 흔들며 말을 이었다.
[ 하지만 그건 달리 말하자면 직접 전투 외의 방식에는 그리 익숙하지 않다는 뜻이지. ]그리고.
[ 그게 너의 패착이 될 거야. ]다음 순간.
「신성 에 의해서 신성 영역 에 새로운 규율이 생성됩니다.」
「규율 1. 신성 영역 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전투는 원거리 전투로 이뤄진다.」
「규율 2. 신성 영역 내에 들어온 모든 존재는 신체 능력의 90%를 상실한다.」
「규율 3. 신성 영역 내에서 근접 전투를 할 시, 영역 주인에게 랜덤으로 소지 능력 중 하나를 양도한다.」
「규율 4. 신성 영역 내에서는 근접 전투 관련 능력 중 대부분이 봉인되며 절대로 사용할 수 없다.」
「규율 5. 신성 영역 내에서는 아이템을 사용할 수 없다.」
신성에 의해서 생성된 강력한 규칙이 나를 옭아매기 시작하는 게 느껴졌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시야에는 ‘신성 권능에 의해서 스킬이 봉인되었습니다’라는, 실로 짜증 나는 메시지들이 나타났다.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여태까지 찬탈자가 탐색전을 이어 갔던 것은 내게 출중한 외부 공격 수단이 있는지를 체크하기 위해서였다는 걸.
‘근접 전투에 매우 강력한 걸 보고 외부 공격 수단이 없다고 생각한 건가.’
그에 나는 눈을 찌푸렸고, 찬탈자는 싱긋 웃음을 지은 채 말했다.
[ 서로 동등한 조건을 가지는 규칙이야. 너도, 나도. 이 공간 안에서는 신체 능력에 의존할 수 없어. ]마치 그는 내가 가진 외부 공격 수단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 같았다.
[ 근접 전투를 할 수 없는 전사는, 그리 가치 있는 존재는 아니지. ]실제로도 찬탈자의 얼굴에는 이전과는 다르게 조금이나마 즐겁다는 감정이 맺혀 있었다.
아마도 이제부터 나를 일방적으로 깔아뭉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 귀찮게 하기는. ]그렇지 않았다.
「스킬 ‘성광星光’이 강하게 활성화됩니다.」
나는 바로 손아귀에 검붉은 별빛을 생성했고, 그걸 본 찬탈자의 눈이 크게 떠졌다.
[ 그건……! ]그리고.
[ 서로 동등한 조건을 가지는 규칙이라 했었지? ]다음 순간.
[ 그 생각은 부디 끝까지 변함없길 바랄게. ]콰아아아아앙……!
신성 영역 전체가 검붉은 별빛에 휩싸인 채 붕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