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174
제 174화
60장. 소트라스(Sotras) – 3화
자레드와 계속된 교전.
처음에는 자신의 절대적인 우위 속에서 전투가 시작됐다고 느꼈던 소트라스는 시간이 흐르면서 균형의 추가 기우는 것을 느꼈다.
가장 치명적인 일격이 된 것은 자레드가 정체불명의 액체를 자신에게 뿌린 시점부터였다.
애초에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강산성의 액체도, 독성을 가진 액체도 아니었다.
독액이어도 사실 상관없는 것이 마계의 독초를 매일 차로 끓여 마시면서 독에 내성을 제법 키워 온 몸이기에 중독 우려가 없었다.
그래서 대수롭지 않게 자레드가 뿌린 액체를 뒤집어썼는데, 예상외로 대참사가 벌어졌다.
단단하던 외피가 흐물흐물해지며, 몸의 전반적인 저항력이 크게 떨어졌던 것이다.
그것은 개변을 통해 육체를 강화해도 해결되지 않았고, 오히려 곪은 상처가 더 번지듯이 악화되는 효과만 초래했다.
그 상태에서 자레드는 미칠 듯한 맹공을 자신에게 퍼부었다.
처음에는 예측 가능한 범주에 있었던 마법의 범위와 위력이 시간이 갈수록 커졌다.
분명 같은 마법인 것은 틀림없는데, 느껴지는 화력이 꾸준히 증가했다.
‘이런 근본 없는 마법이 도대체 어떻게 나오게 된 거지?’
소트라스는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의 몸에 묻은 액체의 냄새를 맡아 보니, 어보미네이션의 체내에서 맡을 수 있는 냄새와 흡사했다.
장액이 틀림없었다.
‘이 사실은 또 어떻게?’
소트라스는 그것이 의문이었다.
어지간한 인간계의 독에는 면역이거나 거의 타격을 받지 않는 마족에게 장액이 효과를 가진다는 것을 자레드는 어떻게 알았을까?
사전에 실험을 해 봤거나, 누군가가 귀띔을 해 준 것이 아니면 절대 알 수 없는 정보였다.
심지어 다양한 실험을 해 온 소트라스도 오늘에서야 처음 알게 된 사실이지 않은가?
‘이 전투를 끝내면, 반드시 장액으로 인한 디버프에 대해 정리를 해 둬야겠군.’
중대한 비밀이자 마족의 약점과도 직결되는 사실이었기에 소트라스는 반드시 기억해 두기로 했다.
아주 중요한 정보다.
마계 본계로 돌아가게 되면 다시 전진기지를 구축하기 위해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왕과 다른 마족에게 어보미네이션의 생산을 중단시키고, 대책을 세우도록 해야 하니까.
키햐아아! 키햐! 키햐아!
“크윽! 으으윽!”
하지만 문제는 지금이었다.
자레드의 맹공에 소트라스는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이번에 자레드는 소트라스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불길 속에서 정체불명의 마귀들을 소환해 냈다.
불을 매개체로 나타나는 화마귀인데,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달려들어 소트라스의 살점을 물어뜯고 찢었다.
워낙에 크기가 작고 빠르다 보니 기민한 대응이 어려웠고, 소트라스는 계속 상처를 입고 있었다.
게다가 화마귀를 살피며 섬세하게 대응하려고 하면, 화마귀를 제물로 삼아 연쇄 발화를 일으켰다.
퍼퍼펑! 펑! 펑!
“크헉!”
소트라스가 비명을 질렀다.
힘껏 입을 벌린 상처에서는 붉은 선혈이 뚝뚝 떨어졌다.
‘예상이 자꾸 빗나간다고.’
인간의 마법을 오래전부터 연구해 왔다.
인간보다 더 우월한 존재라고 불리는 드래곤의 용언 마법도 마찬가지였다.
마계에서 인간계에 관심을 가진 지는 오래됐다.
언젠가 마계의 군대를 모두 인간계로 보내어, 그들의 비옥한 터전을 장악하고 새 거점을 마련한다는 것이 마왕의 생각이었다.
마족의 힘만 믿지는 않았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인간들의 격언에 맞게, 철저하게 그들의 모든 것을 연구했다.
그리고 차근차근 인간계에 악의 씨앗을 미리 심어 두기 시작했고, 마왕과 마계의 군단이 현신하기 위한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었다.
최전방이나 다름없는 전진기지에 있던 소트라스 자신은 가장 열정적으로 인간의 모든 것을 연구해 온 선구자였다.
그런데 모르는 것이 없는, 그리고 그것이 당연한 자신이 물음표를 찍게 만드는 일대 사건이 벌어졌다.
그것은 자레드의 초월 마법, 바로 트랜센던스였다.
전투를 치르며 감을 잡은 걸까?
이제 어지간한 공격은 자레드가 펼치는 바람의 장벽에 줄줄이 막히고 있었다.
집요하게 자리를 바꾸며 전략적으로 유리한 위치인 자레드의 ‘후방’을 노리려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자레드의 반응은 빨랐다.
특히 착용하고 있는 저 정체불명의 기계는 집요하게 자신의 동선을 방해했다.
때로는 자레드와 한 몸이 되었다가 다시 탈착되며, 위치 전환을 시도하는 소트라스의 등장 지점에 아낌없이 마력탄을 퍼부었다.
분명 적은 한 명인데, 두 명의 적을 상대하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마법의 엄청난 위력이 더해지자 체감상 세 배 이상은 뻥튀기 된 느낌이었다.
샤아아아아.
‘……망할.’
게다가 꾸준히 후방에서 자레드에게 체력을 보충해 주고 있는 여자도 문제였다.
처음에는 하찮게 여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가 보조하는 체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몇 차례 그녀의 목숨을 노렸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그녀를 공격하려다가 치명상을 두 번이나 입었던 것이다.
그것은 마치…… 그녀를 하나의 ‘미끼’로 삼아 자신을 유인하려고 한 것 같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벌써 지치면 안 되지!”
“망할 XX.”
그새 코앞으로 거리를 좁혀 온 자레드가 양손에 수인을 맺으며, 수많은 바람의 창을 만들어 냈다.
‘윈드 스피어.’
알고 있다.
저 마법이 인간들에게는 5클래스의 마법이며, 끝없이 회전하는 바람 칼날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화력도 분명히 자신이 데이터화한 수준의 정보로 머릿속에 있었다.
쿠과과과과!
굉음과 함께 날아든 그것을 소트라스가 양팔을 교차해 활성화한 방어 역장으로 막아 내는 순간!
사악! 솨아악! 사각!
“크아아아악!”
또 예상이 빗나갔다.
예상했던 화력의 2배? 3배?
절대 아니었다. 이번에는 그 정도의 추가 강화를 고려해서 펼친 두꺼운 방어 역장이었다.
하지만 그 역장이 박살이 났다.
최소 다섯 배.
그 이상의 화력이었다.
5클래스로 분류되는 마법의 위력이 5클래스가 아니었다.
말도 안 되는 비정상의 향연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자레드의 트랜센던스 마법을 전혀 알지 못하는 소트라스는 또다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끄아아아!”
서걱.
비명과 함께 어느새 너덜너덜해진 소트라스의 왼쪽 손목이 바람 칼날에 잘려 나가 버렸다.
최악의 총체적 난국이었다.
* * *
같은 시각.
‘무디두스의 기도도 사용했고, 이제 이그노어 건틀릿과 마력의 샘으로 추가 충전한 마력 1만 5천이 끝이군.’
나는 비명과 함께 황급히 뒤로 물러서고 있는 소트라스를 보며, 남은 마력을 체크했다.
여기서 추가로 마력을 회복시킬 선택지는 없었다.
이 마력을 다 쓰면, 나도 동력을 모두 고갈하게 되는 셈.
정말 뒤를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전투에만 임했다.
몸에 입는 피해는 중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예리한 공격만 아니면, 그냥 몸으로 받아 냈다.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샤아아아. 샤아아.
지금도 헤이즈가 펼치는 치유술이 꾸준히 내 체력을 끌어올려 주고 있었다.
다만 속도가 전보다 줄었다.
그녀의 신성력도 무한한 것이 아니기에 슬슬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리라.
장액 노림수는 성공적이었다.
소트라스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디버프에 상대적인 딜 버프나 다름없는 ‘트랜센던스’로 마법의 위력을 높였으니.
소트라스 입장에서는 몇 배 이상으로 마법의 위력이 폭등한 것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그 결과가 지금이었다.
소트라스는 왼손을 잃고 고통에 찬 신음을 토해 내며, 초점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사비오가 썩 좋아하지는 않겠지만…… 어차피 설계도는 녀석에게 있으니까.’
마지막 패를 던지기로 했다.
여기서 시간을 더 끌면, 나도 헤이즈도 위험해진다.
소트라스는 마족이다.
어설프게 살려 둬서는 안 된다.
죽일 수 있을 때 확실하게 죽여야 한다.
녀석이 마계로 돌아갈 차원문이라도 열어 버리면, 그때는 정말 대형 사고가 날지도 모르니까.
‘데큐플(Decuple) 트랜센던스, 매직 미사일.’
1만의 마력이 사라졌다.
수인을 맺음과 동시에 최대 강화를 끝낸 나는 미련 없이 소트라스를 향해 구체를 쏟아 냈다.
5120개의 바람 마법 구체가 일제히 소트라스에게 날아드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이놈……!”
소트라스가 붉은 안광을 폭사하며, 어떻게든 바람 구체를 막아 내기 위해 몸집을 크게 불렸다.
이 정도로 엄청난 수의 마법 구체는 단순히 쳐내려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소트라스가 덩치를 키우는 것을 보니, 개변을 이용해서 맷집으로 버티려는 속셈인 듯했다.
장액의 디버프 타임도 거의 끝나 가고 있었기에, 나도 이번 공격이 막히면 다음은 없었다.
‘타넥스. 자폭.’
그래서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아직 9클래스에 닿지 못한 나의 부족함을 확실히 보충할 고화력의 공격 옵션을 꺼냈다.
분명 들리거나 보이지 않지만.
내 이름을 외치며 절규하고 있을 사비오의 모습이 눈에 훤히 보이는 듯하다.
그래도 녀석 덕분에 좋은 공격 수단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다.
다음 순간.
“커헉?”
열심히 매직 미사일을 막아 내던 소트라스가 갑자기 타넥스가 자신을 감싸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줄곧 나를 지켜 주던 기체가 갑자기 자신에게 왔으니, 그의 놀라움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우웅! 우웅! 우웅!
붉게 과열된 타넥스가 격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하더니.
퍼어엉……!
이내 폭발해 버렸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미 거듭된 공격으로 약해져 있던 소트라스의 몸은 제자리에서 여섯 개의 조각으로 분해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제아무리 마족이라 해도, 약점을 공략당하면 영원히 버틸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툭!
동시에 내 앞에 여전히 맥동하고 있는 무언가가 떨어졌다.
소트라스의 심장이었다.
온기가 채 식지 않은 심장에서는 계속 마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그 기운이 제법 강했다.
‘이 정도의 마기면 헤이즈에게 충분히 신성력 수련 꼼수를 적용할 수 있을 양이야.’
마기가 적절했다.
끊임없이 상성의 기운에 노출시켜 수련을 하는 것은 예전부터 내가 사용해 온 꼼수였다.
마법 방어력도 이자벨을 통해 주술 저항 꼼수의 수련으로 높이지 않았던가?
헤이즈에게 좋은 수련 선택지가 생긴 것 같아 뿌듯했다.
‘아참, 아직 전투가 끝난 건 아니지.’
멀지 않은 곳에 눈을 부릅뜬 채로 쓰러져 있는 소트라스의 몸이 보였다.
심장은 위장일 수도 있다.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전투의 종료를 속단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한데 바로 그때.
[신 ‘안젤루스’가 마족을 처치한 당신의 용기와 실력에 크게 감탄합니다.] [신 ‘안젤루스’가 당신의 후원자를 자청합니다.] [신 ‘안젤루스의 가호’를 획득하였습니다. 안젤루스의 가호가 당신에게 적용되고 있습니다.]‘초월의 신?’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보상을 받았다.
그것은 단 한 번도 내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최상위 계층의 신.
초월의 신 ‘안젤루스’가 내게 보인 관심과 가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