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175
제 175화
61장. 공작의 흔적 – 1화
[안젤루스의 가호] [안젤루스는 인간들이 현재 부리고 있는 태초의 백마법에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진 신입니다.그는 당신의 마나 홀에 약간의 결함이 있음을 발견하고는 즉각적인 수정을 위해 개입하였습니다.
그에게는 과도한 개입에 따른 상당한 대미지가 주어지지만, 괜찮다고 말합니다.
교정 – 안젤루스의 가호 – 을 통해 마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가호 1 : 마력 5,000 증가] [가호 2 : 지정한 한 명의 대상에 대해 세상의 모든 사람의 기억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가호 3 : 레벨 300 달성 시 안젤루스 링(Angelus Ring)을 얻을 수 있습니다. 초월급 아티팩트입니다.]
케베눔 링처럼 10성급 아티팩트에서도 희귀한 녀석이 아니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변화가 생겼다.
마력이 순식간에 3만 2천의 고지를 훌쩍 넘겼다.
안젤루스의 가호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체내의 마력을 순환하며 시험해 보니, 과연 예전보다 50% 이상의 순환 속도 증가가 체감됐다.
마력이 빠르게 순환한다는 것은 그만큼 캐스팅과 시전이 더 빨라짐을 뜻한다.
내게는 무조건 잘된 일!
하지만 함부로 만들어 낼 수 없는 변화였기에 더욱 값졌다. 이건 정말 초월적인 존재가 아니라면, 절대로 만들어 낼 수 없는 변동이기에.
“…….”
초월의 신 안젤루스가 내게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봐서는 소트라스가 죽은 것이 틀림없었다.
살펴보니, 녀석은 눈을 부릅뜬 채로 숨을 거둔 상태였다.
나는 텔레키네시스 마법을 이용해 소트라스의 시신을 챙겨 아공간에 밀어 넣었다.
평범한 몬스터라면 사체를 수거할 생각을 하지 않았겠지만, 상대는 마족이 아닌가?
활용 가치가 높았다.
물론 나 혼자 용처(用處)를 찾기는 어렵고, 모이즐을 영입하게 되면 함께 계획을 세워 볼 생각이었다.
모이즐은 죽은 드래곤의 뼈나 외피, 드래곤 하트를 자유롭게 다루기로도 유명한 대장장이이기에.
한편 내가 소트라스의 시신을 아공간에 넣으며, 확실하게 전투가 끝났음을 인지하게 되자.
“하아아.”
뒤에 있던 헤이즈가 힘에 부친 듯한 숨결을 토해 내며,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나는 곧바로 헤이즈에게 달려가 그녀를 부축해 주었다.
다시 일으켜 세워 주는데, 그녀의 몸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부르르 떨기까지 했다.
전심전력으로 쉬지 않고, 내게 치유술을 전개했던 그녀였다. 내가 내 몸을 통해 실시간으로 느꼈으니,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고생했어, 헤이즈.”
“폐하, 제가…… 많은 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어요.”
“네 치유술이 없었다면 이 마족과 정면 승부를 벌일 생각도 못 했을 거다.”
“헐……! 마족이요?”
무의식중에 소트라스의 정체를 이야기하자, 헤이즈가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응, 마족이었어.”
나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그래, 헤이즈. 넌 이제 이 세계에서 나와 함께 처음으로 마족을 잡은 여자야.
이렇게 말해 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인간들에게 마족은 악마, 그 이상의 존재라서 글자만 봐도 두려워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아……. 그래서 이 마족을 잡는 순간에 제 몸에 신성력이 미친 듯이 쏟아져 들어온 걸까요?”
“응? 신성력의 변화가 있어?”
“네! 정말 커요! 정확한 수치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이전까지의 2배는 확실히 되는 것 같았어요!”
본인의 능력을 수치화할 수 없는 것을 알기에 내가 대신 심안으로 헤이즈의 상태를 살폈다.
아니, 살피려고 했다.
그런데?
[헤이즈] [일리나스의 가호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열람이 불가능합니다.]‘헤이즈에게 가호가 걸렸어?’
내게 안젤루스가 찾아온 것만큼이나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일리나스는 의 세계관에서 유스티아처럼 정의를 추구하는 신이다. 당연히 모든 악신을 혐오하고 배격한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녀가 치유사가 된 이후, 나와 함께 묵묵히 걸어온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아마도 가호를 통해 신성력은 물론이고, 다양한 스탯의 변화를 만들어 냈을 것이다.
‘다만 가호를 100% 활용할 수 있게 하려면, 나도 가호의 옵션을 열람해 볼 수 있어야 하는데…….’
헤이즈의 스탯이 궁금했다.
신의 가호로 인해 차단된 심안의 스캔 능력을 발동시킬 방법이 하나 있기는 하다.
그것은 헤이즈로부터 ‘내게 모든 능력을 가감 없이 공개하겠다.’는 서약을 받아 내는 것이다.
카이클, 나탈리, 이카젤라 같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내게 그런 서약을 해 줄 리 없겠지만.
헤이즈는 다르다.
자신보다 나를 더 믿는 녀석이기에 반드시 서약을 해 줄 것이라 믿었다.
‘일단 그건 나중에.’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왕국으로 돌아가서 언제든 할 수 있는 작업이었기에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제법 시간과 마력이 들어가는 작업이라 여기서 뚝딱 처리할 수는 없는 부분이기도 했고.
나는 헤이즈와 함께 주변을 둘러보았다.
소트라스가 죽으면서 후방에 차원문 하나가 활성화되기는 했다.
평범한 던전 같았으면 아무 생각 없이 나갔겠지만, 여기는 녀석의 터전이었던 곳.
게다가 마계 파리나 어보미네이션, 특이 식물이 있던 것을 보면 일종의 연구소가 아닐까 싶었다.
‘기록이 있을 거다.’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어딘가에 연구 공간이 따로 있고, 기록도 남아 있을 것이라고.
“헤이즈, 아직 체력 괜찮지?”
“네! 괜찮아요! 잠깐 쉬니까 다시 또 회복됐어요!”
“이곳에서의 시간이 허용되는 한도 내에서 샅샅이 뒤져 보자.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더 숨겨져 있을 것 같다.”
“아까 파리나 식물도 그렇고, 모든 것이 저희가 사는 세계와 크게 다른 것 같아요.”
“맞아. 있는 것을 두고 떠나기엔 너무 아까운 곳이다.”
헤이즈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우리는 빠르게 헤이스트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타넥스가 자폭으로 박살이 나 버렸기에 아쉽게도 빠른 탐색을 도와줄 동반자가 없어 아쉬웠다.
* * *
“찾았다.”
“책인 것 같은데, 전혀 알아볼 수 없는 언어로 되어 있어요.”
“이 언어는 나도 모르겠다. 나스 대륙어는 당연히 아니고, 용언도…… 아냐.”
꽤 긴 시간을 투자한 끝에 나와 헤이즈가 발견한 것은 한 권의 책이었다.
첫 장부터 끝까지 온통 정체불명의 언어로 되어 있었는데, 도저히 알아볼 수가 없었다.
마계어일 가능성이 컸다.
혹은 최소 수천 년이 지난 고대어라든가.
이런 내용을 해석할 수 있으려면 베르하드 정도는 되는 대마법사의 지식이 필요하다.
‘혹은 드래곤의 지혜.’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 해석의 가능성이 높기는 했다.
인간은 아무리 긴 시간을 살아도 겨우 100년이지만, 드래곤은 1000년은 가볍게 사는 존재들이니까.
“폐하, 건드려서는 안 될 비밀을 건드린 것은 아니겠지요?”
헤이즈의 눈빛이 흔들렸다.
마족도 모자라 그가 남긴 무언가까지 손을 대다 보니, 일이 커지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맞다, 일이 커진 것은.
우연히 마주쳐서 그렇긴 하지만, 어쨌든 마족 중 한 명을 죽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 봤자 갑자기 세상이 바뀌어, 마왕의 군대가 이 세계에 강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보고, 대응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미래에 대한 지식을 풍부하게 가진 나만의 장점이자 존재 가치이기도 하다.
“걱정 마.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 사람들은 내가 지킬 거니까. 헤이즈, 너도 마찬가지고.”
“제가 너무 주제넘게 걱정했어요. 폐하, 죄송해요.”
“아냐, 마침 들뜰 수도 있었던 기분을 잘 환기시켜 줬어. 앞으로 긴장을 해야 하는 것은 맞으니까.”
바로 그때.
[대균열 전체의 균형이 깨졌습니다.] [내부 에너지의 과도한 폭주와 손실로 인해, 붕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제한 시간 1시간. 그 이후, 대균열은 모든 공간과의 연결 고리를 닫고, 자체 수축에 들어갑니다.]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무한 수련의 방’에서 보란 듯이 꿀을 빨고, 더 나아가 이 방에서 한바탕 싸움까지 벌였으니…….
더 이상 대균열이 불균형 속의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할 수 없게 된 모양이었다.
이제 볼일은 끝났다.
남은 것은 탈출뿐.
“가자, 헤이즈.”
“네!”
나는 헤이즈의 손을 붙잡고, 미련 없이 텔레포트로 자리를 벗어났다.
이제 무척이나 값졌고, 또한 소득이 많았던 대균열 나들이를 끝낼 때가 왔다.
* * *
이틀 후.
나는 왕도의 남서쪽에 마련된 대규모 부지(敷地)를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생각을 점검하고 있었다.
여기는 모이즐을 영입했을 경우, 초대형 공방을 세울 자리였다.
공방 건축에 필요한 예산은 대균열에서 구한 금화로 충분했다.
사실 100만 골드만 있어도 기본을 갖추기에는 부족함이 없지만, 좀 더 욕심을 낼 생각이었다.
‘초대형 공방만 있으면 전시에 노려지기 쉬우니까 아예 연계해서 군사 시설까지 같이 들여야겠어. 대규모 연합 훈련장도 나쁘지 않겠지.’
자금이 충분하니, 사고의 폭을 유연하게 넓히기에 좋았다.
이미 멀지 않은 곳에 아세로의 공방이 있기에 서로 상호 연계를 하기에도 좋아 보였다.
“이게 가장 크다.”
나는 흡족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꺼낸 마정석을 바라보았다.
타타르 마정석이다.
이번에 아키가 타타르 아일랜드의 다크 엘프와 정식 교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덕분에 수입할 수 있게 된 것이 타타르 마정석인데, 대륙 전체에서 타타르 마정석을 수입할 수 있는 국가는 우리 왕국이 유일했다.
그만큼 귀한 녀석인 데다가 활용 가치도 매우 높았다.
타타르 마정석은 같은 등급이어도 순도가 일반 마정석보다 한 단계 높다.
우리 왕국의 특산품 중 하나로 통하는 최상급 크리비아 마정석의 순도가 상급 타타르 마정석의 순도와 같다.
순도가 높다는 것은 안정성이 높다는 뜻이고, 동시에 세공의 불량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모이즐처럼 아티팩트들을 주로 다루며 미세 공정이 중요한 대장장이에게는 무조건 타타르 마정석이 최고지.’
이견의 여지가 없는 진리였다.
‘이걸 보여 줘도 충분히 좋아하겠지 싶군.’
뿌듯했다.
네임드를 영입하러 가기에 앞서, 필요한 ‘준비물’들을 모두 꼼꼼하게 갖춘 느낌이었다.
바로 그때.
“폐하! 도착했습니다!”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아키였다.
그녀 덕분에 참 많은 것을 얻었다. 특히 다크 엘프 로드의 친서까지 받지 않았던가?
의미가 깊은 친서였기에 읽고 나서 잘 보관해 두었다.
목숨을 건 그녀의 노력을 절대로 잊지 않기 위해서다.
“음?”
한데 습관적으로 아키의 현재 상태를 심안으로 스캔하던 나에게 뭔가 이상한 것이 보였다.
그것은.
[아티팩트 ‘침묵의 팔찌’를 보유 중입니다.]내가 준 적이 없는 아티팩트였다. 또한, 아키가 직접 구매했다고 하기에는 태생이 ‘옳지 못한’ 암흑 교단 계열의 아티팩트였다.
‘이 자식들……!’
나는 한달음에 달려가, 아키의 팔에서 팔찌를 잡아 뺐다.
“앗! 갑자기 이게 어찌 된……?”
순간 아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기분이 나빴다기보다 갑작스런 내 반응에 크게 당황한 듯했다.
나는 불쾌함이 잔뜩 묻어나는 표정으로 아키를 향해 차갑게 답했다.
“이 팔찌, 암흑 교단에서 흘러나온 아티팩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