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195
제 195화
67장. 메리의 집밥 – 3화
웃음을 꾹 참은 자레드의 엄숙한 진행 아래 라키스와 메리는 그렇게 부부의 연을 맺었다.
“엄마! 아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요! 축하해요!”
그리고 미아가 하객 수백 명의 축하가 부럽지 않을 만큼, 두 사람을 꼭 끌어안아 주며 결혼을 축하했다.
이어서 참석한 대신관 네오드가 두 사람에게 기도와 함께 축복을 내렸고, 반지 교환을 끝으로 결혼식은 끝이 났다.
라키스와 메리 모두 허례허식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자리가 된 것만으로도 매우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이어진 만찬의 자리.
만찬은 메리가 직접 준비한 스테이크 요리로 시작됐고, 자레드는 그 자리에서 마기 감지 아티팩트를 세 사람에게 건넸다.
“받으시오. 이 아티팩트가 있으면 주변에서 접근하는 암흑 교단의 인물을 미리 감지할 수 있소.”
“이게 폐하께서 말씀하시던 아티팩트입니까? 신도 예전부터 걱정이 많았습니다. 암흑 교단의 존재들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으니까요.”
“그렇소. 이제 이것이 있으면 적어도 누가 평범한 일반인이고, 누가 교단의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것이오.”
“감사합니다, 폐하!”
“좀 더 유심히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겠어요, 폐하.”
“암흑 교단의 나쁜 놈들이 보이면, 제가 바람 마법으로 쓸어버리겠어요!”
라키스와 메리, 미아가 차례대로 감사를 표했다.
아르케네스 팔찌 사건 이후, 근심이 가득했던 부분이 해결된 것 같아 자레드는 마음이 뿌듯했다.
이제 어설프게 자레드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접근했다가는 뼈도 못 추리게 될 것이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암흑 교단의 누구든 걸려들었으면 했다. 확실하게 본때를 보여 주고 싶었기에.
“그리고 이것은 라키스 경과 메리 요리장, 미아에게 건네는 결혼 선물이오. 사양 말고 받으시오.”
자레드는 이어서 아티팩트를 각각 한 개씩 더 건넸다.
모두 5성급 아티팩트였다.
라키스에게는 근력 200 상승, 메리에게는 체력 250 상승, 미아에게는 마력 300을 올려 줄 아티팩트였다.
나스 대미궁에서 구해 온 아티팩트 중 하나로 세 사람에게 주려고 미리 빼 두었던 녀석들이었다.
“폐하……. 어찌 신에게 이리 과분한 선물을 주시는 것입니까?”
라키스가 고개를 조아렸다.
메리와 미아도 아티팩트를 받아 들고는 황송한 표정으로 자레드를 바라보았다.
자레드의 입장에서 아티팩트는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는 전리품 중 하나였지만…….
사실 아티팩트의 가치는 매우 귀했다.
평생을 살아도 아티팩트에 손 한 번 대지 못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설령 운 좋게 손에 넣더라도 보통 1성이나 2성급의 아티팩트인 경우가 대부분.
하지만 자레드가 건넨 것은 5성급 아티팩트로 최소 5천 골드 이상의 가치를 지닌 것이었다.
“이리 비싼 것을…….”
메리도 자레드로부터 선물로 받은 펜던트를 만지작거리며 떨리는 목소리를 냈다.
“그대들의 성장을 뿌듯하게 지켜본 내가 치하의 의미로 주는 선물이니 사양치 마시오.”
“폐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모두가 고개를 숙였다.
미아 역시 몸 전체에 빠르게 퍼져 나가는 마나의 기운을 느끼며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결혼 선물이었다.
한동안 라키스와 메리, 미아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그저 자레드를 바라보고 또 바라볼 뿐이었다.
* * *
“최근 나오미 단장님께 틈틈이 다른 마법을 배우고 있어요. 정말 쉽게 가르쳐 주세요! 덕분에 이제는 화염 계열의 마법도 제법 다룰 수 있게 됐어요!”
“오, 정말이야? 어디 한번, 내게 보여 주겠니?”
“네! 파이어볼부터 보여 드릴게요! 하아아앗!”
“오! 불길이 제법이구나?”
“그렇죠, 폐하? 확실히 예전보다 나아진 게 느껴지시나요?”
“느껴지다마다. 연습을 엄청 했구나, 미아?”
“네! 폐하만 생각하면서 정말 열심히 연습했어요!”
만찬 이후의 티타임을 즐기며.
나는 세 사람과 계속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미아의 성장은 눈부셨다.
나오미에게 각별히 미아에게 신경을 써 줄 것을 부탁했는데, 정말 ‘밀착 강의’를 진행한 모양이었다.
[미아 – Lv. 225] [근력 : 78][체력 : 101] [마력 : 1,001][지혜 : 325] [민첩 : 48][매력 : 104] [물방 : 151][마방 : 162] [특수 성향 : 바람의 노래 SSS / 마나 감지 S / 마나 순환 S / 화염의 노래 B] [일반 성향 : 효도, 탐구, 악착]‘예전에 비해 몰라보게 강해졌어! 불에 대한 깨달음도 어느 정도 얻은 건가? 화염의 노래가 새로이 생겼군.’
별도의 아티팩트 보조가 없었음에도 예전에 비해 지혜 스탯의 수치가 100 이상 올랐다.
지혜 스탯은 마법에 대한 이해와 깨달음을 상징하며, 곧 마법의 화력(대미지)과 직결된다.
한데 미아가 자력으로 지혜를 그만큼 올렸다는 것은 마법의 본질 그 자체를 이해하기 위해 정말 피나는 공부를 했음을 뜻했다.
‘항상 장난기 가득한 말괄량이처럼 행동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정말 열심이었구나. 미아.’
녀석이 기특하고 대견했다.
마력도 1천이면 충분했다.
나처럼 트랜센던스를 쓰는 것이 아니라면, 5클래스 마법이어도 소모되는 마력은 80이 전부니까.
바로 그때.
미아가 대뜸 나를 불렀다.
“폐하!”
“응?”
“제게 만약에 다음번의 생이 존재한다면요!”
갑자기 다음번의 생?
이제 열네 살인 녀석이 내세(來世)를 논하니 웃음이 났다.
하지만 미아의 표정은 매우 진지했고, 나는 미아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때는 꼭 폐하와 결혼하고 싶어요! 폐하처럼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요!”
“하하하, 미리 약속이라도 해 둘까? 다음 생에 만나면, 반드시 결혼하자고?”
“네! 손가락 도장이라도 찍어 주세요!”
“하하하. 그래, 그러자.”
미아의 말이 농담이라도 상관없고, 진심이어도 좋았다.
그만큼 나를 믿고 따르며, 존경한다는 뜻으로 해석했으니까.
라키스와 메리는 멋쩍게 웃기만 했다.
여기서 ‘그게 무슨 소리냐!’ 하고 호통을 치면 내 입장이 이상해지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면 그것도 좀 이상하잖은가?
눈치 빠른 두 사람의 현명한 판단이었다.
꾸우욱.
미아와 손도장을 찍었다.
나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미아에게 되물었다.
“그럼 이번 생에는 어떤 사람과 결혼하고 싶니?”
“폐하처럼 멋지고, 폐하처럼 자신이 몸담은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가진 사람과 하고 싶어요!”
“내가 그런 사람이니?”
“네! 저뿐만이 아니라, 마법을 배우는 모든 사람이라면 폐하를 존경하고 우러러볼 거예요!”
미아의 말에는 거침이 없었다.
거짓말은 절대로 하지 않는 미아이기에 마음에 더 와 닿았다.
“미아.”
“네?”
“그간 제대로 신경을 써 주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조만간 나와 함께 던전 공략이라도 한번 다녀오자꾸나. 알겠지?”
“네! 언제든 불러 주세요! 나오미 스승님 밑에서 열심히 연습하고 있을게요!”
“하하하, 라키스 경과 메리 요리장은 참으로 든든하겠소. 이런 멋진 딸을 두고 있으니 말이오.”
“이 모든 것이 폐하의 은덕이지요.”
“폐하가 계시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저도, 그리고 미아도 없었을 것입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폐하께서 다 죽어 가던 저를 살려 주신 그날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메리가 눈물을 글썽였다.
벌써 2년 6개월이나 흐른 과거의 이야기지만, 나 역시도 어제의 일처럼 기억이 생생했다.
나비효과라는 말이 새삼 실감 났다.
그때의 일 덕분에 메리라는 특급 요리장을 곁에 두게 됐고, 미아라는 최고의 유망주를 손에 얻었다.
아울러 라키스에게 가족이라는 든든한 울타리도 생겼고 말이다.
그때 전심전력으로, 심지어 기절까지 하면서 메리를 돌보았던 내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사람 모두, 앞으로 나를 위해 해 줄 일이 많소. 더욱 긴장하며 채찍질하도록 하시오. 앞으로 정말 많은 것이 달라질 테니.”
“예, 폐하.”
다가올 9월 1일.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된다.
대륙 전역에 파견해 둔 첩자들이 가져오는 정보에 따르면…….
전쟁 준비는 비단 우리 크리비아 왕국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짧으면 6개월, 길면 1년. 그 안에 대륙의 판도가 새롭게 짜이게 될 거야.’
나는 단언할 수 있었다.
나, 그러니까 ‘자레드’라는 존재가 생겨나면서 이 세계의 흐름은 와는 달라졌다.
에서의 과거는 성마 대전이 발발하기 직전까지, 5제국과 16왕국의 춘추전국시대였다.
하지만 나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역사의 흐름은 바뀌었다.
벌써 이티마 제국에 리스티스 왕국이 함락됐고, 세잔틴 왕국은 절대 열세를 면치 못하며 고전 중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의 과거 역사와는 확실하게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성마 대전이 더 앞당겨질 수도 있겠어.’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영문을 모를 불안한 예감이라기보다는 근거가 확실한, 아주 강한 확신이었다.
* * *
다음 날 새벽.
라키스와 메리, 미아를 돌려보내고 난 뒤, 나는 대신전 옆의 산책로를 따라 조용히 걸었다.
새벽 2시를 막 지났을 무렵이라 인기척은 전혀 없었고, 그래서 나는 아공간에서 꺼낸 두루마리를 펼쳤다.
고민이 깊어질 때마다 몇 마디 조언을 남겨 줄 것이라고 했었던 그라시아의 두루마리였다.
바로 그때.
맨 뒷장을 살펴본 내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도대체 뭔데? 전에 봤을 때는 1422년 12월 31일이었잖아. 그사이에 1년이나 줄었다고? 왜?”
두루마리에 예고된 성마 대전의 날은 1년이나 앞당겨져 있었다.
내가 7클래스가 된 것도 아니고! 변경 요인이 없는 것 같은데 바뀌어 버린 것이다.
아주 문득, 이 두루마리가 헛소리를 지껄이는 것은 아닐까 싶었지만…… 그라시아가 나를 두고 장난을 칠 일은 없겠지 싶었다.
그래서 앞장을 펼쳤다.
그 위치에 두루마리가 조언을 남겨 준다고 했었으니까.
예정된 날이 바뀌었다면, 그에 걸맞은 조언도 분명 남겨 주겠지.
유의미한 조언이 있기를 기대하며, 조언이 새겨질 페이지를 펼쳤다.
그러자.
“아…….”
누군가에게는 의미 없는 문구로 들릴 수도 있는 조언.
하지만 나는 그 순간, 짧은 문구에 숨겨진 확실한 단서를 얻을 수 있었다.
“마법 역학 총람!”
7클래스 진입을 위한 계단이지만, 동시에 큰 벽이기도 했던 책.
그동안 나는 카스트로가 건넨 을 시간이 날 때마다 꾸준히 읽어 왔다.
정말 글자 하나하나를 해체해서 파악한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꼼꼼히 읽고, 내용을 곱씹었다.
하지만 깨달음은 요원했고, 작은 실마리조차 얻을 수 없었다.
한데 두루마리가 의외의 지름길을 알려 주었다.
그것은 내용을 이해한 상태로만 두지 않고, 직접 실체화하여 적용해 보는 것이었다.
두 줄의 가르침!
뜻하지 않게 7클래스로 향하는 고속도로가 열리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