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198
제 198화
68장. 압도적인 힘으로! – 3화
이어진 두 번의 공격도 전부 수포로 돌아갔다.
“이제 내 차례군.”
자레드가 웃으며 유유히 손끝으로 끌어올린 마법은 7클래스 화염 마법, 플레임 스트라이크였다.
지난번에 그라시아의 두루마리로부터 실마리를 얻은 이후, 퀘스트의 급전개가 이뤄졌던 것이다.
돌파구를 찾을 수 없었던 첫 번째 퀘스트는 ‘읽는 것’에만 집중하지 않고, ‘실천하는 것’에도 비중을 둔 방법으로 돌파했다.
이어진 두 번째 퀘스트는 정해진 마법 수련을 보름을 하면 되는 것이었고, 그렇게 자레드는 7클래스가 되었다.
꽉 막혀 있었던 첫 번째 퀘스트 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정말 순식간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플레임 스트라이크…….”
자레드가 만들어 낸 플레임 스트라이크를 본 레이진의 표정이 흙빛으로 변했다.
6클래스로 알았던 자레드는 어느새 한 단계 상승해 있었다.
아직 서른도 채 되지 않은 마법사가 벌써 7클래스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올해로 쉰다섯을 넘긴 레이진의 나이를 생각하면, 믿기지 않을 정도의 빠른 성장이었다.
화르르륵!
이윽고 자레드의 플레임 스트라이크가 날아들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레이진 역시 7클래스의 마법사였다.
그는 당황하지 않고 바로 퍼펙트 실드를 펼쳤다. 만약을 대비해서 제법 두껍게, 마나를 최대치로 끌어올려 펼쳤다.
다음 순간!
쿠웅!
첫 충격이 느껴졌다.
실드와 마법이 충돌할 때면 으레 벌어지는 일로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충격이었다.
하지만 놀라운 일은 바로 벌어졌다.
쩌어어억!
“아니?”
퍼펙트 실드의 두꺼운 방어 역장에 순식간에 금이 갔다.
실금이 간 정도가 아니라, 겹겹이 쌓인 역장이 쪼개지는 수준의 대균열이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화르르르륵!
이어서 플레임 스트라이크가 한 번 더 날아들고 있었다.
퍼펙트 실드의 역장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또다시 같은 실드를 사용할 수는 없었다.
애초에 지금 마법을 시전 중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역장을 갱신하려면 실드를 거둬들이고 새로 퍼펙트 실드를 펼쳐야 하는데, 그러기엔 시간이 촉박했다.
망설이는 사이.
쫘아아아악!
두 번째로 날아온 플레임 스트라이크가 실드를 완전히 박살 냈다.
“크아아악!”
엄청난 열기와 불길이 손쓸 틈도 없이 레이진을 덮쳤다.
플레임 스트라이크는 레이진도 주로 사용하는 화염 마법이고, 당연히 마법의 화력에 대한 계산도 머릿속에 있었다.
플레임 스트라이크 두 번에 퍼펙트 실드가 깨지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이는 평생 레이진이 쌓아 온 마법에 대한 상식이 부정되는 일이었다.
괜히 실드라는 명칭 앞에 ‘퍼펙트(Perfect)’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이 아니다.
그만큼 상위 마법을 능히 막아 낼 수 있는 완벽한 방어벽이기에 일컫는 말이었다.
퍼어엉!
“크으윽!”
불행 중 다행일까?
다급히 펼친 스톤 스킨 마법이 아슬아슬하게 큰 부상을 막았다.
하지만 불길의 일부가 레이진의 허벅지에 옮겨붙었고.
‘연쇄 발화.’
자레드는 그 틈을 절대 놓치지 않았다.
콰아아아아아!
“크윽…….”
연쇄 발화로 유발된 2차 폭발이 레이진의 허벅지에서 일어났다.
허벅지의 살점은 폭발과 동시에 바로 날아갔고, 하얀 뼛조각이 가감 없이 드러났다.
하지만 그것은 차라리 약과였다.
폭발의 충격을 안전장치 없이 몸으로 받아 낸 레이진은 공중에서 기절해 버렸다.
“그냥은 안 보내지.”
하지만 자레드는 기절해 추락하는 레이진을 따라가 그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확정적 해체를 걸었다.
그다음, 다시 레이진의 손을 놓았다.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레이진은 속절없이 구름 아래로 떨어져 내려갔다.
‘데큐플 트랜센던스 체인 라이트닝.’
이윽고 자레드가 완벽하고도 거대한 한 방을 위해, 모든 역량을 총동원했다.
6클래스의 전격 계열 마법인 체인 라이트닝.
그것을 최대치 10배로 강화한 데큐플 트랜센던스로 꺼내 들었다.
보유 마력 3만, 여기에 ‘무디두스의 기도’를 통해 더한 3만.
도합 6만의 마력이 어렵지 않게 마련되었다.
이 마력을 모두 소진하고도 얼마든지 보조 수단으로 마력을 충전할 수 있었다.
당장에 이그노어 건틀릿에 6번 옵션 ‘마력 저장’으로 보관되어 있는 마력 5천도 대기 중이고.
빠직! 빠직! 빠지지지직!
자레드의 손끝을 중심으로 살아 있는 번개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엄청난 전류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구름 위.
그곳에서는 아무도 모르게 대재앙의 공격이 준비되고 있었다.
* * *
같은 시각.
“모두 철수.”
전투 중에 구름을 올려다본 나오미는 미련 없이 퇴각 명령을 내렸다.
직접 보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변화가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구름 위에서 섬광이 연신 번쩍이는 것은 자레드가 전격 계열의 마법을 준비한다는 뜻이고.
그것이 여기까지 보인다는 것은 자레드만이 유일무이하게 구사할 수 있는 초월 마법이 준비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나오미도 이제 자레드의 ‘트랜센던스’ 개념은 확실히 이해하고 있었다.
어떻게 그에게 그런 대단한 능력이 주어지게 됐는지는 알 수 없으나, 확실한 것은 정신 나간 위력의 마법이라는 것이었다.
스스스슥. 스스슥.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드레자 주술단과 디미오스 마법사단이 빠르게 뒷걸음질치며 전장을 빠져나갔다.
자레드의 마법이 타격할 범위는 모두의 머릿속에 그려져 있었다.
이미 훈련에서 몇 차례나 자레드가 시연(試演)을 했었기 때문이다.
“크으윽…….”
“커헉.”
하지만 기습에 너덜너덜해진 파우페르 왕국의 마법사들은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주술의 후유증도 있었고, 체력 소모가 큰 탓에 회복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갑자기 적의 주술사, 마법사들이 빠져나가는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
빠지이이익!
그들은 볼 수 있었다.
구름 위에서부터 시작된……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의 수많은 갈래로 나뉜 전류 줄기가 지상으로 급강하하는 것을!
하지만 그들보다 먼저 마법에 맞서게 된 사람이 있었다.
자레드와의 전투에서 충격을 입고 추락하다가, 다시 정신을 차린 레이진이었다.
그는 눈을 뜸과 동시에 하늘에서 내려치는 전류의 향연을 보고, 바로 ‘체인 라이트닝’ 마법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착용하고 있던 아티팩트의 능력을 발현했다.
퍼펙트 실드보다 다섯 배 이상의 위력을 내는 확실한 방어벽을 만드는 특수 능력의 활용이었다.
심지어 방어 범위도 넓었다.
아티팩트의 능력이기에 자주 쓸 수는 없었지만, 위급한 순간에 반드시 쓰고자 마음먹었던 능력이었다.
“이번에는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는다……!”
레이진의 외침이 모든 이들에게 들렸다. 지상에서 리더를 지켜보던 파우페르 왕국의 마법사들에게는 당연히 더 또렷하게 들렸고.
지이잉!
거대한 방어벽이 펼쳐졌다.
마법사들은 믿었다.
레이진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전류의 줄기들을 막아 주고, 전세를 전환시켜 줄 것이라고.
하지만.
빠지지지직! 빠지직!
화르르르륵……!
“아아.”
마법사들의 기대가 절망과 절규로 바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전류가 방어벽을 덮치는 순간, 레이진은 그 상태로 허공에서 완전히 산화됐기 때문이다.
흔적이라 부를 수 있을 살점 하나, 머리카락 한 올도 남지 않는 완벽한 ‘삭제’였다.
파우페르 왕국의 마법계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마법사단의 기둥은 그렇게 사라졌다.
아래에서 리더의 최후를 지켜본 마법사들은 그의 죽음과 동시에 전의를 모두 상실했다.
“애초부터…….”
“죽을 운명이었군.”
두려움은 전염병처럼 번졌다.
아티팩트를 이용한 실드가 막힌 마당에 다른 선택지도 없었으니까.
그리고 곧바로 데큐플 트랜센던스 체인 라이트닝의 전류 줄기가 지상을 강타했다.
빠지직! 빠직! 빠직!
“크억!”
여기저기서 볏짚처럼 마법사들이 픽픽 쓰러져 갔다.
“…….”
이를 지켜보는 이자벨과 나오미의 표정에도 짙은 두려움이 배어 있었다.
그것은 마치 뇌전(雷電)의 신이 인간계에 강림하여, 친히 신의 권능을 펼치는 모습을 보는 듯했다.
이자벨이 말했다.
“폐하의 압도적인 힘이네요. 다른 말로는 설명할 수 없겠죠.”
“한 국가의 마법사단이 이리 쉽게 몰살당할 줄이야. 그 어떤 마법사도 쉽게 해내지 못할 일…….”
나오미도 고개를 끄덕였다.
전략과 전술, 그리고 자레드가 가진 압도적인 화력의 승리였다.
개전한 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파우페르 왕국의 핵심 전력인 마법사들이 전멸했다.
생존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 * *
정확하게 노린 지상의 한 지점에 체인 라이트닝이 도달한 것을 확인한 순간.
[칭호 ‘위저드 머더러’를 얻었습니다!] [마력이 1500 상승합니다!]칭호가 주어졌다!
마법사 100인을 제거하면 얻게 되는 칭호인 ‘위저드 머더러’였다.
예전에 10인을 죽였을 때 ‘위저드 킬러’를 얻었고, 이번에 이 칭호를 새롭게 얻은 것이다.
[위저드 슬레이어] [0431 / 1000]다음 단계인 위저드 슬레이어까지는 제법 카운팅이 남았지만, 어쨌든 절반에 가까운 수를 채웠다.
“…….”
새삼스럽지만 사람의 목숨이라는 것이 참 덧없게 사라진다는 것을 느꼈다.
방금 전 일격으로 400명에 가까운 마법사의 목숨이 사라졌다.
물론 마법사 전부가 하이클래스 마법사들은 아니었고, 그중 태반이 3클래스 이하의 일반 전투 마법사이기는 했다.
하지만 어쨌든 마법 하나로 가공할 만한 위력을 가진 이들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그들을 죽이기 위해 내게 필요했던 것은 충분한 양의 마력과 잠깐의 캐스팅 시간. 그뿐이었다.
슈아아아.
이윽고 지상으로 내려오자, 기다리고 있던 이자벨과 나오미가 나를 반겼다.
사방은 온통 아수라장이었다.
마법사들이 한곳에서 이렇게 전멸을 당한 역사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이곳은 거대한 공동묘지가 되어 있었다.
당연히 성한 시체도 없었다.
매직 미사일 세례에 찜질을 당하고, 전류에 감전된 마법사들의 말로는 그야말로 끔찍했다.
이자벨이 내게 고개를 숙였다.
“폐하께서 홀로 전투의 시작과 끝을 만들어 내셨습니다. 폐하의 마지막 공격은 뇌신의 현신이라 해도 모두가 믿었을 것입니다.”
“으드드드.”
이자벨의 뒤에 있던 유리나가 손을 파르르 떠는 것이 보였다.
이자벨이 키우는 유망주라고 들었는데, 어린 나이에 벌써 3성의 주술사가 되었다고 한다.
“패전의 소식을 전할 마법사조차 남기지 않고 전멸했으니, 전략적 공백이 상당할 것입니다.”
나오미가 말을 보탰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전황이 불리하게 돌아가면, 지원 요청이나 현장 상황을 전달할 인원을 차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럴 수 있는 인원까지 전부 죽어 버렸다.
현장에 누군가 오기 전까지는 파우페르 마법사단이 전멸했다는 사실을 알 수조차 없는 것이다.
“폐하, 이제 저희는 어디로 갑니까?”
나오미가 진격 방향을 물었다.
북으로 가면 국경 인근을 초토화할 수 있고, 남으로 가면 왕성으로 향하게 된다.
이미 마법사단이 전멸한 마당이라 무주공산이 될 왕성은 큰 욕심을 낼 필요가 없어 보였다.
“북쪽으로 갑시다. 국경 일대를 신속하게 장악합시다.”
빠른 판단을 내렸다.
지금의 적에게 필요한 전략은 감히 대항할 생각조차 들지 않게 만들 압살과 두려움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