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230
제 230화
77장. 8클래스 – 4화
“잔재주를 부리는 귀찮은 고철 덩어리는 치우는 게 좋을 것이다!”
과아아아아! 솨아아악!
후드드드득.
사비오가 공들여 제작한 타트라 넥스 예비 기체들.
그중의 한 기가 갈라딘이 펼친 오러 블레이드에 반 토막이 나서는 속절없이 추락했다.
확실히 소드 마스터가 펼치는 검기는 예리하고 매서웠다.
살짝 스치기만 해도, 모든 것이 죽음의 구렁텅이에 떨어질 정도로.
제아무리 공들여 만든 타트라 넥스라고 한들, 결국에는 철과 마정석을 혼합하여 만들어진 기체.
그래서 검술의 깨달음과 정수를 오롯이 담은 오러 블레이드 앞에서는 무력해질 수밖에 없었다.
“…….”
자레드는 마력탄으로 꾸준히 갈라딘을 견제하던 타넥스들을 전부 멀리 뒤로 물렸다.
어차피 마력탄 자체가 갈라딘에게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다.
강인한 기운을 바탕으로 몸 전체를 휘감고 있는 검기는 흡사 마법사의 실드처럼 그의 주변을 보호해 주고 있었다.
마력탄의 위력을 높이기 위해서 마력의 응축도를 높이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기는 했다.
하지만 애초에 마력탄은 투사체의 속도가 빠르지 않은 만큼, 갈라딘과의 거리가 가까워야 했다.
그런데 문제는 거리가 가까워지면, 갈라딘의 공격에 바로 고철 신세가 되고 만다는 것이다.
‘쉽지 않군.’
자레드는 너덜너덜해진 자신의 로브를 살피고 있었다.
오러 블레이드, 즉 오러에 피격된 것도 아니고 옆을 스쳐 간 것만으로도 넝마가 되어 버린 로브.
소드 마스터인 그가 펼치는 오러의 수준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그에 비한다면, 렌-세븐과의 전투는 차라리 어린아이와의 전투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수준이 낮았다.
‘에서 갈라딘은 사사건건 플레이어들의 발목을 잡았던 존재. 결코 살려 둘 수 없어.’
자레드는 전투 내내, 혹시나 그를 동료로 둘 수는 없을까 고민했던 생각을 접었다.
무엇보다 그에게 성마 대전을 설명하고, 함께 대의를 도모하게 만들 자신이 없었다.
아마 이 사실을 알린다면 호응은커녕, 이를 악용해서 언제고 빈틈을 노릴 준비를 할 터였다.
[특수 퀘스트가 발동됩니다.] [갈라딘 라스무틴을 제거할 경우, 칭호 ‘다섯 번째 위기를 극복한 자’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칭호 획득에 따라 보상으로 ‘트리스티스 아일랜드’의 지도 일부를 얻는 것이 가능합니다!]게다가 시스템이 자신에게 부여한 ‘동기’ 때문에라도 갈라딘은 무조건 제거해야 했다.
지도가 있어야 지금 60층까지밖에 맞춰져 있지 않은 나스 대미궁의 추가 공략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결코 그와 공존(共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시스템이 간접적으로나마 피력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문제는 어설픈 공방전으로는 어림도 없는 스탯 구성인데…….’
자레드의 고민이 깊어졌다.
[갈라딘 – Lv. 801] [근력 : 1,635][체력 : 1,509] [마력 : 425][지혜 : 131] [민첩 : 111][매력 : 132] [물방 : 1,021][마방 : 1,109] [특수 성향 : 오러 블레이드 SSS / 항마 대응 SSS / 신성력 강화 SSS] [일반 성향 : 정복, 전쟁, 견제] [아티팩트 ‘렌투스 신검’을 보유 중입니다.] [아티팩트 ‘명장 이그레토의 미스릴 갑옷’을 보유 중입니다.]예전에 만났을 때에 비해, 갈라딘의 레벨은 무려 200이나 높아져 있었다.
아마도 개인만의 특수한 심법과 훈련법, 그리고 전쟁에서 누적된 결과일 것이다.
특수 성향은 세 가지로 많지는 않으나 구성이 너무나도 알찼다.
공격, 방어, 회복력.
세 가지를 모두 챙긴 갈라딘은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성벽 같은 느낌이었다.
스탯이 워낙에 높은 탓에 자잘한 마법 견제는 애초에 통하지도 않았다.
항마 대응의 판정 등급이 SSS를 달성하게 되면.
자신의 능력 여하에 따라 마법 방어력을 순간 2배에서 3배까지 뻥튀기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 이유로 현재 1,109의 마법 방어력을 보유한 갈라딘은 최대 3,327의 능력을 낼 수 있었다.
이 말인즉슨 5클래스 일반 마법까지는 ‘완전 무시’가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장기전은 좋지 않아.’
오러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갈라딘이기에 상공에서 내리쏟아 붓는 마법 공격도 먹히지 않았다.
오러의 영향권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상에 있는 것보다 회피가 어려워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정석적인 진검 승부로는 내가 불리해. 차라리 철저하게 기만으로 가자.’
자레드는 생각을 정리했다.
렌-세븐을 죽이고 8클래스의 경지에 들어서자 공격을 위한 레퍼토리가 크게 증가했다.
자레드는 이 강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트랜센던스 시뮬라크럼.’
자레드는 첫 번째 선택지를 꺼내 들었다.
허상으로만 존재하는 환영 마법이 아니라, 실제에 유사한 분신을 만들어 내는 분신 전개 마법.
시뮬라크럼이었다.
* * *
얼마 후.
“망할 쥐새끼 같은 X!”
갈라딘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사방으로 오러를 펼치고 있었다.
슈아아아! 슈아아아!
여기저기서 자레드의 마법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것은 시뮬라크럼으로 만들어진 자레드의 분신이 전개하는 것으로 ‘대미지’가 존재했다.
문제는 자레드가 시뮬라크럼으로 만든 여러 개의 분신을 미러 이미지로 복사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트랜센던스로 강화시킨 미러 이미지인 탓에 복사해 내는 형상의 수가 한둘이 아니었다.
지면, 상공, 가릴 것 없이 보이는 모든 것이 온통 자레드였다.
어림짐작으로도 그 수가 200은 넘을 정도였다. 그중에 분신의 수는 적었지만, 카피가 이뤄진 탓에 모든 동작을 분신과 똑같이 했다.
물론 갈라딘도 그냥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모든 마법을 적극적으로 방어해 내며, 유독 화력이 높은 마법을 쏘는 분신을 찾아냈다.
백전노장인 그에게 이 정도의 대응은 어렵지 않았다.
기만술은 렌-세븐이 즐겨 쓰던 전술이기도 했고, 당연히 이를 두고 훈련도 꼼꼼히 했던 그였다.
솨아악.
이윽고 오러에 몸이 산산조각이 난 자레드의 분신이 추락했다.
하지만.
“빌어먹을.”
그 자리를 새 분신이 채웠다.
분명 저 분신들 사이에 자레드가 있는 것이 분명한데, 도무지 특정할 수가 없었다.
‘이게 자레드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특별한 마법, 초월 마법의 힘인가?’
그 누구도 자레드의 마법이 ‘트랜센던스’라는 지칭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이를 아는 사람이라고는 시스템의 적용을 오롯이 받으며 의 모든 것을 아는 자레드가 유일했다.
그래서 자레드에 대해 조사했던 사람들은 그 마법을 ‘초월 마법’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갈라딘의 지칭도 같았다.
예상을 뛰어넘는 전개가 펼쳐지다 보니, 갈라딘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일반 마법사가 미러 이미지로 만들 수 있는 환영의 수는 기껏해야 20개 정도가 고작.
시뮬라크럼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분신도 많아야 셋이었다.
하지만 자레드는 이미 그 수를 뛰어넘어, 현란한 숫자의 향연으로 갈라딘을 압도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더 빠르고 강력하게 밀어붙일 수밖에!”
갈라딘이 흑발과 수염을 휘날리며, 더욱 빠른 속도로 환영을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
쇄액! 쇄애액! 쇄애액!
파공음과 함께 초승달 모양의 검기가 사방으로 뻗어질 때마다 몇 개의 환영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타트라 넥스, 기동.”
화력의 부족함을 느낀 탓일까?
거리를 두고 있던 타트라 넥스 전체가 일제히 갈라딘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주 잠시, 갈라딘이 그 기체들에게 시선을 빼앗긴 사이.
샤아아아. 샤아아.
다시금 만들어진 수많은 분신과 환영이 빈자리를 메우고, 그 이상의 수를 만들어 냈다.
“언제까지 회피만 하는 전투로 일관할 셈이냐? 승부를 내지 않고는 이 전투는 끝나지 않는다!”
갈라딘이 목소리를 높였다.
약이 올라서? 아니었다.
자레드의 이런 기만술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간을 끌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 자레드 쪽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렌투스 제국군은 압도적인 우세로 끊임없이 북진하고 있을 터.
여기서 승부를 내지 못하고 시간을 끄는 동안, 렌투스 제국군이 주요 전선을 장악하면 균형의 추는 확실하게 자신들 쪽으로 기울게 된다.
애초에 신데르스 왕국의 남부에 위치한 비옥한 평야만 취할 생각으로 시작한 전쟁이 아니던가?
목표 달성은 그리 어렵지 않은, 머지않은 곳에 있었다.
“…….”
하지만 자레드 쪽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저 불사조처럼 계속 만들어지는 분신과 환영만이 끊임없이 갈라딘을 괴롭힐 뿐이었다.
갈라딘은 혹시나 은밀하게 후방에서 자신을 노리는 것인가 싶어 돌아봤지만,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애초에 그런 뻔한 기습에 당할 정도로 자신의 감각이 둔하지도 않았다.
자레드가 정면 승부를 피하고 회피 일변도의 전투로 일관하자, 갈라딘도 제법 자신이 붙었다.
막상 겨뤄 보니, 자레드도 격차를 느끼고 꼬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싶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더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화아악!
갈라딘이 한 번 더 자신의 내재된 힘을 개방했다.
그만큼 체력이 급격하게 소모되기는 하지만, 위력은 확실한 변화였다.
“렌-세븐. 너희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내 손으로 자레드의 목숨을 취하겠다.”
갈라딘의 결연한 다짐이 전장에 울려 퍼졌다.
* * *
한편 그 시각.
‘조금만 더.’
나는 상공에서 숨을 죽인 채, 갈라딘에게 결정적인 한 방을 먹일 타이밍을 정확하게 재고 있었다.
내가 첫 번째로 전개한 것은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8클래스의 환각 마법이었다.
상대가 이상을 조기에 인지하지 못할 경우, 자연스럽게 시야를 왜곡하는 마법이기도 했다.
보통 사전작업 없이 할루시네이션 마법을 전개하면, 상대는 바로 이질감을 느낀다.
관객 앞에서 트릭을 다 보여 주고 마술을 하는 식이다.
하지만 사전 작업을 해 두면, 중간 과정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속아 넘어간다.
이 ‘사전 작업’이 바로 내가 앞서 펼쳐 둔 수많은 분신과 환영들이었다.
검사의 강점이 우직하게 한 점으로 몰아붙이는 공격이라면, 마법사의 강점은 현란함과 다양함에 있다.
나는 그 차이가 가져다주는 강점의 극대화를 노린 것이다.
분명 환영과 분신들이 갈라딘을 위협할 수는 없지만, 그의 주의를 분산시키기에는 최상이었다.
그래서 내가 상공에서 보란 듯이 마법을 준비하고 있음에도, 그는 눈치채지 못했다.
이미 할루시네이션의 왜곡에 빠진 갈라딘에게 내 위치는 그저 아무것도 없는 허공으로 보일 테니.
그렇게 사전 작업을 끝낸 다음.
내가 선택한 것은 바로 8클래스의 마법인 플레어 스피어(Flare Spear)였다.
그것도 데큐플 트랜센던스로 강화되어, 8만이라는 대량의 마력을 일거에 소모하는 대단위 마법.
불, 바람, 뇌전, 물, 대지의 힘.
마법 5원소의 힘을 한곳에 모아 만들어 낸 원소 마법의 결정체이자 극의였다.
의 플레이어들은 플레어 스피어를 ‘심판의 창’이라는 별칭으로 불렀다.
일단 한번 눈으로 마주하게 되는 순간, 뼈도 못 추릴 정도로 고통을 느끼며 죽어가기 때문이다.
생전에 죄를 많이 지을수록 신의 심판으로 인해 고통을 많이 느낀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었다.
‘갈라딘, 이제 나의 시간이야.’
내 입가에는 회심의 미소가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