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316
제 316화
99장. 해결되지 않은 문제 – 2화
아스모칼라.
에서 무척이나 많은 플레이어들을 골탕 먹였던 바다 괴수 중 하나였다.
플레이어들은 패치 예고만 됐을 뿐, 준비는 되지 않은 동방 대륙에 대해 호기심이 많았다.
미구현 상태였지만, 이미 게임 내부의 지도에서 자리 잡고 있는 동방 대륙에 뭔가 있으리라고 믿었다.
이를테면 온갖 버그와 잘못된 데이터 값의 집합체였던 ‘대균열’처럼, 동방 대륙의 위치에도 뭔가 있으리라고 믿었던 것이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신대륙을 탐험했던 콜럼버스와 선원들의 마음으로 동쪽으로 향했다.
값비싼 쾌속선을 건조해 타고 항해하거나, 아니면 플라이 마법이나 비행 기체를 이용했다.
물론 그 여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그 끝에 다다를 즈음이면 말도 안 된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의 악천후로 기상이 바뀌었고.
심연에서 때를 노리던 바다 괴수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바다의 맹주는 비단 하나뿐이 아니었고, 각각의 괴수들이 저마다의 악명을 지녔다.
그중에서도 아스모칼라는 일단 놈에게 한번 물렸다 하면 절대 살아남을 수 없는 사나운 맹수였다.
생존율 0%.
아스모칼라의 악명은 날고 긴다는 ‘고인물’ 플레이어들도 넘어설 수 없었을 만큼 드높았다.
끄워어어어어!
괴성과 함께 바다 표면에서 훌쩍 뛰어오른 아스모칼라가 자레드를 향해 우악스럽게 입을 벌렸다.
‘데큐플 트랜센던스 파이어볼!’
즉각 응전.
자레드는 쩍 벌린 아스모칼라의 입에 인정사정없이 바로 거대한 화염구를 방출했다.
크워!
매우 위력적이고 파괴적인 공격이었지만, 아스모칼라는 주둥이를 움직여 어렵지 않게 마법을 옆으로 쳐 냈다.
아스모칼라의 몸 전체는 푸른빛의 역장으로 보호되고 있었고, 그것은 두터운 실드의 역할을 했다.
“와, 폐하! 이게 그 말로만 듣던 바다 괴수예요?”
“맞아.”
투타타! 타타타!
정점을 찍고 낙하하는 아스모칼라를 향해, 헤이즈가 능숙하게 타넥스를 조종하며 사격을 가했다.
자레드가 없는 동안에도 사비오와의 교류는 계속됐고, 수시로 타넥스를 이용한 기동 훈련을 해 온 덕분이었다.
그래서 자레드보다도 더 능숙하게 타넥스를 컨트롤하는 모습이었다.
“데스 힐로 보조할게요!”
“역시 내 부인다운 센스네.”
치유사의 엄청난 치유량을 역으로 사용하면, 파괴적인 대미지가 된다는 것은 엄청난 강점이었다.
헤이즈도 이제 자신의 치유력을 ‘대미지 딜링’으로 이용하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과거에는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한탄하며 답답해했겠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상황에 따라 완벽하게!
자신의 역할을 치유사에서 일종의 대미지 딜러로 바꾸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했다.
“방어 역장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두껍네. 아마도 체내에 코어가 될 부분이 있는 거겠지.”
풍덩!
자레드는 그사이, 낙하를 마치고 다시 해수면 아래로 내려간 아스모칼라의 흔적을 쫓았다.
짙은 바다의 색에 가려져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녀석의 마력이 남기고 간 흔적은 느껴졌다.
꽤나 깊게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것으로 봐서는 다시 한번 크게 도약을 하려는 심산인 듯했다.
자레드는 예전의 기억을 되짚으며, 바다 괴수에 대한 정보를 떠올리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희미하긴 하지만, 단편적인 기억의 파편들을 찾아냈다.
[아스모칼라] [심해의 바다 괴수입니다.] [동방 대륙과 나스 대륙을 오가는 괴수로 알려져 있으며, 특이한 코어를 보유하고 있습니다.]‘동방 대륙을 오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바다 위아래로 구현된 결계를 돌파할 수 있다는 거잖아.’
생각이 빠르게 확장됐다.
그간 동방 대륙의 존재를 어렴풋이 알면서도 가 볼 수 없었던 이유는 단 하나.
바로 결계 때문이었다.
무엇이 지나가든, 혹은 무엇이 스쳐 가든 그 결계에서는 모두 산화되어 없어졌다.
그것은 마치 맨몸으로 용광로에 뛰어드는 꼴과 같아서 닿는 즉시 녹아 없어지는 생지옥이었다.
심지어 결계를 돌파할 수 있는 공간 이동 마법도 과도한 왜곡에 휘말려 즉사로 이어질 정도였다.
게다가 이 결계는 ‘비현실’적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수평선을 따라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그래서 동방 대륙을 직접 가 본 사람도, 거기서 넘어온 사람도 없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괜히 신화 속의, 상상 속의 대륙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때문에 수많은 근거 없는 소문이나 루머의 근원이 되는 곳이기도 했다.
자레드가 과거에 동방 대륙의 핑계를 대며, 껄끄러운 설명을 대신했던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바다 괴수에게는 바다 그 자체가 힘의 터전이지. 녀석이 외부에 있을 때 공격을 퍼부어도 들어가면 다시 회복이야.’
자레드는 바다 괴수에게 대자연이 선물하는 치유력과 에너지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는 즉, 일반적인 전투로는 절대 아스모칼라를 물리칠 수 없음을 뜻했다.
하지만 안정적으로 동쪽으로 나가면서 어떻게든 조사를 하려면, 아스모칼라를 죽여야만 했다.
놈은 언제고 다시 오더라도, 혹은 다른 경로를 선택하더라도 집요하게 자신을 쫓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동쪽 바다를 주름잡는 맹수이자 왕으로 불리는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파라디소 개발진도 수많은 바다 괴수를 구현해 놓긴 했지만, 디테일하지는 않았어.’
자레드는 기억하고 있었다.
아스모칼라를 위시한 바다 괴수들은 그야말로 즉사의 일격을 가하는 저승사자였다.
그 파괴적인 힘 때문에 사실 많은 플레이어들이 동쪽 바다에 관심도 두지 않았다.
어차피 가면 죽으니까.
괜히 죽어서 경험치를 잃고, 아이템까지 드롭 되면 손해가 막심하니까 단념한 것이다.
특히나 잃을 것이 많은 상위 랭커들은 더더욱 모험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균열도 그렇고, 플레이어의 암묵적인 합의 아래 접근을 꺼리는 지형이나 몬스터들은.
뭔가 엉성한 구조를 가진 경우가 많았다.
이를테면 의 홈페이지에서 공식 정보를 둘러봐도, 특성이나 성향, 주요 사용 능력에 대한 브리핑이 부실했다.
일례로 플레이어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인기 던전 Top 100의 경우에는 방대한 양의 관련 문서가 존재했다.
그 내용은 개발진이 채워 넣은 것도 있었고, 오픈 백과사전 형태로 플레이어가 채운 것도 많았다.
하지만 아스모칼라와 같은 바다 괴수의 경우에는…….
[아스모칼라] [심해 바다 괴수로 상어를 빼닮은 외관과 마나를 활용하는 방어 기전이 구현되어 있다.]이런 식이었다.
바다 괴수, 맹수, 바다의 왕 같은 제법 위력적인 칭호를 갖고 있음에도 설명이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일단 외관만 번지르르하게 구현해 놓은 경우가 많지.’
자레드의 입가에 은근한 미소가 걸렸다.
다음 순간.
충분한 잠행을 마친 아스모칼라가 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수면을 향해 솟구치기 시작했다.
“헤이즈, 나는 신경 쓰지 말고 바다 위에서 아스모칼라를 집중 견제해 줘. 알았지?”
“네! 알겠어요! 그런데 폐하를 신경 쓰지 말라는 것은…….”
“보면 알아!”
구와아아아악!
자레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스모칼라가 우악스럽게 입을 벌리며 수면 위로 솟구쳤다.
이번에는 방금 전과 달랐다.
흉물스러운 입은 엄청나게 많은 사나운 이빨과 함께 아까보다 세 배는 더 넓게 벌어져 있었고.
무엇보다 부채꼴 형태로 구현된 푸른 빛깔의 역장을 함께 뿜어내고 있었다.
부채꼴 모양의 역장은 순식간에 자레드를 영향권에 들게 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펼쳐진 상태였다.
한눈에 봐도 이동 불가 상태를 유발하도록 한 역장으로, 자레드를 어떻게든 ‘먹어 보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는 모양새였다.
그리고.
터업!
“꺄아아악! 폐하!”
헤이즈는 결코 보고 싶지 않았던 광경을 보게 됐다.
아스모칼라의 입속으로 단숨에 빨려 들어간 자레드를 목격한 것이다.
매번 자레드가 모험과 기상천외한 도전을 즐긴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익숙해질 수 없는 노림수였다.
하지만 당황하는 것도 잠시.
그녀는 바로 데스 힐로 아스모칼라의 외피를 노릴 준비에 들어갔다.
그것이 자레드가 자신에게 남긴 당부이자 그녀에게 요구하는 역할이었으니까.
* * *
“역시…….”
무적에 가깝게 보이던 외부와 달리, 아스모칼라의 체내는 그야말로 연약한 살점 덩어리였다.
푸화아악! 화아악!
아스모칼라는 자신의 몸에 내가 들어갔다는 사실을 인지했기 때문인지 열심히 바닷물을 먹어 댔다.
아마도 그 안에 있는 나를 바닷물로 익사(溺死)라도 시킬 요량이겠지만, 그건 정말 단세포적인 생각이었다.
나는 바람의 장벽을 넉넉하게 펼쳐 위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를 모두 막아 냈다.
아니, 아예 아스모칼라의 식도에서 위장으로 향하는 길목을 바람의 장벽으로 막았다.
사람으로 따지면 식도의 아래쯤 되는 지점을 막아, 더 이상 음식물이 내려가지 못하게 막은 셈이었다.
워어억! 워어억!
그래서일까?
아스모칼라의 거대한 몸이 좌우로 흔들리는 느낌이 나더니 특유의 괴성이 밖에서 터져 나왔다.
그리고 위로 보이는 식도가 꿀렁이기 시작하며, 재차 물을 토해 내는 현상이 관찰됐다.
피핏. 핏.
나는 데큐플 트랜센던스 라이트 마법을 이용해 수백 개의 광체를 사방으로 흩뿌렸다.
녀석의 내부 점막이나 위산, 혹은 자잘한 천공 따위에 달라붙은 광체들은 저마다 빛을 발산했다.
덕분에 거대한 바다 괴수의 몸속에 들어왔음에도 시야를 확보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화려하고 단단하고 강인하며 체계적인 방어 체계를 갖춘 외관과 달리.
정작 내부는 부실 공사를 한 것보다도 더 심각한 상태라는 것.
그것은 앞서 ‘어보미네이션’을 통해서도 경험해 본 몬스터의 실체였다.
물론 이것을 두고 개발진이 잘못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애초에 몬스터는 외형을 상대하며, 대미지로 HP를 깎아 내리는 개념으로 맞서 싸우는 것이니까.
내가 별종인 것이다.
죽을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임에도 위험을 감수하고 이렇게 내부에 들어왔으니 말이다.
이것을 버그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누구도 게임이 현실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녀석을 만든 것은 아닐 테니까.
하지만 치열하게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내게는 기분 좋은 ‘빈틈’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나는 이 세계에서 좀 더 영리하고 슬기롭게 잘 살아가고 있다.
“음.”
나는 플라이 마법으로 날아다니며, 아스모칼라의 내부를 빠르게 훑기 시작했다.
워낙에 몸집이 큰 녀석이라 제법 넓은 공간을 가르며 날아다닐 수 있었다.
쿠웅! 쿠웅! 쿠웅!
밖에서는 충격음이 들렸다.
아마도 헤이즈가 타넥스의 마력탄 견제와 더불어 치유술 시전을 하고 있는 중일 것이다.
데스 힐이 사전에 들어갔을 테니, 아스모칼라도 무척 고생하고 있을 것이다.
세상 무엇보다 자애로운 치유의 기운이 아스모칼라에게는 모든 피부를 녹이고 태우는 생지옥과 같은 마법이 될 테니까.
주르륵! 주륵! 주륵!
여기저기서 소화액들이 쏟아진 탓에 나는 비행 내내 퍼펙트 실드를 둘러야 했다.
마법을 동시 시전하는 것은 제한적인 경우에만 가능하므로, 적당히 플라이 마법과 퍼펙트 실드를 번갈아 가며 썼다.
그리고 더욱 깊숙하게 안으로 들어갔다.
점점 악취가 풍겨 오는 것이 장으로 이어지는 구간에 들어온 듯싶었다.
하지만 어보미네이션의 그 더러웠던 몸속에서도 뒹굴었던 판에 이 정도면 양반이었다.
나는 묵묵히 악취 가득한 오물 덩어리를 뒤집어쓰며, 좀 더 안으로 들어갔다.
라이트 마법으로 한 차례 더 불을 밝히며, 주변을 꼼꼼하게 탐색하기를 몇 분.
“찾았다.”
나는 아스모칼라의 장내 어딘가에 꽉 박힌 채로 폭발적인 마력을 뿜어내고 있는 푸른색 원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스모칼라 코어] [결계를 일시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습니다.]바로 녀석의 속에 숨겨져 있던, 나스 대륙과 동방 대륙 사이의 자물쇠를 풀 열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