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339
제 338화
105장. 인류 통합 연맹 – 2화
“네가 수작질을 부리는 놈이구나.”
“히익! 네놈은……. 크아아악!”
나는 차원문에 들어서자마자 눈이 마주친 녀석에게 체인 라이트닝 마법을 전개했다.
마음 같아서는 데큐플 트랜센던스까지 끌어올린 공격을 단번에 퍼붓고 싶었지만.
놈을 죽이는 것보다는 살려 두는 것이 좀 더 효용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확실히 정령의 가호가 함께 붙으니, 위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해졌어.’
마력을 그만큼 소진하긴 하지만 정령의 가호가 더해진 마법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극! 끄그극!”
전류에 노출된 각성자가 연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여기저기서 뇌전의 정령들이 녀석을 공격하는 모습도 함께 연출됐다.
물론 정령들의 모습은 시전자인 내게만 보이며, 녀석에게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던전이 여기에도 있네. 성장하는 방식은 결국 우리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거겠지.’
나는 이글거리는 차원문과 이질적인 주변 환경을 둘러보며 생각했다.
확실히 신이라는 존재는 인간을 성장시키기 위해 던전과 같은 수단을 알맞게 사용하는 듯했다.
대가 없는 힘을 주기보다는 이런 식으로 동기부여와 목적의식을 통해 성장을 유도할 수 있으니까.
“일단 잔재주는 잘 봤다. 따라와라.”
홱!
나는 녀석의 멱살을 움켜쥔 채, 아직 닫히기 직전인 차원문 안으로 아슬아슬하게 몸을 날렸다.
나와 녀석의 몸이 빠져나오자마자, 차원문이 쑤욱 하는 소리와 함께 닫혔다.
“데큐플 트랜센던스 패럴라이즈.”
확실한 생포를 위해서 나는 거품을 문 채로 바들바들 떨고 있는 놈에게 마비 마법을 걸었다.
10단계의 초월 상태로 걸었으니 아마 내가 풀어 주지 않는 한, 영원히 얼음처럼 굳어 있을 터였다.
그사이.
베르하드는 가드낙스와 치열한 교전을 치르고 있었다.
역시 내 기대에 걸맞게 수많은 괴수 무리를 마주한 상태에서도 물러섬 없이 대응하는 모습이었다.
아무리 대괴수라고 한들, 나와 베르하드 역시 ‘대마법사’가 아니던가?
이런 녀석들에게 속절없이 무너질 실력이었다면, 애초에 결계를 넘지도 못했을 것이다.
파팟! 팟!
텔레포트를 이용해 나는 바로 원래 있던 자리로 복귀했다.
그리고 진선평에게 생포한 녀석을 짐짝 던지듯 휙 던져 주었다.
“잡아 왔습니다.”
“증강화! 증강우의 사촌 동생입니다. 드디어 이 쥐새끼 같은 놈을 잡았군요!”
“연맹의 능력자라 불리는 존재의 사촌 동생치고는 실력이 형편없던데요?”
“그래도 A랭크는 되는 실력의 각성자입니다만…….”
진선평은 놀란 표정으로 내 얼굴과 딱딱하게 굳어 있는 증강화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A랭크? 제게는 생소한 개념이군요. 어쨌든 제 실력으로 A랭크 정도는 쉽게 제압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되겠네요.”
“그, 그렇지요. 증강화! 네놈의 수작질이 무위로 돌아가니 어떻더냐! 이 X 같은 놈! 더러운 놈!”
“잘 데리고 계십시오. 제가 마비를 풀어 주기 전까지는 움직일 수 없을 테니 적당히 화풀이를 하셔도 되고.”
나는 웃으면서 증강화를 진선평에게 인계한 뒤, 다시 베르하드에게로 향했다.
잡을 놈은 잡은 듯하고.
이제 죽일 놈들을 죽여야 할 시간이다.
동방 대륙은 내게 미지의 세계다. 이런 녀석들을 제거하면서 ‘전투력’을 확실하게 측정해야 이후 전투에 대한 계산이 선다.
‘랭크라……. 그건 또 새롭네.’
우리 나스 대륙에 클래스, 성, 디바인과 같은 분류가 있듯이.
이 세계에서도 서열을 나눌 수 있는 지표가 있는 모양이다.
어쨌든 그것은 곧 알아 가면 될 부분.
“베르하드 님, 이동만 저지시켜 주십시오! 한 번에 정리해 보겠습니다!”
“가자!”
말이 끝나기 무섭게 베르하드가 사방에 거대한 불길을 일으키며, 가드낙스의 이동을 막았다.
수십 미터의 불길이 마력을 연료로 삼아 타오르기 시작하자, 가드낙스 무리도 쉬이 움직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다음 순간.
“후우.”
상공의 정점에 자리를 잡은 나는 사방에 충만한 마력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대괴수라고 불리는 놈들.
과연 맷집은 어느 정도일까?
‘데큐플 트랜센던스 헬파이어.’
내가 선택한 것은 9클래스의 마법 헬파이어였다.
여기에 10단계의 초월을 걸고, 이어서 화염의 정령을 불러냈다.
과아아아아아!
지옥의 수문장을 소환해 낸 것만 같은 최상위 화염 정령이 대지에 분노를 흩뿌렸다.
그리고.
“받아라, 이 새끼들아!”
나는 미련 없이 가드낙스를 향해 화염구를 던졌다.
폭발의 범위 안에 아군은 물론이고, 방어선도 전혀 닿지 않도록 비스듬하게 날린 일격이었다.
단, 마법 자체가 가지는 열화의 힘은 확실했다.
그렇게.
쿠우우우!
지상에 화신이 현신했다.
* * *
같은 시각.
“와…….”
“저게 서방 대륙을 통일한 황제의 힘…….”
“충분히, 충분히 증강우를 상대할 수 있을 힘이다…….”
자레드가 펼친 초월 마법을 목전에서 확인한 자유의 날개 단원들은 탄성을 터뜨렸다.
가장 놀란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지켜본 자유의 날개의 단장, 진선평이었다.
“저게 마법이라는 것의 힘인가? 저 정도라면 첨탑은 아니어도 주변의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 수 있어. 연맹의 정예군을 단숨에 증발시킬 수 있다.”
“단장, 정말 믿기지 않습니다. 저런 분이 저희를 도와주시러 오신 것입니까?”
“우리를 도우러 온 게 아니다. 스스로 운명을 선택한 거지. 우리는 그저 곁에 있는 들러리일 뿐.”
진선평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방금 전의 모습으로 진선평의 계산은 확실해졌다.
자신 정도의 각성자는 자레드에게는 상대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자레드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자신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다는 계산이 섰다.
가드낙스 무리는 안중에도 두지 않고 증강화를 데려온 부분이나.
하늘로 치솟은 불기둥만 봐도 모든 것이 명확했다.
“……다 죽었다.”
진선평은 폭발과 동시에 화염과 열풍에 휘말려 선 채로 녹거나 익어 버린 가드낙스를 봤다.
직전까지만 해도 용맹을 뽐내며 구조물들을 연신 박살 내던 녀석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졌다.
“저 사람이 우리 나스 대륙을 일통하고 마왕의 목숨까지 지옥으로 보내 버린 영웅이자 황제요.”
진선평의 옆에 있던 베르하드가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가 처음 자레드를 알게 되었을 때만 해도, 아버지의 죽음으로 망나니가 되어 버린 머저리에 불과했었는데.
그 기억이 무색하게 6년이 흐른 지금은 세상을 구할 영웅이 되어 있었다.
솔직히 자레드를 보고 있자면, 무한한 존경심과 함께 자랑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단지 늙은이의 버릴 수 없는 자존심 때문에 드러내 놓고 앞에서 내색하지 않았을 뿐이다.
“왜 이제야 오신 겁니까. 정말 힘든 여정이었습니다…….”
진선평이 주책 맞게 그새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인류 통합 연맹의 횡포와 전횡 속에 목숨을 잃은 수많은 전우들이 생각난 탓이었다.
확신이 들었다.
자레드라면 불가능한 도전의 장벽처럼 느껴졌던 증강우에게도 능히 정의의 ‘심판’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후우,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충분히 해 볼 만하지 않나요?”
“사실 저희가 늘 어렵사리 건설한 방어선에 다수의 폭약을 심어 두는 것은 연례행사였습니다.”
“버리고 후퇴할 때를 대비하기 위함이었겠군요.”
“그렇습니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가드낙스를 죽인 유례가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확실히 만만한 놈은 아니네요.”
자레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죽은 가드낙스의 시체만 살펴봐도 여전히 외피 대부분은 건재했다.
다만 외피 일부가 녹으면서 유입된 열풍과 화기가 몸 안을 익혀 버린 탓에 즉사한 것이다.
즉, 지금도 시간이 멈춘 듯 서 있는 가드낙스 무리는 거대한 ‘공룡 고기’와 같은 셈이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놈 말고도 던전과 현실을 연결할 수 있는 각성자가 또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간 가드낙스 같은 대형 괴수를 소환해서 늘 방해를 해 온 탓에…… 쫓거나 잡을 수가 없었던 놈이죠.”
“단장의 얘기를 들어 보죠. 이 놈을 살려 두는 게 이롭겠습니까, 죽이는 게 속 편하시겠습니까?”
“……!”
잔뜩 긴장한 증강화가 눈을 연신 깜빡였지만, 어느 누구도 눈길 하나 주지 않았다.
다음 순간.
괜찮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진선평이 자레드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얼마나 이 녀석에게 많은 고통을 줄 수 있으십니까?”
“고문이라면…… 죽기 직전까지 괴롭히고, 보란 듯이 살려 놓을 치유 능력이 제게 있지요.”
웃으면서 말하는 자레드의 모습이 증강화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악독한 모습으로 보였다.
그랬다.
자레드는 공격, 방어, 회복, 치유, 신성, 이 모든 마법을 구현할 수 있는 올라운더의 마법사였다!
* * *
그날 밤.
“끄아아아아! 으아아아!”
자유의 날개 근거지.
그 아래의 어두운 지하 동굴 속에 마련된 특수한 밀실에서는 비명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방 안에 있는 것은 자레드와 증강화뿐이었다.
나머지는 안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를 밖에서 조용히 듣고 있었다.
“첨탑의 구조를 말해. 그냥 편하게 말하라니까? 내가 뭐 비밀번호를 알려 달라고 했어?”
자레드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증강화에게 죽음의 고통을 선사하고 있었다.
손가락 끝에 바늘을 꽂아 넣고 반쯤 밀어 넣은 뒤, 잊을 만하면 바늘을 툭툭 건드려 고통을 유발했다.
이윽고 그 고통에 정신이 반쯤 나간 증강화가 눈을 까뒤집으며 기절이라도 할라치면.
트랜센던스 힐 마법을 이용해서 체력과 몸 상태를 쭉 정상으로 끌어올렸다.
기절하고 싶어도, 정신을 놓고 싶어도 그럴 수 없게 만드는 자레드의 괴롭힘이야말로 진정한 고문이었다.
“크윽……. 이걸 말하면 형님이 경을 치실 것이다.”
“그렇겠지. 하지만 여기서 말을 안 해도 똑같은 꼴을 당할 텐데?”
투욱!
“까아아아악!”
“이제는 비명이 무슨 까마귀 울음소리처럼 나오네.”
자레드는 표정 하나 안 변하고 증강화의 검지에 절반쯤 들어가 있는 바늘을 눌러 버렸다.
이미 증강화에 대한 이야기는 진선평에게 남김없이 들었다.
사로잡은 자유의 날개 포로들을 데려다가 인체 실험을 하고.
심지어 장기를 적출해서 포르말린 용액에 담가 전시까지 했다고 한다.
게다가 잡힌 포로 중에는 임산부도 있었는데, 배 속의 아이까지 그대로 칼로 찔러 죽였다고 했다.
시쳇말로 증강화는 ‘개X끼’였다.
그래서 그에게 그 어떤 단죄(斷罪)를 하든 자레드는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말해. 네가 아는 모든 것을 털어놓고 돌아가면, 그래도 사촌 형이 목숨은 살려 주지 않겠어?”
“크윽…….”
“목숨이 소중한 줄 알아야지. 연맹의 리더가 사촌 형이면 뒷배는 든든한 거 아니냐? 여기서 죽기는 너무 아쉽잖아?”
목숨을 담보로 던진 자레드의 유혹에 증강화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실…… 살고 싶었다.
게다가 살아서 돌아가야 이 ‘자레드’라는 인물의 위험성에 대해 증강우에게 알릴 수 있을 듯했다.
마비된 상태라서 내색은 못 했지만, 증강화는 자레드가 단숨에 가드낙스를 무력화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자레드는.
증강우는 몰라도 연맹의 탑에 있는 대다수의 각성자를 몰살시킬 수 있는 가공할 만한 실력자였다.
정보 전달이 중요했다.
반드시 살아남아야만 하는 그럴듯한 이유가 생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