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22
22화
서울00지방검찰청 214호 검사실.
재생되고 있던 음성 파일이 멈춰졌다. 검사실이 침묵으로 휩싸였다. 방 계장은 두 번째 듣는 음성파일이었지만 또 한 번 온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정다미씨는 두 사람이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자살을 선택한 것이군요.”
“지금 알 수 없는 것은 단 한 가지뿐이에요.”
“그게 뭡니까?”
“정다미씨가 잠이 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두 사람이 일부러 그런 말을 꺼낸 것인지…”
“아니면 실수를 한 것인지?”
“네”
김 형사가 믹스커피가 담긴 종이컵에 시선을 고정한 채 한참을 생각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후자이길 진심으로 바래봅니다. 그보다 이은성이 그 일에 가담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군요. 이은성은 이은미와 윤석철의 결혼을 끝까지 반대한 인물입니다. 윤석철이 이은미 집에 인사하러 왔었을 때에도 멱살잡이를 할 정도로 반발이 심했다고 했습니다.”
“그것조차 조작이 된 것이었어요.”
**
정다미 장례식 후, 어느 날.
강남의 모 룸싸롱.
“형님, 우리가 이렇게 만날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요?”
“연구소로 내려간다며?”
“네, 지원했습니다.”
“그럼…”
윤석철이 가방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이은성이 가방을 열어보니 5만 원권 지폐가 가득 들어있었다.
“가지고 가.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거라곤 돈뿐이니까.”
“형님! 제가 형님을 도운 건..”
“알아, 네 누나 때문이지. 그래도 네가 집에 찾아와 다미를 위협하는 역할을 잘해주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었던 거야. 그런 고마움을 잊으면 사람이 아니지. 앞으로도 종종 도움을 줄 테니까… 알지? 우리는 이제 가족이잖아.”
“후우…”
이은성이 탐탁치 않았는지 한숨을 내쉬었다.
“한 가지 더 해줄 일이 있어.”
“형님!”
이은성이 큰소리를 내자 윤석철이 웃으며 이은성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런 거 아니야. 너를 위해서 하는 소리니까 잘 들어봐.”
“말씀하십쇼.”
“내가 은미랑 교제를 시작할 거야. 그리고 한 일 년쯤 후에 장인, 장모께 인사를 드리러 갈 테니까 그때 집에 와서 난장을 피워.”
“예?”
“결혼을 반대하라고.. 그리고 한동안 우리 관계는 서먹해지는 거야.”
“절 떼어 놓으시려구요?”
“처남, 내가 은미랑 결혼하는데 처남이 반대한다고 생각을 해봐, 나중에라도 이 사건이 수면위로 올라왔을 때 아무도 처남을 의심하지 않을 거야. 그럼 어떻게 될까?”
이은성이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주억였다.
“구멍이 생기겠군요. 제가 한 역할에 대해서…”
“맞아. 그럼 아무도 우리가 한 일에 대해서 꼬투리를 잡지 못할 거야.”
“형님은.. 무서운 사람입니다.”
“훗.. 네 누나도 무서운 사람이야. 알지?”
윤석철이 양주병을 따더니 이은성에게 내밀었다. 이은성이 잔을 들자 그 안에 술을 가득 채우곤 자신의 잔에도 술을 채웠다.
“마시라고! 그 돈은 뭉턱뭉턱 쓰면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처남이 더 잘 알 테니까 알아서 쓰도록 하고 더 필요하면 언제든 전화해. 돈은 쓰려고 버는 거니까.. 하하하”
윤석철이 독한 양주를 단숨에 벌컥벌컥 마셔 버렸다.
서울00지방검찰청 214호 검사실.
“이 파일은 어디서 나신 겁니까?”
김 형사가 가장 알고 싶었던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물었다.
“정다미씨가 취미 삼아 그렸던 그림이 있어요. 풍경화였는데 유화였죠.”
아영이 눈치를 하자 양 계장이 캔버스 하나를 들고 왔다. 아마도 자신의 집 마당을 그린 듯싶었다.
“이 유화 속에 작은 SD메모리를 숨겨 놓았더군요.”
“흐음.. 그런데 말입니다. 방금 그 목소리, 정다미씨가 맞습니까? 제 귀에는 이은미씨 목소리로 들렸습니다.”
“호호호.. 맞아요. 이은미씨 목소리에요.”
“그럼 이은미씨가 자백한 파일을 이 유화에 감추었다는 말입니까?”
“그건.. 모르죠? 사건의 나머지 진상은 김 형사님께서 밝혀 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허허.. 제 용도는 이런 거였던 모양이군요. 제 머릿속에 아주 이상한 생각이 하나 떠오르긴 했는데 말씀을 드리지 않는 게 좋을 듯싶습니다.”
“정답!”
“나중에, 아주 먼 훗날이라도 사건의 진상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해 주실 생각은 있으십니까?”
“글쎄요? 아마도 그럴 일은…”
“허허..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보도록 하죠. 일요일 날 출근을 한다고 마누라가 어찌나 바가지를 긁어대던지.. 통닭이라도 한 마리 사 들고 들어가야겠습니다.”
김 형사가 떠나자 양 계장이 물었다.
“왜 직수를 하지 않으시고?”
“이런 일은 경찰이 훨씬 잘해요. 전문 수사 인력도 더 많고 사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도 더 많구요. 무엇보다 김상훈 형사님의 프로필을 보니 과거에 이런 류의 사건들을 처리한 경험이 있더라구요. 매끄럽게 잘 처리해 주리라 믿어요.”
양 계장이 고개를 주억이자 아영도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저도 가봐야겠네요. 계장님도 고생하셨어요. 언니한테 구박당하기 전에 얼른 집에 들어가세요.”
“집으로 가십니까? 약속 없으시면 저희 집에 가서 식사라도 하시죠. 애기 엄마가 검사님 뵌 지 오래되었다고 꼭 모시고 오라고 했습니다.”
“호호.. 혼자 살 때는 밥해 먹기 귀찮아서 눈치가 보여도 언니한테 신세도 지고했는데, 이젠 우리 오빠가 해주는 밥 먹을래요.”
“지연이가 서운해하겠습니다.”
“호호호.. 그렇지 않을걸요? 오늘 밤, 은밀히 물어보세요. 호호호호”
아영이 손을 흔들며 그림을 챙겨 들고 검사실을 떠나자 양 계장이 음성파일을 김 형사 메일로 전송 시켜 놓은 후 형광등 스위치를 끄고 문단속까지 꼼꼼히 한 다음 퇴근을 하였다.
**
3일 후,
윤석철, 이은미가 참석한 가운데 천도제가 진행되었다. 천도제를 주관하는 무당은 덕팔이 점집에 발을 들여놓자 벌벌 떨며 제발 안으로 들어오지 말아 달라고 사정을 하여 윤석철의 눈이 커지게 했다.
“저 무당은 누가 섭외한 거지?”
덕팔 옆에 선 향숙이 멀리서 클라이막스에 오르고 있는 천도제를 지켜보며 물었다.
“아영이가요. 아주 용하다고 해서 추천을 받았는데 동자동녀를 등에 업고 있네요.”
“동자귀?”
“네, 막 엉켜있어서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는데 은혜씨 말로는 연두빛을 띄고 있다고 해요.”
“그럼 괜찮은 건가?”
“네, 동자동녀 자체가 인간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신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말이야. 임 검사는 이미 증거까지 다 확보해 놓고 왜 수사를 안 하는 거야?”
“정다미씨에게 가족이 없더라구요. 먼 친척이 있긴 한데 정다미씨에게 관심이 없었어요. 하늘에 오르는데 혼자서 가는 것은 너무 외로운 일 같다며 수사를 잠시 미뤘어요.”
“호호.. 검사가?”
“비록 자신을 죽이려 했던 남편과 친구였지만, 그래도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사람들이니까.. 마지막 가는 길에 용서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어요.”
“정다미씨의 혼은 이미 소멸된 거 아니야?”
그날, 정다미의 미명귀가 천문도룡도에 의해 혼이 찢겨진 채 사라졌다는 말을 들었기에 응당 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천문도룡도는 혼을 소멸시키지 않아요. 하려고 하면 못하지는 않지만 가급적 백만 지워내죠.”
“백을?”
“혼백이라고 하잖아요. 혼은 정체성이고 백은 그 정체성을 지키는 힘이에요. 막 태어난 아기가 죽게 되면 약한 혼은 소멸하고, 백만 남아 세상을 떠도는데 우리는 그걸 태자귀라고 해요. 무당들이 가장 모시고 싶어 하는 신중에 하나죠.”
“태자귀?”
“네, 동자동녀는 영험하지만, 변덕이 심해서 들쑥날쑥한데 태자귀는 혼이 소멸되고 순순한 힘인 백만 남아 무당에게 스미기 때문에 영험할뿐더러 기복도 없죠. 태자귀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있는데 들어보실래요?”
향숙이 무당의 굿이 지루했는지 덕팔의 말에 귀를 기울이자 덕팔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태자귀’는 ‘어린아이 귀신’을 말하는 거예요. 어린아이 귀신 중에서도 명이 남아 있음에도 숨이 끊어진 어린아이 귀신만을 가리키는 말이죠.”
“아.. 그럼 억울하게 죽은?”
“그럴 수도 있고, 불의의 사고에 이해서 죽을 수도 있구요. 여튼 그렇게 명이 남은 어린아이가 죽어서 혼은 날아가고 백만 엉긴 것이 사람에게 붙어서, 사람의 길흉과 먼 곳의 사정을 알려준다고 해요.
그 애기 귀신들을 ‘태자귀’라고 하는 것은 옛날 중국 진나라의 신생이라는 태자에게서 비롯되어 붙어진 이름이라고 하니 진짜 오래된 귀신이죠. 이 어린아이의 유혼체백은 집집마다 방문해, ‘제자가 되어 드릴까요’ 하고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하는데, 그때 그 집 부인이 ‘그렇게 하라.’ 하고 응답하면 이 아이귀신은 곧 붙어서 떠나지 않게 되고, 그 부인은 태자귀가 붙은 무당이 된데요.”
“그럼 여자만 태자귀를 모실 수 있는 거네?”
“그렇죠. 태자귀의 경우 신기를 타고나지 않아도 무당이 될 수 있다고 해요.”
“흐음… 태자귀는 왜 여자들에게만 달라붙는 걸까?”
“어쩌면 태자귀가 본능적으로 엄마의 품을 찾아 들어간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봐요.”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아이귀신이 그 집을 방문해 몇 번을 불러 물어도, 집 안에 있는 부인이 응답하지 않거나 허락을 하지 않으면 그냥 돌아 간데요. 절대로 해코지를 하거나 그 집을 배회하는 일이 없다고 하는 걸 보면 은혜씨의 눈에는 노란 빛 정도는 띄고 있을 거예요.”
“선신이라고 해야 하나?”
“그게 또 꼭 그런 것은 아닌 게.. 일단 몸에 붙은 태자귀는 절대 떨어지지 않구요. 일부러 떼어내려고 하면 그 몸의 주인에게 병이 들게 하여 죽이기도 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 몸의 주인이 임신하면 질투를 하여 태어나는 아이에게 병이 들게 한다는 이야기도 있구요.”
“어린아이의 집착같이 느껴지네? 혼이 사라졌어도 그 흔적은 남는 모양이지?”
“저도 그렇게 짐작하고 있어요. 어린아이에게 감당할 수 없는 날카로운 칼을 쥐어준 느낌이랄까? 다행히 혼이 소멸되어 정체성을 드러내는 일은 거의 없다지만 그 잔재만으로도 그런 위험이 있으니 신이라는 존재는 인간들에게 엄청나게 무서운 존재인 것은 틀림없어요.”
“흐음… 덕팔씨는 이 일이 싫겠구나.”
“싫다기보다는 무섭죠. 남의 삶에 관여하는 것도, 이 세상에 허락되지 않은 존재들을 상대하는 것도.. 그리고…”
덕팔이 말을 잇지 못하자 향숙이 덕팔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내가 힘써 볼게. 덕팔씨가 덜 힘들게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든든한 방어막을 만들어 볼게.”
“고맙습니다. 변호사님.”
두 사람의 시선이 다시금 점집 마당으로 향했다. 잠시 후, 향숙이 궁금증을 느꼈는지 다시 물었다.
“그럼 정다미씨와 싸울 때 네가 없앤 것은 백이겠구나?”
“아, 맞다. 그 얘기를 하다가 엉뚱한 이야기로 빠졌네요. 맞아요. 백을 없앤 거예요. 백을 없애면 혼은 본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간다고 스승님께서 그러셨거든요.”
덕팔이 머쓱했는지 뒷머리를 긁으며 대답을 하자 향숙이 웃으며 질문을 계속하였다.
“그럼 저 천도제를 통해 정다미씨의 혼은 하늘로 오르는 건가?”
“그건 모르겠네요. 하늘로 가는지, 땅으로 스미는지,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는지…”
덕팔이 무당의 굿이 한창인 점집 마당을 한동안 바라보다 그 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좋은 곳으로 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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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왔군.] [그러지 말아요.] [혼을 걸고 나와 약속을 하였다. 나는 힘을 주었고, 너는 그 혼을 내게 주기로 하였지.]칠흑이 세상을 덮고 있었다. 그저 울림만 있을 뿐 대화를 하는 존재의 형체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약속을 지켰다. 네가 복수를 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을 주었건만 너는 어리석게도 너를 죽이려 했던 그놈과 그년을 죽이지 않았어.] [제발… 저를 놓아주세요.] [어리석은 것! 그런 유약한 마음으론 내게 큰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명색이 미명귀였으니 잘 먹어주마. 크하하하하] [아아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