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25
25화
서울00지방검찰청 형사 3부 부장검사실.
“부장님. 도대체 저한테 왜 이러세요?”
“임 검사, 무슨 말인가?”
“왜 사건을 저에게 몰아 주시냐구요? 그것도 영양가도 없는 사건들로만!”
“사건에 경중을 따지는 게 검사로서 할 소린가?”
“그럼, 왜 다른 선배들은 실적이 될 만한 사건만 가져가는 대요?”
“이봐, 임 검사. 지금 자네가 누구한테 그런 막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는 있는 건가?”
“선배!! 내가 이 회사 때려 쳐요? 형사 3부 실적이 바닥을 쳐봐야 ‘아! 내가 잘못했구나, 있을 때 잘할 걸~’하고 후회를 하실 건가요?”
아영의 눈에 쌍불이 들어오자 근엄했던 부장검사가 표정을 바꾸었다.
“야, 아영아. 좀 봐주라. 너는 아직 28살이잖아. 네 선배들 봐봐. 다들 30 넘어서 머리가 빠지고 있어. 승진해야 하잖아. 너는 승진 연차도 안 됐는데 실적이 쌓이고 있고 승진해야 하는 놈들은 실적이 바닥이고.. 나라고 그렇게 하고 싶었겠냐? 똥차들이 나가 줘야 너도 승진할 거 아니야.”
“아, 몰라요. 맨날 절도, 쌍방폭행, 이런 거 주지 말고 굵직한 거 하나 내놔 봐요.”
“그래도 요즘 단순 사건만 맡아서 퇴근은 일찍 하잖아. 1월 정기 인사 때까지만 이렇게 가자.”
부장 검사가 사정조로 나오자 아영의 마음이 살짝 약해졌다.
“흠흠.. 1월달까지만 이렇게 가는 거죠? 확실한 거죠?”
“그럼 당연하지.”
“좋아요. 그 약속 꼭 지켜요?”
“그래, 그래. 내가 너 같은 후배만 있으면 걱정이 없어요. 어휴… 내 머리 빠지는 거 봐라. 아직 50도 안 됐는데 반백에 대머리 되게 생겼어.”
“알았어요.”
아영이 수긍을 하고 부장검사실을 나서려 할 때, 문이 확 열리더니 검사 한 명이 뛰어 들어왔다.
“부장님, 저 이 사건 못하겠어요.”
“야, 너는 왜 또!!”
“요즘 잠자리가 뒤숭숭해서.. 미칠 것 같단 말입니다.”
“아놔, 이런 미친년 하나 겨우 달래 놨…읍”
부장검사가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아영의 두 눈에서 도끼날이 비산하고 있었다. 아영이 뛰어 들어온 검사의 손에 들린 기록을 낚아채더니 싱긋 웃었다.
“선배, 이 사건 나한테 넘겨요. 깔끔하게 마무리해 줄 테니..”
“야…아..아영아! 그거 하지 마, 그거.. 무당~”
쾅!
부장 검사실 문이 닫혔다.
**
김향숙 법률사무소 사무실.
“아.. 식사를 이렇게 하십니까?”
변호사, 사무장, 여직원 그리고 특별 게스트 덕팔이 상담실에 모여 앉아 방금 배달이 왔으나 이미 불어터진 자장면과 짬뽕을 먹고 있었다.
“시간이 없으니까”
“고생들이 많으십니다.”
진심으로 안쓰러움을 전하며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왜 더 먹지 않고?”
“집에 가서 찬밥 먹겠습니다.”
“이 집 자장면 맛있는데?”
“맛은 있는데 자장면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냅킨으로 입술을 닦은 덕팔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자 향숙도 식사를 마무리하고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분은 천천히 드세요. 저는 이사장님하고 차 한잔 마시고 올게요.”
“변호사님, 상담있는대요?”
“김 사무장님이 대신 해주세요. 저보다 더 잘하시잖아요.”
상담을 사무장에게 밀어둔 향숙이 덕팔의 팔짱을 끼고 사무실을 나섰다. 서초동 근처에는 커피숍이 호황을 누린다. 재판을 하러 오는 사람, 변호사사무실에 의뢰를 하는 사람은 물론, 근처 학원을 다니는 학생들, 회사원들 등 많은 이들이 잠시의 휴식을, 또는 밀담을 나누기 위해 커피숍을 찾기 때문이었다.
그런 커피숍 한구석에 밀담을 나누는 남녀가 있었다.
“제 조사를 해 보셨더라구요.”
“왜”
“은혜씨랑 짝을 지을 생각이셨던 모양이에요.”
“정말? 그럴 리가? 최 회장님은 그럴 수 있지만, 예리는 절대 승낙 안 할 텐데?”
“회장님의 일방적인 생각 같던데요?”
“그럼 그렇지.”
향숙이 콧방귀를 뀌었다.
“예리는 오성가 출신이야. 방계지만 프라이드가 어마어마해. 그런 집안과 엮이면 피곤해.”
“변호사님은 반대신 거죠?”
“나라고 그 생각을 안 해 봤겠어? 하지만 덕팔씨만 놓고 보면 반대를 하지 않을 수 없어. 악귀들보다 더 무서운 것들이 재벌가 패밀리거든.”
“참된 조언 감사합니다. 나중에 최 회장님께는 변호사님 핑계를 대겠습니다.”
“날 죽이려고 작정을 했구나? 대충 적당히 누구도 피해가 가지 않도록 잘 말을 돌려서 거절해. 알았지?”
“네, 하지만 최악의 경우…”
“민수를 내어줄게. 나이 차이가 조금 있지만 어쩔 수 없지.”
“민수는 잘 버틸 수 있을까요?”
“설마?! 그냥 희생양인 거지.”
“외아들인데?”
“죽이지는 않으니까!”
두 사람이 시답잖은 농담을 나누며 웃었다.
“절 보자고 하신 이유가?”
“덕팔씨 때문에.”
“저요? 제가 왜요?”
“뭔가를 해야 하지 않겠어? 언제까지고 은혜 뒤만 봐줄 수도 없고 말이야. 그래서 은혜랑 덕팔씨가 함께 있으면서도 덕팔씨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봤는데…”
“왠지 들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자꾸..”
“덕팔씨가 한국대에 입학하는 거야.”
“… 우리나라에서 머리가 가장 좋은 애들만 간다는 그 대학요?”
“그렇지.”
“어휴.. 불가능하네요.”
“최 회장님만 덕팔씨에 대해서 알아본 게 아니야.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하는 얘기야.”
“흠흠..”
“덕팔씨가 학교를 다니면 학교에서 은혜의 행동이 자유로워져.”
“그런 장점은 있겠네요.”
“그리고 또 하나..”
“뭐가 또 있습니까?”
“재단 산하에 사령탐정사무소를 개설할까 해.”
“뭔 사무소요?”
“사령탐정! 사무소!”
“사령이면 죽은 사람의 영혼을 뜻하는 말인데요?”
“맞아, 죽은 사람의 영혼에 관한 탐정. 어때 멋있지? 내가 이틀이나 고민하며 지은 이름이야.”
“학교에 다니라면서요?”
“학교 끝나고 뭐할 건데? 아르바이트한다~ 생각하고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만 하는 거지.”
“학교 다니면 과제도 해야 하고 시험공부도 해야 할 텐데요?”
“탐정일이 많으면 얼마나 많겠어? 그냥 사무실에서 공부도 하고 책도 보고 놀기도 하고 연애도 하고.. 뭐 그러는 거지.”
“정확히 변호사님만의 생각이신가요?”
덕팔이 의구심 가득한 얼굴로 향숙을 바라보자 향숙이 찔끔한 표정으로 대답을 하였다.
“최회장님이 정기 기부를 약속하셨어.”
“단서가 있었나 보네요.”
“둘이 최대한 같이 붙어 있을 방법을 고안해 주면 책정한 기부금의 두 배를 주겠다고…”
“변호사님, 재단에 자산이 상당한 것으로 아는데 왜 그렇게 돈을 모으려고 하세요?”
“그건.. 비밀!”
향숙이 웃었다. 이미 스승의 재산 대부분이 재단에 귀속되면서 자산은 거의 1000억에 이르고 있었다. 그런데 향숙은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생업조차 소홀히 하고 있으니 덕팔로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중에 말씀해주시는 거죠?”
“당연하지 이사장님이신데!”
“그럼 믿고 넘어갑니다.”
“사령 탐정사무소를 열면 좋은 점이 하나 더 있어.”
“뭔데요?”
“임 검사가 협조를 구하는 사건에 대해서 조직 대 조직으로 사건을 받을 수 있다는 거야.”
“조직 대 조직이라..”
“공식적으로 자문역할을 하거나 일정한 수임료를 받고 용역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거지.”
“돈이 목적이 아니신 것 같고.. 실적인가요?”
“맞아. 덕팔씨가 실적을 쌓으면 재단이 명성을 얻지. 그럼.. 사건이 몰려 들 거야.”
“모든 일을 처리할 능력이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능력자들을 추려야지.”
“전에 말씀하셨던 그 얘깁니까?”
“그래, 덕팔씨의 봉인이 깨어졌을 때 덕팔씨를 지킬 능력자들을 포섭하는 게 최종 목적이야.”
“…. 휴우, 결국 저 때문이네요. 돈을 모으는 것도,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도..”
“내겐 덕팔씨가 그 정도 가치가 있어. 덕팔씨도 내 아들과 다름이 없으니까..”
덕팔이 향숙을 아련하게 바라보았다. 향숙이 덕팔의 손을 잡아 주었다.
“힘들 거야. 하지만 불가능하지 않아. 그러니 날 믿고.. 따라와 줘.”
“네, 고맙습니다. 변호사님.”
덕팔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
향숙과 헤어진 덕팔은 곧장 집으로 차를 몰았다. 아침에 먹인 약성이 효과를 볼 때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 보니 집안이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은혜씨?”
덕팔이 거실을 둘러보고 부엌을 잠시 살핀 후, 2층으로 걸음을 옮겼다. 주변을 감지해 보았다. 딱히 걸리는 기감은 없었다. 잡귀들은 낮에 거의 활동을 하지 않기에 다소 안심을 하였는데 은혜의 기척이 없으니 불안감이 샘솟았다.
휴대폰으로 은혜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2층 은혜의 방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덕팔이 화들짝 놀라 계단을 뛰어올라 은혜의 방문을 확 잡아당겼다.
은혜가 침대에 쓰러져 모로 누워있었다. 덕팔이 황급히 다가가 은혜의 목에 손을 가져다 대 보았다. 다행히 맥박은 정상이었다.
“은혜씨! 은혜씨!”
덕팔이 은혜의 몸을 잡고 흔들자 은혜가 힘겹게 눈을 떴다.
“덕..팔씨”
은혜의 힘겨운 목소리에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은혜를 홀로 두고 나가지 말았어야 했다. 자신이 쳐놓은 안전장치를 너무 믿었다. 순간 방심이 은혜에게 이런 고통을 주게 되다니… 자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일입니까?”
“배가…”
“배가 왜요?”
오늘 아침, 은혜에게 먹였던 약은 전에 주었던 약보다 훨씬 많은 양이었다. 전에 먹었던 약이 효과가 없었기에 용량을 늘린 것이 탈이 된 모양이었다.
“배가… 불러 죽겠어요.”
“…. 네?”
“덕팔씨가 돌아오질 않아. 밥을 차려 먹었는데… 너무 많이 먹었나 봐요.”
“설마? 가마솥에 있는 밥을 다 먹었어요?”
“누룽지까지 싹싹 다! 그 약을 먹고 나니 입맛이 돌아서… 그만”
“휴우…”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허탈한 웃음도 터져 나왔다.
“근데 왜 이렇게 일찍 돌아왔어요? 한숨 자려고 누웠는데?”
“아… 그냥, 일이 일찍 끝나서요. 좀 더 쉬십시오. 저는 내려가 보겠습니다.”
“점심식사는요? 아빠랑 같이 식사하셨나요?”
“아뇨. 내려가서 대충 차려 먹겠습니다.”
“밥이 없는데…”
“제가 하죠. 뭐”
“그럼 제 것도…”
오늘 오후에 해야 할 일이 생겼다.
‘기생충 약을 사다 먹여볼까?’
이젠 현대의학의 힘을 빌려야 할 때가 온 듯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