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268
268화
“한 회장이 무슨 꿍꿍이지? 손녀의 철없는 덕질에 회사를 움직일 사람이 아닌데…”
뒤가 찝찝했다. 뭔가가 더 있는 듯했지만, 짐작조차 되지 않아 더 찝찝했다. 최진학은 이 찝찝함을 달래기 위해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어.. 은혜니? 잘 지내고 있어?”
“네 아빠.”
수업을 마치고 귀가를 하던 은혜가 최진학으로부터 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 얼굴은 여전히 얼음장이었다. 방학을 이용하여 미디어 마케팅 과목을 수강하고 있었다.
미디어는 대한으로서도 불모지에 가까웠다. 사업부는 있지만, 실적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미 한영에게 이 시장을 완전히 내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공부를 하고 보니 미디어는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었다.
미디어의 세상은 생각 이상으로 크고 넓었다. 인터넷의 발달로, 세상은 이미 하나가 되었고, 잘 만들어진 미디어 컨텐츠 하나는 자동차를 수만 대 팔아야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가져다주고 있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꼈다. 은혜는 자신이 대한에서 해야 할 첫 번째 프로젝트로 미디어를 선택했다.
[덕팔 군이…]“아빠, 수업이 남아서.. 이만 전화를 끊어야 할 것 같아요.”
[그러니? 미안하구나. 방학인데 잠깐 들어오지 않을 거니?]“빨리 졸업하고, 돌아갈게요.”
최진학이 일부러 덕팔의 소식을 알려주려 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듣고 싶지 않았다. 잘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화가 날 것이고, 잘 살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더 화가 날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최근 한수민으로부터 연락이 없다. 한동안 덕팔에 대해 일방적으로 소식을 전해 주었던 한수민의 메시지가 한 달 이상 오지 않았다. 은혜가 문자를 넣어볼까 하다가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자신이 정복할 대상! 정면으로 승부하고 싶었다.
“내 발밑에 꿇려 줄 거야. 그리고 날 아프게 한 죄에 대해 사과를 하게 할 거야. 그러고 나면…”
자신은 무엇을 할 수 있는 걸까? 그를 가질 수 있는 걸까? 그를 안아주어야 하나? 그 뒤를 생각해보지 않았다. 다시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 그 이후 일은 그때 생각하면 된다.
은혜의 걸음이 빨라지고 있었다.
**
오늘 촬영은 매우 위험하면서도 이 드라마의 정점을 찍어줄 장면이었다.
“덕팔씨, 내가 할겁니다.”
“왜 그러세요. 연습도 많이 했고…”
“위험해요. 저희는 이 장면만 한 달을 넘게 연습을 했어요.”
씬 1-84. 와이어를 타고 5층 옥상에서 1층으로 떨어져 내리는 장면이다. 본래 2층 옥상 정도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되어 있었는데 주 감독이 욕심을 부렸다. 와이어는 대형 크래인에 매달리게 된다. 몇 차례 리허설도 진행되었다.
“롱테이크로 한 번에 간다. 실수하면 힘들어져. 알지?”
이 씬은 강영철이 대역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촬영 직전에 덕팔이 우기고 있었다.
“이 씬을 제가 못 찍으면 대역 없이 모든 액션을 소화했다는 말을 못 해요. 이 딱 한 씬 때문에요. 선배님이 좀 봐주세요.”
강영철이 어쩔수 없었는지 무술감독 박감독과 상의를 하러 갔다. 무술갑독 박 감독도 결정하지 못하겠는지 주 감독에게 갔다. 이야기를 들은 주 감독이 득달같이 달려와 덕팔을 말렸다.
“덕팔아.. 안 돼! 큰일 나. 너 다치면…”
“문제가 생기면 누구든 다쳐요. 영철이 형 해도 다치고 제가 해도 다쳐요. 이 씬은 제 역할이에요. 그럼 문제가 생겨도 제가 다쳐야죠.”
“덕팔아!”
“촬영도 다 끝났잖아요. 이 씬만 집중해서 찍을게요.”
주 감독이 한숨을 내쉬었다. 감독 입장에서는 주연 배우가 이 씬을 소화해주면 더없이 좋다. 하지만 자칫 부상이라도 입게 된다면? 사실 덕팔의 말도 맞았다. 이 씬을 뒤로 뺀 이유도 혹시나 부상을 당해 촬영이 중단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함이었다.
“그럼 2층으로 하자.”
“그럼 재미가 없죠.”
“하아.. 그럼 시험 삼아 줄에만 매달려봐, 안 되겠다 싶으면 바로 말을 하고. 알았지?”
“당연하죠.”
덕팔이 촬영을 준비하고 있는 5층 옥상으로 올랐다. 크레인에 달린 와이어를 몸에 달고 옥상 난간에 섰다.
“밤 공기가 참 좋네. 하하하”
덕팔이 뛰어내렸다.
***
허름한 술집에 젊은 남자가 세 병째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돈이 없었는지 변변한 안주도 없이 거의 깡소주를 마시듯 마시고 있었다. 술집의 문이 열리더니 정장차림의 한 남자가 들어왔다.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누군가를 찾는 듯하더니 젊은 남자 앞에 앉았다.
“김석호씨?”
“…누구셔?”
남자는 말 없이 명함을 한 장 내밀었다.
“대한? 대한.. 근데?”
“오덕팔씨 때문에 많은 피해를 보였다고 하던데…”
“오덕팔? 그게 누구야?”
“그날 나이트 클럽에서 김석호씨를 때려눕히고 여자들을 구해간 남자죠.”
“아.. 그 새끼! 내가 언젠간 죽여 버릴 거야. 덕분에 우리 아버지는 한영에게 회사도 빼앗겼고 홧병에 들어 누웠어. 이젠 병원비도 없다고!! 우리 집이… 우리 집이…”
술에 취했는지 김석호의 감정이 격해졌다.
“그래서 제안을 하나 드릴까 합니다.”
“뭐? 그놈을 죽여주게?”
“복수는 직접 하는 것이죠. 남이 하는 복수는 복수가 아니지 않겠습니까?”
“복수를? 크크크.. 그럼 한영은? 한영은 어떻게 복수를 하지?”
“일단, 오덕팔부터! 한영은 그다음이죠.”
“어떻게…”
“일단, 이것부터…”
남자가 007 가방을 내밀고는 뚜껑을 열었다. 1만 원권이 가득 들어있었다.
“아버님이 쾌차하셔야 사업을 재개하시던, 다른 일을 하시든 하지 않겠습니까?”
김석호의 눈이 반짝였다.
**
5층 난간에서부터 와이어가 촤르륵 풀리더니 2층 중간에서부터 천천히 덕팔의 낙하 속도가 줄어들었다. 잠시 후, 덕팔이 바닥에 깔아 놓은 에어 메트에 안전하게 착지하였다.
덕팔이 엄지손가락을 들어 위로 올리는 시늉을 하자 와이어가 천천히 감기며 덕팔을 5층까지 올려 주었다. 난간에 다시 선 덕팔이 다시 뛰어내렸다. 이번에는 그냥 떨어지지 않고 공중 돌기를 하며 착지를 시도했다.
5m 높이와 5층 높이는 체공시간이 다르다. 따라서 더 많은 동작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것이다. 몇 번의 연습 끝에 공중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동작들을 다 채워 넣은 덕팔이 잠시 휴식을 가졌다. 덕팔의 움직임을 보았으니 카메라 위치를 조정해야 하는 것이다.
와이어를 벗어 놓은 덕팔이 강영철 등과 동작에 대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주 감독이 1층에 있는 에어 메트를 치우게 하였다. 카메라 8대가 5층부터 1층까지 떨어지는 덕팔을 원 테이크로 잡을 것이다. 떨어지는 속도는 찰라, 물론 편집을 통해 여러 각도에서 덕팔의 낙하 모습을 잡을 것이므로 덕팔의 표정 하나까지 모든 것이 완벽해야 했다.
촬영 준비를 마친 주 감독으로부터 무전이 왔다. 덕팔이 다시 와이어를 착용하고 준비를 했다.
“스텐바이… 큐!”
덕팔이 쫓기듯 난간 끝에 섰다. 슬쩍 뒤를 돌아보더니 그대로 백 덤블링을 하여 바닥으로 추락하였다. 와이어가 덕팔의 체공시간을 늘려주어야 했다. 그런데.. 그대로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와이어가 풀렸다. 모두 숨죽이고 덕팔의 움직임만을 지켜보았기에 덕팔의 하강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을 모두 알 수 있었다. 덕팔이 몸을 틀어 외벽에 간판을 설치하기 위해 달아 놓았던 철 지지대를 한손으로 잡았다.
“으윽..”
떨어지는 속도 그대로 하중이 가중된 채 팔 하나로 하중을 이겨 냈으니 덕팔의 팔이 빠져나는 듯한 고통을 받게 되었다. 아래에서 난리가 났다. 그러나 덕팔이 위치한 곳은 5층과 4층 사이 옥상에서도 아래쪽에서 덕팔을 구해줄 방법이 없었다.
강영철이 급히 4층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액션배우들도 강영철의 뒤를 따랐다. 바닥에서는 치워졌던 에어메트가 다시 깔리기 시작했다. 바람을 빼놓았는지 바람이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투둑…
덕팔에게 다시 불행이 찾아왔다. 간판 지지대와 벽을 잇는 대형 볼트가 조금 전 충격으로 유격이 생겼는지 조금씩 빠져나오고 있었다. 덕팔이 팔을 바꿔 지지대를 꽉 붙들고 다리로 지탱할 곳이 없는지를 찾았다.
벽에 부착된 간판이 있었다. 하지만 덕팔의 하중을 이겨 낼 만큼 튼튼해 보이지 않았다. 이미 끊어져서 허리춤에 달랑거리고 있는 와이어를 지지대 사이에 대충 끼워 넣은 덕팔이 와이어 두 줄을 로프 삼아 3층까지 내려올 수 있었다.
그러나..
팅~
지지대가 빠져버렸다. 3층에서 바닥까지는 약 5m 남짓. 에어메트의 바람은 반도 채워지지 않은 상태. 하지만 선택지가 없었다. 덕팔이 떨어져 내리는 지지대를 피해 벽을 한번 차곤 앞으로 뛰어내렸다.
착지 후, 두 발 낙법! 최대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었다.
“크윽…”
덕팔이 바닥을 뒹굴었다.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촬영 중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불상사를 대비해 대기하고 있던 구급대원들이 덕팔을 들것에 싣고 구급차에 태웠다. 덕팔이 구급차에 태워져 병원으로 가버리자 1층으로 뛰어 내려 온 강영철이 덕팔이 조금 전까지 차고 있던 와이어를 살펴보았다.
“이거… 칼질한 거지?”
동료 배우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영철과 액션배우들이 크래인으로 달려갔다.
**
“두 다리의 골절이 의심되고, 오른쪽 팔이 탈구 된 것으로 보입니다. 장기출혈은 없으나 추락으로 진탕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네, 네, 가장 가까운 병원은 대한병원입니다. 즉시 이송하겠습니다.”
구급대원이 본부와 무전 교신을 마쳤다. 덕팔에게 기본적인 응급조치를 취했지만, 구급대원으로서는 한계가 있었다. 덕팔의 몸이 진탕을 일으키자 지금껏 꿈쩍도 하지 않았던 선천진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힘으로는 덕팔을 지킬 수 없었다고 판단했는지 요괴들의 생기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조금씩 커진 덕팔의 선천진기가 온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덕팔이 몸을 뒤틀었다. 거칠고 난폭한 기운이었다. 구급대원들은 덕팔의 상태가 점점 나빠지자 속도를 더 내기 시작했다.
한동안 덕팔의 몸 곳곳을 훑고 다니던 선천진기가 머리로 향했다.
쿵..쿵..쿵..
해머로 머리를 때리는 충격이 느껴졌다.
쿵!
선천진기의 마지막 일격으로 덕팔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는지 그대로 기절을 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