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305
305화
향숙의 집.
일주일 만에 들어오는 집이었다.
띠리링!
현관문이 열리고 진우가 이고 진 보따리를 가득 든 채로 안으로 들어왔다.
“다녀왔습니다.”
“형 왔어요.”
“오, 민수야. 잘 지냈지?”
민수가 현관까지 나와 진우의 짐을 받아 주었다.
“변호사님하고 아빠는 회사 가셨나?”
토요일이었는데도 집안이 썰렁하였다.
“그게…”
민수가 말을 하지 못하고 우물거리기만 하자 진우의 눈꼬리가 슬쩍 올랐다.
“무슨 일 있었어?”
“저… 그게..”
민수가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진우의 짐을 거실로 옮겨주었다.
“말해봐. 괜찮으니까..”
“사실은… 엄마랑 아저씨가 헌터 협회에서 조사를 받고 계세요.”
“응? 왜?”
진우의 머릿속에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설마 고약 때문에?”
대답 대신 민수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언제부터?”
“어제 조사받으러 가셨는데 아직도 안 들어오세요.”
“후우..”
진우가 휴대폰을 꺼내 진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가 되지 않았다. 급히 향숙의 번호를 눌렀다.
몇 번 신호가 가더니 향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긴장이 확 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여보세요?]“변호사님, 저 진웁니다. 어디세요?”
[여기? 볼 일 보고 있으니까 나중에 전화할게.]“아직 헌터 협회시면 조사하시는 분 좀 바꿔주십시오.”
[응? 아니야. 그러니까 나중에… 여보세요?]목소리가 바뀌었다.
“오진웁니다. 저랑 얘기하시죠.”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른 진우가 아미를 좁혔다.
“너무 빠른데…”
진우가 민수의 어깨를 한번 잡아 주곤 다시금 현관으로 걸어 나갔다.
“형!”
“괜찮아. 변호사님이랑 같이 돌아올게.”
**
진우가 아파트 입구에서 택시를 잡고 있을 때, 검은 중형차가 진우 앞에 세워졌다.
“오진우씨?”
“네.”
“모셔 오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진우가 차에 오르자 경찰 사이렌이 울리더니 광속 질주를 시작했다.
“제가 연행되는 겁니까?”
“아닙니다. 저희는 그저 오진우씨를 정중히 모셔 오라는 지시를 받았을 뿐입니다.”
“그렇군요.”
진우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
현터 협회 조사실.
경찰 조사실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였다. 쇼파가 있었고 탁자에는 간식거리도 놓여 있었다.
“차 한잔 하시겠습니까?”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종이컵에 커피 두 잔을 들고 나타났다. 진우가 커피를 받아들자 남자가 진우 반대편 쇼파에 앉았다. 각이 진 얼굴에 마른 체형을 가지고 있어 날카로운 인상을 주고 있었지만 푸근하게 웃을 줄도 아는 남자였다.
“헌터 협회 협력국장 차인성이라고 합니다.”
차인성이 명함을 내밀자 진우가 명함을 받아 살펴보았다. [헌터 협회 협력국장 차인성]이라는 글자 외에는 연락처도 없는 형식적인 명함이었다.
“오진우입니다.”
“진우군 아버님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짐꾼으로 포탈에 들어 갔었다구요?”
“오늘 오전에 제 보조자 라이센스가 승인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하하.. 재치가 넘치는 청년이군요.”
“변호사님과 아버지는 이제 그만 놓아 주시죠.”
“그건 좀 곤란합니다. 불법 의약품을 유통시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으니까요.”
“두 분께서 불법적인 일을 하셨다면 응당 검찰에서 조사를 할 일이지 헌터 협회에서 조사를 하시는 건 월권이지 않습니까?”
“하하, 그 불법 의약품이 헌터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기 때문에 헌터 협회에서 직접 조사를 하게 된 겁니다.”
“건강을 훼손한다라…”
“오진철씨의 진술에 따르면 그 불법 약을 오진우 군이 제조하였다고 하던데 맞습니까?”
진우가 대답 없이 웃기만 하자 차인성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오진철은 지금껏 진우에 대해서 한마디도 진술하지 않았다. 하지만 진우가 어리고 경험이 없었기에 툭 던져본 것이었다. 진우의 반응을 보면 이 조사를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지 가늠할 수 있었기에.
그러나 진우는 자신의 속내를 꿰뚫어 본 듯 웃기만 했다. 그 눈에는 가당치도 않은 소리 하지 말라는 비웃음이 담겨있었다.
“오호…”
“진 빼지 말고 원하시는 걸 말씀하시지요.”
“불법 의약품의 전량 폐기 및 제조 방법의 제공입니다.”
“훗.. 고약을 가지고서도 베끼질 못하신 모양이죠?”
진우가 대 놓고 비웃었다. 내가 아니면 아무도 그 약을 만들지 못한다는 자신감이 은연중에 흐르고 있었다.
“다시는 그런 약품이 유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런 분이 제조 방법을 알아서 뭘 하시려고 그러십니까?”
진우가 농을 던지듯 가볍게 물었지만 차진성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다시는 그런 불량 의약품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한…”
“후후.. 초등학생도 믿지 않을 변명을 하시는 것을 보니 민원인들의 성화 때문에 준비도 없이 절 부르신 모양입니다.”
차인성이 대답 없이 진우를 노려보았다. 무시무시한 압박이 느껴졌다. 저 자리는 고스톱으로 딴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스킬이었다. 그러나 그런 압박에 굴할 정도로 진우는 초짜가 아니었다.
“이 약의 판매를 허가한 식약청 공무원들이 곤란을 겪고 있지 않을지 걱정이 되는군요.”
진우가 슬쩍 대화 주제를 돌리자 차진성이 압박의 수위를 낮췄다.
“김향숙 변호사로부터 향응과 금품을 제공 받고 부당한 판매 승인을 한 공무원들은 그에 따른 징계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정리가 된 모양이군요. 재밌네요.”
진우가 입을 다물어버렸다. 보통이 아니었다. 이제 겨우 20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애가 가지기에는 배짱이 너무 두둑했다.
“크게 다칠 수도 있을 겁니다.”
차인성의 협박에 진우가 크게 웃었다.
“20 평생 살면서 가장 웃긴 농담이었습니다.”
웃고 있던 진우가 표정을 바꾸어 정색을 하였다.
“제가 헌팅 중에 있다는 사실을 협회에서 진짜 몰랐을까요? 천만에요. 제가 어디에 있는지 누구와 헌팅을 하고 있었는지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A급 헌터의 헌팅을 방해할 만큼 이 조사의 정당성이 없었기에 방해를 할 수 없었겠죠. 그것도 A급 헌터 중 성격이 불같기로 유명한 춘기 형의 심사를 거스르기에는 부담이 되었을 겁니다. 그래서 기다린 것 아닙니까? 변호사님과 제 아버지를 볼모로 삼아…”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이런 식이면 제게서 고약의 제조법을 알아내시기는 불가능하실 겁니다.”
진우가 입꼬리를 올리며 되려 차인성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시중에 시판된 고약은 불과 100개 남짓! F급 헌터들은 고약이 추가로 시판되길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게다가 저의 존재를 아시는 고급 헌터들도 상당하죠. 제가 이번에 짐꾼을 하면서 같은 포탈에서 헌팅을 한 A급, B급 헌터들에게 고약을 무료배포하고 왔거든요.”
차인성이 말없이 커피를 홀짝이더니 무겁게 입을 열었다.
“오진우군은 무서운 것이 없는 모양입니다.”
무언의 압박을 넘어 명백한 공갈이었다. 그러나..
“당연하죠. 죄를 짓지 않았는데 무서울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성분검사요? 다시 해보시죠. 헌터 협회의 입김이 닿지 않는 병원이면 어디든 좋습니다. 성능검사요? 그건 헌터들이 증명을 해 줄 테니 참고인으로 조사를 해보시죠.
아 참, 참고적으로 오늘 조사로 절 압박해서 고약을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정도로 일을 마무리 하실 생각은 꿈도 꾸지 마십시오. 저는 이 조사실을 나가는 순간 곧바로 대검찰청으로 달려가 헌터 협회를 고소할 겁니다.
헌터 협회 고위 간부가 헌터 병원 및 유관기관으로부터 향응과 금품을 제공받고 죄 없는 민간인의 지적 재산을 갈취하려했다는 혐의로 말이죠. 그러니 여기서 절 죽이시든 제 입을 막을 다른 제안을 하십시오.”
진우가 쇼파 등받이에 몸을 묻곤 차인성이 건네준 커피를 홀짝거렸다. 차인성이 진우의 눈을 정면으로 응시하였다. 진우도 차인성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차인성의 압박이 최대치에 이르렀다. 그러나 진우 역시 그 압박을 견디며 차인성의 시성을 피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동안 무언의 전쟁이 계속되더니 차인성의 눈이 호선이 되었다.
“젊은 친구가 대단하군. 맞네, 자네 때문에 여러 기관에서 민원이 들어와서 골치가 아프다네. 그래서 내가 힘을 좀 쓰고 있는 상황이지.”
“국장님과 친하게 지내야겠습니다. 민원 응대를 그렇게 잘 해주시니..”
“하하하.. 말에 가시가 있군. 좋아. 자네가 원하는 걸 말해보게.”
“제 물건을 공급받으라고 하십시오.”
“자네 물건을? 그럼 이런 일을 벌인 의미가 없지 않나?”
“제 고약은 통상 세 번까지 치료가 가능합니다. 전 100만 원에 팔고 있구요. 병원이나 유관 기관에서 최고 100%까지 마진을 붙이는 걸 허락하겠습니다.”
“흐음.. 헌터 입장에서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나 고약을 사용하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렇지 않죠. 일단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보다 훨씬 저렴할 겁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휴대성입니다.”
“휴대성?”
“그렇죠. 악귀들에 의해 상처를 입었을 때 즉시 치료를 하는 것과 시간을 두고 치료를 하는 것은 차이가 있습니다. 간단한 상처에도 두 번, 세 번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치료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죠.”
“다시 말하면, 헌팅 중에 즉시 치료를 한다면 한 번의 치료로도 완치가 가능하다는 말이군”
“그렇죠. 의사들에게 자문을 구해보십시오. 저와 같은 대답을 할 겁니다.”
“후후.. 그럼 헌터병원들은 다 망하게 생겼군.”
“빨간약 발라주는 건 학교 보건실에서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헌터 의사랍시고 너무 편하게 돈을 벌어먹은 거죠. 지금이라도 의사들은 진짜 치료를 하고, 대신! 병원은 종전과 같은 이익을 남기면 된다는 겁니다.”
“이해가 잘되지 않는군. 고약이 풀리면 병원은 많은 손해를 볼 텐데?”
“천만에요. 빨간약 발라주는 의사들이 필요가 없게 되니 그만큼 비싼 인건비가 절감되겠죠. 그 대신 고약을 팔면 그에 못지않은 수익이 생기니 병원은 더 많은 돈을 벌게 될 겁니다.”
“상의를 해보지. 만약 병원에서 원천기술을 원하면 어찌할 텐가?”
“그럼 팔아버리죠. 뭐!”
“판다?”
“딱 100억에 팔겠습니다.”
“적지 않은 돈이나 주지 못할 것도 아니군. 기다리게. 답을 가져오겠네.”
“기다리는 동안 변호사님이랑 아버지를 뵙고 싶은데요?”
차인성이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게.”
**
차인성이 나가고 얼마 있지 않아 향숙과 진철이 조사실로 들어왔다.
“변호사님, 괜찮으세요?”
“어, 괜찮아. 내가 이 정도로 꺾일 김향숙이면 그 험한 서초동 바닥에서 탑이 될 수 없었겠지.”
“다행이에요.”
“진우야, 아빠는 안 보이니?”
“네, 아빠도 보이네요. 하하하”
세 사람이 나란히 앉아 그간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향숙과 진철은 조사를 핑계로 감금이 되어 있긴 했지만 부당한 대우를 받지는 않았다고 했다. 진우의 짐작대로 이들은 진우를 압박하기 위한 인질과 같은 성격이었다.
“그래서 그거 팔기로 했다고?”
“아직 결정이 난건 아니에요. 차 국장이 협의를 하러 갔으니 조만간 결정이 나겠죠.”
“원천기술을 파는 건 아깝지 않겠니? 네가 고생해서 만든 건데.”
“전혀 아깝지 않아요. 하하. 다만, 일이 어떻게 결정이 나든 변호사님께서 해주실 일이 있어요.”
진우가 향숙의 손을 잡곤 목소리를 죽여 향숙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향숙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진우가 잡은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