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45
45화
서울00지방검철청 214호 검사실.
아침부터 민수정이 혀를 차고 있었다.
“쯧쯧, 결국엔 입원했네.”
“수정씨, 누가 입원을 했다는 거야?”
“양 계장님, 소식 못 들으셨어요? 한유리씨가 몇 달째 스토킹을 당해왔데요. 집안에 들어와서 난동을 부린 적도 있었다네요. 결국에는 한유리씨가 신경쇄약으로 병원에 입원했다지 뭐에요.”
“아니, 그렇게 난동까지 부렸으면 당연히 잡았을 거 아냐?”
“그게 스토커가 한 명이 아니래요. 경찰이 잡으면 또 다른 사람이 오고, 또 사람이 바뀌고, 또 바뀌고.. 어휴, 제가 한유리씨였으면 전 이미 미쳤거나 죽었을 거예요.”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있던 아영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 모습을 본 양 계장이 물었다.
“검사님은 뭔가 알고 계십니까?”
“아, 네. 한유리 씨하고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서 도움을 요청받았는데 딱히 방법이 없네요. 그런데 결국 저리되었으니 마음이 좋지 않아요.”
아영은 한유리로부터 요청을 받은 후, 매니저로부터 받은 재벌 2, 3세의 명단을 받아 조사를 시작했다. 은밀히 김 형사를 통해 탐문을 해보았지만, 명단 속 인물들은 사망하였거나 해외 체류 중이거나 이미 결혼을 하여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아영도 그중 가장 의심이 드는 이들을 직접 만나 면담을 해보았는데 그들의 반응은 무척 냉담하였다.
[한때, 즐겨 볼려고 했던 적은 있지만 그런 딴따라를 누가 진심으로 좋아하겠습니까? 결혼요? 하하, 언감생심! 그 여자의 욕심이죠.]말은 조금씩 달랐지만 대부분 같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머리가 아프네.”
아영이 이마를 짚으며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덕팔이라면 방법이 있을까? 잠시 스치는 생각에 습관처럼 휴대폰을 집어 든 것이었다. 아영이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것은 인간들의 일. 인간인, 그중 검사라는 직업을 가진 자신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었다.
**
[이름이 방정식이라고?] [그렇습니다요. 어르신!] [생전에는 무엇을 하였고?] [그게… 좀도둑이었습니다요.]평상에 앉아 어른 흉내를 내고 있는 소룡과 그 앞에서 연신 허리를 조아리고 있는 방정식이 자못 웃겼지만 두 사람, 아니 두 영혼은 매우 진지했다.
[그대가 이 집에 의탁하고 싶어 한다는 말은 들었다. 하지만 인간과 신은 함께 있어서는 아니 되는 존재들. 나는 그것이 우려스럽다.] [영훈이가 말을 했듯, 저녁에는 빈 건물을 지킬 것입니다요. 낮에는 따로 조그만 거처를 마련해 주시면 그곳에서 꼼짝도 하지 않겠습니다요. 그러니 거둬주십시오.] [흐음.. 그대의 성품이나 그대의 혼에서 풍겨지는 기운이 나쁘지 않으니 내가 아저씨께 잘 말씀드려 보겠다. 하지만 허튼 마음을 먹는다면 신령수인 내가 그대를 소멸시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야.] [그러믄입쇼. 절대 명심하겠습니다요.]정식이 허리를 굽신거리자 소룡이 만족한다는 얼굴로 평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소룡이 집 안으로 들어가자 곁에 있던 영훈이 정식에게 물었다.
[아저씨 말투가 왜 그래요?] [저분이 이런 말투를 좋아하는 것 같아서.. 하하]집안에 들어온 소룡이 면접 결과를 보고하였다.
“네가 보았을 때, 나쁘지 않다고?”
[직업이 좀도둑이라고 하여 나쁜 기운이 끼어 있을까 신력을 돌려 살펴보았는데 상당히 맑은 영혼이었습니다. 비록 좀도둑질이라고는 하나 도둑질 자체가 업보를 쌓는 일인데 어찌 그런 맑음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인지 의아할 지경입니다.]“그래? 그건 정말 이상하군. 하지만 네가 그렇다면 나도 큰 불만은 없다. 그러니 영훈이와 그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 봐야겠군.”
[어디로 하실 생각이십니까?]“지하가 비어 있으니 그곳을 하면 좋을 듯싶군. 꽤 잘 지어진 집이라 지하실도 햇볕이 잘 들고 습하지 않으니 지내기 나쁘지 않을 거야.”
[어차피 귀신인데 그걸 따지겠습니까?]“그래도 내 집에 들인 이들인데 보기에 나쁘지 않았으면 하는구나.”
[원하신다면 저도 그곳에 기거를 하겠습니다.]“신령수가 신령수를 놔두고 왜 지하에서? 네가 원한다면이야 그렇게 하는 걸 마다하진 않겠지만 네 그릇을 잘 관리해야 해. 그것은 알고 있지?”
[잘 알고 있습니다. 단지 그들을 아직 마음 깊이 신뢰할 수 없기에 곁에 두고 지켜보고자 합니다.]“그래, 고맙다. 둘 다 들어와서 식사나 하라고 하렴. 너도 같이 먹자.”
[네, 아저씨.]세 귀신을 위한 만찬이 준비되었다. 인삼과 가시오가피를 넣어 푸욱 고아낸 토종닭 한 마리가 상위에 올려져 있었고, 그 주변으로 세 개의 쟁반이 놓여 있었다. 각 쟁반에는 밑반찬과 밥, 그리고 뜨끈한 닭국물이 올려져 있었다.
먼저 소룡과 영훈이 식사를 시작했다. 닭다리는 2개, 두 귀신이 선점하니 남은 귀신은 가슴살을 먹아야 할 터, 닭다리가 소룡과 영훈의 입에 들어가는 모습을 힐끔거리던 정식이 은혜에게 혼이 나고 있었다.
“움직이지 마시라니까, 자꾸 움직이시네.”
[죄송합니다.]정식이 기가 죽어 연신 고개를 숙여 사과하였다.
“움직이지 마시라구욧!”
우여곡절 끝에 정식의 초상화가 완성되었다. 방식의 자리에 초상화가 깔리고 그 위에 쟁반이 놓여지자 정식이 닭 국물을 떠 입에 가져다 대었다.
[하아…]방식의 눈에서 눈물이 찔끔거렸다.
“맛있게 드십시오.”
[감사합니다. 사장님.]“오덕팔입니다. 그냥 이름으로 부르시면 됩니다.”
[이렇게 거둬주셨는데, 사장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편한 대로 하십시오. 정식씨. 자, 이것은 새로운 가족이 된 정식씨를 위한 특별한 부위!”
덕팔이 정식의 접시 위에 반쯤 계란이 되다 만 알주머니를 내놓았다. 소룡과 영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처음 보는 모양이었는지 신기한 눈이 되었다.
“정식씨는 이게 뭔 줄 알죠?”
[네, 정말 오랜만에 먹어보는 것 같습니다.]“맛있게 드시고 부족한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을 하세요. 저는 둘이 지낼 곳을 좀 치워야겠으니..”
덕팔이 먼저 일어나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는 원래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다. 이 주택을 지은 원주인은 이 지하 공간을 음악실로 사용하려고 하였는지 도배, 장판은 물론 방음 시설까지 갖추어 놓고 방도 세 개나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덕팔은 이 중 한 곳에 그간 쌓아 놓았던 잡동사니를 잘 정리해 놓고 청소를 시작했다. 인간들이 살 공간은 아니었지만 먼지가 풀풀 날리는 곳을 내주고 싶지는 않은 것이었다.
청소가 어느 정도 끝나갈 무렵, 영훈과 정식이 지하실로 내려왔다.
[귀신들이 사는 공간인데 청소라니요. 사장님,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사람이든, 귀신이든 좋고 깨끗한 곳에서 살아야 정신도, 마음도 맑아진다고 배웠습니다. 주기적으로 청소를 할 것이니 깨끗한 곳에서 사세요.”
덕팔이 청소를 마치고 필요한 것을 물었다.
“방마다 침대를 놔 줄 겁니다. 거실에는 쇼파와 테이블을 놓을 것이고.. 또 필요한 게 있을까요?”
정식이 영훈의 옆구리를 툭 찌르자 영훈이 쭈삣 거리며 입을 열었다.
[저.. 형, TV는…]“영화 보게? 빔으로 설치해줄까?”
[스크린도요?]“안될 건 없지.”
[혹시 미드도 볼 수 있나요?]덕팔의 입이 다물어지자 두 귀신이 긴장한 얼굴이 되었다.
“정식씨!”
정식이 빠릿하게 대답을 하자 덕팔이 웃으며 물었다.
“물건을 집을 수 있나요?”
[아.. 그게 집는 것은 많이 힘들고요. 순간적으로 쳐내거나 누르거나 할 수는 있습니다.]“그럼 되었네요. IPTV를 설치해 줄 테니 맘껏 보십시오. 유료결제도 OK!”
덕팔이 씨익 웃으며 지하실을 나서니 두 귀신이 손을 마주 잡고 폴짝폴짝 뛰며 좋아하였다.
***
저녁 식사를 하고 은혜에 의해 초상화 세 장이 더 그려졌다. 누구나 짐작하듯 소룡, 영훈, 정식의 것이었다.
소룡이 두 귀신의 근무지를 순시한다는 목적으로 덕팔의 놀이터를 가보고 싶어 하자 덕팔이 승낙을 하였다.
“하지만 오늘뿐이야, 신령수가 자신의 그릇을 벗어나면… 알지?”
[알고 있습니다. 아저씨. 오늘만 다녀오겠습니다.]“가까운 곳에 산책하는 건 괜찮아. 네가 더 잘 알 테니까 잘 조절하도록 해. 집에만 있으면 심심하니까.”
[누님께서 제 건강을 위해 정글짐을 설치해주신다고 했습니다. 너무 기대됩니다.]“그래, 잘됐네. 그럼 오늘 야식은 어떤 거로?”
세 귀신이 앞 다투어 먹고 싶은 것을 털어놓았다.
정식은 나이가 있어 그런지 족발을 골랐고, 아직 어린 두 귀신은 어제도 먹었던 피자를 골랐다.
덕팔이 족발집과 피자집을 경유하여 건물 3층으로 올라갔다.
“영화 메뉴 선정은 정식씨가 하세요. 단지, 두 귀신은 외견상 미성년자이므로 성인방송은 안 됩니다.”
[주의하겠습니다.]정식이 웃으며 대답하자 덕팔이 야식 셋팅을 마치고 건물을 떠났다. 이제 이 건물은 세 귀신의 놀이터가 되었다.
**
덕팔이 건물을 나와 어슬렁거리며 집을 돌아가고 있을 때, 뒤에서 크락션이 울렸다.
빵빵
덕팔이 뒤를 돌아보니 아영의 차였다.
“오빠, 집에 가?”
“응, 우리 세 경비원님들 야식 배달시켜드리고 집에 가는 중이었지.”
“그럼 타.”
“집에 다 왔는데 뭘.. 먼저 올라가, 난 천천히 걸어갈게.”
“할 얘기도 있으니까 얼른 타.”
덕팔이 차에 오르니 아영이 차를 돌려 다시 대로변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은혜씨가 기다리고 있을 텐데..”
“오빠, 지금 내 앞에서 은혜 언니 걱정하는 거야?”
“아니, 그런 게 아니고…”
“내가 전화할게. 그럼 됐지.”
“응”
덕팔이 즉답을 하자 아영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악셀을 밟았다.
“할 얘기 있다며?”
“오빠의 의견을 구하고 싶어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야?”
아영이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인데, 오빠는 똑똑하니까 혹시나 다른 시각으로 사건을 보지 않을까 싶어서.. 의견을 구하려 하는 거야.”
“그래? 그럼 얘기해봐.”
“전에 처음 미용실 갔을 때, 만났던 여배우! 기억나?”
“흐음… 그랬나?”
덕팔이 모른 척 시치미를 떼자 아영이 웃었다. 저 머리 좋은 사람이 기억하지 못할 리 없었다. 그냥 아영에게 꼬투리를 잡혀 귀찮아 질까 봐 모른 척하는 것일 뿐. 아영도 그 사실을 알았기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암튼, 그때 한유리라는 배우를 만났었어. 근데 그 배우가 요즘 스토킹을 당하고 있나 봐.”
“그래? 괴롭겠네.”
“문제는 스토킹하는 사람이 한 명이 아니라는 거야. 매일같이 사람이 바뀌어.”
“응? 사람이 바뀐다!”
덕팔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름 상상이 되는 부분이 있는 모양이었다.
“사주한 것이 아닌지 조사를 해봤는데 아닌 것 같았어. 사실은.. 그들에게서 혐의점을 못 찾았다고 하는 게 정확하지.”
“너는 여전히 그들에게 혐의점이 있다고 생각하는구나?”
“그렇지 않고서는 설명이 안 되니까!”
“그래? 흐음..”
“한유리씨가 계속 시달리다가 어제 병원에 입원했어. 그런데… 병원에서도 스토킹을 당한 거야.”
“경호원이 없었나?”
“스토킹을 한 사람이 그 병원 의사였데… 아직 소문이 퍼지진 않았는데 한유리씨 입장에서는 병원도 안심을 못 하게 된 거야.”
“그 의사는 왜 스토킹을 한 거래?”
“자신은 그런 적이 없다고 펄쩍 뛰고 있어. 사실 스토킹을 하다가 붙잡힌 다른 사람들도 자신은 그런 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거든”
“빙의인가?”
덕팔은 자신이 말을 뱉어놓고도 고개를 갸웃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