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irman Kang the newcomer RAW novel - Chapter 94
제신입사원 강 회장 94화화
타짜 회장님(3)
카지노가 영업 중이라는 말을 듣자 한진택 회장은 망설임 없이 핸드폰을 꺼냈다.
“난데, 화학에 연락해서 최성 그룹의 제안이 뭔지 확인하고 알려 줘. 복잡한 거 다 빼고 핵심만.”
전화기를 내려놓은 한 회장은 강 회장을 보며 말했다.
“그런데 내가 노름 좋아한다는 거 세상 사람들이 다 아나?”
“좋아하셨다는 걸 기억하는 사람은 아직 있겠지만,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리고 그룹 경영에서 물러나셨으니 관심도 덜하고요.”
“그런데 최성에서는 어떻게 알았나?”
“그냥 짐작한 것뿐입니다. 갑자기 카지노에 발길을 끊을 이유가 없으니까요.”
“자네 생각에, 아니면 최성 생각에?”
강 회장은 동어 반복이라 생각했다가 한 회장이 뭘 궁금해하는지 알 수 있었다.
“거래가 지지부진해서 다 같이 모여 회의하다 나온 생각입니다. 그 생각에 모두가 동의했고요.”
“그래? 겸손한데? 내 앞에서는 보통 잘난 거 보여 주려 기를 쓰는데…….”
최 회장이 웃었다.
“이놈 겸손하고 거리 멀어요. 그냥 형님께 적당히 잘 보이려고 하는 거야.”
“그럴 것 같더라. 관상이 겸손하지 않아. 건방져 보여.”
강 회장은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참았다.
한진택 회장은 기질이 좀 못돼 처먹었다. 자기보다 잘난 놈, 똑똑한 놈을 가만두고 보지를 못한다. 꼭 밟아서 기를 죽여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이런 성격 때문인지 자식들은 정말 얌전했다. 아버지가 워낙 엄하게 키워서다. 재벌 자녀들 중에 신문 사회면에 단 한 번도 이름이 오르지 않은 집안은 LK가 유일할 정도다.
그런 성격을 훤히 아니까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그때 한 회장의 핸드폰이 울렸고, 한동안 전화 통화 소리만 들렸다.
응. 그래. 응? 그래? 이 말만 반복하던 한 회장은 통화를 끝냈다.
“최성에서 4천억 불렀다고?”
“그렇습니다.”
“우리 애들 말로는 가격 문제는 아니라네? 아주 적정한 숫자는 맞는다고. 그런데 꾸준히 이익 내는 사업부라 굳이 정리할 이유가 없다는 거야. 당장 현찰 급한 일도 없고. 이럴 땐 눈이 확 돌아가게 숫자를 올려야 한다는 거 알지?”
“숫자 더 올릴 만큼 매력적인 상품은 아닙니다. 딱 적정선이 4천억이니까요. 그래서 회장님께 호텔 인수를 제안드리는 겁니다. 그 호텔은 회장님께서도 꽤 관심 있지 않으십니까?”
“눈이 확 돌아가는 숫자 대신 호텔이라 이거지?”
“그렇습니다.”
“얼마 쳐줄까, 호텔 값으로? 참, 둘 다 주는 거 맞지?”
“당연합니다. 그러니까 눈이 확 돌아가는 숫자로 쳐주십시오.”
한 회장은 입을 딱 벌렸다.
“그걸 이렇게 되받아쳐? 이 친구 진짜 관상대로구만. 겸손하지 못해.”
잠자코 듣고만 있던 최 회장이 입을 열었다.
“형님, 취미 생활 즐기는 데 돈 아끼지 마십시오. 호텔 인수하면 앞으로 외국 여행 갈 필요도 없잖습니까? 그 비용만 생각해도 충분히 값을 쳐줄 수 있으니까요.”
“손녀사위 위해서 아쉬운 말도 하고, 이 친구 되게 아끼는가 봐?”
“우리 집안 첫 손님이라 그럽니다. 챙겨 줘야죠.”
“우리 아우님이 처음으로 부탁하는 거니 잘 챙겨 줘야겠구먼, 그런데 말이야, 그 호텔 누적 적자가 꽤 될 텐데…… 부채도 상당할 테고…… 그거 정리부터 해 주겠나?”
강 회장은 재빨리 서류를 한 장 내밀었다.
“현재 재무 상태를 정리한 겁니다. 300억이면 전부 해결합니다.”
“뭐지? 내가 무조건 수락한다고 확신했구만.”
“나쁜 제안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나도 이 호텔 알아. 이거 인수하면 싹 뜯어고쳐서 써야 하는 거 알지? 돈 많이 든다.”
“요즘은 애들도 취미인 게임 하느라 엄청난 고사양 컴퓨터 구매한다고 합니다. 1년 이상 용돈 모아서 말이죠. 취미 즐기는 데 그 정도는 투자하셔야죠.”
한 회장은 잠시 말없이 강 회장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후하게 쳐줄 테니 최성에서 다시 정식으로 제안하게. 우리 애들도 내용은 알아야 할 것 아닌가?”
“감사합니다, 회장님.”
강 회장이 조용히 머리를 숙이자 한 회장이 웃으며 말했다.
“용건 끝났으면 먼저 일어나게. 난 자네 회장과 회포 좀 풀어야겠어.”
강 회장은 곧장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그럼 먼저 가 보겠습니다. 말씀 나누십시오.”
강 회장이 나가자마자 최 회장은 술병을 들어 잔을 채웠다.
“형님 보시기에 어떻습니까?”
“내가 어떻게 본들 뭔 소용인가? 이미 식구로 받아들였으면서…….”
“식구로 받아들인 거야 돌이키지 못하지만, 아직 하나 남지 않았습니까?”
한 회장은 잊었던 사실이 떠올랐다. 최 회장의 장남은 아들이 없다는 것이다.
“흠…… 어려운 문제구만.”
“그닥 쓸 만해 보이지 않습니까?”
“아직 어린데 그룹 일을 하는 것 보면 쓸 만한 거지. 문제는 딴 데 있는 것 같은데?”
“딴 데라니요?”
“자네 말이야.”
한 회장은 손을 들어 최 회장의 얼굴을 가리켰다.
“자네가 장남에게 대부분을 줬다는 걸 알아. 이미 재계에서는 자네 장남이 차기 회장이라고 받아들이는 분위기야. 그게 나쁘지도 않고. 자격 있는 사람이 물려받은 거라고 생각해. 그럼 다음은? 어차피 자네 손녀가 그다음이고, 자네 손녀라는 건 조금 전 그 친구라는 말이기도 해. 자꾸 불안한 건 손녀사위가 아니라 자네 마음이야.”
최 회장은 술을 한 잔 들이켰다.
“그냥 이대로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라는 뜻입니까?”
“내가 자식 놈들에게 그룹을 쪼개서 줬어. 이제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지금은 모두 LK라는 이름을 쓰지만 다음 세대로 넘어가면 전부 사명을 바꿀걸? 20년 안에 LK라는 이름은 이 땅에서 사라져. 그걸 아는 나는 어떨 것 같은가?”
“많이 섭섭하십니까?”
“섭섭? 하! 쥐꼬리만큼도 안 섭섭해. 왜인 줄 아나? 그래도 내 핏줄들이 각자의 이름을 걸고 회사를 더 크게 키울 거라는 믿음 때문이야. 그중에는 자네 장남처럼 딸만 가진 애도 나오겠지. 그럼 성씨 다른 놈이 주인 행세할 테고. 하지만 뭐 어떤가? 그 모든 이름은 바로 내 선친과 나로부터 시작한 건데. LK라는 이름도 내가 바꿨잖아. 사람은 사라져도 이름은 남아. 사내대장부로 태어나 그 정도면 사내구실은 충분한 것 아니겠나?”
“저놈이 우리 ST를 더 크게 할 놈인 건 맞습니다.”
“그럼 만족하게. 아니, 오히려 고마워해야지. 그런 복덩이가 제 발로 굴러 들어왔는데.”
“제 발로 들어온 건 아니고, 제 손녀가 데리고 온 겁니다.”
“그럼 손녀나 칭찬하고 용돈 듬뿍 줘.”
“이미 줬습니다. 룩셈부르크에 짱박아 둔 회사를 날름 챙겼답니다.”
“부창부수구만. 허허.”
최 회장은 웃는 한 회장의 눈치를 살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최성 그룹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어떻게 되긴? 이젠 막장이지, 뭐. 끝났어.”
최 회장의 눈이 빛났다.
“끝났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이리저리 구르다가 여러 개로 쪼개지겠지. 누구 하나 중심 딱 잡고 쥐고 흔들어야 하는데, 강 회장이 저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모두 허둥지둥 우왕좌왕하잖아. 딸랑 둘 있는 아들내미는 사고나 치고. 10년 안에 개별 회사로 전락하고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거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구력이 있는데…….”
“구력?”
한 회장이 콧방귀를 뀌었다.
“세영 그룹 봐. 계열사만 스무 개가 넘었어. 규모 작은 거 빼도 열다섯 개 이상이었을걸? 재계 순위는 10위권이었지, 아마?”
“그 부근이었죠.”
“그런데 경험이 부족한 오너 2세, 그놈들의 독단적이고 비상식적인 경영 추태, 계열사 임원 놈들은 전부 보신주의에 찌들어 면피만 하자…… 이렇게 낭비한 시간이 10년이야. 지금 세영이라는 이름 붙은 회사가 남아 있나? 다 팔리고 외국 이름 붙어 있는데?”
“그래도 오로지 경영자의 잘못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세영의 주력 사업 자체가 사양 사업으로 접어들다 보니까…….”
“뭔 소리야? 그 회사 여전히 생산하고 영업하는데. 주인만 바뀐 거잖아. 그리고 세상이 변하면 회사도 변해야지. 그런 거 못 하니까 저 모양인 거지. 그게 다 세영 회장이 자식 놈들 잘못 가르치고 확실하게 나누지 않아서 그래. 10년간 그 자식 놈들 서로 얼굴 마주친 게 법정이라는 소문도 있잖아.”
제사도 안 지낸다고 들었다. 재계 10위권의 창업자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일이다.
“최성도 딱 그 꼴이야. 그나마 지금 버티는 게 그 누구냐? 강 회장 오른팔?”
“이상재 전무 말입니까?”
“그래. 그 친구, 강단 있더라고. 가족들 난리 치는 거 다 막고 어떻게든 버텨 보려고 이것저것 하잖아. 자네 손녀사위가 지금 나한테 호텔 팔아먹으려는 것 좀 봐.”
“그렇긴 합니다.”
“보는 내가 다 안쓰럽더라. 그 친구 쫓겨나면 데리고 쓰고 싶을 정도로.”
한 회장은 최 회장을 보며 미소 지었다.
“자네가 데려다 쓰지?”
“생각은 한번 해 보겠습니다.”
최 회장도 따라 웃었다. 다만 그는 다른 생각이다. 이상재와 손녀사위 놈이 손을 꼭 잡고 최성 그룹을 쪼개지 않고 온전히 지킬 거라는 믿음이 있다.
“아무튼 형님, 우리 손녀사위 일이니까 잘 좀 부탁합니다.”
“아이고, 늙으면 다 똑같네. 새끼 챙기는 거…… 허허, 그래, 내가 후하게 쳐줌세.”
최 회장은 다시 공손히 술을 따랐다.
* * *
“한 회장 화끈하네. 바로 연락 왔다. 만났지?”
“네. 긍정적인 답변 주겠다고 했는데…… 긍정적입니까?”
“그 이상. 인심 후하게…… 고생했다.”
“아닙니다. 최 회장이 나서 주셔서 가능했던 일입니다.”
“그 최 회장 나서게 만든 게 너잖아.”
이상재는 아주 만족한 표정이었다.
“역제안은 어떻게 왔습니까?”
“우리 호텔 각 400억씩. 대신 재무 상태를 플러스마이너스 제로로 만들어서 달란다.”
800억이다. 강 회장은 500억 정도면 적정가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인심 후하게 썼는지, 아니면 그만큼 카지노를 원하는지는 알 도리가 없다.
“그럼 인수 작업 바로 진행할 수 있죠?”
“그렇지 않아도 최성건설 주식 매각 공고 바로 내려고.”
“강동성 부사장은 별다른 움직임은 없고요?”
이상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가만있겠냐? 이사회 임원들 찾아가서 난리 한번 치고, 임시 주총 열어서 대표이사 해임하겠다고 손 사장 찾아가서 소리 지르고…… 끝이 없다.”
강 회장은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주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손 사장 앞에서 가능성 없는 소리를 떠든다. 하나 마나 한 이야기는 안 해야 한다. 아직 철이 덜 들었다.
“문제는 자꾸 시끄럽게 하니까 최성 그룹 내부가 문제 많다는 소문이 퍼지는 거다. 회장님께서 가장 싫어했던 게 바로 밖에서 그룹에 대한 말이 도는 건데…….”
“차라리 숨은 의도를 말해 주는 게 어떻겠습니까?”
강 회장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의도? 건설 떼어 주는 거?”
“네. 저야 최 회장에게 땅만 넘겨주면 끝이니까요. 만약 강 부사장이 땅으로 최성건설 주식 매입하겠다고 한다면 그냥 주식 넘겨주겠다고 하십시오. 그리고 최성화학에서 그 땅을 다시 넘겨주면 되는 일 아닙니까?”
“그거 선의가 아니라 악의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상재의 목소리에 걱정이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