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RAW novel - Chapter (697)
신룡무투제.
쿵-! 쿵-! 쿵-!
피부에 불꽃이 닿자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친다.
구염화륜공은 제멋대로 회전을 시작하고 기운을 폭주하듯 날뛰고 있었다.
피가 뜨겁다.
뒤틀린 호흡 너머 불꽃을 마주했다.
“참으로 완벽한 그릇이다.”
내게 말을 거는 이 불꽃은 무엇인가.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이만큼의 공명감을 느끼게 한다는 건 구염화륜공.
그것도 직계 혈족의 힘이 분명했다.
앞에 보이는 뜨거운 불꽃은 구염화륜공의 힘이다.
문제는 나로선 처음 보는 불꽃이라는 것이고.
그렇다는 말은.
‘혈족임에도 내가 모르는 이.’
라는 뜻이다.
‘그럼 누구일까.’
이 또한 오래 고민할 가치는 없다.
예전이었다면 모를까.
지금이라면 의심될만한 존재가 한 명 있었으니 말이다.
우드득.
몸을 움직여보려 했다.
막혔다.
알 수 없는 억제력이 몸을 제압하고 있었다.
입술을 열어보려 하지만, 이것도 마찬가지다.
딱딱히 굳은 입술은 쉽사리 열리 지가 않았다.
우우웅.
심장에 힘을 줬다.
다행히 기운은 움직일 수 있다.
기이이이이잉—!!! 회전을 더 빠르게 돌린다.
묶인 기운을 풀어 더 강하게 압축했다.
화륵.
타오르는 불꽃을 일점에 모아.
툭-!
그대로 터트렸다.
콰아아아아–!!!
육신을 타고 청염이 사방으로 터져 나간다.
그렇게 태풍을 일으키듯 한참을 회전했다.
방대한 기운이 주변을 가득 채우고.
으드득-!
불꽃을 기점으로 몸의 억제력을 풀어냈다.
“후….”
덕분인지 입도 풀렸다.
갑작스레 기운을 사용해서 그런가 혈도는 물론이고 뼈마디가 저릿했다.
기운을 어마어마하게 사용해야 했다.
“호오.”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으니 감탄 어린 기색이 들려왔다.
“대단하구나.”
“…”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상대를 보며 물었다.
“일단 묻겠습니다만.”
말을 뱉으며 전신에 기감을 극도로 끌어 올린다.
그 상태로 물었다.
“제 조부님 되십니까?”
“흐음.”
착각일까.
내 말에 불꽃은 마치 웃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오직 불꽃으로 이루어진 모습인지라 표정이 제대로 보이지 않거늘.
어째서인지 그런 것 같았다.
“신기하구나. 네 아비가 말을 하진 않았을 터인데…. 어떻게 알았을까.”
불꽃의 반응에 못내 혀를 찼다.
역시나.
저 불꽃이 내 조부가 맞다는 뜻이다.
이를 듣고 헛숨을 터트리며 말했다.
“어찌 살아 계신 겁니까?”
“허허.”
면전에 대고 대뜸 왜 안 죽고 살아있냐니.
내가 생각해도 좀 개떡 같은 물음이긴 했으나. 필히 물어야 했다.
“당황스러운 물음이구나.”
“당황스러운 건 제가 더 당황스럽습니다만.”
대뜸 인간 모양의 불꽃이 튀어나와선, 죽었다고 알려진 조부라 하는데 어찌 당황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
또한.
‘인외(人外)라고 했다.’
그는 나를 보고 어찌 인외가 되었냐 물었다.
이는즉슨, 그는 내가 인간이 아님을 알아봤다는 뜻이다.
그 탓일까.
“뭡니까?”
극도로 강해진 경계심에 다소 날선 말투가 흘러나왔다.
“왜 날 찾았습니까?”
눈을 찌푸리며 묻자. 불꽃이 내게 말하길.
“할애비가 되어 제 손주를 찾아온 게 이상한 일은 아니지 않더냐.”
다소 정론 적인 얘기를 내뱉더라.
이를 듣고 나는 피식 웃음을 터트려야 했다.
“그런 거면 지금까지 안 나타나신 것이 말이 안 되잖습니까.”
살아오며 한 번도 본 적 없거늘. 심지어 전생에도 본 적이 없었다.
근데 이제 와서 조부랍시고 나타나면 내가 뭐라 반응해야 할까.
그것도.
“이리 공격적인 만남으로 말입니다.”
“그저 반가움의 표시였다.”
“표시를 두 번 했다가는 사람 죽겠습니다.”
“끌끌.”
웃음소리를 들으며 눈을 굴렸다.
주변을 살핀다. 여전히 적막이 흐르고 있었다.
그걸 부며 다시금 불꽃을 쳐다봤다.
‘조부라.’
구가의 전대 가주.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으며, 무얼 하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보고 있어도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내게 조부란 일 장로라는 느낌이 강했던 만큼, 갑자기 나타난 존재는 멀디멀 따름이다.
“아이야.”
불꽃이 물어왔다.
“보지 못한 세월이 그리 길거늘, 잘 자란 것 같아 보기가 좋다.”
툭 튀어나온 칭찬에 눈을 찌푸렸다.
갑자기 무슨 말인가 싶었다.
“그간의 노력을 보여주듯 피어 올린 불꽃이 참으로 아름답더구나.”
분명 칭찬인데 묘하게 찝찝하게 느껴진다.
“그릇은 단단하고 육신은 올곧으니 다음 세대는 걱정할 필요가 없겠어…. 다만.”
불꽃의 손이 내 어깨를 움켜잡는다.
“그런 가능성을 달고 어찌 인외가 되었을까. 나는 그게 의문이구나.”
“…”
타닥.
어깨를 잡은 손길에 뜨겁다.
그 안에서 휘몰아치는 감각에 불꽃을 쳐다봤다.
말을 돌리긴 글러 먹은 것 같았다.
“살다 보니 그리됐습니다.”
그냥 살려고 발버둥 좀 치다 보니 그렇게 됐다.
뱉을 수 있는 말의 한계가 그러했다.
“흐음….”
내 대답을 들은 불꽃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리고 말을 내뱉는데.
“역시. 그 계집을 태웠어야 했던 건가. 귀한 불꽃에 불순물이 섞였구나.”
말을 듣고 몸을 딱딱하게 굳혀야 했다.
“계집?”
누굴 말하는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처음 봤을 때 치웠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더 나았을 텐데.”
“…”
“아쉽구나. 그릇이 그리도 깔끔하건만, 추악한 것이 뒤섞여 빛을 조금 잃었…음?”
말을 이어가던 불꽃이 날 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찌 그런 눈을 하는 게냐.”
내 눈이 어떻길래 그럴까.
아마 예상하기로 썩 좋진 않을 것이다.
어찌 좋겠는가.
“말을 그리 좆 같이 하시는데. 좋기 힘들지 않겠습니까.”
조부라 해도 남의 어미를 불순물 취급하는데, 어떻게 좋을까.
뚜둑.
몸을 살짝 풀며 불꽃에게 말했다.
“보기에 그쪽도 멀쩡한 사람처럼은 안 보입니다만.”
호칭이 변했다.
되지도 않는 조부 취급을 하려니 영 시원찮다.
하물며 불꽃으로 둘러싼 육신.
아무리 좋게 말해도 인간은 아니었다.
그저 인간의 ‘형태’를 본떴을 뿐.
그런 내 말에 불꽃이 말하길.
“나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건, 순전히 네가 자격을 지니지 못했기 때문이란다.”
“자격…?”
경지를 뜻하는 건가.
아니면, 정말 말 그대로 ‘자격’을 뜻하는 건가.
“내가 아직 소가주 자리를 잇지 않아서란 말입니까?”
돌리지 않고 그대로 물었다.
그러자 불꽃이 웃음을 머금는다.
“맞다.”
자리를 잇지 않아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없다.
그럼, 소가주 자리를 잇는다면 불꽃 너머를 볼 수 있을까.
모르겠다.
전생에 소가주 자리에 올랐었다 한들, 조부를 본 적은 없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더 궁금한 것이다.
“왜 왔습니까?”
조부라는 작자는 왜 지금에 와서 나를 찾아왔는가.
“아까도 말했지만, 할애비가 손주를….”
“쓸데없이 다정한 척 그만하고. 제대로 하시지요.”
“…”
더이상 못 참겠어서 말을 끊어냈다.
징글징글하다.
“눈과 목소리에 애정이라곤 쥐뿔도 없는데 왜 자꾸 개짓거리를 하십니까. 편한 대로 하십시오. 불편해 미칠 것 같습니다.”
“호오….”
짜증을 가득 담아 내뱉었다. 그러자.
“이런….”
불꽃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뒤바뀐다.
“이렇게 하는 게 아니었나 보군.”
말투에 그나마 있던 부드러움이 사라진다.
딱딱하고 서늘하다.
암왕에게 느꼈던 무감정함.
그런 분위기가 물씬 풍겨왔다.
“아쉽구나. 나름 고민을 해본 방법인데 말이야.”
“숨기려는 시도조차 안 한 것 같구만. 무슨 헛소리 십니까.”
눈빛이 달랐고 뱉는 목소리도 달랐다.
조부?
그 단어에 절로 일 장로를 떠올린다. 내게 조부를 생각하면 그뿐이 생각나지 않았다.
제대로 모르지만, 적어도 ‘조부’라는 이가 손주를 보며 지닐 만한 눈빛은 아니었다.
“뭡니까? 나한테 뭘 바라고 나타난 겁니까.”
정녕 보고 싶어서는 아니다.
그렇다면 목적이 있다는 것일 터.
이에 대해 다시금 물으니.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불꽃은 나를 보며 답을 내뱉기 시작했다.
“준비가 되었음을 안다. 때는 지났고 네 아비에게 주었던 여분의 시간 또한 모두 지났다. 한데.”
화르륵.
주변의 열기가 더 짙어지는 게 느껴졌다.
“아이야. 너는 아직 열쇠를 받지 못하였구나.”
“…”
열쇠.
그 말에 속으로 떠올린다.
이는 소가주가 받을 수 있는 구가의 인장을 뜻하는 것 같았다.
“때가 되었으니 업을 이어야 한다. 그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니 말이다.”
듣기만 해도 속이 갑갑해지는 말들이다.
“그걸 말하려고 날 보러 온 겁니까?”
빨리하라고 재촉하기 위해서, 죽은 척 지내던 양반이 여기까지 왔다는 건가.
이에 의문을 품으며 묻자.
“아니. 이는 순전히 호기심이 동했기 때문이다.”
“호기심?”
“누구보다 인외를 증오하며 멀리해야 하는 것이 우리거늘, 다음 업을 이어야 할 네가 추악한 존재가 됐기 때문이다.”
“…하.”
결국, 내가 용이 된 탓에 왔다는 것인가.
하면, 용이 됨으로서 업을 잇는데 문제라도 생긴다는 것일까.
‘애당초 어떻게 알고?’
내가 용이 된 것을 떠나. 인간이 아니게 된 걸 알아차렸기에 움직였다는 뜻일 터였다.
‘잠깐….’
그렇게 의문을 떠올리다 문득, 스치는 생각에 불꽃에게 물었다.
“…혹시 말입니다. 가주님께 생겼다는 일도. 그쪽이 관련된 겁니까?”
아버지는 일이 생겨 하남에 도착하지 못했다고 했고.
미 부인은 이에 소가주는 되어야 알 수 있는 일이 관련됐다고 했다.
근데 지금 조부가 내게 나타났다?
이게 과연 우연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여 조부라는 인간에게 말을 물으니.
“맞다.”
“…!”
불꽃은 내게 긍정을 표했다.
예상이 맞다는 소리였다.
“어째서…. 가주님께 뭘 한 겁니까?”
“이치에 따라 행한 일이다. 네 아비는 날 대신해 ‘문’을 지키고 있다.”
‘문?’
무슨 문을 말하는 걸까.
“진즉 네 아비가 했어야 할 일이며, 언젠가 네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고작 문짝 하나 지키는 것 말입니까?”
“그걸 위한 업이건만, 어찌 고작이라 칭하겠느냐.”
문을 지키기 위한 업.
내가 알지 못하는 구가의 존재가치가 그곳에 있다는 건가.
아버지는 알지만 나는 모르는 것.
이 말인즉슨, 소가주를 넘어 가주가 되어야 알 수 있는 진실이란 뜻이었다.
그걸 생각하며 물었다.
“어차피 인외가 된 게 문제라면, 이제 못하게 된 거 아닙니까?”
추악하다느니 잘못됐다느니 하는 걸 보면 용이 된 것으로 문제가 생겼다는 점인데.
하면, 업을 잇는 것 그 자체에도 이변이 이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으로 말을 뱉자.
“그래, 문제지. 그래서 왔다.”
불꽃은 덤덤한 어투로 내게 말을 잇는다.
“불순물을 태워 원래대로 돌리기 위해. 그러기 위해 내가 직접 온 것이다.”
“…쯧.”
말을 듣고 기운을 끌어올렸다.
태워서 없앤다.
날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뜻인가.
꾸우욱.
심장에 힘을 주고 불꽃을 노려봤다.
화르르륵-!!
몸에 청염이 뒤덮인다.
언제라도 태세를 맞추기 위해, 온몸에 기감을 올리며 상대를 쳐다보는데.
“다만.”
불꽃이 뒷짐을 진 채 말을 이어간다.
“네 아비와 거래를 했으니 당장은 여분의 시간을 내어줄 것이다.”
“뭐라구요?”
아버지와 거래를 했다고?
“그게 무슨-.”
소리를 키우며 불꽃을 향해 말을 외치려던 찰나.
딱-!
확-!
“…!!”
손가락 튕기는 소리와 동시에 내 몸을 감싸고 있던 불꽃이 사라졌다.
놀란 것도 잠시.
다시금 불꽃을 피우려고 해보지만.
치익-! 칙-!
작게 튀는 소리만 들릴 뿐 불꽃이 터지지는 않았다.
구염화륜공의 고리 또한 쥐죽은 듯 멈춰있을 뿐이다.
‘이게 갑자기 왜 이러지?’
기운을 돌아가는데 불꽃은 올라오지 않는다.
이에 한껏 당황을 머금어야 했다.
그때.
“그러니 우선은 네게 불씨를 거둬가마.”
불꽃이 내뱉는 말에 눈을 키웠다.
지금 조부 쪽에서 내가 구염화륜공을 못 쓰게 막았다는 뜻이다.
도대체 어떻게?
조부의 말에 눈을 떨고 있길 한 편.
그는 어느새 손을 들고 있었고 그 손에는 푸른빛의 불꽃이 맴돌고 있었다.
익숙한 기운이다.
설마 저게 내 불꽃이라는 건가?
“오늘은 그걸 위해 널 찾은 것이다. 이를 되찾길 바란다면.”
선명히 빛나는 불덩이를 보고 있을 즈음, 조부가 내게 말한다.
“나를 찾아 ‘신강’으로 오거라.”
그 말에 헛숨을 들이켜야 했다.
‘신강?’
내 불꽃이 사라졌다는 사실보다 뒤에 이어진 말에 걸린다.
신강이라고?
‘신강이라면….’
[신강으로 가라.]북해에서 우혁의 몸을 빌린 남궁명이 언급한 곳이며, 전생에 마교의 본진이 있던 곳이기도 했다.
한데, 조부까지 신강에 있다고?
이게 어떻게 되어 먹은 연결 고리지?
순전히 우연이라 보기엔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시간은 그리 많이 줄 수 없을 것이다. 네 아비가 일 년을 언급했으니 그것까진 감안하마.”
그렇게 말하는 걸 듣고 곧장 대답했다.
“기다려.”
조부가 멋대로 말을 끝내려 하기에 다리에 힘을 줬다.
이대로 가만히 뺏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갑자기 나타난 것도 괴상한데, 왜 다들 제멋대로 일을 진행하고 지랄이야.”
쿵-!
힘을 줘보지만, 여전히 불꽃을 피지 않는다.
인상을 찌푸리며 다른 기운을 끌어올렸다.
불꽃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건 있다.
허리를 틀며 주먹에 힘을 줬다.
‘투아파천무(鬪牙破天武).’
투마의 기운을 육신에 담아 그대로 휘두른다.
콰아앙-!
내기가 주먹 끝에서 터지며 정면을 휩쓸었다.
콰드드득-!
“흠.”
조부가 거친 풍압에 반응하듯 손을 살짝 움직였다.
화르르륵—!!!!
바닥에서 불꽃이 터지며 방벽을 세운다.
쿠우우-!
풍압은 벽을 뚫지 못하고 사그라들었다.
그걸 보며 주먹을 한 번 더 휘둘렀다.
이번엔 투아파천무가 아니다.
‘심권(心拳).’
온 힘을 다해 기운을 터트렸다.
콰악-! 심권이 쏟아지며 불꽃으로 이룬 방벽에 닿았고.
파아앙-!!
심권을 맞은 방벽이 터지며 공간이 들춰진다.
“흐음.”
이를 본 조부가 짧게 반응을 터트렸다.
그때 이미 나는 그의 앞에 당도한 시점이었다.
즉시 조부의 손에 있던 불덩이를 잡아 뺏었다.
콱-!
잡은 채로 불꽃을 으깨니 심장 구석으로 열기가 스며들어 온다.
화르르륵-!
그제야 다시금 불꽃이 터져 나왔다.
“후우….”
역시, 저게 내 불꽃이 맞았던 모양이다.
다만, 불꽃은 돌아왔어도 안도할 수는 없었다.
무슨 수를 썼는지 모르나, 조부는 이를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는 모양이었으니까.
그리 판단하며 긴장을 올리고 있을 때.
“하하.”
조부가 웃음을 흘리는 게 들려왔다.
“좋구나.”
오싹-!
조부의 목소리에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전신에 돋아난 경계심에 마른침이 절로 삼켜졌다.
뭐지 엿 같은 이 느낌은?
“역시. 네가 좋겠어.”
알 수 없는 말을 뱉으며 조부가 한 걸음을 내디딘다.
그때.
쉬이이익-!!!
쿠아아아앙–!!
허공에서 나와 조부 사이로 갑자기 무언가 떨어졌다.
구우우우우—!!!
짙은 흑색 기운은 주변을 돌며 공격적인 태세를 선보인다.
그 어마어마한 기운에 흠칫한 것도 잠시.
이내 기운이 옅어지고 내 앞에 선 작은 등이 눈에 들어왔다.
고운 어깨선을 지니고 자색 빛이 감도는 흑 장발.
작은 체구를 지닌 인물이 내 앞에서 조부를 막아섰다.
그녀를 보며 내가 낮은 소리를 흘렸다.
“너….”
내 목소리에 여인이 고개를 돌려 날 바라본다.
자색 눈동자와 마주친다.
천마(天魔).
조부를 막아선 건 그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