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347
“두 놈이 그냥 가다니? 이거 어찌 된 일인가?”
남궁용은 당황스러운 시선으로 칼을 휘두르며 중얼거렸다. 가장 위험한 적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이 사라지니, 그 압박감이 해소되어 대부분 움직임이 좋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불안감마저 남았다.
또다시 모습을 드러낸 괴인들.
그들의 힘은 앞서 나타난 자들보다 뛰어나면 뛰어났지 결코 낮은 수준들이 아니었다.
한 번 검을 주고받는 순간 느껴지는 강렬함은, 자칫 방심하는 순간 목이 베여 나간다는 불안감을 느끼게 했다.
“긴장을 늦추지 마시오! 놈들은 약하지 않으니!”
당중악이 소리치며 상황을 인지했다.
여기저기에서 죽어 가는 괴성이 들려왔다. 순식간에 모습을 드러낸 이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상대를 향해 검을 뻗었고, 그 시신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또한 조금 전까지 있었던 자들에겐 어딘지 모르게 자아가 느껴지지 않았으나, 지금 나타난 괴인들은 상황을 판단하고 읽으며 어떻게 승기를 가져가야 할지 인지를 하고 있었다.
“이거, 남궁세가의 체면이 말이 아니로군.”
남궁용이 어색하게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많은 수가 당하고 있다.
무림맹, 천도회 할 것 없이 서로를 죽고 죽이며 물어 뜯고 있었다. 나름 실력에는 자부심이 있는 자들만 모여 있었던 탓에, 이 상황은 결코 모든 이들이 바랐던 것이 아니었다.
‘천하의 팔대세가…… 그리고 무림맹보다, 저 두 사람이 더 잘 싸우는군.’
남궁용이 힐끗 권무진과 제갈연을 바라봤다.
어디서 저런 무공을 익힌 것인지, 어떻게 저런 몸놀림을 펼칠 수 있는 것인지? 사방에서 벌어지고 있는 난전 속에서 저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상대를 노리고 있었다.
이는 단순한 수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부럽기도 하지만…….’
아직은 어린 것들에게 따라잡힐 때가 아니다.
남궁용이 검에 힘을 주었다.
여전히 그의 눈앞에는 남궁천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완전히 그를 따라잡지는 못한다. 하지만 하다못해 그 지척까지는 가야 하지 않은가!
남궁이라는 이름을 짊어졌다면!
“아버지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는다!”
남궁용이 검에 더욱 힘을 주었다.
그사이, 제갈연은 주변을 살피며 상황을 판단했다.
‘강시가 아니야!’
그것을 깨달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차라리 강시였다면 자아가 없고 오로지 본능만으로 움직이니, 순식간에 상황을 읽고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저들은 달랐다.
괴인들과 앞서 나타난 이들과의 협공은 무시하지 못할 파괴력을 보였다.
“이렇게 싸워서는 안 돼요! 물러서서 검진을 짜고 서서히 압박해 가야 해요!”
제갈연의 목소리가 까랑까랑하게 들렸다.
그러한 것들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들이다.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대부분 이 정도 무림에서도 나름 한가락하는 자들로만 구성되어 있으니, 난전이 벌어지면 생기는 실손 정도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어떻게?’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
가장 처음 나타난 이들과 싸울 당시, 왜 그런 난전이 벌어졌는지 아는가?
놈들은 상대의 빈틈을 확실하게 찌르고, 전열을 가다듬지 못하고 주변을 휩쓸었으며, 난전을 유도하여 자신들이 조금 더 유리한 상황으로 모든 것을 뒤바꾸어 놓은 탓이다.
다수와의 싸움에 능숙한 존재들.
그리고 협공과 검진, 강인한 공력과 뛰어난 머리를 지닌 괴인들.
이는 절대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
캉-!
권무진이 검을 쳐 내며 안으로 파고들었다. 제갈연을 향해 달려가는 이에게 일도를 뻗었다. 강한 공력이 담겨 있는 칼날은 틈을 노리고 들어갔으나, 상대는 이미 그것마저 예측하였는지 몸을 틀었다.
그러나 순간, 권무진의 도가 기이한 방향으로 꺾여 나갔다.
마치 피하는 것까지 예측이라도 한 것 같았다.
푸욱-!
그의 칼자루가 괴인의 목을 파고들었다. ‘억!’하는 앓는 소리가 짧게 들려왔고, 동시에 뻗어진 제갈연의 칼날이 매섭게 사내의 머리를 갈라 냈다.
서걱!
자욱하게 뿜어져 나오는 피를 바라보며 두 사람은 확신했다.
괴인들은 결코 강시가 아니었다.
“생각했던 그것보다 상황이 좋지 않게 돌아가네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두 사람이 없다는 것 정도일까?”
“그것도 그러네요. 하지만 우리의 목적을 잊어서는 안 되요. 선진 대사를 구출하는 것이요. 싸우다 죽는 게 아니라고요.”
제갈연의 말에 권무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싸움이 격렬해지고 괴인들마저 등장하자 사람들은 한 가지를 잊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자리에 온 목적.
그것은 선진을 구하는 것이지, 괜한 목숨을 낭비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권무진과 제갈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선진을 향해 달려갔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그만큼은 구해 내겠다는 의지를 그 눈빛 속에 담았다.
남궁세가와 황보세가, 그리고 사천당가를 비롯하여 많은 이들이 두 사람의 의도를 깨닫고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격렬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무당산은 마치 전쟁이 벌어진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사람이 죽어 가며 내는 신음과 울려 퍼지는 쇳소리가 미친 듯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단우현은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법이로군.”
그중에서 제갈연과 권무진의 움직임이 가장 눈에 띄었다.
지난번 수련을 시킨 것이 몸에 익은 것인지, 한층 더 실력을 높인 두 사람은 저 난전 속에서도 자신의 목숨을 지키고 확실하게 상대를 하나둘 제거해 나가고 있었다.
만약 저 싸움에서 승리하게 된다면 그것은 필시 두 사람 덕분이리라.
그러나 제갈연과 권무진은 곧 자신들의 목적을 깨닫고 달려 나갔다. 단우현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의 행동을 칭찬했다.
“어디서든 목적을 잊어서는 안 되는 법이다. 싸움을 피할 수 있으면 최대한 목적을 달성하고 피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현명한 법이지.”
무림인이라 하여 무작정 싸우는 것은 하책.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면 그것만을 생각하는 것이 맞는 법이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완수할 수 있는 것을, 굳이 사람을 희생시키면서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런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단우현이 힐끗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어느새 두 명의 사내들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이렇게 얼굴을 보는 것은 처음입니다. 새삼 놀랍군요. 전설씩이나 되시는 분께서 이런 졸전을 구경하시다니.”
“나름 재미있구나.”
단우현의 대답에 사내가 입술을 핥으며 웃음을 지었다. 저런 우습지도 않은 싸움을 구경하며 서 있는 이자가, 정말 전설이라 불리는 그가 맞는지 의아함이 들 정도였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고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주군께서 말씀하셨습니다만…… 생각했던 그것보다 더 볼품없으신 분이시군요.”
“주군이라 하면 누구더냐? 혈마? 그렇지 않으면 천무제?”
“하하…….”
사내는 대답이 없었다.
그 모습에 단우현이 거만한 시선을 보냈다.
어느 이름에서도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을 보니, 이런 쪽으로 제법 단련이 되어 있든가 혹은 둘 다 틀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곧 그가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혈마께서 하셨던 말씀이십니다. 지금 주군께서는 그저 이를 갈 뿐, 어떤 말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렇군.”
새로운 주군이 있다는 것은 이미 예상했다.
하지만 놈들의 표정으로 보아 천무제는 아니다. 그렇다면 다른 누군가라는 말인데, 이 정도나 되는 이들을 통솔할 수 있는 이가 누가 있을까?
단우현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가 없었다.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정면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혈마의 수족 중에서도 조무래기들이로군.”
“하하! 영풍! 우리보고 조무래기래! 이거 참 미치겠군!”
“……닥쳐라, 마철.”
영풍이라 불린 자가 천천히 칼을 뽑아 들었다.
동시에 마철 또한 자세를 잡으며 언제든지 공격할 태세를 갖추었다. 이는 틀림없이 전설이라 불리는 이를 상대로 자신들의 모든 것을 선보이겠다는 심산이었다.
“무슨 짓이냐?”
단우현이 실소를 머금고 물었다.
상대의 역량은 능히 알고 있다. 그런데도 해 보자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이 두 사람은 틀림없이 강하나, 그것은 현 무림에서일 뿐. 실질적인 혈마의 수족 중에서도 밑바닥을 길 만한 수준이다.
단우현의 눈빛이 조금 더 깊어졌다.
“우리가 받은 명령은 무당을 꿇리는 것. 그 외에는 없으니 운신에 자유로움이 있다. 그러니…….”
삭-!
한순간에 영풍의 신형이 사라졌다.
어느새 그가 단우현의 등 뒤로 나타나며 검을 휘둘렀다. 강하고 억센 기세가 맺혀 있는 그것은 바람을 휘감았고, 이내 모든 것을 때려 부수는 폭풍을 머금었다.
이윽고 그것을 단우현을 향해 내려치는 순간.
콰다다다당-!
오히려 그의 몸이 어이없이 날아갔다.
“이 자식!”
마철이 그 상황을 바라보며 내달렸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묵직한 주먹을 휘둘렀다. 금강석마저 때려 부술 것 같은 힘이 실려 있었기에, 어느 누구라 한들 막아 내지 못할 것 같았다.
쾅-!
이윽고 커다란 소리가 들렸다.
부들부들-!
모든 것을 때려 부술 것 같았던 사내의 주먹은 정확히 휘둘러졌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단우현의 바람을 꿰뚫지 못했다.
사내의 주먹이 단우현의 코앞에서 멈췄다.
우두커니 서 있는 그는 떨고 있는 이를 바라보면서도 티끌만큼의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때, 날아갔던 영풍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내며 칼을 휘둘렀다.
쇄엑!
거센 바람이 날아들었으나, 칼은 그 목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단우현의 손에 붙잡혔다.
“멍청한 것이냐, 아니면 자신감이 넘쳐 흐르는 것이냐?”
단우현이 슬쩍 발을 뻗었다.
퍽-!
“꺼억!”
마철의 복부를 깊숙이 후려치는 한 방.
동시에 오른손에 쥔 칼날에 살짝 힘을 주니, 영풍의 몸이 맹렬히 회전하며 땅에 틀어박혔다.
쾅-!
거센 울림과 함께 두 사람의 몸이 바닥에 처박혔다. 커다란 구덩이가 파이고 입에서는 검붉은 피가 새어 나왔다.
두 사람은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다.
입가에는 한 줄기 미소가 걸려 있었는데, 이는 필시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멍청하기도 하고 자신 넘치기도 하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 빌어먹을 놈의 꼭두각시가 되어야 하거든.”
“…….”
단우현의 시선이 마철을 향했다.
마철이 분노에 찬 표정으로 소리를 내지르며 공력을 끌어올렸다. 온갖 근육들이 꿈틀거리며 몇 배 이상 불어나기 시작하였고, 그 힘은 지금까지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강대해져 갔다.
이는 영풍 또한 마찬가지다.
단우현의 시선이 또다시 변했다.
“강신술인가…… 이것 참 귀찮게 하는군.”
그리 말을 하며 가볍게 손을 풀었다.
기수식을 취하며 오로지 단우현만을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의 투기가 찌릿할 정도로 전해져 왔다.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은 단우현이 입을 열었다.
“결국, 죽여 달라는 소리겠지?.”
단우현이 천천히 기세를 풀어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