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396
“쫓아라, 쫓아! 하나도 남김없이 잡아 죽여야 할 것이다!”
혈천의 기세는 하늘을 꿰뚫었다.
상대의 기가 죽었음을 깨닫는 순간, 그들은 더욱 기고만장하며 달려들었다.
하나같이 구파일방 혹은 팔대세가들과 악연이 있는 자들이며, 이런 이들이 앞서 나가며 칼질을 하니 모든 이들이 멈추지 않고 뒤를 쫓았다.
승리는 눈앞에 있었고 공을 세운 이는 막대한 포상을 받게 된다.
전쟁이라는 것은 언제나 똑같은 법이다.
그런 것에 눈이 돌아간 자들도 있을 것이고, 혹은 단순히 저들을 뛰어넘고 농락하고자 하는 이들마저 있을 것이다.
혈천의 기세는 꺾일 줄 몰랐으며 퇴각하는 정사 연합은 사기가 죽었다.
이미 사천의 경계를 넘었으니 이대로 밀고 나간다면 사천을 장악하는 것 역시 손쉬운 일이었다.
이미 정사 연합의 많은 고수들이 부상을 당했다는 것을 알기에, 밀고 들어가는 혈천의 인물들은 겁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들 같았다.
이윽고 뒤를 쫓아 숲으로 들어선 순간.
슈슈슈슉-!
“끄아아악!”
“아, 암기!?”
“기, 기습이다!”
날아드는 암기와 온갖 함정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만천화우에 버금갈 만큼 무수히 많은 암기들이 비 오듯 그들을 향해 쏟아져 내렸고, 발을 잘못 디디는 순간 함정들이 솟구쳤다.
곳곳에서 독무가 깔리며 그들의 퇴로를 막았다.
동시에 도망가던 정사 연합이 등을 돌려 공격을 시작하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혈천의 기세가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저…… 저건?!”
“다…… 당사휘!”
독성 당사휘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벅저벅-
숲을 지나 혈천 무리들을 향해 다가오는 그의 주위로는 치명적인 독무가 깔려 있었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온갖 잡초들이 죽어 나갔다.
독성이라는 이름이 결코 허튼 것이 아님을 알려 주었다.
당사휘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혈천 무리들을 바라봤다.
“어느 놈들이 날뛰나 했더니…… 고작 조무래기들인가?”
당사휘가 웃었다.
중원을 절반 이상 장악한 무리들.
지금은 그 이름만으로도 온 무림인들을 벌벌 떨게 만드는 존재.
혈천.
당사휘 또한 직접 마주치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들려오는 소문과는 너무나도 괴리 있는 모습에 그저 실소만이 흘러나왔다.
“이런 것들에게 무림맹을 넘겨주다니…….”
당사휘는 혀를 차며 손을 움직였다.
동시에 퍽퍽! 하는 소리와 함께 수 명이 쓰러졌다. 목에는 가느다란 침이 박혀 있는 채로 부들부들 떨고 있던 그들은, 시퍼렇게 안색이 변하며 그대로 숨통이 끊어졌다.
“무림맹도 그렇고 팔대세가도 그렇고…… 전부 수준이 낮아졌구나.”
당사휘는 그런 말을 내뱉으며 한 걸음을 더 걸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정사 연합 사이에서 우렁찬 외침이 들려왔다.
“우와아아아아!”
“독성께서 우리를 구해 주신다!”
“뒤를 따라라!”
함성과 함께 치솟는 사기는 걷잡을 수가 없었다. 독성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과 그가 보여 주고 있는 화려한 신위는 모든 이들을 압도하며 또한 그들의 마음을 흔들기 충분했다.
남궁용이 그 상황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엄청나군요. 그 이름에 걸맞은 분입니다.”
곁에 있는 남궁강 또한 독성의 신위를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검황의 검술 또한 그렇지만 독성 역시 못지않은 강함을 지녔다.
칠성에 오른 것이 단순히 우연만은 아닌 것 같았다.
“본래 대단하신 분이셨다. 심지어 선진 대사께서 그리되셨으니 사람들은 새로 기댈 곳을 찾기 마련이지.”
“그게 독성이라는 겁니까?”
“그래.”
남궁용이 영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이 모든 것이 당중악의 계획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 심히 기분이 불편했다. 이리된다면 혈천을 몰아낸 뒤 사천당가에 실리는 힘이 거대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사실이다.
누군가 그것을 막아 내야만 할 텐데.
남궁용이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 끝에는 당중악이 있었다.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옅은 미소를 짓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소라니?
남궁용은 더욱 인상을 찌푸렸다.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다.
* * *
“독성, 그 친구가?”
“예, 함정을 파 놓고 기다렸다가 한 방에 쓸었다 합니다요. 물론 전부 죽인 것은 아닙니다만…….”
하오문에서 나온 정보를 입에 담으며 장삼태는 영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현재, 사천당가로 인하여 많은 이들이 구함을 받았고, 혈천에게 밀리던 세를 단박에 뒤집었다.
또한 독성의 등장은 사천 무림 전체를 들썩이게 할 정도로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었으며, 이러한 일들로 인하여 사천 무림은 콧대가 높아졌다 할 수 있었다.
구파일방의 힘이 열악하여 무너졌고, 청성과 아미 또한 별반 도움이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또한, 한때나마 팔대세가의 정점이라 불리던 남궁세가 역시 검황의 부재를 딛고 일어나지 못하는 지금, 천하제일세가가 사천당가라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한 이야기들이 들려오니 장삼태의 입장에서 모든 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것은 사도학과 적무성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음에 들지 않는군.”
“쯧쯧, 당가 놈들은 이래서 싫어.”
“그 가주 놈 상판대기도 진짜 마음에 안 드는데, 애비 놈은 오죽할깝쇼?”
세 사람이 투덜거리며 인상을 찌푸리자 남궁천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사천당가가 독한 집안이긴 하지만, 그래도 정도 무림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만큼은 틀림없지 않은가?
“그래도 그들이 있기에 이 정도 무림이 아직 건재한 것이라네.”
“네놈 눈깔에 내가 정파인으로 보이냐?”
“잊었나 본데 나는 사파인이다.”
“저는 뭐…….”
“시끄럽다네.”
“…….”
세 사람 사이에 끼어들려 했던 장삼태가 굳게 입을 다물었다. 자신만 이야기하지 못하게 막는 남궁천이 못마땅했는지 입술을 삐죽이며 불만을 표했다.
“정파든 사파든 아무래도 좋지만 그 혈천보다는 낫다는 거 아니야? 그럼 당연히 도와줘야지. 안 그래?”
무천풍이 대수롭지 않게 입을 열었다.
애초에 그에게 있어 뭐든 상관이 없었지만, 도움을 주기 위해 찾아왔으면 조금이라도 빨리 해결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또한 빨리 해결을 해야 금왕수 놈을 붙잡을 것 아닌가?
무천풍이 굳게 주먹을 쥐며 바득바득 이를 갈았다.
“한차례 폭풍은 지나갔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닙니다. 제가 혈천의 입장이라면 끝을 보려 할 테니까요.”
그때, 제갈운이 운을 뗐다.
혈천은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단체다. 무황성을 무너트리고, 남하하여 무림맹과 소림을 작살 냈다.
단숨에 정도 무림의 중심을 파고든 것도 놀랄 만한 일인데, 그 모든 것들을 손아귀에 넣었으니 그들이 가진 힘은 결코 적지 않았다.
“그래도 타격은 받았겠지?”
“어차피 지금 모여 있는 혈천 무리들은 소수이고, 그들에게 고개를 숙인 자들이 대부분입니다. 그중엔 한때 우리 동료였고, 친우였고, 전우였던 자들도 있지요.”
“큼…….”
남궁천이 신음을 흘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제갈운의 말대로 지금 저곳에서 싸우는 이들은 혈천에게 무릎 꿇은 자들이었다.
사실상 혈천이 받은 타격은 미미했다.
“만약 저들이 진짜 힘을 보인다면 단박에 상황이 뒤집힐 것입니다.”
“그럴 테지…….”
무황성을 뒤집고 무림맹을 무너트린 자들.
그자들이 바로 혈천의 중심이라 할 수 있었다. 만약 이러한 상황에서 나타난다면 설령 독성이 있다 하여도 결코 막아설 수 없다.
압도적인 힘이란 그만큼 무서운 것이다.
“또한 제가 혈천의 천주라고 한다면 이번 사천 여정에 전력을 쏟을 것입니다. 그러니…….”
“끝나지 않았다?”
사도학이 웃음을 지었다.
누구인지 보고 싶다.
어떤 이들이기에, 얼마나 강하기에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것인지, 사도학은 손이 근질근질해 몇 번이고 주먹을 쥐었다 펴기를 반복했다.
“곧 보게 될 거다.”
그때, 단우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미의 방에서 한참 동안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던 그가 무슨 흥밋거리라도 있는지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깜짝 놀란 이들이 하나같이 단우현을 바라보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기척 좀 내고 다니지?”
“하하.”
사도학이 인상을 썼다.
극도로 오감을 끌어올려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도대체 얼마나 높은 경지에 있기에 이럴 수 있는가?
사도학은 자신의 무력함을 또 한 번 깨달았다.
“그런데 볼 수 있을 거라니?”
“바람이 그리 이야기를 하는군.”
“바람이 말도 하냐? 나중에 가서는 똥이 말도 한다고 하겠구먼.”
어이없는 단우현의 말에 사도학이 툴툴거렸다.
사람이 어찌 바람의 말을 들을 수 있을까? 선경에 올라 선인이 되었다는 이들조차 그러한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어쨌든 네가 이리 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정말로 오기는 할 것 같군.”
사도학과 적무성이 눈을 번뜩였다.
까닭은 달랐지만 목적이 혈천인 것은 같았다. 사도학은 본인의 성장을 위해 그들과 싸우고 싶은 것이었고, 적무성은 과거의 빚을 청산하기 위함이었다.
두 사람의 살기가 짙게 퍼졌다.
“가깝냐?”
“그저 바람에 느낌이 있을 뿐이다. 어디인지는 내 알 바가 아니지.”
“강한 것 같으냐?”
“그래.”
“나보다?”
“어쩌면?”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 것을 내뱉을 때마다 사도학의 투기가 더욱 솟구쳤다. 씩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은 그가 더없이 기분 좋은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으하하하-! 이거 참 기분 좋군. 오늘만큼 기분 좋은 날은 없을 거야.”
자리에서 일어선 사도학이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리며 등을 돌렸다.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그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과 행동으로 자신의 거처를 향해 걸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남궁천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저놈은 또 어디를 가는 게야?”
무천풍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물었다.
미친놈처럼 웃더니 갑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다소 이해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명상을 하러 가는 게다. 큰 싸움을 앞에 두었을 때 언제나 하는 것이지.”
남궁천 역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른 사람도 아닌 단우현이 장담한 말이다.
자연스럽게 남궁천 또한 마음을 먹을 수밖에 없다.
어느새 손아귀에 땀이 맺혔다.
이는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있는 일이다. 그만큼 혈천의 고수는 두려우면서도 반드시 붙어 보고 싶은 상대였다.
“때가 되면 알려 주게.”
그 말을 남긴 남궁천이 자신의 거처로 향했다.
적무성과 무천풍이 남궁천의 뒷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다 이내 헛기침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른 사람도 아닌 마황과 검황이 저럴 정도라면 그들에게 있어선 더욱 쉽지 않은 일이라는 뜻이었으므로.
하나둘 사라지는 이들을 단우현이 응시했다.
어느새 홀로 남은 그가 아무렇지 않게 웃음을 지었다.
가지고 온 술잔에 술을 따라 입에 머금었다.
천천히 그 맛을 음미하며 묘한 웃음을 지었다.
“재미있겠군.”
그의 한마디가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