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476
어딘지 모를 곳.
그곳에 도착한 천무제는 거칠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순간적으로 수많은 시선이 쏠리는 것을 보며, 그는 한 차례 비틀거리다 엎어졌다.
“혀…… 형님?!”
류태서가 깜짝 놀라 그를 향해 다가섰다.
천무제는 상당한 양의 피를 흘리고 있었다.
얼굴빛은 좋지 않았으며 몸 안에 쌓아 두었던 선력들이 빠르게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이것은 심히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으음…….”
천무제는 숨을 헐떡거렸다.
고작해야 한 수.
그것은 천무제조차 예상하지 못한 치명타가 되어 돌아왔다. 단우현의 일검이 얼마나 묵직했던지 새삼 느끼며 웃음을 흘렸다.
“괜찮다…… 괜찮아…….”
말은 그리 내뱉고 있지만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오랫동안 모아 왔던 선력들이 흩어지고 있었으며, 몸을 회복하는 것 또한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할 것 같았다.
당장 자신의 계획을 실행해 옮기려 했던 천무제는 마음이 무거웠다.
“또 이렇게…… 시간이 가는구나, 허허.”
“혀…… 형님.”
“걱정하지 마라…… 놈은 더 이상 우리 앞에 나타나지 못할 것이야.”
“정말입니까?”
류태서가 눈을 반짝 빛냈다.
그의 말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혹여 단우현 때문에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에 안심을 한 것이다.
“하지만…… 잠시 쉬어야겠구나.”
“정말로…… 괜찮으십니까?”
“허허, 그렇데도?”
천무제는 아우를 바라보며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는 류태서를 안심시키려는 듯이 밝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그를 따르던 세 명의 팔선들이 보였다.
“많이…… 잃었구나.”
“천무광과 남주련 때문입니다.”
“허…….”
악양의 일이 쉬울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유백과 남주련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으며, 심지어 죽은 줄로만 알았던 천무광마저 살아 있었다 한다면, 이 정도로 끝난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을 터.
천무제는 힘겹게 자세를 잡고 한쪽에 걸터앉았다.
“내가 다시 돌아올 때는…… 반드시 선계의 문을 열 것이야…….”
“물론입니다, 형님!”
천무제는 날카롭게 눈을 빛냈다.
하지만 남은 것들이 있다.
그가 없는 동안 조금 더 확실하게 해 놔야 할 것들.
천무제는 주위에 있는 이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하니…… 모두 죽이거라. 현 팔선이든 우리를 배신한 놈이든…… 또한, 무신과 관련이 있는 이들 모두…… 더 이상 걸리적거리는 것이 있어서는 아니 될 것이야.”
천무제의 묵직한 한마디가 나지막하게 울려 퍼졌다.
류태서를 비롯한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숨을 골랐다.
팔선들과 부딪치는 것은 예견되어 있는 일이다. 이미 그들은 천무제를 추격할 것이고, 가장 위협이 되는 천무광과 남주련 역시 그곳에 힘을 보탤 터.
또한, 혹여 있을지도 모르는 것들.
무신과 연관된 이들의 목숨마저 빼앗으라는 것은, 더는 방해자들을 만들지 않겠다는 천무제의 의지이기도 했다.
모든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것을 바라보며 천무제는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홀로 터벅터벅 어딘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당분간 몸을 추슬러야 했다.
그만큼 단우현에게 당한 상처가 깊었다.
* * *
장삼태는 어쩔 줄을 몰랐다.
이미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단우현은 돌아오려 하지 않았고, 사람이 죽는소리나 싸움 역시 더는 벌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나마 안심이 되는 상황이기는 했지만, 사라진 장량의 행방도 걱정이 되었고 단우현마저 돌아오지 않자 초조함은 극에 달했다.
그는 조심스레 주위를 살피며 움직였다.
죽어 있는 이들의 시신을 확인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혹여 있을지 모를 적에 대비하느라 바짝 긴장한 그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여 완전히 다른 사람을 보는 것만 같았다.
‘도대체 어디를 가신 거야?’
장삼태는 인상을 쓰며 계속해서 주위를 살폈다. 건물 하나하나를 뒤지고 사방을 확인했다. 혹여 있을지도 모르는 장량의 시신을 확인하기 위해 시체마저 뒤적이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장량의 시신은 보이지 않았고, 단우현의 흔적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은 계속해서 그를 자극했다.
처음에는 조심스러웠던 걸음이 어느새 빨라지기 시작하였고, 주변을 헤집는 것 역시 은밀했던 것과는 다르게 이제는 마구잡이로 시체를 젖히며 확인했다.
“장주님-!”
소리마저 친다.
주변에 더는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마음속에 있는 불안감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보다 더 컸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장삼태는 그 어느 때보다 조급하게 단우현을 찾아다녔다.
이윽고 남은 곳은 한 곳이다.
그의 눈앞에 전각 한 채가 보였다.
주변에는 사람의 발자국으로 보이는 것들이 나 있었다. 그제야 장삼태는 이곳을 미처 확인하지 못한 자신의 머리를 콩콩 두들기며 자책했다.
머저리 머저리 그러한 말을 입에 담고 전각을 향해 다가섰다.
그때, 기이한 것을 보았다.
서서히 전각이 가까워지고 있는 그 순간, 멀었기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주변이 얼어 있다.
전각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것들에 서리가 끼었고,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엄청난 한기가 몰아쳤다.
그것은 조금씩이지만 서서히 주위를 향해 퍼져 나가고 있었는데, 마치 이 주산군도 전체를 얼려 버릴 것 같았다.
“뭐야, 이건……?”
알 수 없는 불길함이 더욱 장삼태를 감쌌다.
심지어 과거 무신의 이야기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물론 그러한 일이 있을 리 없다. 몇 번이고 생각하며 자신의 마음을 다잡아 보려 했지만, 몰아치는 한기는 오히려 그런 장삼태를 쥐고 흔들며 나락으로 떨어트리려는 것 같았다.
장삼태가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파르르 입꼬리가 떨렸다.
“그럴 리가 없다니까…….”
자신의 마음을 다시금 부여잡고 한 걸음을 걸었다.
걸음을 걸을 때마다, 전각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극한지기의 힘은 더욱 장삼태를 휘어 감고 그를 얼려 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두려움 역시 잠시뿐.
이곳이 아니면 단우현의 행방을 알 수 없을 것이라 판단한 장삼태는, 겁을 집어먹었음에도 한 걸음을 더 내디뎠다.
다가서면 다가설수록 한기는 거세게 몰아쳤고, 어느새 발은 동상이라도 걸릴 것처럼 얼어붙었으며, 온몸에 새하얀 서리가 꼈고, 콧물마저 얼어 버릴 것 같았다.
장삼태는 그러한 것들을 참으며 걸었다.
이윽고 전각 앞에 도착하는 순간, 숨결마저 얼어 버릴 것 같은 그러한 감각을 느꼈다.
침을 삼켰다.
덜덜 떨리는 손을 뻗어 문을 부여잡았다.
이윽고 끼익 하며 거칠게 문을 여는 순간.
지금까지와는 격이 다른 극한지기가 사방을 휘감았고, 장삼태의 눈에는 보아선 안 될 것이 보였다.
“자…… 장주님!”
그가 소리를 쳤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것을 바라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순식간에 입안이 얼어 가는 것을 느끼면서도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거대한 얼음덩어리 속에 갇혀 있는 단우현이 보였다. 일검을 휘둘렀던 자세 그대로, 마치 누군가를 노려보고 있는 것 같은 시선 그대로.
당장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만 같은 모습이지만, 단우현은 결코 움직이지 않았고 또한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놀란 장삼태가 허겁지겁 안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거친 바람이 불었다.
그것은 평소 단우현의 주위에 머물고 있던 그 바람이다. 휘몰아친 바람은 마치 당장 이곳에서 벗어나라고 혼을 내는 내는 듯했고, 동시에 장삼태의 몸이 훌쩍 날아가 전각 밖으로 떨어졌다.
쿵!
이윽고 그 바람이 전각의 문을 닫았다.
모든 것을 다 얼려 버릴 것만 같았던 한기가 다소나마 누그러지는 것을 느끼며, 장삼태는 바들바들 떨며 그 전각만을 바라봤다.
“어,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장삼태는 알 수가 없었다.
그의 힘으로는 이곳을 나가는 것도 불가능하고, 단우현을 살리는 것도 불가능했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음을 알기에, 그저 멍하니 자리를 지킨 채 부들부들 몸을 떨어야 했다.
누구보다 강하며, 어떤 일이 있어도 굴복하지 않고 반드시 이겨 낼 수 있다고 믿었던 단우현이다.
그런 그가…….
“장주님! 썩을! 우째 이럽니까요!”
장삼태는 그 자리에 주저앉은 채 그저 큰 소리를 내며 단우현을 불렀다.
* * *
비천웅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단소미를 바라봤다. 벌써 며칠이 흘렀음에도 아이가 눈을 뜨지 않는다. 상처는 이미 아물었으며 몸 역시 처음보다 확실히 나아졌다.
지금까지 제대로 성장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단 며칠 만에 성장을 하였는데, 자그마한 아이의 몸속에 있었던 천환옥의 영향이 아니었나 싶었다.
그것이 사라지고 미호의 구슬 덕분에 몸의 균형이 맞아떨어지니, 자라지 않았던 몸이 서서히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소미의 상태는 어떻더냐?”
“아직도 눈을 뜨지 않았다. 계속해서 단 가주를 찾더군.”
‘음…….’
남궁천이 신음을 삼켰다.
단소미가 이리되었는데 도대체 단우현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평소라면 소미에게 일이 터지는 순간 모습을 드러내 구해 주지 않았던가?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소식이 없었으며, 지금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하는지도 감이 오지 않았다.
중심점이 되는 이를 잃어버린 것이다.
그때, 사도학이 퉤 하고 침을 뱉었다.
“지금 당장 떠나자. 이곳에 있어 봐야 도움 될 것 없으니까.”
“그러니까 어디로 간다는 말인가?”
“아, 몰라! 하지만 여긴 너무 위험하잖아!”
사도학과 남궁천이 티격태격했다.
이미 호남단가는 완벽하게 무너졌다. 습격해 온 이들을 격퇴하기는 했지만, 장원은 남아나지 않았으며,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습격해 온다면 몹시 곤란한 상황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미 목적을 이루었는데 또 올까?”
적무성이 물었다.
그들의 목적은 명확했다. 또한, 그것을 이루고 돌아갔으니, 다시금 나타나지 않는 게 아닐까 하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사도학의 생각은 달랐다.
“소미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면 또다시 올지도 모른다. 이제는 삼천조차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어찌 막을까?”
“끄응…….”
남주련과 천무광은 떠났다.
그들 역시 자신들의 일이 있으니, 계속해서 이곳에 머물 수는 없었던 것이다.
하여 이제 자신의 몸은 자신이 지켜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들과 직접 손속을 부딪쳐 본 사도학은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류태서라 불렸던 이와, 남주련과 천무광이 상대했던 자들. 그들의 무력은 이 자리에 있는 다섯 명이 무슨 짓을 한다하여도 어찌할 수 없는 위치에 올라와 있었다.
그것을 알고 있으니 사도학의 입장에선 다급했다.
“좋은 곳이 있어요.”
그때, 생각에 잠겨 있었던 남궁소혜가 입을 열었다.
“좋은 곳이라니?”
반짝 눈을 빛내는 것이, 확실하게 몸을 숨기면서도 언제든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낸 것 같았다.
다른 이들의 시선이 남궁소혜를 향했다.
“빠르게 몸을 숨길 수 있고, 악양으로 다시 돌아와도 얼마 걸리지 않는 곳. 그리고 삼천의 유해가 발견되었던 곳이요.”
“군자도!”
모든 이들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며 눈을 빛냈다.
무림맹이 천도회로 바뀌면서 지금은 시선에 벗어나 있는 땅.
또한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고 설령 들어간다 한들 모든 조사를 마쳤기에 아무것도 건질 수 없어 누구도 찾지 않는 곳.
바로, 무신비동이라 불렸던 군자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