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35
사람들이 모여 앉은 곳에는 언제나 소문이 가득 흐른다. 어제저녁, 어디가 부부싸움을 했는가부터 시작하여 중원에서 퍼지는 크고 작은 것까지 말이다.
물론 대부분이 근거 없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백 가지 소문을 조사해 본다면 그중 한두 개는 들어맞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최근 중원무림을 크게 흔들고 있는 두 가지 소문이 있는데, 하나는 천지교의 사천황 중 한 명인 마성자가 장가계를 지나 호북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무림맹과 천도회를 대신하여 묘한 일행이 악당을 물리치며 사람을 구해 준다는 것이었다.
“듣기론 수양채도 박살이 났다던데? 거기서 구해진 사람들이 협객들이라 찬양하고 난리도 아니라더군.”
“하하, 협객이든 아니든 약자를 구해 준 사람들이니 칭찬받아 마땅하지. 그 왜, 있지 않나. 신녀라고 떠받드는데 욕만 잔뜩 먹고 있는 여인이 말이야.”
“아…… 천지교의 신녀 말인가? 푸하하! 어디 이단 종교 문파의 신녀 따위와 성녀님을 비교하는가, 이 사람아!”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져 갔다.
그들에겐 누가 좋은 사람이고 나쁜 사람이고, 그런 것 따위 조금도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저 술 한잔 기울이며 뱉어지는 이야기는 단순한 안줏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다만 당사자가 듣는 경우는 조금 다르다.
마성자 추작한.
그는 객잔에서 험악하게 인상을 쓰며 주변을 둘러봤다.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몹시 거슬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생각 같아선 입을 뜯고 혀를 뽑아 버리고 싶으나 마성자의 이름을 팔고 있는 놈 덕분에 온 사방에 무인들이 깔려 있으니 괜한 짓을 하였다간 정체만 발각될 것이다.
하여, 그저 듣고 있기만 해야 했다.
“협객이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자리에서 일어선 추작한이 방으로 들어서며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의 별호를 팔고 다니는 놈을 잡기 위해 나선 여정인데, 뜻하지 않게 소문이 떠돌고 있다.
또 새로운 신진고수의 등장인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제법 힘을 쓰는 것 같다.
그런 이를 천지교로 영입하면 꽤 쓸 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시간을 내 찾아볼까?
추작한이 잠시 망설이고 있는 사이.
느닷없이 그의 귀에 전음이 파고들었다.
-원하시는 놈을 찾았습니다.
“뭐?”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몸을 숨기고 있습니다.
순간, 추작한이 반짝 눈을 빛냈다.
일단 협객이니 뭐니 하는 것은 나중 일이다. 본디 그가 중원에 나온 이유, 마성자의 별호를 팔고 있는 놈을 붙잡는다.
그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인 것이다.
“그곳엔 내가 갈 테니 네놈들은 그 성녀인지 뭔지 좀 파 봐라. 아무래도 좀 거슬리는 소문이니까.”
-알겠습니다!
* * *
“내참, 하다하다 혼자 노숙을 하게 되다니…….”
모닥불을 피워 놓고 앉아 있는 장삼태는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헛웃음을 지어 보였다. 웃기지도 않은 놈의 모함 때문에 용모파기가 돌고 있고, 그 덕분에 노숙을 해야 하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어찌 하늘은 이리도 무심할까?
매향의 등쌀을 이기지 못하고 도망쳐 나왔는데, 이제는 온 무림인들에게 쫓기고 있으니 집을 나온 것이 최악의 한 수가 되어 버렸다.
이럴 줄 알았다면 집이나 지키고 있었을 거다.
그나마 장삼태의 마음을 위해 주는 건 단소미 정도일까? 그 아이가 이것저것 챙겨 온다 하였으니 그것을 기대하고 있어야 했다.
“에이! 좋게 생각하려 해도 생각할 수가 없어, 제길!”
퍽! 하며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 안으로 감자를 던져 넣었다. 남아 있는 최후의 식량인지라, 저것을 먹지 못하면 쫄쫄 굶어야 할 테지만 장삼태는 아무래도 좋은지 그냥 벌러덩 누워 버렸다.
“아- 망할! 내 인생아-! 왜 이리 굴곡이 많은 거냐? 아니, 그보다 그 쌍놈은 도대체 누구야?!”
벌떡 자리에서 일어선 장삼태가 한껏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까지 급하게 빠져나오고, 단우현의 재촉 탓에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는데 그 악적이니 뭐니 하는 말을 뱉었던 놈.
도대체 누구일까?
왜 붙잡아 물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근처에 있지 않을까?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하며 입맛을 다셨다.
그놈들만 잡는다면 억울함을 단박에 해결할 수 있고,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편하게 객잔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잘 수도 있을 거다.
하여, 눈을 반짝 빛내며 놈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러나, 단우현의 한 방이 너무 컸기 때문인가?
사람의 얼굴보다는 무너지는 객잔만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고로, 아무리 기억을 뒤지고 뒤진다 한들, 나오는 것이 없다는 말이다.
“에이, 썅……. 잡히기만 해 봐라, 아주 혀를 꺼내서 질근질근 밟아 버릴 테니.”
이제는 흐릿해져 기억조차 나지 않는 강상춘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아마도 다음번에 보게 된다면 둘 중 하나는 결코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삭-!
그런 생각을 하며 장삼태는, 바닥에 놓여 있는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하나 손에 쥐었다. 그것을 이리 꺾고 저리 꺾어 잔가지를 없애고, 가장 끝을 단도로 살짝 갈아 내니 뾰족한 꼬챙이같이 되어 버렸다.
이내, 불 속에 넣어 두었던 감자를 향해 푹 꽂아 꺼냈다. 겉면이 붉게 달아오른 것이, 그냥 손을 대었다간 화상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삭삭-!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갑작스레 눈앞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무시무시한 표정을 한 이의 모습이 잔상처럼 드러났고, 동시에 그의 손이 빠르게 휘둘러지며 장삼태의 혈을 짚으려 했다.
“옜다, 먹어라.”
그리고 순간, 장삼태가 꽂아 놓았던 감자를 상대를 향해 던졌다. 훅 떠오른 뜨끈한 감자가 사내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그와 동시에 뻗어진 장삼태의 다리가, 감자와 함께 사내의 안면을 후려쳤다.
퍼어억-!
“끄아아악-!”
“아이구야, 시끄러워라.”
사내, 아니 추작한은 거센소리를 지르며 나뒹굴었다. 기습을 먼저 한 것은 그였으나, 후공으로 들어온 장삼태의 발이 몇 배는 더 빨랐다.
그 타격으로 인한 고통 역시 상당한데, 미친 듯이 뜨거운 감자가 얼굴을 뭉개니 후끈한 열감과 함께 피부가 괴사하는 감각이 느껴졌다.
“크으윽……!”
장삼태는 쓰러진 추작한을 바라보며 쯧쯧 혀를 찼다. 기척을 숨기려면 좀 제대로 할 것이지, 그리 대놓고 모습을 드러내면 어느 누가 기습을 당하겠는가?
어디 문파의 모지리인지 모르겠지만 어이없는 놈이라는 것만큼은 틀림이 없는 것 같았다.
만약 이 자리에 있던 것이 장삼태가 아닌 호남단가 내의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모습을 드러내기도 전에 이미 시체가 되었을 것이다.
“아이고, 내 신세야……. 이런 야밤에 습격까지 받고…… 퉤.”
무엇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자리에서 일어선 장삼태가 주섬주섬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한 명이 왔으면 곧 현상금이 탐이 난 다른 놈들도 몰려올 것이다.
그것만큼 귀찮은 일은 또 없다.
길게 한숨을 내쉰 장삼태가, 여전히 엎어져 있는 추작한의 가만 바라봤다. 그것을 지켜보다 무언가 기분이 언짢은 것인지 발을 들어 올려 그의 얼굴을 질근질근 밟았다.
“뭔 놈의 사내새끼 얼굴이 이렇게 곱상해? 누가 보면 계집인 줄 알겠다, 야.”
“커억…… 컥!”
장삼태는 신음을 흘리고 있는 이를 가만 바라봤다.
이건 혹시, 무릇 여인들이 남궁소혜를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인 것인가? 아무리 봐도 여인들과는 연이 없었던 장삼태와는 다르게 이놈은 계집 좀 여럿 후리고 다녔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뭔가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어쨌든 다음부터 상대를 골라 가면서 하라고. 알겠냐? 누명 쓴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진짜…….”
장삼태는 가볍게 추작한의 복부를 걷어차고는 마차에 올랐다. 조금 더 밟아 주고 싶은 기분이 들었으나, 다른 이들이 몰려오기 전에 사라지는 편이 가장 좋은 선택임을 아니까.
더욱이 이 일을 단우현에게 알려야 하니, 마을로 들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장삼태의 표정이 느닷없이 환해졌다.
밤은 은신하기에 더없이 좋은 시간이다.
아무리 많은 무인이 용모파기를 들고 장삼태를 찾고 있다 한들, 밤과 그의 은신술이라면 쥐도 새도 모르게 마을 내부로 잠입할 수 있다.
그것이 설령 마을에서 가장 큰 객잔이라 할지라도,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고 방으로 들어가는 역시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하려고 숨어든 것이냐?”
“우걱우걱- 그…… 그렇죠!”
장삼태는 허겁지겁 탁자 위에 가득한 음식을 입에 넣었다. 기이한 것은 한쪽 얼굴이 굉장히 부어 있다는 것인데, 누가 봐도 얻어맞은 흔적으로 보였다.
틀림없이 단우현의 방에 침입하다 맞은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러한 아픔조차 잊고 시켜 준 음식을 입에 넣기 바빴다.
“하아-! 제가 어디 있는 줄 알아야 장주님이 저를 찾아올 거 아닙니까요? 헤헤헤.”
“웃기는 놈이로군. 표식만 남겼으면 될 것을…….”
“비 오고 바람 불면 사라질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그러다 헤어지면 어찌합니까?”
장삼태는 당당했다.
계속해서 음식을 쑤셔 넣으면서도, 단우현의 말에 꼬박꼬박 말대답해 댔다. 그 때문인지 그의 표정이 구겨지자 그제야 입을 꾹 다문 채 먹는 것에 열중했다.
이제야 좀 사람답게 사는 기분이 들었다.
언제나 노숙을 하며 향신료조차 없는 음식들과 비교를 하면 천지 차이일 것이니 말이다. 하여, 장삼태의 얼굴에는 만면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를 떠올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장주님.”
“뭐냐?”
“왜 제가 오해를 받게 된 걸까요?”
중원무림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다.
아마도 장삼태라는 이름도, 두 손가락으로는 전부 셀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많을 것이다. 그런데, 그 이상한 놈들은 정확히 장삼태를 향해 악적이라 소리를 쳤다.
처음 보고 짚이는 것도 없다.
그건 단우현조차 마찬가지인 것인지 작은 한숨을 쉬었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는 것이냐?”
“아니, 그…… 장주님이라면 뭐든 다 알고 있지 않습니까요. 그래서 혹시 아시나 싶어서 말입죠.”
장삼태가 보기에 단우현은 모르는 것이 없다.
척하면 척이고, 당연하다는 듯 모든 것을 꿰뚫어 본다. 그런 모습을 십 년 동안 보았으니 그리 믿는 건 응당 당연한 이치였다.
“나라고 뭐든 다 아는 건 아니다.”
“장주님도 모른다라……. 하아…… 도대체 뭐지?”
먹는 것도 멈춘 장삼태가 고개를 갸웃하며 한숨을 쉬었다. 제 딴에도 이해할 수 없는 사태가 터졌기에 골머리를 감싸는 듯했다.
단우현이 그 광경을 바라보다 피식 웃으며 찻잔을 들었다. 작은 파문조차 일지 않는 그 찻잔을 가만 응시하던 그의 입이 나지막이 열렸다.
“혹은…… 천벌을 내린 걸지도 모르지.”
“예?! 천벌이요? 저 진짜 잘못한 게 없습니다만?”
“하하-”
깜짝 놀라 하는 장삼태를 보며 단우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없는 것을 보니 나중에 큰일이 나겠다 싶었다.
참으로 안쓰러운 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