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67
“도대체 교주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군.”
“그러게 말이오. 이런 시기에 전 고위급을 다 소집하시다니…….”
“천마패가 발동된 것을 보니 중차대한 일이 아닌가 싶네만…….”
거대한 대전
가장 윗선이라 할 수 있는 장로를 포함하고, 호법, 전주, 각주, 대주와 단주들이 한데 모여 있었다. 수십 년 동안 단 한 번도 발휘되지 않았던 천마패의 위력을 새삼 실감케 하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천마패를 거부할 수 없다.
천산마교의 인물이라면 그것이 발동되는 순간 반드시 와야 하고, 그것을 거부한다는 것은 마교인으로서 자격을 잃고, 목숨을 내려놓겠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뚜벅뚜벅-!
그 거대한 대전 안에 또 다른 사람의 발소리가 들렸다. 한데 모여 있는 이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를 향해 돌아갔다.
이 자리에 없는 인물, 그리고 반드시 와야 하는 자.
바로, 천마패를 발동한 장본인 교주 감춘이다.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며 기세를 풀어 헤치자 여기저기에서 짧은 신음이 들려왔다.
그러나, 옅은 비웃음을 짓는 이들 역시 못지않게 많았는데, 이는 그를 교주라 제대로 인정을 하지 않는 자들이다.
어찌 천산마교의 교주가 천마신공조차 제대로 익히지 못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이 바로, 많은 이들이 그를 교주라 인정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런데.
“헉?!”
“으응?!”
갑작스레 여기저기에서 신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감춘이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지금까지 감추어져 있었던 그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평소, 그 근엄 가득한 얼굴은 어디로 갔는지 눈덩이는 시퍼렇게 부어 있고, 입술은 여기저기 피가 터져 나갔다.
얼마나 두들겨 맞았는지 곳곳에 붓고 멍이 든 흔적이 가득하였기에 감춘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말을 잇지 못했다.
아무리 천마신공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다고는 하나, 감춘은 천산마교의 수장이다. 그런 이가 누군가에게 복날 개 잡듯 맞는다는 게 말이나 될 성싶은가?
그러나 감춘은 이들의 눈빛 따위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가장 상석의 오른편에 우두커니 섰다. 이내,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멍한 표정으로 웃음을 지었다.
“아아- 내 얼굴 때문인가? 신경 쓰지 말게나, 하하하.”
“교…… 교주! 도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누가 감히! 교주에게 손을 댔단 말인가!”
모든 이들이 당황을 금치 못했다.
천산마교의 교주가 누군가에게 처맞은 것도 어이가 없는 일인데, 아무렇지 않다는 듯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이 나오는가?
교주의 자격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다.
특히, 가장 높은 고위층인 장로들의 시선이 매서웠다.
차마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있기는 하나, 한껏 붉어진 얼굴만 보아도 교주의 몰골에 창피함과 수치심을 느끼는 듯했다.
“교주! 감히 천산마교 이름에 먹칠을 하고 다니시는 것이오!”
“이러니 마교가 옛만 못하는 소리를 듣는 거 아닌가!”
“허허! 이 어찌 말도 안 되는 일이…….”
여기저기에서 혀를 차며 탄식했다.
천산마교 역사상, 어느 교주가 저런 일을 당했단 말인가? 마교는 언제나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서 있어야 하며 무릇 중원 무림인들에게는 공포를 심어 주는 존재여야만 한다.
그리고 그런 이들을 통솔하는 교주는 그야말로 천외천!
누구도 범접할 수 없어야 하며 눈빛만으로도 사람을 압도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천산마교의 뿌리이지 않은가.
그런데 도대체 어찌 이런 일이!
쾅!
“교주! 도대체 뭘 하고 다니시는 것이오!”
“살다살다 이런 창피는 또 없을 것이외다! 그렇지 않아도 포달랍궁의 기세가 만만치 않은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일까지……!”
곳곳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감춘은 신음을 삼켰다.
아니, 맞고 싶어서 맞은 게 아니라니까?
더군다나 이유를 듣고자 한다면 이자들 때문이 아닌가? 감춘은 파르르 입꼬리를 들썩이며 인상을 찌푸렸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호통 따위 귀에 들어오지 않고, 오히려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욱 날카롭게 변했다.
“도대체 누구에게 당했소이까?!”
한 장로의 질문에 감춘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애초에 자신을 이리 만들 수 있는 이를 꼽는다 하면 한두 명 밖에 떠오르지 않지 않은가? 설마 그것을 정말 몰라 하는 소리인가?
그러나, 이내 대답을 하지 않고 씩 웃었다.
“나다.”
이윽고, 장내를 울리는 작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것은 작지만 틀림없이 모든 이들의 귀를 파고들었다. 내뱉어진 한마디에 모든 이의 시선이 재빠르게 돌아갔고, 이내 소리가 들린 쪽을 확인했다.
“……!?”
“컥!”
“교…… 교주…… 님……!”
“마…… 마황…… 어, 어찌!”
순간, 장내로 들어오는 이의 모습을 확인한 이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장로들은 그대로 입을 다문 채 얼어 버렸으며 그 외에 다른 이들은 파르르 몸을 떨며 식은땀을 줄줄 흘러 댔다.
마황 사도학.
천마 사도학.
그 이름이 주는 무게감은 결코 보통이 아니다.
단순히, 중원무림의 오황 중 한 명? 혹은 전대 교주라는 것을 넘어선 무언가가 있다. 마교의 부흥을 이끌었으며 젊은 나이에 교주 직위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도 넘보지 못했던 절대적 존재.
정도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검황과 수차례 격전을 벌이면서도 압도적 우세를 보였으며 실질적으로 현 천하제일인이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은 자.
그것이 바로, 전대 마교 교주이자 사도학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이다.
“이 자식들 보소, 앉아 있어?”
사도학은 있는 대로 인상을 구기며 주위를 둘러봤다. 그의 사납기 짝이 없는 눈빛에 모든 이들이 움찔하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장로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한순간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 감춘이 등장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하여, 감춘은 씁쓸한 마음을 금치 못했다.
“어, 어찌 저…… 전대 교주가…… 이곳에…….”
“못 올 곳이라도 왔나?”
사도학은 자연스럽게 상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 모든 행동이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은 탓에 여전히 사도학이야말로 천산마교의 지배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내가 여길 나갈 때 누누이 이야기를 한 게 있다. 알고는 있지?”
“무…… 물론이지 않습니까.”
일 장로의 대답에 사도학은 피식하며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의 칼날과도 같은 시선이 장로들을 슥 훑고 지나가니 시선을 마주한 이들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런데, 네놈들은 잊은 것 같구나. 감춘을 대함에 있어 나를 대하듯 대하라고…… 이 내가 직접 말을 하였는데.”
“……!?”
“컥!”
“여기가 시정잡배들의 놀이터더냐?”
사도학의 기세가 점점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대성을 이룬 천마신공과 벽을 넘어선 그의 기세는 보통이 아니다. 과거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힘이,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을 억압하고 짓누르며 밟아 버렸다.
고개를 들 수 있는 이가 없다.
어느 누구도 이 자리에서 고개를 들어선 안 된다, 그리 생각을 할 정도다.
“무림맹 꼬라지를 낼 생각이냐?”
“아…… 아닙니다! 결단코 그런 일은 없습니다!”
“마, 맞습니다, 교주. 저희가 어찌 그런 불경한 생각을…….”
이어 들리는 목소리에 사도학은 피식 조소를 머금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마교는 필시 무림맹과 다르지 않은 수순을 밟았을 것이다.
감춘을 인정하지 못한 이들이 갈라지고 또 다른 세력을 만든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사분오열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더는 이 문제에 대해 입에 담지 않겠다. 하지만 명심하거라. 내 뒤를 이을 이는 감춘이다.”
“……!”
“윽……!”
사도학의 말에 모든 이들이 신음을 삼키며 고개를 숙였다. 다시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는 감춘을 후계자라 말을 한다.
더는 이 일에 왈가왈부 할 수 없다, 라고 말을 하는 것처럼 사도학의 말투는 단호하고 또 확실하게 귀를 파고들었다.
만약, 반기를 드는 이가 있다면 틀림없이 목이 떨어져 나갈 것이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더는 입을 열지 않자 사도학은 그제야 만족을 하였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좌중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천마패를 이용하여 이들을 불러냈으니 천산마교에 있는 고위층이란 고위층은 모조리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 사람만이 보이지 않는다.
게슴츠레 눈을 뜬 그가 입을 열었다.
“구자곡이 보이지 않는군.”
“구…… 구자곡 말씀이십니까? 그러고 보니…….”
“한동안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마형단도 보이지 않았습니다만.”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말에 사도학은 눈썹을 들썩였다. 뭐 하는 새끼들이기에 마형단의 수장이 어디에 있는지, 또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지 못한단 말인가?
과거, 동방구와 사도학이 마교에 있었을 때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다.
그의 표정이 한없이 뒤틀렸다.
저도 모르게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내 힐끗 곁에 있던 감춘을 향해 손을 내미니 그가 어디서 가지고 왔는지 모를 몽둥이 하나를 건네주었다.
두껍고 단단해 보이는 것이, 한 대라도 맞는다면 울상을 짓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포달랍궁에서 경전이 하나 사라졌다. 그쪽은 그게 우리 짓이라 여기고 있고 말이야.”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마교인이 도둑질이라니요?!”
“맞습니다, 교주! 마교의 자존심을 뭘로 보고 그런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또다시 언성이 높아지는 것을 느끼며 사도학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마교인이 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을 하고는 있다.
하지만 가장 의심스러운 구자곡이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이 자리는 천마패를 이용해 모인 자리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하아- 하며 입에서 긴 한숨이 새어 나왔다.
“뭐로 보고 자시고, 개새끼들아……. 마형단 단주가 갑작스레 사라진 것도 모르고, 포달랍궁이 공격해 온 이유도 확인 못하고…….”
“윽?!”
“컥!”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신음을 들으며 사도학이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기나긴 머리를 모조리 뒤로 넘겨 버리니 완벽히 그의 얼굴이 드러났는데, 한껏 구겨진 것이 결코 좋은 의미로 보이지 않았다.
“네놈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국에 권력과 힘 좀 가져 보겠다고 개지랄을 했으니 이 사달이 나지. 안 그러냐?”
“교…… 교주. 자, 잠시 진정 좀 하십시오. 저희는 결단코 그런…….”
“그, 그렇습니다, 교주. 저, 저희는 그저, 다 마교를 위해서…….”
떨리는 목소리로 내뱉는 이들의 목소리 따위, 사도학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히죽 웃음을 지은 그가, 몽둥이를 부여잡은 채 좌중을 훑어보며 이죽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내가 지금 얼마나 창피한지 네놈들은 모를 거다. 하- 제일 들키고 싶지 않은 놈한테…… 내 치부를 모조리 드러낸 느낌이야.”
사도학의 말에 감춘은 속으로 염불을 외웠다.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분명, 검황에게 이 따위 상황을 보이고 싶지 않았겠지.
“교, 교주……?!”
“개소리 집어치우고 대가리 박아! 오늘 다 제사상 차리고 싶지 않으면, 당장!”
“히, 히익?!”
“헉!”
사도학이 바득바득 이를 갈며 모든 이들이 쏘아보았다. 있는 대로 분노를 눈에 담고, 응어리진 마음을 가슴에 품은 그의 살벌함에 모든 이들이 기가 죽어 그대로 바닥에 머리를 처박았다.
그것은 결코, 장로들조차 예외가 될 수 없다.
“지금부터 내 말에 대답하지 못하는 놈들은 각오하거라. 나 사도학, 결코 허튼 말을 뱉지 않음을 명심해라.”
[존명!]사도학의 외침에 모든 이들이 입을 모았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감춘은, 가슴속에 응어리진 무언가가 시원스레 내려가는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