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Of Witches RAW novel - Chapter (1070)
EP.1076 #256_작은 전쟁(3)
#1070
1.
제 무리를 이끌고 사랑하는 연인 도로시의 목을 친 장본인 헤르야.
아끼던 부하 탈리아를 죽였을 뿐 아니라 이간질을 통해 레하르 그룹을 궁지에 몰아세운 신시우.
두 사람이 서로를 증오할 이유는 충분하다.
증오할 이유가 충분하다면 싸울 이유도 충분하다.
헤르야는 지원을 부르려고 하지 않았다.
신시우도 우선 자리를 피해 안전한 전장을 선정하려 하지 않았다.
이렇듯 때때로 증오란 사람을 순수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오직 자신만이 상대의 목을 비틀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게 하니까.
“여신이여 분노를 노래하소서.”
장엄하기까지한 영창과 함께 도끼를 쥔 헤르야의 전신에 마력이 깃든다.
-파츠츠츠츠츠츠
단순한 도끼가 아니라 도끼날과 창끝, 동시에 적을 찍은 채 끌어당길 수 있는 부리가 갖춰진 할버드.
무구 전체에 응축된 마력이 새파란 휘광을 품은 채 거미줄 같은 뇌광을 흩뿌린다.
전쟁의 마녀, 헤르야 발히리에.
파괴적인 위력으로 악명을 떨친 ‘뇌전’의 마법이 공막(空漠)한 하늘에 찢어질 듯한 굉음을 울리기 시작했다.
“피어라.”
몸을 감싼 세련된 검은 갑주 위로 혈맥 같은 붉은 선이 떠오른다.
시우는 붉은가지를 쥔 채 왜곡장을 최대치로 활성화했다.
-우우우웅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주인마저 집어삼키는 저주받은 창이 망자의 울음처럼 낮고 긴 초저주파를 내뿜었다.
푸르고 붉은 두 빛무리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서로를 향해 곧게 질주한다.
투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맹자만이 선택할 수 있는 올곧은 돌진.
-콰아아앙!
섬전같은 속도로 맞부딪친 두 힘이 천파만파 갈라지는 마력의 잔흔을 밤하늘에 흩뿌렸다.
동시에 두 사람에게 충돌의 반동이 전가된다.
“큭!”
창끝과 도끼가 맞닿는 순간 시우는 팔 근육이 오그라드는 것 같은 강렬한 충격을 느꼈다.
헤르야의 자성마법이 뇌전마법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갑주의 성질을 변환, 절연처리를 하고 있다.
심지어 왜곡장을 외부로 방출하며 할버드가 흩뿌리는 전류를 밀어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맞닿은 무구를 통해 스며드는 전류는 흡사 피복 밖으로 노출된 전선을 맨손으로 잡은 것처럼 근육으로 쇄도한다.
칼로 속살을 헤집는 듯한 격통이 전완을 통해 목 뒤까지 뻣뻣하게 경직시켰다.
무구를 격돌하는 충돌만으로 손해를 강요하는 마법.
이것이 헤르야가 마녀답지 않은 근접 전술을 채택한 자신감의 근원이리라.
하지만 그건 시우도 마찬가지다.
“……!”
격돌 순간 헤르야는 쇠망치로 온몸을 두들기는 듯한 강렬한 통증을 느꼈다.
영체가 산산이 부서져 가루가 되는 듯한 비현실적인 충격.
한순간에 호흡이 멎고 팔이 후들거린다.
저주스러운 붉은창이 내뿜는 왜곡장이 온몸을 날뛰며 헤르야를 먹어치우려 하고 있었다.
-콰지지지지직!
시우도 헤르야도 먼저 물러설 생각이 없다.
대게 이러한 치킨게임은 발을 빼는 사람이 빈틈을 보이게 되는 까닭이다.
시우는 리본을 뻗어 지면에 박아넣은 채 ‘접지면’을 만들어 뇌전을 최대한 흘려내는 동안 헤르야의 허리가 점차점차 뒤로 접힌다.
마치 팔씨름같이 한쪽이 넘어간 순간 유불리가 벌어지는 상황 속임에도, 헤르야는 피하지도 물러서지도 않았다.
“으으으으으…!!!”
대신 괴성을 내지르며.
실핏줄이 터진 눈을 부릅뜨고.
파워리프터처럼 마력으로 강화된 코어와 하반신 힘으로 상체를 차츰 들어 올린다.
부족한 부분을 오로지 완력으로 보충하는 무식한 방식.
그러나 극도로 단련된 근육 앞에 불가능이란 없다.
“…으랴아아아!!!!”
짓눌리듯 휘어지던 허리를 곧게 세운 헤르야가 폭발적인 힘으로 박치기를 선보였다.
-콰앙!
그에 대한 반격으로 전광석화처럼 뻗은 발끝이 헤르야의 복부를 걷어찼지만 밀려난 건 시우 쪽이었다.
맨 이마에 부딪힌 투구가 움푹 찌그러질 정도로 강한 충격이 가해졌기 때문이다.
“퉷! 시발. 머리가 어지럽잖아.”
불만족스러운 말투와는 다르게 피가 줄줄 흐르는 이마를 부여잡고 호전적인 웃음을 띠는 헤르야.
경악스럽다 못해 헛웃음이 나온다.
여지껏 시우는 스트렝스에서 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영체의 마력 강화란 결국 영체를 기반으로 하는데 남성의 육체는 태생적으로 여성보다 힘이 좋다.
따라서 순수한 힘이라면 근접 전투의 명수인 두 스승님도 시우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그런데 헤르야는 다르다.
키가 190이 넘고, 몸무게도 키 숫자에 근접한다.
단순히 비만이 아니라 그 무게가 전부 벌크업된 근육이다.
헤르야라면 석탄을 쥐어 악력으로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말도 안되는 짓이 정말 가능할지도 모른다.
“이제 대충 알았다. 너의 힘.”
헤르야는 목에서 우두둑 뼛소리를 내더니 두 손으로 할버드의 창대를 단단히 붙잡는다.
서슬 퍼런 뇌광이 이번엔 할버드를 넘어 전신 곳곳에 실린다.
-파츠츠츠츠츠!!!
잔가지를 뻗듯 뇌광으로 일렁이는 헤르야의 실루엣은 인간의 것보다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등장하는 뇌신의 모습을 닮았다.
“간다.”
-쾅!
짧은 선고와 함께 단숨에 간격을 좁히는 헤르야의 움직임은 ‘기동’이 아닌 ‘폭발’에 가까웠다.
설령 바로 옆에서 폭약이 터져도 폭속보다 빠르게 움직여 피해낼 수 있는 수준의 속력.
더하여 어떤 장애물조차 관통하며 주파할 수 있는 무지막지한 완력.
두 가지가 더해져 눈 아픈 잔상을 흩뿌리는 할버드가 횡 베기로 시우의 목을 노린다.
이 시점이 되어서도 정면 공격을 선택한 것이다.
아무리 붉은가지가 있어도 이걸 앞에서 받아내는 건 바보짓이다.
시우는 사선에서 벗어나 투우사처럼 헤르야의 돌진을 흘리려 했다.
무식한 힘 대결에 또 어울려줄 필요는 없다.
피하면서 옆구리에 창을 꽂아넣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도망——치지——마라아!!!”
라고 생각했던 건 헤르야에 대한 정보가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겠지.
분명 사선을 빗겨나갔건만 헤르야가 그려내는 푸른 빛의 섬전이 기이한 지그재그를 찌르며 시우에게 향한다.
하물며 그 속도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거기에 놀라지 않고 대응이 가능했던 건, 시우가 린네와 대결하며 관성을 무시하는 움직임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스컹!
사형수의 목을 치는 도끼처럼 흉흉하게 휘둘러진 할버드가 아슬아슬하게 상체를 젖힌 갑주의 흉갑을 스쳐 지나간다.
분명 피했지만 헤르야의 노림수는 하나가 아니었다.
휘둘러지던 도중 할버드를 빙글 돌려 본디 마상의 적을 끌어내리는 용도로 사용하는 부리를 시우의 목 뒤에 건다.
적의 무구가 경추 뒤에 걸리는 등골 오싹한 상황.
시우는 자신을 끌어당기는 할버드를 피하거나 떨쳐 내려 하지 않았다.
-투쾅!
오히려 끌어당기는 힘을 이용해 헤르야의 품을 파고든다.
왼다리로 진각을 밟으며 다부지게 쥔 주먹으로 그대로 헤르야의 각진 턱을 올려쳤다.
동시에 오른발로는 헤르야의 다리를 후리며 무게 중심을 무너뜨린다.
물흘러가듯 자연스러운 동작은 도저히 의표를 찔린 인간의 반응이라 믿을 수 없을 만큼 기민했고 완벽했다.
그러나 헤르야의 반응은 그보다 더 비인간적이었다.
“이—— 정도냐——아아!!!”
두 다리가 붕 떠 무게중심이 완전히 흐트러진 상태로 턱에 꽂힌 철권.
턱이 통째로 날아가거나 뇌가 곤죽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충격이다.
-빠각!
그러나 헤르야는 잠시 비틀거렸을 뿐 몸이 얽혀 있는 상황에서 시우의 얼굴을 손등으로 후려쳤다.
혀뿌리가 얼얼해지는 격통이다.
-부웅!
시우는 광대를 얻어맞는 것과 동시에 창대를 휘둘렀다.
몸이 넘어가는 힘까지 활용해 헤르야의 관자놀이에 통렬한 후려치기를 갈겼다.
그러나 한쪽 무릎이 풀리는가 싶던 헤르야가 순식간에 균형을 회복하더니 다시 박치기를 시전한다.
결국 시우는 뿌리치듯 그녀의 가슴팍을 발로 박차며 다시 거리를 벌렸다.
“크윽…!”
시우의 타격은 매번 정밀하게 급소를 조준한 일격이었고, 헤르야는 타점이 어긋난 붕붕 펀치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교환비가 형편 없다.
난타전으로 가면 답이 없다.
헤르야는 어마어마한 완력과 더불어 맷집과 투지마저 가지고 있었다.
“벌써 도망가기야? 우르쉬라를 죽였다길래 기대를 했는데 영 힘을 못 쓰는데?”
일반적인 마녀가 본다면 ‘이런 건 마법이 아니야!’라고 절규하겠으나.
헤르야는 분명한 실력자의 ‘마녀’다.
-우르르르릉!
시우의 눈엔 보였다.
헤르야가 언뜻 보기에 개싸움에 가까운 난타전을 유도하는 사이 어느샌가 하늘엔 잔뜩 부풀어 오른 먹구름이 가득하다.
두 사람이 전장 삼은 무인도는 어느덧 마력으로 생성된 이온관이 잡초 뿌리처럼 빽빽하게 곳곳에 산재해 있었다.
헤르야는 그 치열한 난타전 도중에 이런 묘기를 부려두었다는 거다.
이온관이란 곧 벼락이 달리는 길.
곧이어.
-콰앙! 콰앙! 콰아앙!
하늘로부터 비스듬히 내리꽂는 뇌광의 폭격이 시작된다.
단순한 재해를 넘어 아직 이 푸른 별이 원시적인 별이었을 무렵 세상을 불태우던 번개처럼.
쇳조각조차 단숨에 증발시킬 에너지를 지닌 벼락이 이온관을 따라 섬 전체에 내리꽂힌다.
사각 따윈 없다.
피할 재간도 없다.
소나기처럼 빼곡히 백색 섬광의 자취를 남기는 벼락의 폭격은 세계의 종말을 언도하는 듯했다.
“오, 이걸 버텨?”
영겁과도 같던 폭격의 시간이 끝났다.
융단폭격이 떨어진 것처럼 변해버린 지형 불타오르는 섬.
그 가운데는 창을 세운 채 몸을 웅크린 신시우의 모습이 보인다.
붉은가지에서 기인한 반구형 왜곡장이 마치 방어막처럼 그의 몸을 지켜준 듯 보였다.
그의 머리 위에는 천사의 고리가 금빛의 광채를 찬찬히 뿌리며 느릿하게 회전하고 있다.
시우는 오만하게 그를 내려보는 헤르야를 올려보았다.
근거리에서 중거리까지 모든 간격을 아우르는 올라운더.
역시 22위계라는 경지에 걸맞은 강함이다.
비앙카, 린네, 도로시, 우르쉬라와 같은 숱한 경험으로 갈고 닦은 완성된 강함 말이다.
품 안에 넣은 네잎클로버의 존재감을 의식했다.
극도의 행운으로 죽음마저 빗겨가게 하는, 이번 계획을 위해 준비했던 비장의 한 수이자 보험.
하지만 이내 머릿속에서 지워낸다.
상대는 분명 강하다.
하지만 ‘이 정도’라면 이길 수 있다.
시우에겐 그런 확신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