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 9 Master Inspection Technique RAW novel - chapter 76
“알겠습니다.주군.그때는 그 이상한 향때문에 실력도 발휘하지 못하고 당했지만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그럼 주위가 어두우니 조심해서 가십시오.”
정신을 빠짝 차리고 날카로운 눈으로 방앞을 지키는 제스를 보며 돌아선 로니엘이 희미한 미소를 짓는다.
“그 대단하다는 클레이톤 가의 문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내눈으로 한번 지켜보고 싶으니 너희는 잠시만
나가있거라.혼자 있는게 더 편하게 지켜볼 수 있지 않겠느냐?”
완벽한 공작의 모습을 한 로니엘은 아무런 의심도 받지 않고 맥스가 있는 지하 감옥 안까지 수월하게 올 수 있었다.
그는 전히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맥스를 힐끗 보며 이곳을 지키고 있던 경비병들에게 말했다.
“주군의 뜻이 그러시다면 저희는 주군이 나오실때까지 1층에 가서 있겠습니다.그럼 이의자에 앉으셔서 편하게
지켜보십시오.이지를 제압당한 자라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가까이는 다가가지 마시길 바랍니다.”
경비병 중 하나가 지하와는 어울리지 않게 깨끗하고 편해보이는 의자 하나를 가져와 로니엘 옆에 놓으며 말했다.
“그래.알았다.그런데 너희들은 지금까지 저자를 지켜보며 문장을 만드는 비법을 알아내었느냐?”
로니엘은 문장이 복잡하고 난해한 방법으로 만들어져서 그냥 지켜본다고 그 비법을 알 수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혹시나 하고 경비병들에게 물었다.
“아닙니다.저희도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저자가 하는 일을 지켜보았는데 비법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희미하게 들어오는 빛으로 무엇인가를 하고 그런 것은 보았지만 그것이 어떤 기준으로 그렇게 하는지는 지켜보고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호.곁에서 지켜봤는데도 알지 못했다고?정말 신기하군.”
“그렇습니다.아마 저자에게 무엇을 어떻게 어떤 시간에 배합을 하는지 그런 설명을 자세하게 듣지 않는한
누구도 그것을 알아내기는 힘들 것 같았습니다.”
흥미롭다는 듯한 로니엘의 음성에 이제껏 말을 하지 않고 있던 다른 경비병이 한마디 했다.
그들의 얼굴은 도통 알 수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렇다면 더 흥미로운 일이군.그런데 너희들은 그 정도 본 것이라도 다른 누구에게 말한 적이 있느냐?
아니면 너희 말고 누군가 이곳으로 들어와서 저자가 하는 일을 지켜보다 간 적은 있느냐?”
로니엘은 경비병들이 아직 그 비법을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맥스가 하는 일을 지켜보았다는 것이 못마땅했다.
경비병들은 공작의 질문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되었다.하지만 공작이 무슨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상하다는 것을 금방 머리에서 지워버렸다.
“아닙니다.마법사들이 궁금하다는 듯이 물어봤지만 저희도 피곤해서 그냥 다음에 알려준다고만 말해두었습니다.
기사들이나 다른 이들은 별로 궁금하지 않은 눈치였고 저희도 알아낸 것이 없으니 말할 거리도 없어서
그냥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경비병의 말에 로니엘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군.홀드.사일런트.”
경비병들은 기사출신 이었지만 공작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마법의 시동어라는 것은 모두 아는 사실이었다.
홀드와 사일런트는 그리 높은 레벨은 아니면서도 유용한 마법이었기에 기사 수업을 배우면서 알게된 몇개의
흔한 마법 중 하나였다.
“주군이 마법을 하신다는 말은 들은적이 없는데…”
두명의 경비 중 한명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말끝을 흐렸다.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은 그들은 자꾸만 조금 전에 스쳐지나갔던 공작의 이상한 말이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것을 느꼈다.
“들은 적이 없는게 당연합니다.공작은 마법을 모르니까요.”
로니엘은 본래의 자신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두 경비병들에게 존대를 했다.
경비병들은 갑자기 반말을 거둔 공작을 보며 그가 자신들의 주군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위에 있는 다른 이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경비 중 한명이 성급하게 입을 열었다.
“침입자다.여기 침입자가 있다.”
나머지 한명의 경비는 이미 자신들이 있는 곳에 사일런트 마법이 걸렸다는 것을 확실히 인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동료의 소용없는 몸짓을 안타깝기만 했다.
한참을 그렇게 소리를 지르던 경비는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위에서 내려올 기색을 보이지 않자 그제서야
자신들의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게 되었다.여기서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그들에게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거라는 것을 깨달은 그는 체념과 약간의 두려움이 섞인 표정으로 로니엘을 보았다.
“그렇게 저를 무서워하지 않아도 됩니다.전 단지 당신들이 맥스가 일하는 장면을 다르게 기억하게 하려는것 뿐이니까요.”
경비병들은 기억을 다르게 바꾼다는 소리에 공작의 모습을 가장하고 있는 자가 그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마법사라는 것을 알았다.역대의 9클래스 마법사들의 일화 중 누군가의 기억을 조금 흐트러뜨리는
마법을 했다는 것은 그들도 잘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그리고 그 마법이 9클래스 이상의 마법사만이 가능한
것이라는 것도 이야기에서 들었던 것도 같았다.
어쩌면 침입자가 인간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들의 두려움은 더 커지려 했다.
하지만 침입자가 냉랭했던 그들의 주군의 얼굴에서는 도저히 엿볼 수 없을 것 같았던 선량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며 두려움은 반으로 줄어들었다.
로니엘은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두 경비병들에게 다가가 조금 전에 소리를 질러댔던 경비의 이마에 손을 대었다.
“의식을 지배하는 힘이여.내 의지대로 기존의 기억에서 새로운 것을 재창조 하라.그리고 그들에게 영원히
잊어지지 않을 기억이 되라.크리에잇 메모리.”
로니엘인 느릿하고 분명한 어조로 주문을 외우자 오색찬란한 빛이 경비의 이마에 얹어져 있는 그의 손에서
뻗어나왔다.그 빛에서는 마법사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신성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로니엘이 경비병에게 건 마법은 다른이의 기억을 조정하는 것이었기에 세심하게 신경을 많이 써야했다.
거기에다 마법 중 가장 고난위도인 창조계열의 것이었기에 그는 한명씩 붙잡고 마법을 시전해야 했다.
“이제 다 됐군.”
나머지 한명의 기억까지 자신의 의도대로 재창조한 로니엘이 시원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는 맥스가 일하고 있는 곳에 마법을 일시적으로 일루젼 마법을 걸고 두 경비병들에게 걸었던 홀드와
지하에 걸었던 사일런트도 풀었다.
“거기서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건가?이제 그만 나가거라.”
로니엘은 일부로 큰 목소리를 내어 두 경비병들이 정신을 차리도록 했다.
공작에게 의자를 갖다 준것 까지만 기억을 하고 있던 경비병들은 자신들이 조금 전까지 정신을 잃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그래서 그들은 지금 상황을 극히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였다.
“죄송합니다.주군.그럼 저희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둘 중 좀 더 차분해 보이는 경비가 공손하게 말하고 동료와 함께 지하를 나갔다.
덫
두 경비병들이 완전히 나간 것을 확인한 로니엘은 맥스가 갇혀있는 감옥문 앞으로 다가갔다.
철컹.
로니엘이 간단한 주문을 외우자 쇠창살 문에 달렸던 주먹만한 자물쇠가 단번에 열렸다.
끼이익.
감옥문이 열리면서 녹슨 문과 이음새 사이에서 듣기 싫은 소음이 났다.
감옥 안은 처음 맥스가 갇혀있던 곳과는 판이하게 틀렸다.감옥이라기 보다는 작은 대장간이라는 말이 어울릴 법한 곳이다.
펄펄 끓는 열 대신 훈훈한 온기를 내고 있는 작은 가마와 이런저런 연장들은 이제 사나흘 되었을까 할 정도로 깨끗했다.
공작이 정체불명의 마법사에게 휘둘려 며칠 전에 이곳을 급하게 만든 것이 역력했다.
감옥 안을 잠시 둘러본 로니엘이 맥스에게 다가갔다.하지만 맥스는 그런 로니엘을 보지 않았다.
붉게 충혈된 눈은 멍하니 날카로운 조각칼 끝 부분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조각칼은 클레이톤 가만의 비결로 가공된 푸른 사파이어 위에서 섬세하게 움직였다.
투박한 손과는 달리 그 손에 달린 칼의 움직임은 정교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었다.
칼이 지나갈때마다 클레이톤 가의 황금 사자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난다.
이지가 제압당한 맥스의 머릿속에는 그를 납치해온 마법사가 한 명령을 수행해야 한다는 일념뿐이었다.
천명처럼 울리는 그 일을 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그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작업에 필요한 물건과 그 과정을 지켜보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슬립.”
며칠간 잠도 자지 않았던 맥스의 붉은 눈이 스르르 감겼다.
그는 조각칼을 쥔채로 사파이어가 올려져 있던 탁자에 쓰러져 잠들었다.
드르렁.드르렁.
비록 자의가 아닌 마법에 의한 잠이었지만 며칠간 타의에 의해 잠도 자지 못하고 일만했던 맥스는
얼마 안가 코까지 골며 단잠을 잤다.
“비틀린 차원 중 내게 속한 공간이여.지금 내앞에 그 입구를 나타내라.스페이스 도어.”
시동어가 떨어지자마자 짙은 갈색빛깔의 문이 로니엘의 앞에 나타났다.
그는 탁자 위에 쓰러져 잠을 자고 있는 맥스에게 다가가 그를 들쳐업었다.
맥스가 이제 노인에 가까워진 나이를 먹어서 예전에 비해 많이 가벼워졌다고는 하지만 그역시 남자였다.
그래서 그리 가벼운 무게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동안 기초체력 단련으로 체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좋아진 로니엘은 그를 손쉽게 들 수 있었다.
맥스를 업고 갈색문으로 다가간 로니엘은 문의 손잡이를 잡으며 자신에게 투명화 마법을 걸었다.
덕분에 맥스는 허공에 떠서 자는 모습이 되었다.
로니엘이 어둠 가운데 은은한 빛이 감도는 아공간으로 들어오자 외부와 연결해주던 갈색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언제나 잔잔한 평화가 감돌던 아공간 안은 시크럽게 코를 고는 맥스때문에 조금 소란스러워졌다.
그리고 어딘가에 있을 실리스 때문에 산들바람이 솔솔 불고 있었다.
[로니엘.어서 네가 할일을 끝내고 실리스 좀 돌려보내라.응?]실리스와 도플갱어의 존재때문에 몸을 숨기고 있던 아로나가 로니엘에게 투덜댔다.
아공간 이곳 저곳을 구경한다며 돌아다니는 실리스때문에 상당히 신경을 썼던 모양이다.
‘실리스에게도 네 존재를 드러내서는 안되는건가?’
[당연하지.너를 제외한 몇명을 빼고는 그 누구도 내 존재를 알아서는 안된단말이야.]‘왜 그러냐고 물어도 대답 안해주겠지?네가 그 이유를 알든 모르든 말이야.’
[몰라. 몰라.난 아무것도 모르는 일이야.아마 내가 조금이라도 성장하게 되면 그때 너에게 나에 대해 좀 더 말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