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 9 Master Inspection Technique RAW novel - chapter 98
‘역시 아닌가?’
켈빈이 로니엘을 볼 수 없듯이 로니엘 또한 아직은 켈빈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지금 켈빈을 덥친 불꽃에 그의 의지가 깃들어 있기때문에 그는 마음으로 켈빈의 상태를 직감할 수 있었다.
‘지금껏 서로의 존재를 못 알아봣으니 나와 같은 경지인 것은 확실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저자는 분명 나
보다 월등히 많은 마나를 다루는 것이 분명해.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 해서 그것이 결코 일어나지 않는 것
은 아니니까. 세상엔 이해 못할 많은 예외의 일들이 있는 법이지.’
“실리스, 지금은 여기에 나타나지 말고 잠시 동안은 정령계에 머물러 있어. 그러다가 내가 다시 부르면 그 즉시
네가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력으로 나를 저자의 앞으로 보내줘. 너라면 숨 한번 쉬는 것보다 더빨리 나를 저곳으
로 데려다줄수 있겠지.”
로니엘은 귓속말을 하듯 아주 작은 소리로 실리스에게 말했다.
마세요.]
정령계에서 말하는 바람에 실리스의 쾌활한 음성이 로니엘의 머릿속에 울렸다.
로니엘은 실리스의 음성에 잠시 피식 웃다가 거의 꺼져가는 불을 보곤,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천공에 감춰진 푸른빛과 대지 속에 흐르는 붉은 혈흔이여! 그 광포한 힘으로 내 앞의 적을 단죄라하.컨
빅션 오브 레이지!”
콰르르릉!
대기를 찢어발길 듯한 엄청난 뇌성이 하늘을 울리며 구름 한점 없던 밤하늘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번개가 내리쳤
다. 번개는 섬뜻한 푸른 빛으로 번쩍이며 곧바로 켈빈에게로 떨어졌고, 그와 동시에 켈빈이 밟고 있던 땅이 지
진이 난것 처럼 들썩였다.
덕분에 켈빈은 서있기도 힘든 지경이었다.하지만 그는 비틀거리면서도 끊임없이 주문을 외웠다.
드드드드.
이내 지진이 일어났던 땅은 쩍쩍 소리를 내며 사방으로 갈라졌고 그 갈라진 틈으로 시뻘건 빛이 비쳤다.
“그랜드 베리어!”
그 외침과 함께 찬란한 금색으로 빛나는 방어막이 켈빈을 감쌌다.
그리고 그 순간 빛살과 같은 빠르기로 떨어지던 번개가 방어막을 직격했고 갈라진 땅에서 솟아 난 붉은 용암이
금빛 방어막과 함께 켈빈을 덮쳤다.
콰쾅 쾅쾅!
파아악!
‘모험이지만 그게 가능하지 않단면 내가 검을 배울 이유가 없지. 지난 2년여간 내가 믿었던 것이 틀린 것이라곤
생각하진 않아. 그것이라면 이길수 있어.’
실패따윈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자신의 생각을 확신하고 그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 있을 그 중간 과정을 걱정할 뿐이었다.
“라이트 소드.”
이전 마법의 여파가 아직도 켈빈을 덮치고 있는 상황에서 연이어 시전한
것이었지만 이번엔 8클래스의 마법이었다. 그래서 로니엘은 무리 없이 마
법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그는 그 결과로 눈앞에 나타난 순백의 검을 잡았다.
그러자 혈관을 따라 흐르던 기의 일부분이 그의 의지대로 검으로 흘러 들어갔다.
하지만 검으로 유입된 기는 희미한 검기도 만들 수 없을 만큼 적었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도 검을 잡은 손에 아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거대한 저택 하나 정도는 손쉽게 날려 버릴 수 있을 정도의 마력과 적지만
거의 자연의 것과 다를 바 없는 깨끗한 기.
검을 매개로 만난 두개의 상반된 기운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했다.
융합할 기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적은 양의 기가 조금씩 더 유입될수록 그 대립은 더욱 심해졌고 그로인해
로니엘이 받는 고통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신기한 것은 그런 반목을 하면서도 두 기운이 서로의 기운을 조금
도 소모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것들은 자신과는 다른 상반된
기운에 자극을 받아 자신이 가진 최대치의 힘을 내고 있었다. 선의의 경쟁
을 벌이는 라이벌들처럼 말이다.
검속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주시하는 로니엘의 얼굴에서 근심의 빛이 사라
졌다. 그는 확신에 찬 눈으로 이제 막 마법의 여파에서 벗어나 시야를 되
찾은 켈빈을 바라보았다.
“실리스 지금이야.”
파아앗.
부드러운 바람이 몸을 감싸는 순간 로니엘은 어느새 파공음과 함께 켈빈
의 앞에 다다랐다. 하지만 방어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또 다른 공격주문을
외우던 켈빈은 또 다른 정령의 힘이 느껴지자마자, 자신의 앞으로 날아온
로니엘을 보고도 위협을 느끼지 못했다.
그의 손에 들려있는 검이 지금 막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생성된 방어막을
뚫지 못할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이걸로 끝입니다. 하앗.”
검을 높이 들며 힘차게 도약을 한 로니엘의 모습을 보며 켈빈은 그것이
정지된 그림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뒤로 자신을 향해 떨어지고 있는 순
백의 검은 정지된 그림들의 연속과도 같았다.
평상시 그의 안력으로는 도저희 쫓을 수 없을정도의 빠른 속도임에도 불구
하고 모든 것이 명확하게 보였다.
감당할 수 없이 큰 고통을 참기 위해 이를 꽉 아물고 있는 로니엘의 표정,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리의 확신으로 반짝이고 있는 눈빛.
이런 세세한 것들마저도 켈빈의 눈에는 확연하게 보이고 있었다.
지금의 상황 모두가 시간이라는 절대의 법칙 아래에서 벗어나 있는 것 같
다.
현실감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심장은 이유도 없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고 등줄기에 소름이 쫙 흐른다.
영문 모를 몸의 반응에 메마른 입을 달싹였다. 하지만 다시 새하얀 검에
시선을 둔 순간 켈빈은 그 모든 것이 이해됐다.
로니엘이 검을 들고 도약할 때 까지만 해도 느끼지 못했던 힘이 지금은
검안에 존재하고 있었다. 진한 푸른빛으로 구체화되며 계속 강성해지는 예
상치 못한 힘. 안전할 것이라 생각했던 자신의 예성을 충분히 뒤엎고도
남을 위험한 변수. 그걸 머리보다 몸이 먼저 알아채고 반응한 것이다.
‘오러 블레이드라니.’
예상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상황이다.
기껏해야 2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었다. 그 기간 동안에 소드 마스터가 되
다니… 역사상 그 누구도 이렇게 빠른 성과를 거둔 자는 없었다. 그런데
검술에 대해 조금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는 이라면 누구든지 경악을 금치
못할 그런 일을 검사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는 마법사가 해냈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것도 마법의 끝자락을 잡았다고 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른 마법사가 말이다.
로니엘이 자신과 같은 마법적 경지를 이룬 사실에 대해서도 약간 놀랐지
만 그건 그리 문제될 것이 없었다. 다른 사람이 아닌 켈빈이었기에 그정도
로 넘어갈 수 있었다. 그 또한 로니엘 만큼 엄청나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
도의 마법 재능을 가진 자였기 때문이다.
또한 라이트 소드에 오러 블레이드를 불어 넣은 것도 이해 할 수 있었다.
대륙 마검술론에 의하면 절대 이해 할 수 없는 현상이었지만 켈빈이었기에
이해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검술에 대한 로니엘의 발전 속도는 절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클레이톤가의 사람이라지만 검을 익히는 로니엘의 성장 속도는
그조차도 쉽사리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었다. 아니 다른 이가 아닌 켈빈
이었기에 더욱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마법과 검술은 근본적으로 정반대의 것이다. 그렇기에 마법과 검술을 익히
는데 필요한 재능 또한 정반대의 성향이다. 그런데 그런 극과 극의 재능들
을 동시에 지니다니.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신이 인간을 창조할 때 그 가능성을 무한대로 열었다지만 이건 아니다.
그들이 인간을 사랑한다지만 자신들의 창조물이 그들을 뛰어넘는 것까지
바라진 않는다. 그렇기에 인간의 가능성이 무한대라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그들의 창조물들의 기준에 한해서다. 그래서 그들이 인간에게 주는 잠재
능력도 제한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 개개인이 지니고 있는 재능은
어느 하나에 치우쳐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 재능과 비슷한 쪽에까지는
두각을 나타내게 될 수는 있지만 이처럼 정반대의 것들 모두에 두각을 보
일 순 없었다.
이것이 켈빈이 깨달은 순리 중 하나였고 지금껏 그는 그게 절대 불변의
법칙이란 것을 확신해 왔다. 헌데 이런 상황이 생길 줄이야…
‘이런 일이.’
켈빈은 낭패감에 휩싸였다. 하지만 그는 이내 굳을 얼굴로 로니엘을 보며
그 특유의 비틀린 미소를 지었다.
그 어느 때 보다도 진한 그 기분 나쁜 미소에 로니엘은 다급히 검을 잡은
손에 더욱 강한 힘을 가했다. 그 때문에 검을 잡은 손에서 전달되던 고통
은 극에 달했다.
“하아앗.”
고통의 신음이 섞인 기합성과 더불어 검은 더욱 찬란한 푸른빛을 발했다.
그러자 조금도 밀리는 기색이 없었던 강인했던 보호막에 보이지 않는 균
열이 조금씩 생겨났다.
“크윽.”
완전히 시전 되지 못한 마법의 실패. 그로인해 역류한 엄청난 양의 마나가
보이지 않는 칼날이 되어 켈빈의 내부에서 요동쳤다. 온몸의 피가 활화산
처럼 들끓고 입에선 검붉은 피가 새어나온다.
극심한 고통이 덮쳐왔지만 켈빈은 이를 악물고 조금씩 입을 움직였다.
“텔. 레. 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