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ric Academy's Shaman RAW novel - Chapter 235
제235화
“소도진!”
하예진은 쓰러진 소도진에게 다가갔다. 소도진은 검에 몸을 지탱한 채 위태롭게 서 있었다. 하예진은 신성력을 사출했다.
“움직이지 마요! 치, 치유진 그리고 있으니까!”
하예진은 그렇게 외치며 치유진을 그렸다. 손이 벌벌 떨려서 치유진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았다. 하예진은 치유보다는 축복과 기적 재현에 더 재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지금은 축복이나 기적 재현을 사용하려고 해도 마음처럼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쿨럭……! 후, 읍……!”
철퍽, 철퍽.
치유진을 그리는 동안 소도진은 기침을 했다. 기침을 할 때마다 입에서 핏덩이가 나와서 바닥에 떨어졌다. 하예진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마침내 치유진을 완성했다.
그러나 정확히 어디를 치유해야 하는 건지 가늠할 수 없었다. 눈에 보이는 외상은 없는데, 기침을 할 때마다 피를 토하는 걸 보면 내장 쪽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잠깐 있어 봐요.”
스륵.
하예진이 소도진의 상의를 들었다. 소도진의 배가 드러났다. 아랫배에 거무죽죽한 멍이 들어 있었다. 상태가 심각했다.
치유를 하면 죽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몇 주는 병원 신세를 져야 할 것 같았다. 도대체 뭘 어떻게 맞았길래 사람 몸이 이렇게 되는 걸까.
“……도대체 뭘 당한 거예요?”
“주…… 읍.”
“말하기 힘들면 말하지 마요.”
하예진이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소도진은 검으로 몸을 지탱한 채, 힘없는 눈동자로 멀찍이 다가오는 교주를 보며 말을 이었다.
“……주먹에 맞았어.”
다른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주먹에 맞았다.
교주가 날씨를 조종하지 않는 것을 보고, 소도진은 교주가 방심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혹은 날씨를 조종하는 힘을 잃었거나. 아니면 교인들을 위해 협상이라도 시도하려는 줄 알았다.
하지만 교주가 그런 안일하고 물렁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방금 주먹을 맞아보고 알았다.
날씨를 조종하고, 불이나 물 따위를 다루는 기이한 능력을 쓸 필요조차 느끼지 못한 것이다.
이번 용병단 진압 작전에 투입된 인력은 많지 않다. 트리니타스 성전사단과 교황청 직속 성전사단, 그 외 개인으로 작전에 투입된 성직자 몇 명. 인원수로 따지면 기껏해야 중대 하나 정도밖에 안 된다.
일개 용병단을 진압하기 위해 투입된 인원이라고 생각하면 많지만, 교주가 나타났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예진……. 무전기를 꺼내. 퇴각 명령을 내려야…….”
“무전기, 그거 성전사한테만 보급됐어요. 안 들고 왔어요?”
“……망할.”
소도진이 작게 중얼거리며, 검을 짚고 비틀비틀 막사 텐트가 있는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치유진을 그리던 하예진이 놀라서 그를 막았다.
“여기 있어요! 그 상태로 왜 움직이려고 그래요? 죽고 싶어요?”
“……안 죽어. 그 정도로 안 다쳤어.”
“죽는다고, 미친 새끼야!”
하예진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가, 목을 가다듬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치유 끝날 때까지만 가만히 있어요. 그게 오히려 빠를 거예요.”
“당장 퇴각 명령을 내려야 돼……. 안 그러면 다 죽어. 전멸할 거야.”
“그래요, 그럼 내가 가서 퇴각하라고 말할게요. 그러니까…….”
“쟤들이 네 말을 들을 것 같아?”
소도진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 성전사는 사제와 성기사를 무시한다. 사제가 성전사와 성기사를 무시하고, 성기사가 성전사와 사제를 무시하듯이.
문요셉 정도 되는 인물이라면 모를까, 하예진이 명령을 내리면 성전사들은 들은 체도 하지 않을 것이다.
소도진이 검을 지팡이 삼아 뚜벅뚜벅 걸음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내가 가야 돼.”
“……퇴각 명령을 내리면, 그다음은? 교주가 퇴각하는 우리를 그냥 둘 것 같아요?”
“괜찮아. 내가 싸우면서 시간을 끌 거니까. 그럼 추격은 못 하겠지.”
소도진은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로, 당연하다는 듯 교주와 싸우겠다고 말했다. 그러는 동안 하예진은 치유진을 전부 그렸다. 치유의 빛이 소도진을 감쌌다.
소도진은 하예진의 치유 덕분에 걸음이 조금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복부에서부터 느껴지는 뜨거운 통증은 여전했다.
“……어떻게 싸운다는 거예요? 그 몸으로.”
“싸울 수 있어.”
소도진은 하예진의 물음에 대답하며, 검을 쥐었다. 치유 덕분에 더 이상 검에 몸을 지탱하여 걸을 필요가 없었다. 그러고는 저 멀리, 다가오는 교주의 모습을 보았다.
지팡이를 든 채, 가면을 쓰고, 판초를 눌러쓴 교주의 모습을.
가면을 쓴 건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판초를 입은 건 체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교주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그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었다.
“목을 노린 게 문제였어. 가면이랑 판초를 노린다.”
부두교의 교주는 로마니카교도로 둔갑하여 생활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여기서 당장 교주를 제거할 필요는 없다. 가면과 판초를 제거하고, 얼굴과 체형을 확인하기만 해도 이긴 것이나 다름없다.
“……하예진, 나한테 축복을 써. 당장.”
소도진이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 구름 한 점 없던 하늘에 먹구름이 끼면서, 지면에 어둠이 내리 깔리고 있었다.
* * *
“어, 소도진……?”
트리니타스 성전사단의 저격수, 존은 진동을 느끼고 막사 텐트에서 나왔다. 텐트에서 나오자마자 교주를 향해 도약하는 소도진이 보였다. 직후 교주의 주먹에 맞아 날아가는 그의 모습도.
처음에는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근접 전투에 한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인 소도진을 주먹질 한 번으로 날려버리는 저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애초에, 소도진은 저자에게 왜 덤빈 건지.
교주의 모습이 가까워지고, 교주의 얼굴을 뒤덮은 가면과 그의 손에 들린 지팡이를 보고 나서야 뒤늦게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교주가 나타난 것이다.
“……전투를 준비해라─! 교주다─!”
존이 외쳤다. 그는 우람한 덩치만큼이나 우렁찬 목소리로, 막사 텐트에서 쉬고 있던 성전사들을 깨웠다. 갑작스러운 땅의 진동과 존의 목소리에 성전사들이 헐레벌떡 무기를 챙겨 들고 나왔다.
방황하던 그들의 시선이 이내 한 점으로 모였다. 가면과 지팡이. 누가 봐도 부두교의 교주라고 할 수밖에 없는 차림의 남자가, 무방비한 걸음으로 터벅터벅 다가오고 있었다.
“…….”
그 순간, 일대에 정적이 흘렀다. 교주를 목격한 성전사들의 눈에 핏발이 서고 있었다. 그들은 흥분인지 두려움인지 모를 감정으로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각자의 무기를 쥐었다. 총과 검, 그리고 성물.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 가서 대열을 만들었다.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교황청 직속 성전사단은 ‘소통하지 않는 방법’을 배웠다. 소통하지 않고도 눈치껏 알아서 할 일을 찾고, 그로 하여금 합을 맞추어 끝내 목적을 이루는 것. 그것이 교황청 직속 성전사단의 일이었다.
존은 그들의 모습을 보고 내심 불쾌감을 느꼈다. 그들이 사람이 아닌 기계처럼 보였던 까닭이다.
대열은 순식간에 갖춰졌다. 존처럼 총기를 다루는 성전사는 후방에서 사격을 준비했다. 검이나 철퇴, 창과 같은 근접 전투용 무기를 다루는 성전사는 전방에서 대열을 갖추고 다가오는 교주를 경계했다.
존은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은 채 교주를 주시했다.
숨 한 번조차 쉬기 힘든 깊은 적막이 일대를 감싸고 있었다.
“……발포!”
적막을 깬 것은 존의 목소리였다.
탕, 탕!
투두두두두─!
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동시다발적으로 총성이 울려 퍼졌다. 수십 개의 총구가 교주 하나를 겨눈 채 발광하며 탄환을 토했다.
일반적인 진압에 쓰이는 비살상용 탄환은 없었다. 오직 살상을 위해서 만들어진 철갑 실탄이 교주를 향해 질주했다.
연이은 총성 이후, 곧바로 정적이 찾아왔다. 교주가 있던 자리에는 흙먼지가 자욱하게 안개를 이루고 있었다. 안개 탓에 교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존은 안개 너머를 응시하며 다음 사격을 준비했다.
휘이이이…….
그 순간, 바람이 불고 안개가 걷혔다. 안개 너머로 검은 인영이 보였다. 교주의 모습이었다.
교주는 아직 쓰러지지 않았다. 총상을 입고도 아직 쓰러지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탄환이 교주의 몸에 닿지 못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안개가 아직 다 걷히지 않은 까닭이었다.
성전사들은 숨을 죽인 채 안개가 온전히 걷히기를 기다렸다. 바람이 불 때마다 안개가 한 꺼풀씩 걷히면서 마침내 교주의 모습이 보였다. 교주는 멀쩡했다. 그의 발치에 성전사들이 쐈던 실탄이 널브러져 있었다.
교주가 지팡이를 들었다.
쿵─!
지팡이가 지면을 내리찍었다.
드드드드드─!
그러자, 지면의 떨림이 더욱 강해졌다.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같았다.
땅이 흔들리면서 흙먼지가 휘날렸고, 그렇게 휘날린 흙먼지는 고스란히 안개가 되어 저격수들의 시야를 가렸다. 시야를 가린 것은 안개만이 아니었다.
교주가 지팡이로 지면을 내리찍은 그 순간에, 땅이 갈라졌다. 거대한 나무뿌리와 잡초가 지면을 뚫고 올라왔다. 거대한 풀과 뿌리가 촉수처럼 일렁이면서 자랐다. 그리고 교주를 중심으로 거대한 숲을 만들었다.
교주는 그 숲에 몸을 감추었다. 존은 부지런히 눈동자를 굴렸지만, 교주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흙먼지가 일으킨 안개와 기이할 만큼 거대해진 식물들이 교주의 모습을 감춰주고 있었다.
“……계, 계속 발포해─!”
존이 외쳤다. 이렇게 된 이상 계속 쏘는 수밖에 없었다. 일단 쏘다 보면 한 발은 교주를 맞힐 수 있을 것이었다. 존의 명령을 들은 성전사들이 일제히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투두두두두…….
총성은 끊이지 않았다. 탄환이 지면 위로 올라온 나무뿌리와 거대한 잎새를 때렸다. 그러나 나무뿌리와 잎새에는 자그마한 상처만 남을 뿐, 탄환은 결코 그것들을 뚫을 수 없었다.
교주를 감싸고 있는 숲은 너무나 단단하고 강했다. 이런 식으로 계속 발포 명령을 내렸다가는 탄환을 낭비하는 꼴이었다.
존은 생각했다. 교주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성전사들이 탄환을 낭비하게 두었다가, 탄환을 전부 소진하면 그때 본격적인 공격을 시작할 셈인가? 그렇다면 발포 중지 명령을 내려야 한다.
아니, 아니다. 발포가 멈춘 틈을 타 공격하려는 속셈일 수도 있다…….
쐐애애애액─!
그때, 거대한 창 같은 것이 존을 향해 날아왔다. 존은 반사적으로 몸을 비틀어 그것을 피했다. 그는 잠시 사격을 멈추고, 교주가 자신에게 던진 물체를 확인했다. 날아올 때만 해도 창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지팡이?”
그건 교주가 들고 있던 지팡이였다. 어째서 교주가 지팡이를 이쪽으로 던진 것인지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콰드드득!
[아아, 이 버르장머리 없는 꼬마가…….]평범한 지팡이였던 그것이, 순식간에 거대한 뱀의 형체로 변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 뱀의 달콤하고 끈적한 목소리가 존의 머릿속을 파고들었기 때문이었다.
존은 반사적으로 허리춤에 차고 있던 권총을 빼 들었다. 거대한 뱀의 눈에 총구를 겨눴다.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두 번의 총성이 울렸다. 뱀의 오른쪽 눈과 왼쪽 눈을 겨냥한 정확한 사격이었다. 그러나 탄환은 뱀의 눈조차 뚫지 못하고, 건조하고 허무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그건 단순한 뱀이 아니었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압도적이며 절대적인 존재였다.
털썩.
존은 들고 있던 권총을 놓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부웅.
뱀이 거대한 꼬리를 휘둘렀다. 존 하나만을 노린 공격이 아니었다. 일대에 있는 모든 저격수를 노린 공격이었다.
뻑─!
“커허억……!”
꼬리에 맞은 존이 외마디 비명을 흘리며 날아갔다. 뱀이 계속 꼬리를 휘둘렀다. 존의 저격총이 거대한 뱀의 몸에 짓눌러 으스러졌다.
다른 저격수들도 존처럼 뱀의 꼬리에 맞아 날아갔다. 그들은 들고 있던 총을 놓치고, 피구토를 하며 바닥에 널브러졌다.
운 좋게 뱀의 공격을 피한 저격수들이 들고 있던 권총으로 뱀의 눈을 쐈다. 정신력이 강한 성전사는 뱀의 꼬리에 맞고도 몸을 일으켜서, 단검으로 뱀의 비늘을 뚫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이 쏜 탄환은 뱀에게 아무런 피해도 줄 수 없었다. 휘두른 단검은 비늘을 뚫지 못했다. 오히려 날이 부러졌다.
“아, 아……!”
그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았다. 권총과 단검으로 최후의 저항을 하던 이들조차 전의를 상실하고 무기를 놓았다. 공포에 질린 성전사들을 바라보며 뱀은 혀를 날름거렸다.
[먹을 수 없다는 게 아쉽구나.]뱀이 하얗게 질린 성전사들의 얼굴을 길고 가느다란 혀로 핥으며 말했다.
전방에서 검과 창, 성물을 들고 교주와 대치하던 성전사들도, 거대한 뱀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후방의 성전사들을 보며 공포에 질렸다. 전방의 성전사들은 교주 탓에 전진하지도, 뱀 탓에 퇴각하지도 못한 채 헛걸음질을 했다.
“…….”
존은 온몸이 으스러지는 통증과 아뜩하게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교주의 속셈을 눈치챘다.
뱀을 통해 후방에 위치한 사격조를 제압하고, 전방에 위치한 성전사들의 퇴로를 막는다. 그로 하여금 교주는, 성전사들을 자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저, 전진! 전진해!”
거대한 뱀을 보고 공포를 느낀 전방의 성전사들이 주춤주춤 앞으로 나아갔다. 전진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모습은 마치, 불길에 스스로 몸을 내던지는 불나방의 모습이나 다름없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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