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ric Academy's Shaman RAW novel - Chapter 336
제336화
로마니카교 측의 피해는 컸다. 신축한 성당의 붕괴는, 다른 피해에 비하면 약한 편이었다. 진짜 문제는 다수의 인명 피해였다.
동부성기사단장, 한대호의 죽음. 그리고 수많은 단원들의 부상 및 사망으로, 동부성기사단은 사실상 와해되었다.
“이런 씨발.”
마유현은 도선우의 각오를 얕잡아 보았다.
그가 아는 도선우는 한없이 무른 놈이었다. 그는 설령 적이라고 하더라도, 면식이 있는 사이라면 죽이는 것을 주저했다.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지만, 그 ‘목적’이라는 것이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하고 있다.
마유현과 어쩌면 닮았지만, 너무나 다른 성격을 가진 자. 그것이 도선우였다.
그렇기에 마유현은 도선우의 행동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판이었다. 도선우는, 로마니카교 성직자로 신분을 위장했던 시절 친하게 지냈던 한대호를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죽여버렸다.
문요셉은 한대호 옆에 죽어 있었다. 도선우는, 문요셉을 그저 일회용 장기말로 사용한 것이다.
“교황 성하.”
머리를 싸매고 욕을 중얼거리던 마유현에게 누군가 찾아왔다. 마유현은 그의 이름을 몰랐다. 다만 그의 교계가 추기경이라는 것만 알았다.
추기경은 마유현의 앞에서 고개를 조아리며, 입을 열었다.
“북부성전사단의 부단장 김진서, 중앙사제단 소속의 성하연을 비롯한 다수 사제들이…….”
그건 아직 끝나지 않은 피해 상황의 보고였다. 추기경의 말에 따르면, 부두교가 성하연과 김진서를 납치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중앙사제단의 핵심 인력들과, 이단 심문관 임명식을 진행하던 사제까지 납치해 갔다.
“…….”
마유현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임명식을 진행하던 사제는 ‘교황 대리인’이었다. 평범한 사제가 아니라, 교황만이 사용할 수 있는 특별한 축복의 사용을 허가받은 특수한 사제.
말하자면, 그 사제는 교황의 살점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자가 납치된 것은, 김진서나 성하연이 납치된 것보다 어쩌면 더 치명적인 손실이었다.
뼈아픈 손실을 자각하던 마유현은, 문득 의문을 가졌다.
“이걸 어떻게 알았을까.”
도선우가 그걸 어떻게 알고, 이토록 완벽하게 좆같은 계획을 짜낸 것일까.
빛의 제전이 개최되는 장소를 알아낸 것은, 그럴 만도 하다. 그건 기본적인 정보 수집 능력만 갖추고 있다면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임명식의 장소와 시간을 알아내서 습격한 것도, 납득은 간다. 하지만 전투의 진행 과정이 납득이 가지 않았다.
성당에 나타난 문요셉은 성기사들이 착용하고 있던 주술 방독면을 부쉈다. 그건 주술을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벌인 짓일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가 기묘하다. 주술에 걸려 의식을 잃은 성기사들을 깨우기 위해, 성당에 성하연이 갔다.
그런데 도선우는 마치 성하연이 그 자리에 올 것을 예측이라도 한 것처럼, 주둔하고 있던 자신의 병력을 이용하여 성하연을 비롯한 중앙사제단의 사제들을 납치했다.
성하연이 빛의 제전에 온다는 사실을 모르고서는 이런 계획을 세울 수 없다.
도선우는 빛의 제전에 성하연이 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빛의 제전에 성하연이 참가할 것이라는 정보는, 오직 마유현과 빛의 제전 개최를 담당하는 일부 사제단에게만 알려졌다.
“성하연.”
그리고, 성하연 본인도 당연히 그 사실을 알았다.
그렇다면 성하연 본인이 도선우에게 뭔가를 말한 것일까? 마유현은 성유다가 자살한 이유를 알고 있었다. 도선우의 정체가 밝혀지기 전, 성유다는 도선우와 모종의 협력 관계였기 때문이다.
성유다가 그러했으므로, 지금 성하연과 도선우도 모종의 협력 관계일 가능성이 있다.
성하연과 도선우가 협력 관계라면, ‘교황 대리인’을 납치하는 것이 로마니카교에게 치명적인 손실이라는 사실을 도선우가 알고 있는 것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정말로 성하연과 도선우가 협력 관계일까?
그렇다면 성하연이 지금까지 발명해 낸 수많은 축복과 성물, 그리고 부두교를 상대하기 위한 무기들은 무엇인가?
성하연이 부두교와 협력 관계라면 그런 성물이나 무기들을 발명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어쩌면 성하연이 아닐 수도 있다. 빛의 제전을 개최한 성직자단 소속 인물 중에, 첩자가 숨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후…….”
마유현은 한숨을 쉬었다. 머리가 아팠다. 이번 전투는 꺼림칙한 부분이 많았다.
부두교가 성직자들을 납치한 목적. 로마니카교 내에 첩자가 있을 가능성. 부두교 병력의 숫자 등. 고려해야 할 것과 밝혀내야 할 것이 너무나 많았다.
“교황 성하……?”
욕을 하다가, 혼잣말을 중얼거리다가, 또 착잡한 얼굴로 한숨을 쉬는 마유현을 보며, 보고하던 추기경이 말했다.
마유현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생각할 것이 많아 정신이 없고, 머리가 아플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을 결코 다른 사람 앞에서 티 내서는 안 됐다.
도선우의 등장으로 마유현은 지지를 많이 잃고 있었다. 약한 모습을 보였다가는 안 그래도 위험한 지지율이 더 떨어질 것이었다.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태연하게 미소를 지으며 표정 관리를 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추가적인 피해나, 아니면 진행되고 있는 일에 차질 같은 게 있습니까?”
“’빛의 제전’에서 발생한 피해는 이상입니다. 다만, 용병단을 통폐합하고자 했던 건에 대해서는…….”
추기경이 말을 이었다.
마유현은 국내외에 있는 용병단을 없애거나, 혹은 로마니카교 교황청의 휘하로 통합하는 계획을 진행했다.
용병단은 신앙심이나 어떤 신념이 아닌, 오직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족속들이었다. 부두교와의 전쟁이 있기 전에 한번 정리를 할 필요가 있었다.
전투 도중 로마니카교의 힘이 약해진 틈을 타, 용병단이 반란을 일으키거나 하면 일이 곤란해질 것이었으므로.
그러나 추기경의 말을 들어보니 그것조차 제대로 진행이 안 되고 있다고 한다.
일부 용병단을 로마니카교의 수하로 들이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많은 용병단이 반기를 들었고, 또 몇몇 용병단은 아예 부두교 쪽에 붙겠다고 선언했다는 것.
용병단은 이기는 쪽에 붙는다. 그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용병단이 로마니카교가 아닌 부두교 쪽에 붙겠다고 선언했다는 건 아주 나쁜 소식이었다.
용병단을 비롯한 일반 대중들이 보기에, 로마니카교가 부두교에 비해 그리 강해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었으니까.
“……역시 빠르게 처리하는 게 좋겠어.”
마유현이 중얼거렸다. 부두교는 원래도 위험했지만, 지금은 더 위험하다. 그리고 앞으로 더더욱 위험해질 것이다.
그들은 부지런히 세력을 확장할 것이며, 방치했다가는 언젠가 로마니카교를 위협할 종교가 되고 말 것이었다.
사탄교는 강했지만 교리상 결집력을 갖추지는 못했다. 과거의 부두교는 결집력은 갖추었으나, 힘이 없었다.
그러나 현재의 부두교는 힘과 결집력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들의 세력이 일정 이상으로 커진다면, 어쩌면, 로마니카교는 부두교에 의해 전복될 수도 있었다.
그전에 기를 꺾어야 한다.
“다른 추기경들을 부르세요. 공의회를 열고, 거기서 성전에 대한 건을 계속 논의하겠습니다.”
마유현이 말했다. 금방 다른 추기경들이 마유현의 앞에 나타났다. 마유현은 추기경들을 앞에 두고 입을 열었다.
“교황군을 추가 소집하고, 부두교 측에 선제 타격을 준비합시다. 부두교 측에 빼앗긴 우리 성직자들을 데려올 겁니다.”
추기경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추기경 중에는 성전을 반대하는 입장을 가진 자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성전을 반대하는 발언은 부두교를 옹호하는 발언으로 받아들여질 염려가 있었다.
그렇기에 모든 추기경은 성전의 포문을 여는 마유현의 발언에 다만 고개를 조아릴 수밖에 없었다.
“정화의 일족, 성하연을 최우선으로 탈환합니다.”
정말 만약이라도 성하연이 부두교와 협력 관계라면, 로마니카교는 위험하다. 정화의 일족은 누가 뭐래도 로마니카교의 한 축을 담당하는 주요 가문이다.
그들은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이를테면 교황청 지하의 비밀 같은 것까지도.
만약 협력 관계가 아니라고 해도, 지금 성하연은 부두교 측에 납치를 당했다. 고문이든 뭐든, 이런저런 방법으로 성하연이 알고 있는 정보가 부두교 측에 새어나갈 위험이 있었다.
뭐가 됐든 성하연은 반드시 탈환해야 했다. 그러므로 1순위로 탈환해야 하는 것은 성하연.
“두 번째는 빛의 제전에서 제 대리인으로 나갔던 사제. 그다음은 북부성전사단의 김진서를.”
2순위가 ‘교황 대리인’. 그리고 3순위가 김진서였다. 김진서는 최근 성직자들 사이에서 영웅과 같은 존재로 추앙받고 있다.
그녀가 부두교에 납치를 당했고, 로마니카교가 그것을 탈환하지 못한다면, 성직자들의 사기와 교황청의 권위가 바닥까지 추락할 위험이 있었다.
“그러나, 가장 최우선으로 해야 할 것은 교주의 사살과 부두교의 섬멸입니다. 교황군 소집 후 이같이 전달하세요. ‘정당하고 신성한 전쟁’을 중심으로 선전하시고.”
“…….”
“로마니카교 내부에 부두교 측의 첩자가 분명 있을 겁니다. 특히 빛의 제전 개최에 관여한 성직자단 소속 인물 중에.”
마유현은 추기경들의 얼굴과 눈빛을 하나하나 응시했다. ‘첩자’라는 말에 달리 반응을 보이는 자는 없었다. 마유현은 말을 이었다.
“이단 심문관과 중앙성기사단을 축으로 해서 수사하세요.”
“알겠습니다, 성하.”
추기경들은 그렇게 말하고, 물러났다.
“…….”
마유현은 홀로 남아서, 멍하니 천장을 보았다. 천장은 화려한 그림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수많은 그림과, 그림 속 수많은 사람들이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당장이라도 쏟아져서 자신을 덮칠 듯한 그 그림들을, 마유현은 멍하니 계속 바라보았다.
* * *
도선우는 책을 읽었다. 경상교단 예배당에 지어진 임시 막사에서.
혼자 있을 때 책을 읽는 것은 그의 습관이었다. 그는 이미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은 책을, 또다시 읽고 있었다.
달리 어떤 목표가 있어서 독서를 하는 건 아니었다. 그건 어떠한 잡념, 이를테면 죄책감이나 낡은 우정이나 연정과 같은 것들을 잊기 위해서 치르는 의식과도 같았다.
“요, 교주님.”
그때, 누군가 도선우를 찾아왔다. 그는 책을 덮고 고개를 돌렸다.
“어, 하수영. 웬일이야.”
“또 이 책 읽고 있네. 이걸 도대체 몇 번이나 읽는 거야?”
“이건 얼마 안 읽었어. 한 13번 정도.”
“으.”
하수영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도선우가 지팡이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오른팔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 이후로 중심을 잘 못 잡게 된 것인지,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걸을 때 지팡이를 썼다.
지팡이가 없다고 해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지팡이를 쓰는 편이 움직이는 데에 있어 훨씬 편하다는 모양이었다.
하수영은 도선우의 지팡이를 흘긋 쳐다보고는 입을 열었다.
“……이번에 잡아온 사제 말이야. 머리카락 하얀 여자.”
“성하연?”
“그래. 그 사람.”
하수영은 질렸다는 듯이 한숨을 쉬고는 말을 이었다.
“뭐 물어봐도 대답을 안 해. 자꾸 도선우 데려와라, 이 말만 반복하고. 이거 뭐 어떡하라는 거야? 주술도 안 통하고.”
“정말로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나?”
도선우가 의심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하수영을 의심하는 건지, 성하연을 의심하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하수영은 조금 기분이 상했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것도 말 안 했다니까! 고문, 아니. 고문까지는 아니지만, 아무튼 꽤 강압적으로 물었는데도.”
“고문은 하지 말라고 내가 말했던 것 같은데.”
“고문은 안 했어. 물만 안 줬을 뿐이지.”
하수영이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하수영은 이번에 잡아온 성하연을 심문하는 역할을 맡았으나, 도선우의 명령으로 고문은 하지 않았다.
성하연뿐 아니라 김진서, 다른 중앙사제단의 사제들도 전부 고문은 당하지 않았다. 전부 도선우의 명령이었다.
“내가 직접 할게. 너는 좀 쉬어라.”
“……진짜? 마침 쉬고 싶기는 했어.”
“그래, 쉬어.”
도선우가 말했다. 그는 그러고 나서, 지팡이를 짚고 걸었다. 성하연을 비롯한 로마니카교 인질들이 잡혀 있을 막사로 걸음을 옮겼다.
성하연은 인질들을 잡아두기 위해 임시로 만든 막사 구석에 홀로 묶여 있었다. 성하연을 묶은 것은 그란브와의 식물 줄기였다.
묶여 있던 성하연은 초점이 없는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도선우가 나타나자, 비로소 그녀의 눈동자에 이채가 돌았다.
“성하연.”
도선우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성하연이 고개를 들고 도선우를 응시했다. 그 눈동자에는 약간의 배신감이 떠올라 있었다.
“왜 나를 묶어두는 거죠? 나는 도망칠 힘이 없어요. 도망쳐도 멀리 갈 수도 없고. 애초에, 이야기는 그때 다 끝난 줄 알았는데요.”
“너만 특별 대우를 하면, 다른 사제들이 널 의심할 테니까.”
도선우가 건조한 말투로 대답했다. 성하연은 도선우를 날카롭게 응시하며 혀를 쯧 찼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그럼 지금이라도 풀어줘요. 답답해서 숨을 못 쉬겠으니까.”
“그러지.”
도선우가 지팡이를 들었다. 그러자 성하연을 구속하고 있던 식물 줄기들이 단숨에 힘을 잃고 쪼그라들었다.
구속에서 벗어난 성하연은 그 자리에서 기지개를 쭉 폈다. 그리고 숨을 크게 한 번 들이마셨다가 내뱉었다.
“이번 전투에서는, 네가 말한 정보를 참고했다. 네가 바랐던 대로.”
“그랬던 것 같아요. 몇 가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이제 말해.”
도선우는 성하연의 말을 무시했다. 그는 그녀를 향해 한 걸음 다가가며 말을 이었다.
“로마니카교를 무너트릴 방법에 대해서.”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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