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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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미남은 괴로워.
이한은 시에라, 빌리, 93명의 마린과 함께 스텔스 기술이 적용된 함선의 격납고에 들어섰다. 스텔스 함선이 수송선의 식별번호 등을 확인하고 격납고를 개방했기에 무사히 들어설 수 있었다.
별로 위험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만약 수송선에 포격을 가했다면 이한 등은 그대로 공중산화할 수밖에 없었다. 게임오버다.
그럴 확률이 없다고는 볼 수 없었지만 추락사고를 겪을까봐 비행기를 타지 못한다거나 교통사고를 겪을까봐 차를 타지 않겠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확률이라 여겼기에 이한은 거리낌없이 스텔스 함선으로 향했고 그 예측은 보란 듯이 맞아 떨어졌다.
‘하여간 대단한 놈이네. 유니온의 스텔스 함선을 훔쳐 엠파이어를 습격하지를 않나. 나아가 세계정복까지 꿈꾸다니. 그 좋은 머리로 세상에 좀 이로운 일을 하면 안 되겠냐? 꼭 이런 비상한 놈들이 미친 짓을 거하게 저질러.’
게다가 세계정복이라니? 네가 무슨 애들 만화에 나오는 전형적인 악당이냐? 세계정복 부르짖다가 패망한 인물들이 참 많아. 무엇보다 인류 역사 이래로 세계정복에 성공한 역사가 없어요. 웬줄 알아? 일단 세계정복을 꿈꾸는 누런 새싹의 악당이들이 많아서 그렇다고 하자.
“생체반응이 느껴집니다. 수가 많지는 않습니다. 스무 명 남짓입니다.”
수송선에서 나와 함께 걸음을 옮기려던 이한은 시에라의 발언에 함선 내부로 향하는 통로를 바라봤다.
통로에서 만면에 웃음을 띄운 채로 걸음을 옮기던 마이노르는 자신의 예상과 전혀 다른 사람들의 출현에 미간을 슬쩍 좁혔다.
“너희는? 너는 한 이드라실?”
이한은 냉정한 어조로 말을 꺼낸 마이노르에게 입을 열었다.
“그래. 이 새끼야. 내가 아이작 목을 베기 전에 함께 죽이기로 다짐한 새끼가 있는데 그게 바로 너야. 아이작 죽이고나서 거지같은 기분에 휩싸이긴 했는데 그걸 고려해도 넌 내가 죽여버려야겠다.”
잠시 표정을 굳히던 마이노르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한을 바라봤다.
“나의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느냐?”
“나의 아이들 같은 소리하고 있네. 납치범 새끼가 애들 납치해놓고 오! 나의 아이들 이러고 있는 꼴이라니. 아 진짜 이 새끼들은 뇌를 낱낱이 해부해서 어떤 구조로 돌아가는지 파악해야 하는데 말이야.”
그때 시에라가 냉기 풀풀 넘치는 얼굴로 마이노르에게 말했다.
“글쎄요. 그런 노력을 기울일 가치가 있을까요? 그냥 폐기처분하는 게 빠를 것 같군요.”
가차 없이 목을 베어리겠다는 뜻이다. 역시 시에라다. 조심해야겠다. 가차 없이 잘릴···. 생각만으로 끔찍하니 여기까지 하자.
“시에라! 설혹 모든 것이 일그러졌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아니 전보다 더 강한 싹을 틔울 수 있는 씨앗을 세 개나 얻었으니 이것으로 만족해야겠군.”
확실히 마이노르 이놈이 난놈은 난놈이다. 지금 상황만 보고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파악한 것이 분명했다. 이런 새끼가 스페이스 워에서는 왜 무명이었지? 나 때문에 나비효과로 뒈질 놈이 살아나서 그런 건가?
하긴 시에라도 스페이스 워라면 죽었어야 했는데 살아나서 치트키가 되어 돌아오셨으니. 이러고 보면 변수는 또다른 변수가 해결하는 법인가? 마이노르라는 변수를 시에라라는 변수가 말이야. 실로 오묘하구만. 그나저나 씨앗이라고?
“씨앗을 세 개? 그건 또 뭔 개소리냐?”
마이노르는 음침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 옆에 타오르는 붉은 머리칼을 한 미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레나 하이비른, 시에라, 그리고 한 이드라실. 완벽하지 않은가? 슈퍼솔져, ESP 능력자, 사령관까지 내 손에 들어왔으니 더욱 강력한 세계를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으하하하하.”
이한은 무슨 헛소리를 하냐는 표정으로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냥 죽자!”
이한이 다가가려고 하자 마이노르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한 사령관, 네가 얼마나 뛰어난 사령관이든 간에 이 함선에 발을 디딘 순간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다. 클클클.”
그러자 먼저 시에라가 마이노르 옆으로 이동했고 이윽고 93명의 마린들 역시 모두 마이노르 편에 가서 섰다.
그 모습에 이한은 대경한 표정을 지으며 마이노르에게 외쳤다.
“무… 무슨? 이게 무슨 일이지? 저들에게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흐흐흐흐. 이들은 나의 수하가 될 것이고 한 이드라실 너도 나의 수하가 될 것이다. 으하하하하.”
절망한 표정으로 절규하듯 외치던 이한은 언제 그랬냐는 듯 정색하며 몸을 바로 세웠다.
“응. 그거 아니야.”
마이노르는 웃음을 터트리다가 말고 이한의 기이한 태도에 이상함을 느꼈다. 저런 태도가 아니라 내게 부복해야 할 텐데? 이런 의아함에서였다.
“음?”
퍽!
그때 둔탁한 소음이 울려 퍼지고 한 아이가 푹 쓰러졌다. 그와 함께 마이노르 주변에 있던 수하들이 모두 함께 쓰러졌다.
“이···. 이게 대체?”
이한은 마이노르에게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이죽거렸다.
“네 눈에 내가 병신으로 보이디? 내가 멍청한건 맞는데 알고 있는 사실엔 안 당해요.”
마이노르가 기묘한 물질을 퍼트리려던 이유가 무엇인가? 기묘한 물질에 감염되어야만 세뇌를 시키든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물질을 자신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는 함선에 뿌려두지 않았을 까닭이 있을까? 그것을 알고도 대비하지 않으면 그건 머저리 중에 상 머저리다. 정의의 이름으로 나서니 정의의 이름이 가호를 내려줄 거라고? 그래 죽어가면서 말하겠지. 하늘이 널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하늘은 용서하지 않을진 몰라도 넌 이미 죽은 거야. 일단 준비를 해야지. 준비를.
짜잔! 그래서 난 이미 준비를 했지. 시에라를 통해 검증된 방법으로 말이야.
“뭐? 뭐라?”
마이노르는 이한의 살벌한 기세에 뒤로 슬금슬금 물러서며 반문했다.
“크락투나 클론 군단에게 지금껏 얻어맞은 것도 억울한데 물론 일방적으로 조터진 건 또 아니지만 어쨌든 너 같은 조무래기 새끼한테도 얻어맞으면 억울해서 내가 숨이나 쉴 수 있겠냐 이 말이야.”
마이노르는 당황한 표정으로 쓰러진 아이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일어나라! 일어나라! 아이야. 일어나란 말이다!”
“일어나긴 뭘 일어나? 무엇보다 네 아이라면서 곤히 자는 애를 뭘 깨우고 그러냐? 그냥 네가 바닥에 누워.”
이한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마이노르의 면상을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콰앙!
이에 마이노르는 머리부터 바닥에 내리꽃혔다.
“크허헉!”
그 충격에 머리라도 깨진 모양인지 마이노르는 머리를 부여잡고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얼레? 비명을 지르네? 이거 참 신기하네. 아픈 줄 아는 사람이었어? 난 몰랐지. 고통이란 걸 전혀 모르는 존재라서 이런 일을 버젓이 저지르고도 거지 같은 웃음을 터트리는 줄 알았지 뭐야.”
퍼억!
“이 씨벌 새끼야.”
“커허헉!”
이한은 쓰러진 마이노르의 배를 발로 거세게 가격했다. 이에 마이노르는 또다시 비명을 지르며 한 쪽 구석에 처박혔다.
이한은 시에라 등에게 말했다.
“얼추 치료는 끝났다. 초인공지능 장치를 함선에 결합시켜서 거지 같은 물질 모조리 정화하고 관련 자료는 모조리 폐기시키도록. 그리고 이들은.”
이한은 주변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엠파이어 군인으로 보이는 자들을 바라봤다.
“치료는 끝났으니 수송선에 밀어넣고 엔두카로 보내. 붉은 머리칼의 여인은 하이모스 5함대장인 레나 하이비른 같은데 그런 사람 포로로 잡았다가 괜히 정치적인 문제에 휘말리면 상당히 골치 아파진다.”
“알겠습니다.”
“5함대장씩이나 되는 여자가 대체 여기서 뭘 하는 건지 모르겠네. 함선을 지키고 있었으면 이런 사태까진 벌어지지 않았을 거 아냐? 쯔쯔.”
혀를 차던 이한은 마이노르를 바라보며 이곳 스텔스 함선으로 향하기 전 지시하고 준비한 일 등을 상기했다.
스텔스 함선으로 바로 출발하려던 이한은 아이들을 떠올리곤 엠파이어 군인들이 데려온 아이들에게 치료마법을 펼쳤다. 마이노르와 연관된 아이들이니 어떤 식으로든 감염이 되어 있을 거라 여겼기 때문에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시에라 등에게도 치료마법을 펼쳐 두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마이노르가 무슨 물질을 만들었든 간에 자신에겐 통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거리낌 없이 올 수 있었다. 물론 그 가운데는 정의의 이름이 수호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지.
주사위를 높게 던진다고 높은 수가 나오는 건 아니니까. 인생이란 건 그런 부분이 있으니까. 운이라는 걸 무시하지 않는다. 시에라의 강력함 역시 그런 변수 중 하나였고.
어쨌든 시에라 등이 마이노르의 뜻대로 움직인 것은 약속된 움직임에 가까웠다. 시에라가 ESP 능력을 감지하고 마이노르 곁으로 움직이자 마린들도 따라 움직인 것이다. 그런 뒤 아이를 기절시켜 혹시 모를 불필요한 전투를 제거했다.
왜 하필 아이냐면 아이들을 치료하면서 ESP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감염된 이들을 조종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조심스럽게 움직일 필요는 없지만 더 안전하고 더 확실한 방법이 있는데 사용하지 않을 까닭이 없었다. 다시 말해 이 모든 것은 이한의 계획이었다.
이한은 쓰러진 마이노르에게 다가갔다. 지난 키아텍 스테이션에도 그렇고 이곳에서도 그렇고 이 미치광이 한 놈 덕분에 얼마나 많은 생명이 덧없이 사라졌든가? 분쇄기에 팔 하나 다리 하나 천천히 갈아넣어서 놈의 고통을 즐기고 싶은 악마적인 생각이 솟구쳤다.
“처참하게 고문해서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겠다. 그런다고 네가 변할 리도 없거니와 그건 내 마음에 부담을 더하고 내 안의 악마를 키우는 일만 될 테니까. 너 따위 놈을 죽이는데 그런 대가를 치를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클클클. 이 세계는 망가졌다. 망가졌으니 모조리 부수고 다시 만들어야 한다. 나의 세계는! 나의 세계는!”
“그런다고 달라지겠냐? 병신아? 모두를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초자원이라는 물질을 발견했음에도 더 큰 전쟁만 일으키는 게 인간이라는 족속이야. 아 복잡한 문제는 됐고. 널 설득시키느니 세상을 파괴하는 게 더 빠르겠지. 그러니 잡소리 그만하고 이제 꺼져라!”
촤라라락!
이한은 초진동검을 품에서 꺼내 검을 형성한 다음 쓰러져 있는 마이노르의 목을 가차 없이 베어버렸다.
촤아아악!
툭! 데구르르.
마이노르의 머리는 깔끔하게 잘려서 저편으로 힘없이 굴러갔다.
“소각시켜. 그 누구도 마이노르가 연구한 것에 대해 알아내지 못하도록!”
이한은 남아있던 마린에게 명령했다.
“알겠습니다.”
“클레디 그에게 신세를 지지 않아도 되겠군. 우리는 이대로 교전 지역을 벗어난다.”
*
엠파이어의 내전은 다행히 심화되지 않았으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한 이드라실이라는 이름은 유니온, 뉴트럴, 엠파이어 가릴 것 없이 모두가 아는 유명인사가 되었다. 이름뿐이랴? 홀로그램까지 존재하는 마당에 이한은 전 테라를 관통하는 유명인이자 영웅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한이 타카스 행성에서 활약한 장면은 어디를 가더라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인기 있는 컨텐츠 중 하나였다.
워가 이한이 부각 되게끔 아주 절묘하게 편집했기에 그 장면을 본 누구라도 이한에게 매료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다. 대중들은 믿을 수 없는 전공을 세우고 인간적인 면모까지 지닌 새로운 영웅에게 미친 듯이 열광했다.
이에 게임이나 영화를 비롯한 모든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이한의 활약을 컨텐츠로 제작하기를 원했다.
심지어 한 이드라실은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완벽한 육체를 가진 미남이 아닌가? 주인공으로 삼기에 너무나 적합했고 배경 역시 완벽했다.
야전 지휘관으로 최전선에서 활약하다가 사령관으로 임관했고 임관하자마자 다시 또 놀라운 전공을 세웠으니 이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스토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띠딕!
“어딜 틀던지 자네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군. 내가 사람을 잘못 본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이번만큼은 그 생각을 철회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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