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Fantasy Became a Dead Horse RAW novel - Chapter 92
092화
샬롯과 테사이아가 주고받듯 내뱉은 이야기를 들은 아스켈은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거짓말이라기엔 지나치게 구체적이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좀처럼 믿기 힘든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전부 사실이라면…. 여러분들은 카르하 못지않은 전사들이시란 얘기가 되겠군요.”
“이안은 그럴지도 모르겠군.”
“…….”
아스켈은 믿기 힘들어하는 와중에도 굳이 의구심을 표하지 않았다.
일행도 믿음을 강요하지 않았다.
그저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둘 뿐, 아스켈의 믿음은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호오….”
마침내 마을의 전경이 드러났다.
관도에서 떨어진 숲 한복판.
야트막한 언덕 위에 빽빽하게 솟은 목책을 보며 이안이 내뱉었다.
“내 예상보다 훨씬 크군.”
“우리 마을에는 카르하의 성상이 있습니다. 성상은 북부를 통틀어도 몇 개 되지 않죠. 그래서 자치령 도시 대신 여기로 이주한 사람들이 꽤 됩니다.”
아스켈이 말했다.
자랑스러워하거나 으스대는 것과는 거리가 먼 말투였다.
이안은 아스켈도 자치령의 관문 너머로 이주하길 원하고 있으리라 어렵지 않게 짐작했다.
의외인 부분이었다.
보통 저 나이엔 대전사나 용사 따위의 단어를 동경하게 마련이니까.
‘내가 상관할 부분은 아니지만.’
“잠시 기다려 주세요. 문을 열겠습니다.”
아스켈이 마을 입구를 막은 대문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거의 요새나 다름없군.”
목책 위로 드러난 활을 든 북부 전사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샬롯이 말했다.
이안이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겠지. 증축을 거듭하면서 요새화된 걸 거다.”
목책을 구성하는 나무는 낡은 것과 새것이 섞여 있었다. 언덕 인근의 나무는 죄다 밑동만 남아 있었다. 오히려 그래서 더 숲속의 요새처럼 보였다.
“속이 좀 울렁거려. 기분 나빠.”
미간을 좁힌 테사이아가 읊조렸다.
이안이 그녀를 돌아보았다.
“속이 울렁거린다고?”
“응. 네가 전에 들렀던 사원 근처만큼은 아니지만.”
“흐음.”
이안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성상이 있다더니. 눈 덮인 이곳에서, 그저 북부인의 기백으로만 버티고 있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샬롯이 콧방귀를 뀌었다.
“잘됐군. 조용히 있어라. 그 눈깔 관리나 잘하고. 네가 마족이란 걸 들키면 상황이 피곤해질 테니까.”
“눈은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닌데, 어떻게 관리하란 거야?”
“그건 내 알 바 아니지. 장님인 척이라도 하든가.”
“그게 말이 되는 소리-”
“입들 닫아라. 문이 열린다.”
이안이 말을 잘랐다.
샬롯과 테사이아가 앞을 바라보았다. 대문이 열리고 있었다.
이안이 걸음을 옮겼다.
목책 위에 선 초병들의 시선이 그들을 따라 움직였다.
두꺼운 대문 너머, 눈을 가늘게 뜬 북부인 전사의 모습이 드러났다.
‘전형적인 야만 전사군.’
미구엘은 북부인이라고 다 우락부락한 근육질은 아니라고 했었지만.
지금 보이는 전사들은 대부분 곰 같은 덩치의 소유자였다.
다들 온갖 짐승의 털가죽을 두르고 있어서 더 그렇게 보였다.
이안은 그들의 시선을 아무렇지도 않게 흘리며 대문을 지나쳤다.
뒤에서 샬롯의 그르렁대는 나지막한 숨소리가 이어졌다.
보나 마나 문지기와 눈싸움을 하는 것이리라.
“집으로 모시겠습니다. 따라오시죠.”
기다리던 아스켈이 몸을 돌렸다.
“저건 마족 같은데. 이런 시기에 저런 자들을 손님으로 받다니. 마을의 일에 끌어들이려는 건가.”
“그래 보이는데. 부끄러운 줄을 모르는군. 하긴, 겁쟁이 아스켈이니 그러고도 남겠지.”
“그 훌륭한 전사의 핏줄에서 저런 겁쟁이가 나오다니….”
뒤에서 나지막한 목소리들이 이어졌다.
아스켈은 들리지도 않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걸음을 옮겼다.
“겁쟁이 아스켈이라고…?”
오히려 미간을 찌푸린 샬롯이 되물었다. 아스켈이 어깨를 으쓱였다.
“마을에 눈이 덮이기 시작하면서, 전 마을 사람 전부가 관문 너머로 이주해야 한다고 주장했었습니다. 제 또래에서 그렇게 말한 건 저뿐이죠. 그래서 붙은 별명입니다.”
“나였다면 저자들의 목젖을 전부 뽑았을 거다. 다신 헛소리를 할 수 없도록.”
“전 그럴 생각까진 안 드는군요. 겁쟁이라 그럴 지도요.”
“그럴 리가.”
피식한 이안이 말했다.
“나와 이 녀석들을 똑바로 보면서 할 말 다 하는 인간은 아주 드물다, 아스켈. 혼자일 땐 특히.”
“동감이다. 넌 겁쟁이가 아니야.”
샬롯이 거들었다.
덤덤하게 미소 지은 아스켈이 덧붙이는 말 없이 걸음을 옮겼다.
이안도 마을을 눈에 담았다.
진흙탕인 대로 좌우로 통나무로 지은 집들이 늘어서 있었다.
멋대로 지은 것처럼 보였지만, 묘한 규칙성이 있었다.
저마다 바쁘게 움직이는 주민들은, 그 와중에도 거리를 지나치는 일행에게 경계의 시선을 보냈다.
아무리 폐쇄적인 마을에 샬롯까지 있다 해도 과한 경계심이었다.
“남자는 별로 안 보이는군.”
“바쁜 시간이니까요. 어젯밤 경계를 선 사람들은 자고 있고, 나머진 사냥과 수색을 나갔을 겁니다. 말씀드렸다시피, 문제에 직면해 있거든요.”
어느새 마을 중심부였다.
광장 비슷한 용도로 보이는 공터와 그나마 거대한 건물이 있었다.
일종의 연회장인 모양이었다.
아스켈이 손을 들었다.
“저게 카르하 성상입니다.”
“이미 보고 있었다. 상당히 오래된 석상이군.”
석상은 광장 옆에 솟아 있었다.
땅으로 향하게 든 대검을 양손으로 움켜쥔 장발의 전사였다.
석상을 응시하는 이안의 육감이 절로 예민하게 돋아났다.
“실제 모습을 그대로 만들었다는데. 확인할 방법은 없습니다.”
아스켈의 말에, 이안이 어깨를 으쓱였다.
“신성이 깃든 거로 봐선, 사실일 수도 있겠는데.”
석상 내부에서 신성력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예전 루 솔라의 성상이나 화로의 사원의 성화만큼 선명하진 않았지만. 저 석상의 내부 어딘가에 존재하는 건 확실했다.
샬롯이 흥미롭다는 듯 성상을 응시하고 테사이아는 조용히 미간을 좁히는 가운데, 아스켈이 이안을 돌아보았다.
“신성을 느낄 수 있으신 겁니까?”
“그렇지. 너희는 못 느끼나?”
“아주 선명할 때만요. …하긴, 이안 님이라면 느끼실 수도 있겠군요. 제가 들은 대로면 엄청난 전사실 테니까요.”
별소릴 다 하네.
피식한 이안이 성상을 턱짓했다.
“칼끝의 저건, 피 같은데.”
석상이 양손으로 쥔 대검 끝부터 인근의 땅이 검붉게 물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예. 검에서 흘러나오고 있죠.”
“기적인 거군.”
루 솔라의 성상이 빛을 뿜던 것처럼, 카르하는 검에 피가 맺히는 모양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피라니. 루 솔라 교단이 카르하를 악신으로 규정하지 않은 게 더 기적 같았다.
“두어 달쯤 전부터 저렇게 되기 시작했습니다. 불길한 징조라더군요. 전사의 검이 피로 물들 거라고요.”
“두어 달…?”
“그 후로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면, 아예 틀린 말은 아닐 지도요.”
“흐음….”
이안의 눈매가 설핏 꿈틀댔다.
그가 북부에 발을 들인 시기와 묘하게 겹쳤기 때문이다. 지하 궁전의 악마와 맹약을 맺은 시기와도 비슷했다.
‘…자의식 과잉이군. 모든 일이 나 때문인 건 아닐 텐데.’
이안은 이내 낮게 실소했다.
그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도 없는 건 아니지만, 성상이 불길한 징조를 내보일 이유는 그 외에도 차고도 넘쳤다.
웅웅, 허리춤의 단죄의 검이 문득 낮게 울었다.
‘뭐 어쩌라고. 난 댁들한테 관심 없어.’
속으로 읊조리며, 이안은 아무렇지도 않게 성상을 지나쳤다.
카르하의 검 끝에 맺힌 붉은 빛이 조금 더 선명하게 일렁이는 것은, 보지 못한 채였다.
***
골목 끝. 아스켈은 목책 근처의 집 앞에서 멈췄다.
“여깁니다.”
“혼자 살기엔 커 보이는데.”
“영감님과 둘이 삽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제 손님이니 별일 없을 겁니다.”
이안이 가볍게 미간을 좁혔다.
“그냥 여관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우리 마을엔 여관이랄 게 딱히 없습니다. 빈집을 빌릴 테니, 잠시만 계시면 됩니다. 말씀드릴 것도 있고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아스켈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서 대화가 몇 마디 이어지더니, 이내 다시 문이 열렸다.
“들어오세요.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테사이아와 눈빛을 교환한 이안이, 그녀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비로소 집 안에 들어섰다.
짐승 가죽에서 나오는 누린내와 퀴퀴한 한기가 감도는 내부.
구석의 의자에 기대앉은 노인이 이안을 바라보았다.
비쩍 마른 백발. 왼쪽 눈이 움푹 파인 애꾸였다. 눈을 앗아간 것으로 보이는 굵은 흉터가 한쪽 이마에서 턱 끝까지 이어져 있었다.
일행을 본 노인의 미간이 미미하게 좁아졌다.
“흐음.”
“제 손님이니 무례하게 굴지 마시죠.”
아궁이처럼 생긴 난로에 불을 피우며, 아스켈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노인이 실내 한복판에 놓인 식탁을 향해 팔을 들었다.
노인은 왼손도 손목 아래까지밖에 없었다.
“앉으시오.”
이안이 태연하게 의자에 앉았다. 샬롯과 테사이아도 자연스럽게 주위에 모여 앉았다.
낡은 의자에서 삐걱대는 소리가 났다.
불을 지핀 아스켈이 몸을 돌렸다.
“숙소를 빌리고, 먹을 것도 구해서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더 필요하신 건 없으세요?”
“혹시, 목욕도 할 수 있나?”
“목욕이요…? 할 수는 있습니다만.”
아스켈이 뜻밖의 말을 들었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 이안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목욕 준비를 해 주고, 집을 미리 따듯하게 덥혀 주면 좋겠군. 추운 건 지긋지긋해서.”
“예.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아스켈이 밖으로 나갔다.
잠시 불편한 적막이 내려앉았다.
일행을 응시하던 노인이 이윽고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마물 사냥꾼이라고 들었소.”
“용병이오. 마물들과 주로 싸우긴 하지만.”
“이미 의뢰를 받으셨소?”
“아직. 마을에 무슨 문제가 일어난 건지도 들은 바 없소.”
“흐음. 마을 전사들의 동의라도 구하려는 건가. 동의할 리 없거늘.”
이안의 미간이 설핏 좁아졌다.
“여긴 용병에게 의뢰도 마음대로 할 수 없소?”
“그건 아니오. 하지만 당신들이 아무리 전문가라도 셋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것이오. 마을 전사들과 함께 해결해야 하지.”
“글쎄….”
이안은 목책 근처의 전사들을 떠올렸다. 일행 셋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 그런 놈들 수십이 더 있더라도 달라질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전사들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오. 외부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건 의미 없다 여길 테니까. 아스켈은 이미 눈 밖에 났으니, 외부인을 들인 보복만 당할지도 모르겠군.”
노인이 나지막이 혀를 찼다.
“카르하께서 싸운 건 살아남기 위해서였건만. 다들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잊었소. 이러다 결국은 다 죽게 되겠지.”
“그럼 그냥 떠나면 되지 않겠소?”
노인이 피식 웃음 지었다.
“난 살 자리가 아니라 죽을 자리를 찾아야 하는 늙은이요. 살아야 하는 건 젊은것들이지.”
“호오….”
이런 대답을 들을 줄이야.
이안의 눈빛이 묘해지는 그때, 문이 열렸다.
바구니를 손에 든 아스칼이 안으로 들어섰다.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식사부터 준비하겠습니다.”
“준비는 다 끝냈냐?”
“예.”
바구니를 옆에 놓은 아스켈이 이안에게 돈주머니를 내밀었다.
이안이 가볍게 미간을 좁혔다.
“너무 조금 줄었는데.”
“일단은 제 손님들이시니까요. 아예 안 쓰고 싶었는데, 제가 가진 돈이 별로 없어서요.”
“흐음.”
턱을 긁적이던 이안이, 문득 노인을 돌아보았다.
“영감님.”
“……?”
“요리, 할 줄 아시오?”
“그냥 불에 굽는 정도라면.”
“그럼 부탁 좀 드리겠소.”
노인이 군말 없이 일어섰다.
아스켈이 고개를 기울였다.
이안이 탁자의 빈자리를 턱짓했다.
“앉아라.”
자리에 앉은 아스켈이 눈을 끔뻑였다. 이안이 툭 내뱉었다.
“마을의 문제라는 게, 뭐지?”
“어… 여러분이 아무리 강하시다 해도, 세 분이 해결하실 순 없을 겁니다. 마을 전사들이 도움이 있어야 해요. 그 부분을 해결하는 게 우선입니다.”
저 노인네 말대로군.
내심 피식한 이안이, 태연하게 아스켈을 바라보았다.
“그건 네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가불가와 방법 모두, 내가 판단하고 결정할 부분이지.”
“……!”
“네가 할 건 의뢰의 내용을 설명하고, 보수를 제시하는 것뿐이야. 의뢰인의 역할은 거기까지지.”
한쪽 어깨를 까딱인 이안이 덧붙였다.
“난 질질 끄는 건 딱 질색이야. 이미 그렇게 됐으니, 지금이 아니면 더는 묻지 않을 거다.”
잠시 머뭇거린 아스켈이, 이윽고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밤마다 마을을 포위하는 마물이 있습니다. 저희는 하얀 악마라고 부르죠.”
“자세히.”
“처음엔 하나였습니다. 하얗고 거대한, 처음 보는 종류의 하피였죠. 저도 한 번 실제로 봤는데, 하피라기보단 악마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눈도 없고, 하얀 왕관 같은 뿔만 돋아 있었죠. 마을 전사들이 달려 나가자 그대로 날아서 도망쳤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다시 왔겠군. 이번엔 부하들을 끌고.”
아스켈이 눈을 끔뻑였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얘기나 계속해.”
“처음엔 오거 한 마리였습니다. 그저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죠. 그다음 날엔 하피가 몇 마리 더 왔고, 그다음 날엔 고블린도 있었습니다. 그제야 부하가 계속 는다는 걸 알고, 토벌하러 나갔죠.”
“실패했겠군.”
“네. 놈은 마물들만 보내고 도망쳐 버리더군요. 몇 번 반복됐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부턴, 망자들을 끌고 왔습니다.”
이안의 미간이 설핏 좁아졌다.
“망자…?”
“예. 걸어 다니는 해골들이요. 전사들이 나가면, 망자들만 보내고 도망치고요.”
이안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변이된 하피 여왕. 게임에도 있던 네임드 몬스터였다.
본래 하피는 여왕을 중심으로 소규모 무리 생활을 하는 마수였다.
날아다닌다는 걸 제외하면 전투력 자체는 별 볼 일 없는 놈들.
현혹 효과를 가진 정신파는, 정신력이 조금만 높아도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검은 벽의 광기에 물들어 변이된 녀석은, 하피 대신 다른 마물을 끌고 다녔다.
거기다 특유의 경계심도 여전해서, 처음부터 놈을 노리거나 주의를 분산시키지 않으면 금방 도망쳐 버렸다.
하지만 언데드를 끌고 다니는 건, 게임에선 없었던 패턴이었다.
‘이것도 현실이 되면서 달라진 건가. 내가 거인 네임드들을 죄다 쳐 죽여서 생긴 변화인지도.’
“그 후로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쪽은 희생자가 조금씩 늘고, 피로도 쌓이고 있죠. 그래서 며칠 전부턴 토벌을 멈추고 낮에 놈의 둥지를 수색하고 있습니다.”
“소득이 없겠군. 마물은 쌓일 만큼 쌓였겠고.”
“…네. 다행히 어느 순간부터 숫자가 더 늘지는 않고 있지만, 싸우면 피해가 적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이젠 망자들만 보이고, 놈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는다더군요.”
“하피다운 방식이군. 그래서….”
고개를 끄덕인 이안이 아스켈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놈을 처리해 주면, 넌 대가로 뭘 줄 수 있지?”
“그건-”
“나한테 제국 금화가 몇 개 있소. 그걸 전부 드리지.”
끼어든 노인이 말했다.
아스켈이 놀란 듯 그를 돌아보는 가운데, 이안의 눈앞으로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하얀 악마. 힘 능력치를 하나 올려 주는 게 보상이었다.
…이거, 원래는 야만 전사 전용 퀘스트인 것 같은데.
생각하며, 이안이 미소 지었다.
“받아들이지. 계약은 성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