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Fantasy Genius Dem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64
164화
균열
렌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가온이 내놓은 보따리 안에는 다양한 물건들이 들어있었다.
귀한 취급을 받는 희귀 마수 부산물.
로아 대평야에서 뱀파이어를 쫓아내고 받은 보상.
그리고.
“이건……마나석인데.”
디산즈가 데얀에서 숲지기들을 위해 일하는 대가로 받은 마나석까지.
“버림받은 자들의 도시라고 불리우는 데얀에서 생산된 마나석이야. 이미 알고 있겠지만.”
도시 안에도 마나석 광산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 효능이 떨어지고 채산성이 좋지 못하다.
그로 인해 많은 수요에 반해 공급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도시에서 제대로 된 마나석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였다.
바로 데얀산 마나석처럼.
“알지. 마나석을 짊어지고 다니는 랫맨 행랑꾼은 아는 사람은 아는 유명인사들이니까.”
“어때. 이 정도면 디산즈가 원하는 공방을 꾸릴 정도는 되겠지?”
“그야 물론 충분……잠깐. 방금 뭐라고 그랬지?”
렌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 멈칫거렸다.
“디산즈가 원하는 공방…….”
“디산즈!?”
렌은 다시 말하는 가온의 말을 끊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휙!
렌은 혹여 부러지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격렬하게 고개를 돌렸다.
“정말 그대가 디산즈요?”
“후후후.”
디산즈는 말없이 웃었다.
때론 대답하지 않는 것이 더 대답이 되는 순간이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런 순간이었다.
“……허!”
경탄의 반응.
가온은 상황이 돌아가는 걸 가만히 지켜보았다.
렌이 디산즈에 대해 뭔가 아는 듯했고, 그건 이토록 크게 놀랄 만큼 대단한 종류의 것인 듯 보였으니까.
가온의 시선을 느낀 것일까.
렌이 고개를 돌려 설명을 시작했다.
“십 년도 더 된 이야기야. 크래프트에서 불세출의 천재가 탄생했다는 소식에 온 도시가 떠들썩했었다네.”
“그 천재가 바로 디산즈다?”
디산즈는 뭘 물어 확인하냐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게 바로 나야.”
렌은 디산즈를 흘끔 보며 말을 이었다.
“야금술과 대장질에도 탁월한 재능을 가졌지만, 더 뛰어난 건 인챈트 실력이었거든.”
“인챈트라…….”
“그가 개발한 특유의 시그니처 인챈트는 그를 독보적인 존재로 우뚝 세우기에 모자람이 없었어.”
가온은 렌의 설명을 들으며 미심쩍은 눈으로 디산즈를 바라보았다.
‘흠……그 정도라고?’
사실 그전까진 디산즈를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꽤 대단했다는 건 알았지만, 그가 받아쓴 무구들은 그 정도의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가온이 상대한 적들이 하나같이 강했기에 쉽게 내구가 다한 것도 있었다.
디산즈는 그런 가온의 생각을 읽었는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말했잖아. 네가 만들어 달라고 했던 것들은 제 성능의 절반도 못 낼 거라고.”
“그게 그런 의미였나.”
“뭐 데얀의 공방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던 것도 있고. 게다가 사용한 금속도 가진 것 중에선 제일 좋았지만, 최상급 재료라고 하기엔 손색이 있어서 말이야.”
“그럼 레이나에게 만들어준 검은?”
“그거?”
디산즈가 히죽 웃었다.
“단언하지. 그건 내가 만든 검 중 최고의 물건이야. 모든 게 완벽하게 갖추어진 공방에서 다시 만들라고 그래도 그것보다는 좋지 못할 거다.”
레이나가 파판을 상대로 사용했던 은빛의 검은 디산즈의 작품이었다.
가온이 만든 생명의 불로 틸리티 세상의 주민으로 만들었던 대검을 정화하고, 레이나의 체형에 맞게 새로 제작했다.
그런 뒤 그만의 방식으로 인챈트를 진행한 것.
비록 장소의 열악함은 있었지만, 재료의 뛰어남은 그 어떤 검에 비할 바가 못 됐다.
자신만만한 디산즈의 말을 들은 렌이 물었다.
“보기엔 성격이 그리 내향적이지 않은 것 같소만.”
“누가 내 성격이 내향적이라고 했나 보네.”
“소문이 나길 그런 식으로 났었지. 크래프트의 새로운 마이스터의 성격이 지극히 내향적이라 사람 만나는 걸 힘들어한다고.”
“하! 헛소문에 불과해.”
디산즈의 성격은 외려 정반대였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두려워하기는커녕 반기는 성격이었다.
“지나고 보니 알겠더군. 그 모든 게 다 외부와의 접촉을 일부러 끊어 놓은 것이었다는 걸.”
“의도적으로 모두를 속였다는 소린가?”
“그래.”
디산즈는 미간을 한껏 찡그리며 거친 호흡을 내뱉었다.
“어떤 상황이었는지 짐작이 가는군.”
가온은 디산즈의 표정과 말투, 그 속에서 느껴지는 짙은 분노에 그가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럼 칩거에 들어갔다는 것도 지어낸 거겠어.”
“정확해. 놈은 내 시그니처 인챈트의 배열방식을 꾸준히 빼냈고, 완전히 구현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날 쫓아냈어.”
디산즈는 렌의 말에 대답하다 흥, 하고 코를 찼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이었지. 고작 배열방식으로 내 시그니처 인챈트를 구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시그니처에는 괜히 시그니처라는 말이 붙는 게 아니다.
요컨대 배열방식 말고도 방점을 찍어줄 마지막 한 수가 더 있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내 시그니처 인챈트가 구현된 장비가 세상에 나오지 않은 것을 보면 뻔하지.”
디산즈의 입꼬리가 비죽 올라갔다.
비웃음이 담긴 조소였다.
* * *
디산즈가 용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갔고 가온은 남았다.
렌은 아직 할 말이 남았냐는 듯한 표정으로 가온을 보았다.
가온도 곧장 본론을 꺼냈다.
“마왕군에 대해 대비하는 건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그게……이제 막 대화가 시작되는 참이라네.”
렌은 난색 어린 얼굴로 대답했다.
가온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흑마법사가 마수를 통솔하던 오브 조각을 남기고 갔는데도?”
“그랬는데도.”
렌은 찹찹한 기색을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내며 말했다.
“단순한 조각만으론 특별한 증거가 될 수 없다더군.”
“더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오란 말인가.”
“맞아.”
“어딜 찾아간 거지? 모든 거대 세력이 다 그런 반응을 보인 건 아닐 거 아냐.”
“‘원’을 제외한 모든 곳을 찾아갔었어.”
“설마 다 그런 반응을 보였다고?”
“세력을 잘 유지하고 있는 입장에서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겠지.”
렌의 씁쓰레한 표정이 더욱 짙어졌다.
“더구나 블루블러드는 내부 알력이 큰 문제로 대두됐어. 서로 두 계파로 나뉘어 세력 싸움을 시작했거든. 그래서인지 외부의 문제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보이더군.”
“세력 싸움?”
“어.”
이번엔 가온이 미간을 찡그렸다.
“데얀에서 들은 소식으론 그런 말은 전혀 없었는데?”
“행랑꾼들이 가져다 나르는 정보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 나름 보안에 신경 쓰고 있기 때문에 데얀에서까지 소식을 뜨기엔 어려움이 따랐을 거야.”
물론 도시에선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렌은 그 말을 덧붙이며 말을 마쳤다.
가온이 다시 물었다.
“자세히 좀 들을 수 있을까?”
“블루블러드?”
“맞아.”
“음……블루블러드는 예전부터 조금씩 균열이 생겨나고 있었어. 그게 근래에 들어 쩍! 하고 갈라져 버린 거고.”
블루블러드는 몬스터라 불리던 종족들의 연합에서 시작해 거대단체로 성장했다.
당연히 무수히 많은 종족의 집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대부분의 몬스터 종족은 푸른 피를 지니고 있지만, 인간이나 아종족처럼 붉은 피를 지닌 종족도 많았다.
그럼에도 단체의 이름이 블루블러드가 된 건, 그나마 그것이 그들을 공통적으로 묶을 수 있는 단어였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각양각색의 종족을 하나의 단체로 묶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강렬한 카리스마를 지닌 홀로 우뚝 선 리더가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그 리더가 바로 오크 종족이었지. 그래서 블루블러드가 설립된 이래로 블루블러드의 리더는 늘 오크가 맡아왔어.”
“세대를 거칠수록 다른 종족에서 불만이 쌓여갈 수밖에 없는 구조네.”
“맞아. 하지만 대대로 오크가 리더를 해온 걸 두고 불합리하다고 할 수는 없어.”
“왜?”
“실제로 블루블러드의 구성원 중 절반이 오크이고, 6레벨을 돌파한 초인의 수도 오크가 가장 많으니까.”
가만히 설명을 듣던 가온이 툭, 한마디 했다.
“리더가 자리를 비웠다.”
그의 말엔 확신이 어려있었다.
“어떤 변고가 생긴 것인지는 모르지만, 리더는 결코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야.”
“……그걸 어떻게 알았나?”
렌은 순간 가온이 블루블러드 내부의 문제를 미리 알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란 건 렌도 앞선 가온의 반응으로 알고 있었다.
“네 말속에 답이 있었으니까.”
단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종족 규모와 확고한 지지층이 되어줄 초인전력까지.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리더의 지배력이 결코 흔들릴 만한 조건이 아니었다.
밑바탕이 되어주는 지지기반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졌거나.
그게 아니라면 리더의 일신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일 텐데.
“지지기반인 오크 종족 자체에 큰 문제가 발생한 거라면, 내가 아무리 데얀에서 도시의 소식을 받아보았다고 해도 블루블러드의 이변을 몰랐을 리 없어.”
“맞아. 어떻게든 소문이 날 수밖에 없는 사안이긴 하지.”
“반면에.”
“리더에게 문제가 생겼을 경우는 어떻게든 내부 단속을 할 수 있는 문제라는 말이네.”
렌은 가온의 말을 이어받으며 나지막이 감탄을 터트렸다.
“맞아. 그러니까 리더 쪽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 더 합당한 이유가 될 수 있겠지. 그것도 다른 종족 쪽에는 알리지 않은 극비사항일 것이고. 당연히 오크 종족 내에서도 아는 이가 극히 드물 테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오크가 아닌 다른 종족들은 리더의 상태에 대해 긴가민가 오락가락하고 있었을 거야. 그러니 당연하게 무턱대고 지를 순 없었을 거고.”
그랬다가 혹시나 리더가 돌아오면.
그들은 리더가 없는 틈을 타 반란이나 일으키는 파렴치한 놈들이라는 나쁜 이미지를 얻게 될 테니까.
그렇게 가온이 말을 마친 후 잠시 미간을 찡그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조금씩 자잘한 패들을 던지며 오크들의 반응을 살펴야겠지. 그러다 확신이 들면 결단을 내릴 테고.”
“아직은 그런 때가 아니다?”
“내가 예상하기론.”
렌은 가온의 추측에 나지막이 감탄했다.
그 추측이 상당히 들어맞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정확한 건 알 수 없어. 우린 블루블러드가 아니니까.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측하기론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역시 그런가.”
가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블루블러드의 리더가 자리를 비웠지만, 그럼에도 이따금 존재감을 드러낸다고 해.”
“직접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제외한 모든 방식이 되겠네.”
“맞아. 행정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우릴 습격한 블루블러드 산하 조직의 동맹도 어수선한 상부 조직의 분위기에 많은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겠어.”
가온의 추측에 렌이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대답했다.
“음……아마 그렇지 않을까? 내가 알기로 너희를 습격한 열 개 단체 모두가 비(非)오크 세력에 연줄을 대고 있던 녀석들이거든.”
“반면에 케일 모험단은 오크 세력에 연이 닿아있었고.”
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렇기 때문에 무려 열 개나 되는 단체가 동맹을 맺어가면서까지 더 거리낄 거 없이 행동했겠지.”
다크 판타지의 천재 마수사냥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