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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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돼!”
“이, 이건 말이 안 된다! 어찌…!”
“이럴 수가….”
천사들은 자욱한 흙먼지를 뚫고 걸어 나오는 지크를 바라보며, 경악에 가득 차 중얼거렸다.
쿵쾅쿵쾅!
그런 천사들의 심장은 당장에라도 터져버릴 것처럼 두방망이질을 치는 중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후들후들!
천사들의 두 다리는 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시나무처럼 벌벌 떨렸다.
그건 본능에 각인된 공포였다.
천족들의 DNA에 새겨진, 거스를 수 없는 반응이었던 것이다.
저벅저벅!
이윽고 지크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었을 때.
“아아….”
“맙소사.”
천사들은 경악하다 못해 절망했다.
마왕.
천족의 천적이자 영원한 숙적이라 할 수 있는 마족.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개체인 마왕이 중간계에 모습을 드러낼 줄이야….
게다가 느껴지는 마력의 농도는 결코 반쪽짜리가 아니었다.
마왕의 완전체가 중간계에 강림하는, 말도 안 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미쳤네.’
지크는 자신의 상태창을 바라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조금 전 폭격에서 영혼 에너지를 모아 사용해본 스킬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알림: 스킬의 지속 시간이 57초 남았습니다!] [알림: 스킬의 지속 시간이 56초 남았습니다!]물론 제한 시간이 있지만, 상관없었다.
마왕인 상태의 스펙이라면, 불과 1분 남짓한 시간 내에 적들을 모조리 쓸어버리는 일도 가능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미, 미친놈….”
채형석은 스킬을 사용해 진짜 마왕으로 변신한 지크를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모든 마왕들이 그토록 바라는 중간계 강림을 고작 대학살을 벌임으로써 실현시킬 줄이야….
‘도대체 어디까지 무지막지해지려는 거지?’
채형석은 이제 지크가 더 얼마나 괴물이 되어갈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만큼 지크가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날이 갈수록 더 뛰어나졌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파앙!
지크가 측 진영을 향해 쇄도했다.
번쩍!
뒤이어 터진 스킬!
극저온의 냉기를 머금은 새하얀 섬광이 빗발치며, 반경 500미터를 집어삼켰다.
“……!”
“……!”
“……!”
그렇게 1만 명이 넘는 적들이 일제히 얼어붙었다.
뒤이어 셋, 둘, 하나.
콰앙!
지크가 로 땅을 내리찍던 순간.
와르르르르!
얼어 있던 적군들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내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1만 명 이상이 얼음 부스러기가 되어 죽어버린 것이다.
“아아악!!!”
에펜베르크 중장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경악했다.
아니, 경악을 넘어 공포에 질리고 말았다.
“아, 악마다… 저자는… 저자는 악마란 말이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금의 지크는 마왕인 상태였으니까.
“쏴, 쏴라! 쏘란 말이다!”
에펜베르크 중장은 발작에 가까운 비명을 내지르며, 지크를 포격할 것을 명령했다.
펑펑! 펑! 펑! 펑펑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펑! 펑! 펑! 펑펑! 펑! 퍼엉! 펑! 펑펑!
뒤이어 하늘에 떠 있던 전투순양함들이 지크를 향해 수천 발의 포탄을 퍼부어대기 시작했다.
“후우.”
지크는 날아드는 포탄들을 바라보며 10장의 날개를 활짝 폈다.
그리고 하늘 높이 날아올라 포격을 피해내었다.
[알림: 스킬의 지속 시간이 23초 남았습니다!] [알림: 스킬의 지속 시간이 22초 남았습니다!]의 지속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아직은 여유가 조금 있었다.
‘되나?’
지크는 의 전투순양함들을 바라보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우우우우웅!!!
그러자 시커먼 기류가 휘몰아치며 지크를 휘감았다.
‘한번 해보자.’
지크는 를 쭉 내밀고 을 뿜어내었다.
뒤이어 물질을 분자 단위로 분해해버리는 무형의 쇼크웨이브가 뻗어나가 측 전투순양함들을 덮쳤다.
그런 뒤 정확히 3초 후.
슈우우우!
슈우우우우우우우!
가장 앞서 있던 측 전투순양함 세 척이 동시에 추락하기 시작했다.
마왕 상태인 지크가 내뿜은 에 의해 기체가 산산조각으로 부서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콰앙!
쾅!
콰아아앙!
추락한 전투순양함들이 측 진영으로 떨어져 대재앙이 벌어졌다.
“도, 도망쳐!”
“피해!”
“뛰어! 뛰라고 이 새끼들아!”
측 장병들은 하늘에 떠 있던 전투순양함들이 머리 위로 추락하자 놀란 바퀴벌레 떼처럼 사방팔방으로 도망쳤다.
그러나 거대한 전투순양함이 세 척이나 추락하는데 도망친다고 피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으악!”
“으아아아아악!”
결국, 신성동맹군들은 추락한 전투순양함들에 깔려 수만 명의 사상자를 기록하고 말았다.
“차, 차원이 다른 강함… 우린 지금 드래곤을 상대하고 있는 것인가….”
에펜베르크 총사령관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지크가 대적 불가능한 괴력난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답이 없었다.
현재 측에 그랜드 마스터 등급 이상의 강자가 없는 이상 지크를 막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후, 후우….”
에펜베르크 총사령관의 입에서 기어코 가 흘러나왔다.
“후퇴! 후퇴하라! 전군! 후퇴하라! 후퇴하란 말이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
***
그렇게 는 역사에 길이 남을 전설이 되었다.
그리고 그 전설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지크였다.
혼자서 30만 명에 달하는 과 전투를 벌여서 적들을 퇴각하게 만들었으니, 전설로 남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했다.
어지간한 그랜드 마스터조차 이룩하지 못한 위대한 전공을 세워버린 것이다.
“지크프리트 전하! 만세!”
“만세!”
“키예프 왕국! 만세!”
“만세!”
“지크프리트 전하! 만세!”
“만세!”
지크는 키예프 왕국 장병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으며, 수도 오데사로 복귀했다.
그리고….
척, 처억!
키예프 왕국의 장병들이 일제히 지크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그것은 최고의 예우였다.
조금 전 전설로 길이 남을 전공을 세운 영웅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경의를 표했던 것이다.
그러던 중.
“아아… 지크프리트 국왕 전하께서는 무[武]의 화신이시구나…!!!”
한 병사의 입에서 기어코 이 흘러나왔다.
“그, 그래! 무신! 무신이시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
키예프 왕국의 장병들 사이에서 무신[武神]이란 호칭이 흘러나와 일파만파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무[武]의 신[神].
이제 지크는 아무나 얻을 수 없는 칭호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것이다.
띠링!
그러자 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축하드립니다!] [알림: 위대한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알림: 을 달성해 칭호를 획득했습니다!] [알림: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칭호의 효과는 다음과 같았다.
[무신]엄청난 무력을 선보이고 전설로 기록될 만한 무공을 세운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한 시대에 단 한 명 거머쥘까 말까 한 매우 영광스러운 칭호로서, 뭇 사람들의 경배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타입 : 칭호
•등급 : 레전더리
•효과 :
– 명성 +50,000
– 모든 능력치 +3.3%
– NPC들로부터 받는 기본 호감도 +150%
– NPC들로부터 받는 기본 신뢰도 +150%
이로써 지크는 뉘르부르크 대륙, 그러니까 중간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위대한 무인[武人]이 되었다.
다섯 명의 마스터로 이루어진 오성천을 넘어서, 세 명의 그랜드 마스터로 이루어진 삼존에 근접하는 명성을 얻게 된 것이다.
“무신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전하! 만세!”
“만세!”
“무신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전하! 만세!”
“만세!”
키예프 왕국의 장병들은 그런 지크를 무신이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으며, 목청이 터져라 칭송해주었다.
“내가… 무신…?!”
정작 당사자인 지크는 무려 무신이란 과분한 타이틀을 얻은 게 얼떨떨할 따름이었다.
‘아, 안 돼! 이거 사부님이 아시면 나 진짜 X될 텐데! 으아아아아아아악!’
지크는 마음 놓고 기뻐할 수가 없었다.
– 오호라? 네깟 놈이 무신이란 말이지? 끌끌끌! 오냐, 본좌가 위대하신 무신 나으리의 실력 좀 보고 싶구나!
만약 무신이라 불린단 소리가 사부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조롱과 함께 대련이라는 영광(?)을 누리게 될 것이 뻔했다.
그리고 그 대련의 종착역이란….
오싹!
지크는 식은땀이 등골을 타고 흘러내리는 걸 느끼며, 입단속을 아주 단단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사부에게 두들겨 맞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지크가 아무리 마왕이 되었다지만, 사부를 이길 확률은 0퍼센트였다.
사부는 대마왕조차 두들겨 패는 괴물인데, 고작 일개 마왕인 지크는 샌드백 역할조차 제대로 못 할 게 분명했다.
‘입 꽉 다물고 있어야겠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던가?
사부 앞에서, 겸손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었다.
***
지크는 키예프 왕국의 신민들과 장병들로부터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으며 왕궁으로 향했다.
“뀨! 주인 놈아! 주인 놈 멋지다! 뀨우우우우!”
“그걸 이제 알았냐? 후후후.”
지크는 적어도 햄찌 앞에서만큼은 있는 허세 없는 허세를 다 부리며 뻐겼다.
‘아오.’
채형석은 마치 내시처럼 지크의 뒤를 졸졸 따르며, 그런 행동을 아니꼬워했다.
하지만 그런 채형석에게 복수심이란 단 1그램도 없었다.
조금 전 지크가 보여주었던 의 전투력을 보고 나니, 장난으로도 덤비지 말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단지 지크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게 부러웠을 뿐….
오죽하면, 채형석은 다음과 같은 생각까지 했다.
‘차라리 내가 먼저 기어들어 가는 거였는데.’
지크가 이렇게까지 거물이 될 줄 알았다면, 진즉에 악감정을 털어내고 자존심을 굽혔어야 했다.
그랬다면 패가망신할 일도 없었고, 뇌경색으로 몇 번이나 쓰러질 일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저런 괴물을 키웠구나….’
한편으로는 지금의 지크를 만들어낸 결정적인 원인이 바로 채형석 본인이었음으로, 자업자득이란 생각도 들었다.
과거의 채형석이 태성이란 닉네임을 사용하는 게이머를 건드리지만 않았어도 이런 괴물이 탄생할 일은 없었을 텐데….
‘그래. 지금이라도 안 늦었으니까 저 자식 바짓가랑이 붙들고….’
바로 그때였다.
“드, 드래곤이다!”
“드래곤들이 나타났다!”
“모, 모두 피해! 드래곤들이 습격해온다!”
난데없이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
“으응?”
지크는 이게 뭔 일인가 싶어 저 멀리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엥?!”
형형색색의 드래곤들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뭐지?’
지크가 때 아닌 드래곤들의 등장에 고개를 갸웃거릴 때였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형형색색의 드래곤 무리들이 일제히 드래곤 피어를 내지르며, 강력한 초저주파를 내뿜기 시작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다짜고짜 공격을 해오는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