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65
164
비머리언 공방으로 가 방어구 3파츠(하의, 신발, 투구)를 고를 것.
•분류 : 호감도 퀘스트
•진행률 : 0%(0/3)
•보상 : 비머리언 공방 고성능 아티팩트 3파츠 무료 제작 쿠폰
뜻밖에 좋은 기회.
‘오! 개꿀!’
지크는 내심 쾌재를 불렀다.
‘지금 내 레벨이 190이니까. 200레벨 아이템은 이 기회에 다 맞추면 되겠네.’
안 그래도 나머지 방어구들이 필요하던 차에 잘됐다 싶었다.
“어떻소? 내 차마 입지 말란 말은 하지 않을 테니 아우토니카 놈들 것만 입지 말고 우리 것도 입으시오!”
“그, 그럴까요?”
“내친김에 망토까지 하나 해주리다! 그럼 4파츠요! 우리 사이가 사이이니만큼 아우토니카 놈들 것보다 한 개는 더 입어야지 않겠소!”
그러자 퀘스트의 보상이 으로 변경되었다.
“어떻게 우리 공방의 후원을 받으시겠소?”
“당연한 말씀을.”
지크가 냉큼 크반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제가 비머리언 더 좋아하는 거 아시면서.”
“그, 그게 정말이오?”
“아우토니카야 제가 이 아티팩트 세트가 꼭 필요해서 친하게 지내는 거지만, 비머리언은 아니죠. 저랑 비머리언은 아주 각, 별, 한 인연으로 묶인 사이잖아요?”
“그렇소이다! 그대와 우리 비머리언은 아주 각별한 인연으로 묶인 사이가 맞소!”
“가시죠.”
지크가 크반트의 손을 꼬옥 잡은 채 발걸음을 옮겼다.
“아티팩트 구경하러.”
“허허. 사람 참. 아주 내 마음을 들었다 놨다 뒤흔드는구려. 이거 정신을 못 차리겠구먼.”
크반트는 지크가 손을 꼭 잡아주고 친근함을 드러내자 얼굴에 붉은 홍조까지 띠며 눈에 띄게 좋아했다.
“주인 놈….”
햄찌가 그런 지크를 바라보며 혼잣말했다.
“가만 보면 아주 속이 시커멓군…”
햄찌의 눈에 비친 지크는 아주 교활했다.
질투 유발은 기본.
좋아도 안 좋은 척, 싫어도 좋은 척 표정 관리도 꽤 잘했고.
밀당도 수준급이었다.
게다가 자신에게 호감이 있는 상대의 마음을 은근슬쩍 들었다 놓음으로써 뭔가 돈 될 만한 걸 얻어내는 데는 아주 귀신이었다.
“주인 놈, 나중에 할 거 없으면 사기꾼이나 해라….”
햄찌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다시 찾은 비머리언 공방의 본사.
‘으. 뭐야. 쪽팔리게.’
지크는 비머리언 공방의 본사 앞에 도착하자마자 눈을 질끈 감았다.
왜냐하면….
“비머리언은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전하의 방문을 언제나 환영합니다!”
“환영합니다!”
비머리언 공방의 직원들이 좌우로 거의 30미터 정도는 쭉 늘어서서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90도 인사를 했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전하께서 입장하십니다.”
누군가의 멘트와 함께.
– 빠라바라밤~ 빠라바라밤~ 빠라빠라 빰빰빠밤밤빠밤빰빠밤~ 빰빰~ 빰빰빰빰~ 빰빰~ 빰빰빰빰~ 빰빰빰빰 빰빰 빰~ 빰빰빰~!
웬 의장대 같은 이들이 나타나 왠지 모르게 귀에 익숙하게만 들리는 음악-기분 탓일 테지만-을 연주했고.
심지어 펄럭! 하는 소리와 함께 본사 정문으로 향하는 길에 붉은 융단이 깔렸다.
이틀 전 방문했을 때보다 더욱 업그레이드된 의전이었다.
(경)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전하 방문! (축)
마치 시골 장터에서나 볼 법한 유치찬란한 글씨체의 현수막은 덤이었다.
“뭐야.”
“요란하네.”
“유명 인사인가?”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긴 한데….”
이번에도 주변을 오가던 NPC들과 게이머들의 시선이 지크에게로 확 쏠렸다.
이틀 전보다 더.
‘아악! 이따위 수치 플레이는 사절이라고!’
지크는 쪽팔려서 또다시 비머리언 공방의 정문을 전력 질주로 통과해야만 했다.
“같이 가자! 주인 놈아!”
햄찌가 그런 지크의 뒤를 쫓았다.
다다다!
햄찌와 함께 비머리언 공방의 본사 깊숙한 곳에 자리한 부서로 뛰던 지크는 모퉁이를 돌다 누군가와 딱 마주치고 말았다.
그런데.
‘어?’
지크는 모퉁이에서 마주친 사람으로부터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지크가 모퉁이에서 마주친 사람은 거의 190센티에 달할 정도의 장신에 흑발을 길게 기르고 있었으며, 한없이 차가워 보이는 인상과 잿빛 눈동자를 가진 사내였다.
찌릿!
지크는 순간 피부가 따끔거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뭔가 위험한 느낌이랄까?
본능이 경고하고 있었다.
이 이상한 느낌을 딱 잘라 말할 순 없지만, 왠지 강력한 적을 만난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뭐야. 이 사람. 게이머? 아니면 NPC? 확인해보자.’
지크는 모퉁이에서 마주친 사람의 정체를 알아보기 위해 슬쩍 손을 들어 을 비추어 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안 하는 게 좋을 것이다.”
흑발 장신의 남자가 지크에게 경고했다.
“함부로 남을 통찰하는 건 도대체 누구에게서 배운 버릇이지? 모험가?”
“아. 실례했습니다.”
지크가 사과했다.
“그 쪽한테서 뭔가 느낌적인 느낌이 느껴져서 저도 모르게 그만. 불쾌했으면 사과드리….”
“여기가 만약 밖이었으면.”
흑발 장신의 사내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넌 이미 죽었다.”
“거… 말씀이 심하신데?”
지크의 눈매가 매서워졌다.
분명히 정중하게 사과를 했건만, 죽이니 마니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는 것이다.
“죽인다면 누가 순순히 죽어줄 줄….”
“운 좋은 줄 알아라, 모험가.”
“……!”
“다음번에 만나면 그 입에 뭔가 날카로운 걸 쑤셔 박아주도록 하지.”
“어이. 지금 말 다했….”
지크가 흑발 장신의 남자를 불러 세우려 했을 때였다.
“아니! 뭘 그렇게 뛰는 게요! 환영 행사를 준비했는데 좀 느긋하게 걷지 않고!”
“지크프리트 전하! 차부터 한잔 올리겠습니다!”
“카탈로그를 곧 준비해드릴 테니 잠시만 기다리시지요!”
크반트를 비롯한 비머리언 공방의 직원 여럿이 우르르 달려와 지크를 둘러쌌다.
“아니. 잠깐만요. 야! 어이! 거기!”
지크는 극성팬(?)들에게 둘러싸인 연예인처럼 버둥거리다 그만 흑발 장신의 남자를 놓치고 말았다.
결국, 지크는 크반트와 비머리언 공방 소속의 직원들에게 등을 떠밀려 VVIP들만을 위한 룸으로 안내되어 극진한 대접을 받아야만 했다.
전설의 대장장이 헤르베르트의 미완성 유작에 대한 비머리언 공방의 집착은 일개 약소국의 왕이자 쪼렙-나름 레벨이 낮은 건 사실이니까-게이머에게도 황제 접대를 해줄 만큼 무시무시하기만 했다.
‘아. 그거 자꾸 신경 쓰이는데. 언제 밖에서 보면 한바탕할 것 같은 기분이란 말씀이야.’
지크는 못내 흑발 장신의 사내에 대한 그 ‘느낌적인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
30분 후.
“음. 이거랑. 이거랑. 이거요.”
지크는 카탈로그를 보며 세 개의 아티팩트를 점찍었다.
그 목록은 다음과 같았다.
지크가 고른 세 가지 아이템은 쿼드터보 세트만큼 디버프 마스터 본연의 강력함을 강화시켜 주지는 않지만, 기본 옵션이 너무나도 훌륭했다.
생명력, 마나, 스태미나의 기본 3종 세트는 물론.
높은 방어력과 항마력.
그리고 공격력.
심지어 근력도 엄청나게 높은 수치로 붙어 있었다.
속칭 ‘깡스탯’이 어마어마하게 붙어 있는 것이다.
‘쿼드터보 세트가 기본 스탯이 별로니까 여기서 메꾸는 거다.’
지크는 비머리언 공방의 아티팩트들로 부족한 스탯을 채우기로 한 것이다.
물론 그게 다는 아니었다.
지크가 고른 세 개의 아티팩트는 ‘궁극의 살상 병기’를 지향하는 비머리언 공방의 제품들답게, 각자 특수한 능력이 붙어 있었다.
는 무릎으로 적을 가격할 때, 그러니까 ‘니킥’을 사용할 때 150퍼센트의 데미지 증폭을.
는 적을 발로 찼을 때 역시 150퍼센트의 데미지 증폭을.
그리고 의 경우 박치기 사용 시 본인이 받는 데미지-박치기였으니까-가 50퍼센트 감소하고 적이 받는 데미지는 150퍼센트 증폭되는 능력치가 붙어 있었다.
즉, 지크는 비머리언 공방의 아티팩트로 깡스탯과 더불어 임기응변으로 간간히 사용하는 체술의 데미지를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전신의 흉기화라고나 할까?
사실 그 세 가지 방어구 모두 근접 격투가 계열 클래스들을 위한 것이었지만, 지크는 상관하지 않았다.
‘다른 선택지가 없어. 지금 이 세팅에 뭔가 변화를 주려면 쿼드터보 세트를 포기해야 하니까. 이 레벨에 할 수 있는 세팅은 이게 최선이야. 그러니까 깡스탯이라도 챙기자. 격투 강화도 나름 쓸 만할 것 같기도 하고.’
게임을 하다 보면 아이템의 현황에 따라, 부위에 따라, 레벨에 따라 템 세팅이 달라지게 마련.
완벽한 템 세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듯이, 때에 따라서는 가장 효율적인 템 세팅의 유지를 위해 클래스와는 맞지 않는 아이템을 착용해야만 할 때도 있는 것이다.
디버프 마스터라는 클래스에 맞지 않으면 뭐 어떤가?
쿼드터보 세트에서 비는 스탯을 채우고도 남는데.
“흠. 좋은 선택이구려. 그렇다면 망토는 내가 추천하도록 하지.”
크반트가 카탈로그를 훑어보더니 지크에게 붉은색 망토를 보여주었다.
[피나비의 날개]피를 부르는 망토.
끝부분이 여느 명검보다 날카로워 스치기만 해도 강철을 벨 수 있다.
•분류 : 방어구 (망토)
•등급 : 전설
•내구도 : 100/100
•옵션 :
– 방어력 +17%
– 항마력 +17%
•특수 능력 :
– 번데기 : 망토로 몸을 감싸 방어력과 항마력을 큰 폭으로 높입니다.
– 피나비의 날갯짓 : 망토를 휘날려 적을 베어 버립니다. 이 특수 능력으로 베기 계열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현재 사용 가능한 베기 스킬 : 단칼)
와 같은 제품군에 속하는 그 망토는, 공격력과 방어력을 두루 갖춘 꿀템이었다.
‘어? 이거면 굳이 칼까지 맞출 필요가 없겠는데? 단칼 스킬 하나 쓰자고 칼 사는 것보다 방어력도 챙길 겸 이거나 두르고 다니는 게 훨씬 낫겠어.’
안 그래도 혹시나 모를 단칼 스킬의 사용에 대비해 검을 들고 다니던 참이었는데, 마침 잘됐다 싶었다.
“추천 좋은데요?”
“후후! 역시 그럴 줄 알았소! 누가 뭐래도 그대에 대해 잘 아는 건 우리 비머리언이지 아우토니카 따위가 아니오!”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물론 지크는 아우토니카 공방에 가서는 비머리언보다 아우토니카가 낫다고 말하고도 남을 인간이었지만.
띠링!
그러자 퀘스트 완료를 알리는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그렇다는 말은….
‘이제 내가 물어보면 재료가 뭐가 필요한지 말해주면서 연계 퀘스트가 뜨겠지?’
지크는 연계 퀘스트를 발생시키기 위해 크반트에게 말을 걸었다.
이제는 아주 퀘스트를 발생시키는 데 도가 튼 지크였다.
“재료가 뭡니까?”
“보다시피 이 네 가지 아티팩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꽤 많은 재료가 들어가오. 하지만 어지간한 재료는 본사에서 대신 부담할 테니 그대는….”
크반트가 네 가지 아티팩트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템들을 불러주었다.
그러자 지크의 예상대로 연계 퀘스트가 떠올랐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