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450
449
과연 강대국의 보물 창고는 그 클래스가 달랐다.
가히 장대한 스케일.
천장 높이 쌓인 금괴들은 이게 인간이 쌓을 수 있는 부(富)인지를 의심케 했다.
그리고 진열장에 자리한 귀중품들은 하나하나 수백 년 역사를 간직한 명품 중의 명품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살루트 왕국의 보물 창고는 네 개의 방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각 방마다 각기 다른 종류의 귀중품들이 보관되어 있기까지 했다.
“와 씨….”
지크는 살루트 왕국의 보물 창고를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난 동네 구멍가게였잖아?”
지크는 프로아 왕국과 살루트 왕국 간의 국력 차이를 뼈저리게 실감했다.
당장 보물 창고에 쌓인 재화의 가치만 해도 최소 100배 이상은 차이가 나는 것 같았다.
지크의 말마따나 프로아 왕국이 일개 구멍가게라면, 살루트 왕국은 어지간한 대기업쯤 된다고 봐야 했다.
그리고 그건 명백한 사실이었다.
지금의 프로아 왕국은 그 규모에 비해 매우 강력한 힘을 지닌 국가였다.
하지만 그 규모가 워낙에 작았기 때문에, 결코 강대국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반면에 살루트 왕국은 거의 200년에 걸쳐서 강대한 국력을 쌓아온 강대국이었다.
그 클래스가 다른 건 어쩌면 당연했다.
오싹!
지크는 살루트 왕국의 보물 창고를 바라보며 문득 소름이 쫙 끼치는 걸 느꼈다.
만약 독하게 마음을 안 먹었더라면?
를 살포하지 않고, 다른 국가들을 충동질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짓밟혔을 거다.’
지크는 조지 3세를 내버려 두었다면 자신이 어떤 곤경에 처했을지를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내가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먼저 쳐야 했다.
같은 무시무시한 생화학 병기를 사용해서라도 말이다.
지크는 마음속에 경각심을 단단히 새겨두고는, 살루트 왕국의 보물 창고 탐방에 나서기로 했다.
“뀨! 주인 놈아! 돈이다! 돈!”
햄찌는 창고 안에 바다처럼 쌓인 금화 더미 위에서 수영을 하고 있었다.
“뀨우! 뀨우우우!”
그런 햄찌가 몸을 뒹굴 때마다 금화들이 짤랑짤랑 기분 좋은 금속성 울림을 내고 있었다.
‘대정령 주제에 돈 밝히지 말라고.’
지크는 속으로 햄찌의 속물 근성-사실은 본인이 더한 주제에-에 혀를 내두르며 발걸음을 옮겼다.
지크가 일단 제일 첫 번째로 향한 곳은 이었다.
네 개의 방 중 하나인 에는 온갖 귀중한 예술품들이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었는데, 하나같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자랑하는 고가의 사치품들이었다.
예컨대, 도자기나 그림 같은 실용성은 제로에 가깝지만 미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비싸게 거래되는 품목들 말이다.
‘아주 죄다 가져다가 내다 팔아야지.’
지크는 예술품들에는 별반 관심이 없었으므로, 세계 각국의 군주들과 고위급 귀족들에게 팔 생각이었다.
물론 혹시나 마법이 담긴 아티펙트가 있을 수도 있었으므로, 지크는 에 있는 예술품들을 일일이 으로 비추어 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로부터 두 시간 뒤.
“쩝….”
지크는 에 그 어떤 아티펙트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입맛을 다셨다.
“오스칼 경, 가시죠.”
지크가 오스칼을 돌아보며 말했다.
오스칼은 대답이 없었다.
그녀는 한쪽 벽 액자에 붙은 그림에 반쯤 넋이 나가 있어서, 지크의 말을 듣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오스칼 경?”
“아, 예. 전하.”
오스칼이 살짝 놀라며 지크의 부름에 대답했다.
“죄송하옵니다. 소신이 잠시 정신을….”
“뭘 그렇게 봐요?”
“카뮈에르란 유명한 화가의 그림이옵니다.”
“그래요?”
지크는 오스칼이 바라보던 그림을 보았다.
그림은 한 기사가 왕관을 쓴 여인에게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걸 매우 아름다운 화풍으로 담아내고 있었다.
“기사도란 이름의 그림이옵니다.”
“아하?”
“과거 유명했던 기사와 여왕 간에 있었던 사랑과 군신 간의 정을….”
“그럼 오스칼 경 가져요.”
“예?”
오스칼이 당황했다.
“저, 전하! 이 그림은 그 가치가 수십만 골드에 달할 정도의 값비싼 예술품이옵니다! 어찌 이런 예술 작품을 소신에게….”
“아아, 필요 없어요. 그러니까 오스칼 경 가져요. 마음에 들면 가져야죠.”
“하오나….”
“보너스라고 생각하세요. 거실 벽에 걸어 두고 가끔 감상하시면 되겠네요. 그럼, 갑시다.”
지크는 쿨하게 오스칼에게 보너스를 지급하고는, 곧장 발걸음을 옮겨 다음 방으로 향했다.
***
지크가 두 번째로 살펴본 방은 으로, 각종 귀금속들만 전시해놓은 곳이었다.
지크는 혹시나 마법이 담긴 액세서리가 있을까 싶어 으로 모두를 스캔했지만, 역시나 건진 건 없었다.
그저 값비싼 귀금속들만이 의 전부였다.
“이건 우리 여보 가져다줘야지.”
지크는 그중 이라는 목걸이를 아내 브륜힐트를 위해 따로 챙겼다.
은 코발트 다이아몬드라는 매우 희귀한 보석으로 만든 예술품이었다.
코발트 다이아몬드는 같은 무게의 다이아몬드보다 100배는 더 비싸다고 알려진 희귀한 보석이었다.
지크가 아내 브륜힐트에게 선물로 주기에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지크는 을 챙긴 뒤 에 이어 세 번째 창고인 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지크는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었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지크는 에 진열된 각양각색의 무기와 방어구들을 보고 포효했다.
에 있는 무기와 방어구들은 최소 유니크 등급 이상의 것들로, 개중에는 3대 공방의 최상급 라인에 해당하는 것들까지 있었다.
“이게 노다지지!”
지크는 마침내 원하던 것들을 찾아 매우 기뻐하는 한편 을 통해 무기와 방어구들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진실의 검 : 프라가라흐]신화 속 하이엘프 영웅 막리르가 사용했다는 검을 모방해 만든 것으로, 악한 자들은 사용할 수 없는 성스러운 명검.
•타입 : 주무기(양손검)
•등급 : 신화
•레벨 제한 : 240
•공격력 : 6,700
•착용 제한
– 악명 1,000 이하
– 명성 1,000 이상
– 부정적인 칭호 3개 이상 보유 시 착용 불가
– 고결하지 않은 자는 이 검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옵션
– 검술 +15레벨
– 절삭력 +500
– 근력 +200
– 마나 +3,000
•특수 효과 :
– 검을 적의 목에 가져다대면 진실을 말하게 할 수 있습니다.
– 착용자의 마음가짐이 올곧고 바를수록 무기의 능력치가 점점 더 증가합니다.
‘오오! 노다지다! 노다지!’
지크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진열장 안에서 를 꺼냈다.
그런데.
파지지지지직!!!
로부터 매우 강력한 전류가 뿜어져 나와 지크를 덮쳤다.
“으아아악!!!”
“전하! 괜찮으시옵니까!!!”
“으으으윽!!!”
는 지크를 감전시켜 거의 죽일 뻔한 뒤 바닥에 떨어지며 텅! 터엉! 하는 소리를 내었다.
“전하! 전하! 정신 차리소서! 전하!”
“크윽….”
지크는 덕분에 한참 동안이나 움직이지도, 제대로 말을 하지도 못했다.
“이 검이 전하를 해하려 한 것이옵니까?”
오스칼이 땅에 떨어진 를 주워들며 지크에게 물었다.
“오스칼 경!!! 위험해요!!! 그 검 만지면….”
“예?”
오스칼이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되물었다.
“소신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사옵니다.”
“네에?”
지크가 벙찐 표정을 지을 때.
띠링!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 당신은 불결합니다!] [알림 : 고결하지 못한 자는 이 검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알림 : 가 당신을 혐오하고 경멸합니다!]지크는 눈앞에 떠오른 알림창을 보고는 그만 할 말을 잃어버렸다.
‘내, 내가 불결하다고? 고결하지 못해? 아니! 검 주제에 사람 혐오하고 경멸하지 말라고!!!’
지크는 한낱 검 따위에 무시당한 것 같은 기분-이 아니라 무시당한 게 맞았다-에 분노했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그건 사실이었다.
오스칼이 티 없이 깔끔하고 고결한 기사도의 표본이라면, 지크는 인생사 찌들대로 찌든 속물이었으니까.
“…오스칼 경.”
“예, 전하.”
“그 검 가지세요.”
“예?”
“마침 오스칼 경에게 딱 어울리는 검이네요. 쳇.”
“…….”
“불결한 인간은 돈이나 챙겨야겠습니다.”
“서,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오스칼은 지크가 왜 괜히 심술을 내는지도 모른 채 그저 얼떨떨해하며 를 자신의 허리춤에 찼다.
***
그 후 지크는 에서 또 다른 엄청난 아이템을 줍게 되었다.
이른바 란 이름을 가진 해골 지팡이는, 놀랍게도 살아 있는 의 머리가 달린 신기한 아이템이었다.
란 사악한 흑마법사인 리치와는 전혀 다른 몬스터로, 언데드일 뿐 사악함과는 거리가 먼 존재였다.
예컨대, 마법사로서의 학구열이 죽음조차도 극복할 만큼 열렬하거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언데드가 되는 걸 선택한 존재가 바로 였던 것이다.
에는 그런 의 머리가 달려 있었는데, 놀랍게도 말을 할 줄 알았다.
[그대는… 마법사가 아닌데… 왜 나를 일깨웠는가….]지팡이 끝에 매달린 가 지크에게 물었다.
“난 그냥 주운 건데?”
[그렇군… 그럼 나를 그냥 내버려 두어라… 그대는 마법사가 아니다… 그대는 나를 사용할 수 없다… 또한… 그대가 비록 마법사라고 할지라도… 아직 나를 사용할 자격이 안 된다….]가 그렇게 말한 이유는 의 레벨 제한이 무려 300이었기 때문이다.
즉, 마스터 등급 이상의 그레이트 위저드만이 이 를 가질 자격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데시마토 줘야겠네.”
지크는 를 치천존에게 마법을 배우고 있는 데시마토에게 주기로 했다.
어차피 팔아먹는 것 외엔 딱히 쓸모-판다고 해도 누가 이걸 사갈지도 모르겠다-도 없는 물건이었기에 통 크게 데시마토에게 쏘기로 한 것이다.
[나를… 다른 이에게 양도하겠다는 것인가? 하지만 나는 평범한 마법사들 결코 다룰 수 없는….]“그레이트 위저드한테 줄 거니까 걱정 마.”
[그, 그게 정말인가!]“그래.”
[오오! 비로소 나의 주인이 될 자를 찾았는가! 수백 년 동안 어두컴컴한 창고에서 주인을 기다려 왔거늘!]“시끄럽고, 나중에 주인 될 사람이랑 대화 실컷 하세요.”
지크는 를 아공간 인벤토리에 챙겨 넣은 후 다른 아이템을 감정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한 시간 뒤.
“아니… 하고 많은 템 중에 내가 쓸 만한 게 한 개도 없다는 게 말이 돼?”
지크는 에 자신이 쓸 만한 아이템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투덜거렸다.
거의 300여 가지가 넘는 유니크 이상의 아이템들 중 착용할 만한 게 없을 줄이야….
“조지 이 새끼 평소에 근면성실하게 템 좀 모아놓을 것이지….”
지크는 조지 3세의 게으름(?)을 탓하며 마지막 방인 으로 향했다.
그렇게 도착한 .
그런 지크의 눈을 가장 먼저 사로잡은 건 다름 아닌 거대한 이었다.
“엥? 뭔 알이 저렇게 커?”
지크는 작은 트럭 크기의 알을 바라보며 을 비추어 보았다.
알에 대한 정보는 다음과 같았다.
[수상쩍은 알]안에 어떤 생명체가 들어 있는지 모를 매우 수상쩍은 알.
•타입 : 소모품(알)
•등급 : 전설
•특이 사항 : 언제 부화할지 모른다.
거대한 알의 이름은 말 그대로 이라고 했다.
“언제 부화할지 모른다는 건….”
바로 그때였다.
쩍! 쩌어억!
의 표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