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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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크에 더해 고레벨 게이머들이 합류하자 게이트웨이가 설치된 지역 일대는 순식간에 초토화되어 쑥대밭이란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휩쓸려 나갔다.
스킬의 향연.
수백여 명의 고레벨 게이머들이 일제히 각자의 스킬을 쏟아내는 건 이펙트만으로도 사람의 눈을 멀게 할 것 같을 정도였다.
덕분에 메뚜기 떼처럼 압도적인 머릿수를 자랑하던 변이 생명체들은 일제히 갈려 나가서, 씨가 말라버릴 지경이었다.
‘한정판… 한정판!’
‘일주일 안에 최상급 결정 따고 만다.’
‘버닝 이벤트면 뽕을 뽑아야지.’
게이머들은 지크에 의해 선동을 단단히 당한 상태라서, 반쯤 눈이 뒤집힌 상태였다.
덕분에 전투력은 여느 때보다 더 뛰어날 수밖에 없었고, 속도 역시 무시무시하게 빨랐다.
보상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게이머들의 본성이 여지없이 드러난 것이다.
그렇게 약 10분 동안 계속된 전투는 변이 생명체들의 전멸로써 끝이 났다.
아니?
전멸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았다.
“잡아!”
“튄다! 저거 못 도망가게 막아!”
게이머들은 도망치는 변이 생명체들을 집요하게 쫓아가 처치하고, 경험치와 를 챙기기까지 했다.
기간 한정 버닝 이벤트에 눈이 돌아간 게이머들은 마치 노비를 쫓는 추노꾼들처럼 아주 지독하기 짝이 없었다.
“거점 확보.”
지크는 게이트웨이 주변을 완전히 장악한 걸 확인하고 미소를 지었다.
“전하, 승전을 축하드리옵니다.”
카렐이 지크에게 다가와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올렸다.
“수고했어.”
“아니옵니다, 전하.”
“매일 아침 연병장 500바퀴 잊지 마.”
“크, 크윽!”
“언제까지 조루로….”
그때였다.
‘응?’
지크는 문득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따끔따끔!
수백여 개의 시선이 지크를 향해 쏠려 있었다.
‘뭐, 뭐야!’
지크는 거의 모든 게이머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걸 깨닫고는 당황했다.
게이머들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아무런 말 없이 지크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날 보는 건데? 부담스럽게? 도대체 왜?’
지크는 그런 게이머들을 바라보며 한동안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했다.
그러던 중.
반짝반짝!
지크의 눈에 땅바닥에 떨어진 수천여 개의 가 들어왔다.
‘아!’
지크는 그제야 게이머들이 자신을 바라본 이유를 깨달았다.
땅에 떨어져 있는 들.
게이머들은 그 들을 먹고 싶어 미칠 것만 같았지만, 지크 때문에 꾹 참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왜?
만약 지크가 화를 내기라도 하고, 혹시나 보복하기라도 한다면 게이머들의 입장에서는 정말이지 골치 아픈 일이 될 테니까.
이미 랭커 데카르트가 지크에게 무슨 꼴을 당했는지 전 세계에 소문이 날 대로 난 상태.
고작 몇 개 먹어 보겠답시고 악마가 울고 갈 정도로 악랄하다는 지크의 심기를 거스르기엔 리스크가 너무 컸다.
꿀꺽!
그래서 게이머들은 지크의 눈치를 살살 보며 군침이나 흘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저기요.”
지크가 그런 게이머들을 향해 말했다.
“전 괜찮으니까 부담 갖지 마시고 주우세요.”
“예?”
지크와 가장 가까이에 있던 게이머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물었다.
“그, 그냥… 주우라고요?”
“네.”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저는 최상급 결정을 다 따서, 더 이상 필요하지….”
바로 그 순간이었다.
“꺼져!”
“내 거야!”
“밀지 마!”
“비켜! 비키라고!”
“이 새끼가!”
“아오!”
지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바탕 아귀다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에 눈이 먼 게이머들이 서로 더 많이 먹겠다며 패싸움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아귀들이 따로 없네.”
지크는 그런 게이머들을 바라보며 그 어마어마한 탐욕에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지크는 게이머들의 탐욕이 곧 강한 전투력으로 이어진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지금은 을 평정하기 위해서는 게이머들의 힘이 절실한 상황.
그런 게이머들이 욕심을 좀 부린다고 해서 나쁠 게 뭐가 있을까?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한 살인, 약탈, 강간, 방화 따위의 중범죄도 아닌데.
물론 를 게이머들에게 양보한다는 게 손해일 수는 있었다.
그러나 지크는 그걸 결코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를 나눠준다고 해도 게이머들이 구매하는 카우축 나무의 수액과 의 업그레이드 비용은 결국 지크에게 돌아오게 되어 있었으니까.
그리고 게이머들이 를 먹고 강해지면 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고, 그 역시 지크에게는 이득이었다.
왜냐하면, 은 프로아 왕국의 영토가 되어 지크에게 막대한 양의 천연자원을 제공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지크에게는 게이머들에게 나눠주는 가 손해가 아닌 더 큰 이득을 위한 일종의 투자였던 것이다.
‘아이구, 우리 귀여운 병사들 같으니.’
지크는 를 탐욕스럽게 줍고 있는 게이머들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많이 먹고 무럭무럭 자라서 열심히 싸워 줘라.’
인간 파밍.
지크는 마치 자식 농사를 짓는 기분에 흐뭇해하며 다음 행선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
그 후에도 프로아 왕국군은 의 입구에서부터 까지 세 갈래로 게이트웨이를 차례차례 설치하기 시작했다.
좌, 중앙, 그리고 우.
게이머들이 세 갈래의 게이트웨이를 통해 를 포위해서 공격할 수 있도록 일종의 전술 도로를 만들어낸 것이다.
물론 각 공격로마다 한 개의 게이트웨이로는 까지 진격하는 게 불가능했다.
그래서 지크는 각 공격로마다 세 개씩 총 아홉 개의 게이트웨이 설치를 추진했다.
그리고 각 공격로의 중간 지점에 자리한 게이트웨이에는 특별히 비머리언 공방의 이동식 대장간과 프로아 왕국의 대포를 배치하고, 호객꾼들을 고용해 각종 포션을 파는 소모품 상점을 열었다.
덕분에 게이머들은 굳이 입구에 자리한 주둔지까지 왔다 갔다 할 필요 없이 지크가 설치한 게이트웨이를 타고 매우 편하고, 빠르게 사냥과 정비를 반복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아홉 개의 게이트웨이 설치를 완료한 지크는 을 이용해 조용히 의 상황을 지켜보았다.
“뀨! 주인 놈아! 이거 걸쳐라!”
그때, 햄찌가 지크에게 프로아 왕국 육군 대원수(★★★★★★) 계급장이 달린 코트와 그야말로 삐까번쩍하기 짝이 없는 지휘봉을 건네주었다.
“이, 이건 뭔데?”
“뀨! 주인 놈 지금 사령관 아니냐!”
“…….”
“사령관답게 복장을 갖춰라!”
“하여간.”
지크는 햄찌의 쓸데없는 배려에 피식 웃고는 다시 지도와 이 제공하는 미니맵을 바라보며 공략에 대해 고민했다.
‘일단 에슈카 유적지 근방까지 게이트웨이 설치는 완료. 관건은 에슈카 유적지 외곽을 뚫느냐, 못 뚫느냐. 지금으로서는 절대 못 뚫어.’
의 외곽을 뚫고 중심부까지 진격하려면 게이머들이 을 방어구에 박아야 가능한 일이었다.
즉, 지금 수준에서는 를 점령하는 게 불가능한 것이다.
‘지금 속도라면… 대략 4일 정도면 다들 최상급 이그나이트 결정을 맞출 테고… 5일 후라면….’
그때라면 게이머들도 을 어느 정도 맞출 테고, 그렇다면 로 총공격을 시도해 볼 만했다.
‘게이트웨이가 설치된 공격로를 따라 세 방향으로 진격하면… 보스를 지키는 에슈카 유적지의 고위급 변이 생명체들이 모조리 튀어나오겠지? 그렇다면….’
지크의 머릿속으로 일련의 큰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지크 님?”
고스란이 지크에게 물었다.
“무슨 생각 하세요?”
“5일 후에 총공격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지크가 대답했다.
“5일 후요? 어제부터 부화를 시작했으니까… 딱 하루 남기고 공격하는 거네요?”
“그렇죠.”
“하긴 그때라면 다른 게이머들도 최상급 이그나이트 결정을 어느 정도 맞출 테니까, 해볼 만하겠네요.”
“맞아요.”
“그럼 지크 님은 여기서 게이머들을 지휘하실 건가요?”
고스란이 세 개의 공격로 중 정중앙에 자리한 공격로를 가리켰다.
정면.
를 방어하는 고위급 변이 생명체들의 저항이 가장 셀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이었다.
“아뇨.”
지크는 고스란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전 중앙으로 안 갈 겁니다.”
“그럼 좌측이나 우측으로 가시겠군요.”
“그것도 아닌데요?”
“네?”
고스란은 지크의 답변이 당황스러웠다.
세 개의 공격로.
그중 중앙도, 그렇다고 좌우도 아니다?
그렇다면….
“설마 전투에 참여하지 않으실 생각은 아니죠?”
“맞아요.”
“네?!”
“전 이번 전투에 안 낄 겁니다.”
“그, 그럼 뭘 하시겠단 거죠? 설마 구경만 하실 건 아니잖아요?”
“당연히 그건 아니죠.”
“그럼….”
“전 보스를 상대해야죠. 후후.”
지크의 그 말이 끝나던 순간.
“…….”
“…….”
“…….”
“…….”
햄찌와 승구와 카렐과 고스란은 그만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물론 지크의 생각은 매우 기발했다.
게이머들을 최전방에 던져놓고 은근슬쩍 적진 한복판에 침투해 보스를 제거하겠다는 계획 자체는 훌륭했다.
그러나….
‘주인 놈… 양아치다. 뀨우.’
‘형님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분명히 위대한 전략이지만… 왠지 모르게 비열해 보이는 건 기분 탓이옵니까?’
‘지크 님… 너무 악랄하셔.’
햄찌, 승구, 카렐, 고스란으로서는 지크의 그런 전략이 비열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마치 게이머들을 떡밥인 것처럼 방패막이로 던져주고 보스를 날름 먹어치우겠다는 의도로 들렸기 때문이다.
“뭐, 뭐야!”
지크는 동료들이 자신을 미심쩍다는 듯한 눈초리로 바라보자 당황했다.
“왜들 그래?”
“주인 놈….”
“응?”
“게이머들 던져주고 보스 날름 챙기겠단 거 아니냐? 뀨우?”
“아, 아니야!”
“솔직히 말해 봐라, 주인 놈아. 주인 놈 지금….”
“아니라니까!”
지크가 버럭 소리쳤다.
“그럼 무식하게 앞에서 대놓고 들어가냐! 중요한 건 보스를 처치하는 거라고! 이건 세계 평화를 위한 거야! 세계 평화!”
“뀨우?!”
“알지도 못하면서!!! 됐어!!!”
지크는 그렇게 소리치고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막사를 나섰다.
“뀨! 주인 놈아!”
“혀, 형님!”
“전하!”
“지크 님!”
햄찌와 승구와 카렐과 고스란은 지크가 상처를 받은 것 같아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무도 따라오지 마!!! 꼴도 보기 싫으니까!!!”
지크는 그런 동료들이 정말로 싫다는 듯 빽! 하고 소리치고는 막사를 나가 어디론가 휑하고 사라져 버렸다.
***
지크가 떠난 후.
“뀨… 주인 놈… 상처받은 거냐….”
“형님이 그러실 분이 아니라니까!”
“흠흠. 잠시나마 전하의 진심을 헤아리지 못한 제가 부끄럽습니다.”
“하긴. 지크 님이 그런 생각을 하실 리 없죠. 사과드려야겠어요.”
햄찌와 승구와 카렐과 고스란은 지크에게 진심으로 미안해하며 자신들의 행동을 반성했다.
같은 시각.
“아 진짜!!!”
지크는 막사를 나서 인적이라고는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없는 근처 정글로 들어가 분통을 터뜨렸다.
“다들 어떻게 알았지? 내 머리 안에 도청 장치라도 설치한 건가? 설마 관심법?!”
지크는 동료들이 자신의 속을 훤히 꿰뚫어 보고 있다는 것에 놀라고 있었다.
그런 지크의 머리 위.
반짝반짝!
칭호가 떠오른 채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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