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540
539
막사 앞에 모여든 기사의 숫자는 무려 101명.
기사들은 각자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며 이 엄청난 상금이 걸린 임무에 지원했다.
“어떤 기사들을 보내시겠습니까?”
키릭스 왕자가 지크에게 물었다.
“제비뽑기로 다섯 명만 추려서 보내시죠.”
지크는 시간이 없었으므로, 프로듀스101 같은 오디션은 열지 않았다.
대신 느긋하게 차를 마시며 제비뽑기를 시켰다.
그렇게 뽑힌 다섯 명의 기사는 상금을 거머쥐기 위해 나는 듯 로 향했다.
“뀨! 주인 놈아! 어떡하려고 그러냐! 진짜 잡아 오기라도 하면 큰일 아니냐!”
햄찌가 그런 지크의 귓가에 속삭였다.
“큭. 그럴 리가.”
지크는 피식 코웃음을 치며 느긋하게 차의 향기를 음미했다.
“그럴 리 없으니까, 걱정 마라. 후후후.”
“주인 놈….”
하지만 햄찌는 그런 지크로부터 아주 작은 변화를 발견하고 눈을 가늘게 떴다.
왜냐하면….
덜덜덜!
찻잔을 잡지 않은 지크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 놈… 사실 10만 골드 잃을까 봐 불안한 거다. 뀨우! 금화 한 닢에도 벌벌 떨면서 괜히 허세 부린 거냐! 뀨우!’
햄찌는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째 지크치고 통 크게 상금을 내걸었다 싶었다.
물론 지크는 기사들이 절대로 언데드 몬스터를 포획해오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내건 상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만 골드라는 거금을 잃을지도 모른단 불안감에 손을 떨고 있는 것이다.
‘으. 쫄린다.’
지크는 햄찌의 예상대로 불안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눈으로 보여주는 게 NPC들을 설득하기가 더 쉬웠다.
게다가….
‘연합군 사령부를 내가 장악해야 돼. 그래야 이 자식들이 삽질을 안 하지.’
지크는 연합군의 무력은 믿었지만, 뇌는 믿을 수 없었다.
상대는 중 하나.
그런 존재가 강대국 하나를 통째로 집어삼켰으니 결코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그래서 지크는 자신이 직접 사령부의 수뇌부들에게 신뢰를 얻고, 연합군을 아예 장악해버릴 생각이었다.
즉, 지크 자신이 연합군의 전략 전술을 손으로 쥐락펴락할 수 있을 정도의 발언권을 얻기를 원했던 것이다.
그래야 혹시나 모를 삽질을 피하고, 이 전쟁을 수월하게 진행해나갈 수 있을 테니까.
덜덜덜!
지크는 아무도 모르게 손을 떨면서 기사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
그로부터 세 시간 뒤.
“작전에 나섰던 기사들이 돌아왔사옵니다!”
“어떻게 되었는가!”
키릭스 왕자가 전령에게 물었다.
“작전에 나갔던 기사들 전원….”
“……?”
“현재 중상을 입고 의무대로 보내져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하옵니다!”
“뭣이?!”
“언데드 몬스터 포획은커녕, 오히려 자칫 잘못했다간 전멸할 뻔했다고 하옵니다!”
그 보고가 올라오자마자 연합군 수뇌부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시선이 일제히 지크에게 쏠렸다.
‘사, 살았다! 헤헤헤….’
지크는 남몰래 가슴을 쓸어내리며,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 여유롭게 키릭스 왕자를 돌아보았다.
“이제 제 말을 믿으시겠습니까?”
“어,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키릭스 왕자가 지크에게 물었다.
“저 언데드 몬스터들은 평범한 언데드 몬스터들이 아닙니다.”
“예?”
“이계의 에너지에 노출되어 언데드로 변이한 존재들이니만큼, 같은 이계의 에너지가 없인 어떠한 타격도 입힐 수가 없지요.”
“……!”
“그래서 모험가들이 필요한 것입니다. 같은 이계의 에너지를 갖춘 모험가들이 아니면, 불사 왕국의 군대를 상대할 수 없습니다.”
“맙소사….”
키릭스 왕자는 지크의 말을 듣고는 마치 나라 잃은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전쟁은 이미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모험가들을 고용해 전력을 보충한다고 해도, 본 연합군의 병력 전체가 쓸모가 없어지는 격이 아닙니까?”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지크가 고개를 저었다.
“일단 모험가들을 앞세워 언데드 몬스터들을 처치하고, 검은 이계의 정수를 모아 병사들의 무기에 장착하면 해결될 문제입니다.”
“그, 그렇습니까?”
“시간이 걸리기야 하겠지만, 일단은 모험가들이 언데드 몬스터들을 처치해 검은 이계의 정수를 모아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본 연합군의 군대를 이계의 에너지로 무장시킬 수가 있는 것입니다.”
연합군 수뇌부들은 그런 지크의 말을 단 한 자라도 놓칠까 귀를 쫑긋 세우고 경청했다.
“일단은 이계의 에너지를 갖춘 모험가들을 대대적으로 고용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일단 악시온 요새를 이계의 에너지를 갖춘 모험가들을 이용해 공략하는 것이 우선이겠죠.”
“으음!”
“그 뒤엔 차근차근 군대를 이계의 에너지로 무장시켜 대응력을 기르고, 적들의 동향에 맞춰 그때그때 적들의 움직임에 맞춰가는 전략이 필요하겠습니다.”
지크의 그 말이 끝나던 때.
‘맙소사.’
‘호색한에 비열한 인간이라더니….’
‘저런 지식과 지략을 가지고 있었던가?’
연합군의 수뇌부들은 지크를 다시 보게 되었다.
안 그래도 세상에 떠도는 지크에 대한 안 좋은 소문들 때문에 미심쩍어하던 와중에 이런 훌륭한 대안을 내놓을 줄이야….
“지크프리트 전하.”
키릭스 왕자가 지크를 존경스럽다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예?”
“혹시….”
“……?”
“전하께서 어째서 이곳에 발걸음 하셨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사실 그건 대단히 중요한 질문이었다.
지크, 혹은 프로아 왕국은 지금 이 사태와 어떠한 관련도 없었다.
영토도 꽤 멀리 떨어져 있었고, 이제는 이 된 언데드 왕국과의 악연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 지크가 여기까지 와서 이렇듯 좋은 조언을 해주니 아무래도 뭔가 의도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간단합니다.”
지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 역시 모험가입니다. 모험가인 제게 언데드 몬스터들은 제 성장의 밑거름 아니겠습니까?”
“아!”
“게다가 이번 사태에는 분명한 원인이 있지 않겠습니까? 강대국 하나가 고작 두어 달 만에 언데드 왕국으로 바뀌었습니다. 이건 분명히 심상치 않은 징조겠죠. 마냥 언데드들을 믿기보다는 차라리 선제공격을 통해 사태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게 세계 평화를 위한 길 아닐까요?”
지크는 굳이 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그건 극비 사항이었다.
을 이용하려는 자들이 있을지도 몰랐기에, 대충 뭉뚱그려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지크의 변명은 상당히 탁월한 효과를 발휘했다.
“세계 평화라니….”
키릭스 왕자가 감동 받은 표정으로 지크를 바라보았다.
“전하… 정말이지… 듣던 것과는 다르시군요….”
“예?”
“전하.”
“말씀하시죠.”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
“이번 악시온 요새 공략에 지휘관으로 참전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전하의 말씀대로라면, 이번 전투의 주축은 누가 뭐래도 모험가들입니다. 그런 모험가들을 지휘하려면 역시나 같은 모험가인 전하께서 직접 이끄시는 게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 키릭스 왕자의 제안은 연합군 수뇌부들의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만들었다.
“지크프리트 전하, 지휘관을 맡아 주시옵소서.”
“그렇사옵니다. 전하께서 모험가들을 지휘해 주소서.”
“부탁드리겠사옵니다.”
지크는 이번 전투의 지휘관을 맡아달라는 연합군 수뇌부들이 간곡한 부탁을 거절하지 않았다.
‘OK 계획대로 되고 있어.’
지크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연합군 측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좋습니다. 비록 부족하지만, 이번 전투를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 보겠습니다.”
그렇게 지크는 불사 왕국에 점령당한 를 공격하는 작전에 연합군 측 최고 지휘관으로 참전하게 되었다.
***
연합군은 지크의 제안에 따라 곧장 게이머들의 모집에 나섰다.
자격 요건은 간단했다.
과 에서 사냥 경험이 있어 를 갖추고 있는 게이머들만이 연합군에 지원해서 전쟁에 참전할 수 있었다.
문제는 에서도 게이머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은 정식으로 에 의뢰를 넣어 게이머들의 모집에 나섰고, 덕분에 연합군 측은 발칵 뒤집어지고 말았다.
“전하!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저 사악한 언데드들이 모험가들을 모집하고 있다고 합니다!”
키릭스 왕자는 이 소식을 듣고 바로 지크에게 달려가 소리쳤다.
“진정하세요.”
지크는 그런 키릭스 왕자를 진정시켰다.
“뭐 그게 큰일이라고.”
“예? 큰일이 아닙니까?”
“당연히 아니죠.”
“이게 큰일이 아닐 수가 있습니까? 불사 왕국에서 모험가들에게 내건 보수가 어마어마합니다. 저들이 돈으로 모험가들을 모조리 고용해 버리면 연합군은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키릭스 왕자의 얼굴은 매우 심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의 경제력은 연합군에 가담한 3개 국가를 압도하고도 남을 만큼 엄청났기 때문이다.
자고로 전쟁은 돈으로 하는 행위가 아니던가?
군비를 많이 투자한 진영이 더욱 유리하다는 건 만고불변의 진리인지라, 연합군 진영이 뒤집어지는 건 너무나도 당연했다.
하지만 지크의 반응은 그저 시큰둥할 뿐이었다.
“별걸 다 걱정하고 계시네요.”
“전하! 본 연합은 불사 왕국만큼 많은 보수를 줄 여력이….”
“모험가들을 뺏길까 걱정 안 해도 되니까 편안하게 기다리세요.”
“하오나….”
“저쪽보다 더 강한 모험가들이 올 테니까 잠자코 기다려 보세요. 장담하죠. 불사 왕국이 고용한 모험가들보다 우리 쪽 모험가들이 수는 적어도 훨씬 더 강할 겁니다. 양보다는 질, 모르세요?”
“아, 알겠습니다.”
키릭스 왕자는 지크가 그렇게 말한 이유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만, 일단은 그러려니 하고 기다려 보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웅성웅성-
키릭스 왕자는 매우 강해 보이는 모험가들이 연합군 진영에 우글거리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지, 지크프리트 전하의 말씀이… 옳았다니….”
키릭스 왕자는 지크가 했던 말이 현실로 이루어졌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에 어떤 모험가들이 합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연합군에 합류한 모험가들의 질적 수준이 어디 내놓아도 결코 꿇리지 않을 정도였던 것이다.
“전하. 저기 지크프리트 전하께서 오십니다.”
“그런가? 내 얼른 지크프리트 전하를 만나 뵈어야겠어.”
키릭스는 수행 기사의 보고에 곧장 지크가 있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지크프리트 전하!”
“아, 좋은 아침이네요.”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뭐가요?”
“전하께서 어제 말씀하시길, 강한 모험가들이 본 진영에 합류해줄 것이라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아, 그랬죠.”
지크가 기억이 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그런 말을 하긴 했죠.”
“어떻게 아신 것입니까? 어떻게 강한 모험가들이 그 많은 보수를 등지고 본 연합군 진영으로 온 것입니까?”
키릭스 왕자는 그 이유가 궁금해 미칠 지경이라는 듯 열성적으로 지크에게 질문했다.
“그거 별거 아닌데요?”
지크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저쪽에서는 강한 모험가들이 원하는 걸 줄 수가 없거든요.”
“예?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키릭스 왕자는 지크의 말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