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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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성 후배님!”
김기태가 태성을 돌아보았다.
“예?”
“상기랑 같이 절벽 위로!”
“알겠습니다!”
지크는 김기태의 지휘에 따라 비행 능력을 이용해 한상기를 매달고 절벽 위로 향했다.
“우린 절벽에 매달리자!”
김기태는 그렇게 말하고는 박기돈, 그리고 김한용과 함께 재빨리 몸을 날려 절벽을 기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승구와 골렘들을 뺀 나머지가 몸을 피했을 때.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콰앙!!!
마치 들소 떼처럼 돌진해오던 들이 아이언 골렘들의 바리케이드와 충돌했다.
그 결과 지크 일행은 모두가 기병대의 돌진을 피해내는 데 성공했다.
또한, 승구와 아이언 골렘들은 약간의 손상을 입었을 뿐 기병대의 돌진을 훌륭하게 방어해냈다.
기병대의 돌진력이 어마어마했지만, 아이언 골렘들로 이루어진 바리케이드 역시 엄청나게 견고했던 것이다.
“싸워!”
그렇게 시작된 아이언 골렘들과 들과의 백병전.
“후배님!”
“예! 선배님!”
김기태가 다시 지크를 돌아보았다.
“디버프 깔고! 공중전!”
“예!”
지크는 김기태의 지휘에 따라 디버프 필드들을 깔아놓은 뒤 곧장 를 펼쳐 공중에서 적들을 공격했다.
“상기 너는 저격!”
“알아!”
김기태는 한상기를 절벽 위에서 저격병으로 배치하는 한편 김한용을 돌아보았다.
“야! 니 차례야!”
“오케이!”
김한용은 김기태의 지시에 곧바로 자신의 탈것인 조랑말을 불러내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무기인 폴암(Polearm)을 휘두르며 들을 무참히 도륙 내기 시작했다.
그런 김한용의 모습이란 고대 전설 속 무장(武將) 같았다.
‘저거 완전 여포 아니냐?!’
지크는 김한용의 플레이에서 흔히들 상상하는 여포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비록 타고 있는 말이 적토마가 아닌 조랑말이었고, 무기 또한 녹이 슨 폴암이었지만, 그 기세만큼은 정말이지 대단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놀라운 건 김한용이 조랑말을 다루는 솜씨였다.
김한용은 타고 있는 조랑말을 자유자재로 컨트롤하는, 거의 신기에 가까운 승마를 선보이고 있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들 사이를 종횡무진으로 내달리면서도 김한용 자신은 물론 조랑말까지 상처 하나 입지 않았다.
‘탈것이면 뭐든 다 잘 타시는 건가?’
지크는 맹활약하는 김한용을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김한용이 플레이하던 게임은 라는 레이싱 게임이었다.
즉, 김한용은 운전의 달인이었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김한용은 고작 조랑말을 타고도 들을 휩쓸어 버리고 있었다.
‘기태 선배님 판 짜는 능력도 쩔고. 한용 선배님 운전 실력도 장난 아니네.’
그뿐만이 아니었다.
“나도 간다!”
의 레전드였던 박기돈의 실력 역시도 엄청났다.
박기돈은 자신이 가진 단 두 개의 스킬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며, 저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의 슈퍼 플레이를 계속해서 선보이며 싸웠다.
박기돈이 플레이했던 는 AOS 장르의 게임으로써 각 캐릭터마다 스킬이 네 개밖에 없었다.
거기에 룬 주문 두 개를 추가해도 여섯 개.
액티브 스킬이 붙은 아이템을 활용한다고 해도 총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의 개수가 열 개를 넘어가기 힘든 게임이 였다.
그래서인지 박기돈은 단 두 개의 스킬조차도 그 효과를 극대화시켜 싸울 줄 알았다.
AOS 게임의 레전드이니만큼, 현역 게이머들 못지않은 엄청난 피지컬은 물론이었다.
‘캬. 배울 거 천지네.’
지크는 그런 레전드들의 플레이에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며 그들의 장점을 눈으로 보고 익혔다.
그런 레전드들의 플레이에는 저게 과연 인간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환상적인 슈퍼 플레이들이 녹아들어 있었다.
앞서 한상기가 신들린 저격 실력을 보여주었던 것처럼 말이다.
‘오늘 제대로 눈호강하네!’
지크는 공중에서 스킬을 활용해 들을 공격하면서도 레전드들의 플레이에 눈을 떼지 못했다.
과연 레전드들!
폼은 일시적이었지만, 그 클래스만큼은 여전했던 것이다.
‘다 배워야지.’
지크는 레전드들에게 그들이 가진 노하우를 모조리 배워야겠다고 다짐했다.
***
지크의 파티는 레전드들의 활약에 힘입어 들과의 전투에서 압승을 거뒀다.
문제는 레전드들의 체력.
“끄응.”
“아이고, 아이고오.”
“당… 당 떨어져….”
“겔겔겔….”
레전드들은 한바탕 전투를 치른 후 체력이 방전되었는지 초원에 대자로 드러누운 채 헐떡거리며 골골거렸다.
“선배님들, 고생하셨습니다.”
지크는 그런 레전드들에게 일일이 손수건과 포션을 챙겨주었다.
“한 한 시간 쉬었다 가시죠. 잠깐 로그아웃하셔서 커피라도 한잔하시고 오셔도 되고요.”
그런 지크의 말에 레전드들은 0.1초 만에 반응했다.
“그래?”
“쉬는 시간이야?”
“콜!”
“그래! 쉬었다 가야지!”
레전드들은 지크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로그아웃해 버렸다.
체력, 방전!
캐릭터가 아닌 파일럿인 게이머들이 지쳐서 벌어진 일이었다.
“다들 빠르시네. 하하하….”
지크는 레전드들이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며 헛웃음을 짓고는 을 불러내 땅에 떨어진 구슬들을 주웠다.
[알림 : 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을 획득하셨습니다!](중략)
[알림 : 을 획득하셨습니다!]지크는 스탯 구슬들을 주운 후 승구를 돌아보았다.
“우리끼리 길 좀 터놓자. 선배님들 오시면 또 늘어지실 텐데.”
“그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형님.”
승구가 지크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으응? 아니라고?”
“어르신들 경험치 드셔야 하잖습니까.”
“아, 그러네. 쩝.”
“그냥 형님도 저도 좀 쉬다 오죠.”
“그러자.”
“예, 형님.”
“이따 보자.”
지크는 승구와 합의한 뒤 잠시 로그아웃했다.
덜컥!
태성이 로그아웃해 캡슐의 뚜껑을 막 열 때였다.
위잉!
캡슐 옆 협탁에 놓아두었던 핸드폰이 진동을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지만, 태성은 일단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안녕하십니까, 한태성 선수.
“누구시죠?”
– 진로칠성음료의 마케팅팀 최봉근입니다.
“아? 대나무 소주 신제품 말인가요?”
– 예! 맞습니다!
“무슨 일이시죠?”
– 일단 정확한 금액을 말씀드릴 순 없지만, 급하게 내부 회의를 진행해본 결과 80억 원 정도는 드릴 수 있을 것 같아 이렇게 연락을 드렸습니다!
“흠.”
태성은 80억이란 금액에 잠시 고민해보았다.
참치 광고의 출연료인 120억 원보다는 적었지만, 그래도 결코 적다고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태성은 그 금액에 넘어가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 예?!
“제가 다른 광고를 120억 원에 계약하기로 해서요. 80억 원은 너무 적네요.”
– 헉?
“금액 더 올려주실 수 있으시면 그때 연락주세요.”
태성은 그렇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이것들이 어디서 눈탱이를 치려고 하고 있어?”
태성은 80억 원이란 금액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소주는 코리안 보드카(Vodka)라 불리며 세계적으로도 꽤 많이 팔리는 술이었다.
그런 소주를 세계적으로도 인지도 높은 게이머인 태성이 광고한다면, 그 홍보 효과란 한국에서만 활동하는 연예인들은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일 터.
그걸 생각하면 80억 원은 그리 많은 금액이 아니었다.
“커피나 한잔 마셔야지.”
태성은 대나무 소주 광고에 대한 생각을 훌훌 털어 버리고는 커피를 내리기 위해 주방으로 향했다.
***
같은 시각.
부들부들!
용설화는 핸드폰을 몇 시간째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화가 나 몸을 떨었다.
“읽씹…인 거네.”
용설화는 자신이 보낸 톡에 숫자 1이 사라져 있는 걸 보고 분노했다.
몇 시간 전.
용설화는 태성과 데이트를 하고 싶어서 톡을 보냈다.
태성은 그 톡을 바로 읽었다.
그런데 답장이 없었다.
톡을 확인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분명히 읽었는데도 답장이 오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는 말은, 태성이 용설화의 톡을 속칭 했단 얘기밖엔 되지 않았다.
“이 오빠… 나한테 관심이… 없는 거네.”
용설화는 자존심이 상했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이성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래서 수없이 많은 고백도 받아보았고, 길을 가다가 이성들이 번호를 물어보는 건 일상생활이었다.
하지만 용설화는 여태 그 누구에게도 먼저 끌린 적이 없었다.
왜?
용설화는 자신보다 게임을 잘하는 남자를 좋아했으니까.
그러나 용설화는 용태풍의 피를 이어받아 천부적인 게임 재능을 가져서, 자신보다 게임을 잘하는 남자를 찾기가 쉽지가 않았다.
그리고 용설화보다 게임을 잘한다고 해도,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태성은 아니었다.
용설화가 보기에, 태성은 게임도 잘하고 외모도 훌륭했다.
게다가 아버지인 용태풍의 말에 따르면 태성은 그 인성-도대체 뭘 본 건지는 모르겠지만-도 바르다고 했다.
그런 좋은 남자인 태성이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
용설화로서는 굉장히 자존심이 상하고, 또 상처 받는 일이었다.
“휴우.”
용설화는 땅이 꺼지라고 한숨을 폭 내쉬며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것도 잠시.
스윽.
용설화는 혹시나 태성이 답장을 보냈다 싶어 핸드폰을 확인해 보았다.
“…….”
하지만 역시 답장은 오지 않았다.
푸욱!
용설화는 다시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로부터 5분 후.
스윽.
용설화는 또다시 핸드폰을 확인해 태성의 답장이 왔는지를 확인해 보았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답장은 와 있지 않았다.
용설화는 그 행동을 그 후로도 수십 번이나 반복하며 태성의 답장을 기다렸지만, 답장이 오는 일은 없었다.
***
한 시간 후.
지크는 커피를 한잔 마시고 개인 SNS를 관리하다가 다시 게임에 접속, 뉘르부르크 대륙에 강림했다.
“형님, 오셨습니까.”
“먼저 와 있었네?”
“예, 형님.”
“선배님들은?”
“아직 안 오셨습니다.”
“…….”
“아무래도 좀 늦게 오시지 않겠습니까?”
“제 시간에 오길 바라는 게 잘못이겠지.”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아공간 인벤토리를 열어 이것저것 잡동사니를 꺼내기 시작했다.
“형님, 뭐 하십니까?”
“노친네들 다리 아프다고 찡찡거리는 거 듣기 싫어서.”
“예?”
“수레 같은 거나 만들어 보려고.”
“…….”
“그냥 태워서 싣고 다니는 게 속 편할 거 같어.”
“혀, 현명하십니다.”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꺼낸 잡동사니들을 조합해 즉석에서 수레 비슷한 물건을 하나 만들어냈다.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지크의 아공간 인벤토리가 만물상점이었기 때문이었다.
[언제 필요할지 모르니까.]지크는 자신의 지론에 따라 쓰레기든 좋은 것이든 가리지 않고 다 주워 먹어서, 인벤토리 안에 없는 게 없는 수준이었다.
그렇게 30분이 지났을 때.
“이 정도면 탈 만하겠지?”
지크는 자신이 만들어낸 수레에 올라타 보며 승차감을 확인했다.
“아쉬운 대로 괜찮은 거 같습니다.”
“다음번엔 아예 공방에 의뢰해서 휠체어라도 만들자. 노친네들 힘들다고 찡찡거리는 거 듣기 싫으니까.”
“예, 형님.”
레전드들은 지크가 수레를 완성하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슬금슬금 모습을 드러내었다.
한 시간을 쉰다고 했건만, 거의 2시간 30분이 지나서야 어기적어기적 나타났다.
“크! 후배한테 이런 대접도 받아보네!”
“아! 편하다!”
“승차감이 나쁘지 않구먼!”
“아주 좋아!”
레전드들은 지크가 만들어낸 수레에 매우 만족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흠. 수레는 누가 끌지.”
아이언 골렘에게 수레를 끌도록 하자니 운전이 섬세하지 못했고, 김한용의 조랑말은 덩치가 너무 작아서 힘이 없었다.
“인력거처럼 끌어야 하나?”
“그, 그건 너무 힘들지 않겠습니까? 형님?”
“그럼 어떡해?”
“그게….”
바로 그 순간.
스윽!
지크와 승구의 시선이 얌전히 있던 햄찌에게로 쏠렸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