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795
794
“화약고라도 터졌나?”
지크는 터져 버린 의 해적선이 화약고 관리 미숙으로 인한 사고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촤락!
풍덩, 풍더엉!
의 함대 주변으로 물보라가 튀어 오르며 포탄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정작 은 공격을 하기는커녕 백기를 내건 채 전속력으로 도망치고 있었는데 말이다.
“엥?”
지크는 잠자코 상황을 지켜보았다.
이윽고 그 원인이 드러났다.
알고 보니 더 규모가 큰 해적단이 나타나 을 향해 포탄을 퍼부었던 것이다.
덕분에 은 지크가 탄 에 대한 관심을 완전히 끄고 황급히 뱃머리를 돌리기 시작했다.
펑! 퍼엉! 펑!
그렇게 과 또 다른 해적단 사이에 해전(海戰)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야! 뭐 해!”
지크가 황급히 선장을 향해 소리쳤다.
“빨리! 노라도 저어!”
“아! 예!”
선장은 지크의 말에 화들짝 정신을 차리고는 해적들에게 노를 저을 것을 명령했다.
“으쌰으쌰!”
해적들은 구상일생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젖 먹던 힘을 다해 노를 저었다.
그러자 지크가 탄 해적선이 해전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으로부터 빠르게 멀어지기 시작했다.
“진짜 개판이네.”
지크는 저 멀리 서로 사이좋게 포탄을 주고받는 두 해적단을 바라보며 어이가 없어 실소를 지었다.
“서로 원수 졌나? 왜들 저렇게 싸워?”
“아무래도 메이저끼리 마주쳤으니 당연한 일입지요.”
선장이 불쑥 끼어들어 지크의 혼잣말에 대답해 주었다.
“엥? 메이저? 그게 뭔 소리야?”
“메이저란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해적단을 가리키는 말입니다요.”
“전 세계?”
“그렇습니다요.”
“그래서 규모가 저렇게 큰 거구만?”
“아무래도 그렇습죠.”
선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녹색 군도에 출입 가능한 메이저들끼리는 바깥에서 만나면 죽기 살기로 전투를 벌이고는 합니다요.”
“녹색 군도? 그건 또 뭔데?”
“녹색 군도를 모르십니까요?”
“내가 어떻게 알아?”
“아차!”
선장이 깜빡했단 표정을 지었다.
“해적이 아니시지요?”
“너 내가 해적으로 보이냐?”
지크가 되물었다.
“당연히 해적으로 안 보입니다요. 헤헤헤.”
선장이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녹색 군도란 해적들의 왕국입지요.”
“해적들의 왕국?”
“예, 뭐. 왕이 시도 때도 없이 바뀐다는 점을 빼면 왕국이랑 비슷한 곳입죠.”
“그래서?”
“녹색 군도에는 오직 메이저 해적단만 출입이 가능합니다요.”
“아?”
“사실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메이저 해적단의 본거지는 높은 확률로 녹색 군도에 모여 있습니다요.”
“일종의 해적 소굴이네?”
“예, 뭐. 그렇습죠.”
“개판이 따로 없겠네.”
지크가 딱 잘라 말했다.
도대체 가 어디 붙어 있는 지역인지는 모르겠지만 규모가 큰 해적단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이라면 어떤 분위기일지 안 봐도 뻔했던 것이다.
“아무튼,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지크가 딱 잘라 말했다.
“얼른 가자. 나 바쁜 사람이야.”
“아이고,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그렇게 지크는 위기(?)를 모면하고 의 본거지로 향했다.
***
의 본거지는 예상외로 육지와 가까웠다.
온통 절벽으로 이루어진 섬에 상당히 큰 해안 동굴이 있었는데, 그 안에 의 소굴이 자리했다.
“네놈은 누구냐!”
“그건 니가 알 거 없고.”
지크는 해적선에서 내리자마자 의 소굴을 초토화시키기 시작했다.
사실 초토화라고 할 것도 없었다.
지크는 단지 을 뿜어내며 의 소굴을 거닐었을 뿐이었다.
“커, 커헉!”
“끄으으으으윽!”
해적들은 방사능 에너지에 노출되어 눈, 코, 입, 귀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갔다.
순식간에 수십여 명의 해적들이 방사능 에너지에 중독되어 즉사했지만, 지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이들은 힘없고 가난한 의 어민들을 상대로 노략질을 벌이던 악질적인 범죄자들이었다.
지크는 이런 인간쓰레기들을 적으로 상대할 때면 자비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다.
“이, 이게 무슨 일이냐!”
의 두목은 본거지 깊숙한 곳에서 대낮부터 술을 퍼마시다가 황급히 뛰쳐나왔다.
그리고 그런 두목의 눈앞에는 방사능 에너지에 중독되어 즉사한 부하들의 시신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니가 대장이냐?”
“그, 그렇소.”
두목은 머리 회전이 빠른지, 저항 따윈 하지 않고 지크가 묻는 말에 냉큼 대답했다.
“너 최근에 따개비 마을 근처에서 노략질했지?”
“그 근방이 우리 구역이긴 하오만….”
“그 근처에서 잡아온 사람들 다 어디 있어.”
“잠시만 기다리시오! 잠시만!”
두목은 지크의 말에 황급히 동굴 안쪽에 있던 포로들을 불러내었다.
“여기 샘 아저씨 계십니까?”
지크는 해적 소굴에 잡혀 있던 사람들을 향해 미샤의 아버지가 있는지 물었다.
그러나….
“…….”
“…….”
“…….”
잡혀 있던 사람들 중 미샤의 아버지는 없는지,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여기 따개비 마을의 샘 아저씨 안 계신가요? 미샤라는 딸을 둔….”
그때였다.
“샘 그 친구는 엊그제 팔려 간 것으로 아오.”
한 노인이 나서서 지크에게 말해주었다.
“예? 팔려 갔다고요?”
“그렇소. 엊그제 해적들이 우리 중 일부를 다른 해적단에 노예로 팔아넘겼는데, 샘 그 친구도 함께 팔려 갔다오.”
“확실합니까?”
“따개비 마을 출신에 미샤란 딸을 둔 어부 샘이라면, 맞소.”
“말씀 감사합니다.”
지크는 노인에게 꾸벅 고개를 숙인 뒤 의 선장을 돌아보았다.
“어디다가 팔았냐.”
“그, 그게….”
선장은 지크의 물음에 우물쭈물 제대로 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어디다가 팔았냐고.”
지크가 로 머리통을 긁적긁적 긁으며 다시 물었다.
“히, 히익?!”
선장은 그런 지크의 제스처에 놀라 미샤의 아버지가 어디로 팔려갔는지 말해주었다.
“그들은 녹색 군도의 건설 현장에서 일할 노예로 팔았….”
그 순간.
퍼억!
가 선장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털썩!
그렇게 선장은 머리통이 박살 난 채 즉사하고 말았다.
“아, 사람 뺑뺑 돌게 만들어. 짜증나게.”
지크는 잔뜩 심통이 나서, 죽은 선장의 시체를 발로 뻥! 차버리고는 포로로 잡혀 있던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원래 다른 분을 구하러 온 건데, 기왕 이렇게 된 김에 여러분 모두 안전하게 육지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다들 안심하세요.”
그러자 포로로 잡혀 있던 사람의 표정이 환해지며 지크에게 너도나도 고맙단 말을 전해왔다.
그러던 중.
“그런데 젊은이는 도대체 뉘시오? 보아하니 예사로운 분 같지가 않소이다.”
미샤의 아버지의 행방을 말해주었던 노인이 지크에게 물었다.
“아, 예. 저는 지크프리트 반 프로아라고 합니다.”
“그대가 진정 프로아 왕국의 국왕 전하이시자 마족들의 침공에서 대륙을 구해내신 바로 그 영웅이란 말씀이시오?”
노인이 놀라 물었다.
“맞습니다.”
“오오!”
노인이 지크의 앞에 엎드려 절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 역시도 지크의 앞에 넙죽 엎드려 절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해적들 역시도 얼떨결에 엎드려 지크를 향해 절했다.
‘인지도 좀 오르긴 올랐네.’
지크는 그런 사람들의 반응에서 자신과 프로아 왕국의 네임밸류가 상당히 올랐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지크와 프로아 왕국의 인지도는 그야말로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지난 마계 침공을 저지하고 자발라 왕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뒤부터 인지도가 급상승해서, 이제는 웬만하면 다들 알아보았던 것이다.
“별말씀을요. 다들 일어나세요. 육지로 갑시다.”
그렇게 지크는 에 붙잡혀 있던 사람들을 데리고 육지로 향하게 되었다.
***
육지로 향하던 중.
“녹색 군도는 어떻게 가냐?”
지크가 선장에게 물어본 이유는 월드맵에도 의 위치가 나와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미샤의 아버지가 로 팔려 간 이상 지크 역시 그곳으로 가야만 했다.
퀘스트의 보상은 터무니없이 적었다.
하지만 이번 퀘스트의 등급이 에픽이기 때문에, 반드시 클리어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신성력이라는 새로운 에너지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클리어할 필요가 있었다.
“저도 모릅니다.”
그런데 해적인 선장도 의 위치를 모르는 모양이었다.
“왜 몰라? 너 해적이잖아?”
“그게….”
선장이 대답했다.
“저희 같은 조무래기 해적들은 감히 녹색 군도의 위치를 모릅니다요.”
“그럼 누가 아는데?”
“녹색 군도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해적 연합에서 발급한 마법의 금화가 필요합니다요. 그게 없으면 녹색 군도에 절대로 들어갈 수 없습죠.”
“메이저 해적단을 털거나 포로로 위장하면?”
“불가능합니다요.”
“왜?”
“녹색 군도 주변에는 마법의 결계가 쳐져 있어 진짜 해적이나 포로가 아니면 절대로 출입이 불가능합니다요.”
“왜 그렇게 까다롭게 굴어?”
“아무래도 녹색 군도가 전 세계 해적들의 본거지나 다름없으니 보안이 철저한 건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요?”
확실히 일리 있는 말이었다.
는 전 세계의 바다를 무대로 활동하는 메이저 해적단들의 본거지였다.
때문에, 세계 각국의 해군들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보안이 철저할 필요가 있어 보이긴 했다.
“그럼 거기 가려면 메이저 해적이 되어야 한다고?”
“그렇습니다요.”
“그럼 메이저 해적은 어떻게 되는데?”
“해적 연합에서 정식으로 사업자를 등록하고 이런저런 조건을 갖추면 됩니다요.”
“…해적들 주제에 뭐가 그렇게 체계적이야.”
지크는 해적들의 세계에서도 왕국, 연합, 사업자 등록 등 나름의 사회적인 체계가 존재한다는 게 어이가 없었다.
“헤헤. 아무리 거친 바다 사나이들이라지만 최소한의 질서는 필요하지 않겠습니까요?”
“틀린 말은 아니지.”
지크는 선장의 말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으니까 일단 가자.”
“예, 전하.”
그로부터 몇 시간 후.
지크는 육지에 도착한 뒤 에 붙잡혀 있던 사람들을 풀어주었다.
그런 뒤 가장 선장에게 물어 가장 가까운 지부로 향했다.
로 가기 위해서는 메이저 해적이 되어야 했기에, 일단 해적 사업자등록부터 하려는 것이다.
지부는 어느 항구 도시의 허름하기 짝이 없는 주점 안에 마련되어 있었다.
주점 주인은 걸레나 다름없는 더럽기 짝이 없는 행주로 유리잔을 닦고 있다가 지크가 오자 의외라는 듯 물었다.
“허여멀건 한 애송이가 백주대낮부터 낮술인가?”
“술에 밤낮이 어디 있습니까?”
지크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흠. 틀린 말은 아니긴 하지.”
“아무거나 한잔 부탁드립니다.”
지크가 금화 하나를 주점 주인에게 내밀었다.
“바닷물 조금 섞어서.”
“흠.”
주점 주인은 지크의 괴상하기 짝이 없는 주문에 살짝 인상을 찌푸리더니 금화를 받아들고는 말했다.
“이쪽으로 오게.”
는 해적들이 지부에 출입할 때 사용하는 일종의 암호였던 것이다.
그렇게 지크는 주점 주인을 뒤따라 비밀 통로로 가 지부로 향하게 되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