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291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91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음원이 대박 났다.
“며, 몇 위야…?”
“잠깐.”
나는 일간 음원 차트를 확인했다.
[3위 테스타 ? 약속 (Promise)]“대박.”
“어제보다 한 계단 더 올랐습니다!”
“Wooooow!”
차유진이 이상한 훌리건 송 같은 것을 흥얼거리며 지나갔다. 솔직히 기분 째질 만도 했으니 이해한다.
나도 기분이… 짜릿하거든.
‘투자한 만큼 성과가 돌아오면 이만한 호르몬제도 없지.’
우리 위에 있는 음원은 드라마 OST와 장기집권 중인 인디밴드의 곡이었다.
사실상 여름 겨냥하고 나온 이지리스닝 중에서는 우리가 제일 잘됐다는 뜻이다.
‘빌드업이 잘 됐어.’
컴백 두 달 전부터 완성된 곡을 들고 짜 맞춰가던 루트가 타이밍 구간마다 맞아떨어질 때의 쾌감은 거의 희열에 가깝다.
화제성. 그리고 화제성.
나는 지난 일주일간의 흐름을 돌아보았다.
논란 반 감탄 반으로 어그로를 끈 폭우 무대는 소셜 플랫폼을 휩쓴 뒤, 딱 맞춰 터진 해명 덕에 폭발력 그대로 ‘긍정적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그냥 X나 예술작품임
-테스타 컴백무대 댓글에 보고 있으면 기분 좋아진다고 했던 사람인데요 이건 더 기분 좋아지네요ㅋㅋ
-갓곡 갓돌 갓무
-물이 저렇게 튈 수 있는 게 너무 신기함 테스타 당신들이 인어입니다
-올 여름 케이팝 진짜 재밌네 10년 뒤에 회상하면 다 추억팔이하고 있을듯ㅋㅋㅋㅋㅋ
이슈는 되어도 안전 문제 때문에 마음껏 좋아하지 못했는데, 이제 소비에 거리낌이 없어졌다는 뜻이다.
‘사람 심리가 그냥 마음을 풀어주는 것보다 이렇게 제한이 한 번 걸렸다가 풀리면 더 열광하더라고.’
그 후는 예상대로, 이 물보라 안무를 접한 사람들이 곡이 귀에 익자마자 음원으로 쭉 빨려 들어갔다.
또 한 번, 그러나 더 거대한 음원과 무대의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 것이다.
[(선공개) ☜하늘로 항해하는 그분들☞ 물방울 댄스로 등장!│타이니클럽 102회]결국 이번 주 TV 예능 테스타 출연분에 황급히 합성한 듯한 패러디 선공개까지 떴다.
가장 보수적인 매체에서 나올 정도니, 유행으로 정착했다는 뜻이지.
‘그 무대 이미지를 TV가 화제성 어그로 용으로 쓸 정도란 거니까.’
그래서 결과는 이거다.
-테스타곡 진짜 아무데서나 다 나온다 홍대 갔다가 당황하고 옴ㅋㅋ
-솔직히 곡 안무 둘 다 너무 잘 뽑긴 했지 폭우 댄스 그건 진짜 자본맛 달달하더라
-우리 유치원생 조카도 따라함 대체 어디까지 퍼지는 거임
곡 자체가, 무대 자체가 대중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흐름이야.’
당시에 교통사고가 나면서 박살 났지만, ‘부름’ 활동 때 어렴풋이 보였던 추세랑 비슷했다.
테스타의 1군 네임밸류 그 이상으로 뻗어 나가는 영향력이 말이다.
오죽했으면, 인터넷에서 ‘체감 안 된다’는 사람에게 비웃음으로 댓글이 밀릴 정도다.
“래빈이가 곡을 잘 만들어줘서 우리가 다 같이 잘되네.”
“과찬이십니다! 공동 작업이었으며 형들의 피드백과 문대 형의 구상이 없었으면 나올 수 없던 곡이었던 만큼 자만하지 않고 나아가겠습니다!”
김래빈은 거의 숨도 안 쉬고 말했다. 누가 보면 수상 소감인 줄 알겠군.
그 와중에 차유진은 진지하게 대꾸하고 있다.
“김래빈 곡에 나랑 세진 형 완전 멋진 Choreo 만들었어요. 김래빈 혼자 한 거 아니에요!”
“내 말이 그 말이거든, 바보야!”
“내 말도 그 말이야, 바보야!”
잘 노는군. 나는 언급된 당사자에게 한마디 했다.
“좋겠네.”
“어? …당연히 좋지~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놀랍게도 큰세진은 좀 민망해하는 것 같았다.
“뭐라고 해야 하나… 이렇게까지 잘 되니까 좀 안 믿기네.”
“…….”
아니, 감격 같기도 하고.
음악 관련 솔로 활동이 거의 없던 놈이다. 본인이 직접 고르고 배치한 안무가 유행하는 게 감회가 남다를 만도 했다.
큰세진은 한번 천장을 보고선, 심호흡을 하고 두 팔을 번쩍 들었다.
“아~ 몰라! 좋네! 고맙다! 고맙습니다, 우리 멤버들~”
“파이팅!!”
일이 잘 풀리면 분위기가 좋아진다고, 배세진까지 얼굴이 시뻘게져서 큰세진에게 박수를 보내는 음원 순위 축하 세리머니는 보는 재미가 있었다.
“아 테스타 이번에도 뭔가 보여줬다~”
지금이 새벽 1시고 당장 4시에 또 스케줄이 있는데도 다들 피곤 걱정도 잊은 모양이군.
지금까지 사례로 봐선 스케줄을 대충할 놈들은 아니니 괜찮다만….
‘방심할 정도는 아니지.’
네임밸류만 따지면 VTIC을 넘었다고 보긴 힘들다. 게다가 초동 차이는 어디 가는 게 아니니까.
물론 이번에 우리가 좀… 많이 잘 팔긴 했다만.
[테스타(TeSTAR) “The Ocean of Wonder” – 1,558,114]초동 155만 장.
솔직히 말하자면, 이렇게까지 선전할 거라곤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냥 봐도 어마어마한 수치다. VTIC을 제외하면 이 정도 판매고를 올린 현역 아이돌은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다.
‘지금도 기세가 좋아.’
나는 초동이 끝나도 나가고 있는 앨범량을 확인한 뒤, 어깨를 으쓱했다.
‘한 달은 해 먹겠군.’
이 구도가 계속 가겠다는 것을 거의 확신했다.
8월 중순까지는 다른 음방 1위권 놈들이 진입할 것 같지 않았다.
‘나라도 안 들어온다.’
1군 둘이 1위를 칼같이 나눠 먹고 있는 이 상황에 무슨 득을 보겠다고 끼겠는가.
테스타가 억지로 버티던 것을 넘어 진짜 견고한 양강 구도가 된 이상, 이건 둘 다 주춤할 때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VTIC 팬들도 그걸 아는지 태세를 좀 전환했다.
-둘 다 잘하고 있으니까 이간질 안 받음
-브이틱 테스타 완전 노선 자체가 다른데 왜 이렇게 비교질이야;
-망돌빠들 지들이 신나서 브이틱 음판으로 테스타 후려치고 테스타 음원으로 브이틱 후려치는 거 왜이렇게 애처롭냐 느그 돌은 미래가 없지ㅠ
바로 휴전 제스처다.
테스타 곡이 유행 가도에 정착하는 순간, ‘이거 여론전으론 힘들겠다’는 판단이 선 것 같았다.
대신 VTIC의 탑티어 포지션은 확실히 굳히고 화살 돌려서 스트레스 안 받겠다는 거지.
‘짬밥 어디 안 가네.’
물론 물밑에서야 테스타 잡아 죽이겠다고 이를 갈고 루머를 만들고 있겠다만… 그거야 예상했던 일이고.
이 정도로 곡이 잘 먹혔으니 팬들, 그러니까… 우리 팬들은 스트레스보단 재미가 훨씬 더 클 것이다.
치고 올라가는 입장에선 이 상황은 판정승이나 다름없으니까.
‘됐다.’
나는 스마트폰을 껐다.
…모험 수가, 도전이 절묘하게 성공한 맛이나 좀 더 즐길 타이밍인가.
“박문대!”
“문대 이리 와! 너도 이거 해야지!”
나 참.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들뜬 놈들의 격려가 쏟아지는 게 웃긴다.
대충 어깨동무라도 해주고 오자. 그래도 괜찮은 순간이었다.
* * *
그로부터 8시간 뒤. 새벽 화보 촬영 이후 아침 9시에 이루어진 건 가벼운 인터뷰 촬영이었다.
주체는 또 Tnet이다.
양일 진행한 이번 TaKon이 워낙 반응이 좋아서 VOD 특전 구성을 좀 화려하게 넣을 모양이었다.
새벽부터 이번 데뷔 조부터 미리내까지 쭉 찍고 간 모양이더라.
하지만 솔직히 아무리 방송국이 불러도 VTIC 정도 이름값이면 생략할 줄 알았는데….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의외로 왔더라고. 마침 국내에 있던 모양이다.
시간대가 겹쳐서 만난 건 별로 놀랍지 않다.
‘제일 편한 시간대로 빼줬군.’
그러니까 촬영만 한다면, 동 시간대에서 제일 잘나가는 둘이 만나는 것은 일종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나 다름없긴 했다.
다만… 굳이 제일 넓고 시설 좋은 대기실을 주겠답시고 같은 공간을 배정해 줄 것까진 없었다만.
“…….”
“…….”
나는 하필 첫 타자로 인터뷰를 마치고 들어오는 놈을 보고 침묵했다.
청려다.
이 새끼랑… 다음 놈 올 때까지 한 20분은 단독으로 같이 있어야 하는 거군.
뭐, 이제 와서 꺼리는 것도 새삼스럽긴 하다만.
“후배님도 첫 번째로 촬영했나 보네요.”
“예. 그렇습니다.”
“요즘 활동은 즐거워요?”
“잘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즐겁기도 하고.”
설마 이 새끼 나한테 음원 밀렸다고 돌아버리는 건 아니겠지.
그러나 청려의 얼굴은 제법 편안해 보였다.
“나도 그래요.”
“…….”
“아니, 재밌는 건가. 신곡을 해보는 건 오랜만이라서. 여긴 워낙 변수가 많으니까 그동안은 이전 시기에서 검증해 본 곡만 썼었거든요.”
지금 얼굴만 편안한 게 아니라 대답도 여기서 하기엔 너무 편한 단어를 쓴 것 같은데.
“예. 그러시군요.”
누가 들어오면 어쩌려고 저렇게 대놓고 말하냐.
“음? 말 편하게 해요.”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
그러나 맞은편 놈은 실실 웃었다.
“광고도 아니고, 음악 방송도 아니고… 이렇게 급하게 잡힌 내부 촬영에 외부인이 오는 경우는 잘 없어요. 편하게 해도 될 것 같은데.”
그러냐.
‘아이돌 고인물이 본인 안위를 걸고 하는 말인가.’
하긴, 우리 스태프야 올 수 있지만, 뭐 그 사람들이 굳이 방에 귀를 대고 들을 이유도 당위성도 없긴 했다.
“그러면 그러든가.”
“하하.”
나는 소파에 기대서 스마트폰을 들었다. 청려가 웃음을 멈추고 물었다.
“대상 노리는 거죠?”
“가수면 다 그렇겠지.”
“아니, 그런 보편적인 목표를 말하는 게 아니라… 올해를 위해 전략을 철저히 짠 것 같아서요.”
“…….”
“발매 타이밍부터 뮤직비디오, 이번 소나기 무대까지 바이럴 효과가 잘 나오던데.”
나는 청려를 쳐다보았다.
“기본적으로 곡과 무대가 좋았기 때문에 그게 통한 거지.”
“…….”
“할 만하니까 한 거다.”
“그런가요.”
“넌 너희 이번 곡이 통할 만하니까 통했다고 생각 안 하냐.”
나는 스마트폰으로 다시 시선을 내렸다.
“전에 검증해 본 적 없던 곡이라며. 그럼 뭘 믿고 한 건데.”
“모르겠네요.”
청려의 목소리가 단조로워졌다.
“그냥… 잘 만들어보려고 한 거라.”
“그래서 잘됐잖아.”
“음원은 후배님이 더 많이 가져갔지만요.”
그래, 결국 이 이야기 나올 줄 알았다.
“앨범 200만 장 판 건 누군데. 결과에 일방적으로 승복하는 척하지 마라.”
“하하!”
청려는 웃었다.
“그래야겠네요. 안 그래도 밀릴 생각이 없는데.”
그 대답은 좀 시원하게 들렸다.
“어련하시겠냐.”
나는 소파에 다시 파묻혔다. 분위기가 좀 느슨해진다.
그리고 문득, 내 목소리 뒤에서 작게 사그락거리는 둔탁한 소리를….
‘설마.’
머릿속이 멈춘다.
“아, 콩이….”
나는 그 말을 듣지 않고 바로 일어섰다. 청려가 곧장 입을 다물고 따라 일어선다.
나는 예고 없이 뒤돌아 문으로 다가가서 손잡이를 잡고 열었다.
“……!!”
빌어먹게도, 누가 있었다.
문 너머에서 벌떡 일어나는 건….
채서담이다.
“…….”
놀라움, 의외, 다 때려치우고.
‘이 새끼 지금 엿들으려고 했지.’
나는 반사적으로, 지금까지 나와 청려가 나눈 대화를 복기했다.
‘욕 없고, 비현실적인 말은….’
비슷한 말은 했나? 아니, 이번 활동에 대해 지나치게 원초적인 표현을 썼던 것 같….
청려한테 반말을 했지.
“이상한데. 동선상 이쪽은… 아.”
X발, 여기 다니는 사람 없다며.
청려는 채서담을 쳐다보다가, 눈을 빛냈다.
“후배님 찾아왔구나.”
“…!”
“맞는 것 같은데. 나랑은 안면이 없으니까 아니고… 다른 목적으로 이런 외곽까지 찾아올 이유가 없거든요. 그렇죠?”
“…….”
날 찾아왔다고?
아무래도 저 식은땀 흘릴 듯한 표정을 보니 맞는 것 같은데.
채서담은 그 순간 평정을 회복했는지 표정이 돌아왔다.
“저는… 그냥 길을 잃어서 이쪽에 들어왔습니다. 선배님들.”
“촬영이 다 끝났을 텐데.”
“더 대기한 후에 점심시간 넘어서 한 번 더 찍을 거라고 하셨어요.”
1군한테 제일 좋은 시간을 빼주느라 이 새끼 촬영 시간이 확 떠서 지금도 대기시간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내 행방을 알아내 쫓아온 다음 이 문밖에서 어떻게든 우리 대화를 엿들으려고 했다?
“그런데 좀 염려되는 점이 있습니다. 선배님.”
그때, 무슨 심경의 변화인지 채서담의 목소리에 갑자기 여유가 생긴다.
“사실 제가 요새 여러 가지로 무서워해서… 일할 때는 상시 녹음해요. 또 오해로 큰일 날까 봐요. 그렇죠?”
채서담의 얼굴에서 당황이 서서히 가시며 대신 눈이 번득거렸다.
“제가 ‘운이 좋아서’ 데뷔는 했는데… 또 루머가 생기면 객관적인 변명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묘하게 한 어조에 강세가 들어간다.
이 새끼…….
나는 반사적으로 내가 놈에게 했던 입 모양을 떠올렸다.
‘운 좋은 새끼.’
“그런데 이 녹음기가, 생각보다 이게 성능이 좋아서요. 폐가 될 수도 있으니까… 염려해서 여쭤보는 건데요.”
“…….”
“녹음되면 곤란하실 말씀이라도 나눈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