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523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23화
김래빈이 무대를 못 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마도) 그것의 원인일 스티어 시절은 이미 머리에서 날아간 상황.
‘환장하겠네.’
기억도 없는 놈을 붙잡고 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일단 피로 때문일 수 있으니 너무 걱정은 말고 푹 쉬라고 방으로 돌려보낸 상태다.
하지만 이게 개소리라는 건 다 알았을 것이다.
‘피로는 무슨 얼어 죽을.’
그럼 하루에 세 시간 자던 데뷔 때 터졌어야지. 이건 어떻게 봐도 스티어 김래빈의 흔적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당사자와 제일 많은 시간을 같이 보냈을 동갑 멤버가 여기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마침 그놈이 저녁 스케줄이 없어서 숙소에 있었다.
“스티어 때 래빈이에게 무슨 일 있었는지 의심되는 건 다 이야기해 봐라.”
탈탈 털자.
주방으로 호출당한 차유진은 내 질문에 입을 삐죽거리는 대신 진지하게 표정을 굳혔다.
이놈도 이 사태를 보고 나름대로 고민을 좀 한 것 같다.
“무슨 일 많았어요. 하지만 김래빈 멀쩡했어요. [물론 그가 지금처럼 행복하진 않았죠. 그렇지만 극심한 절망이나 정신적 이슈는 거기 없었는데요.]”
“흠.”
제법 의외의 답이었다.
-스티어 시절 김래빈은 멀쩡했다. (차유진의 증언)
“그럼 적어도 네가 기억하는 데까지는 스티어 김래빈도 무대에 거부감이 없었다는 거지?”
“맞아요.”
차유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간을 찌푸렸다.
“저 며칠 전에 김래빈한테 질문 많이 했어요. 하지만 김래빈은 무대 못 한다만 이야기했어요. [가끔은 자신도 그 원인을 모르는 것 같을 정도였죠.]”
스티어 김래빈의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탐문 수사를 했지만 실패했다는 것이다.
나는 끄덕였다.
좋은 증언이군.
“그럼 간단한데.”
“What?”
“자, 봐라.”
나는 식탁 위에 손가락으로 표기했다.
“네가 스티어 시절에 김래빈을 마지막으로 본 건 그룹 해체 직후에 미국에 갈 때지.”
“맞아요.”
차유진의 미국행.
나는 거기에 점을 찍고도 손가락을 쭉 이었다.
“그런데 스티어 때 기억이 돌아온 김래빈은 군 입대까지 경험한 녀석이었지. 네가 미국에 간 이후의 일을 기억하는 거야.”
“…Yep.”
차유진이 미국에서 정비소 일을 했던 것처럼, 이세진A가 마침내 승소했던 것처럼, 그 기간에 김래빈도 무언가를 더 겪은 것이다.
“네가 기억하는 스티어 김래빈과의 차이점은 딱 이 기간뿐이다.”
-그룹 해체 이후 기간.
나는 손을 털며 말했다.
“그러니까, 네가 미국에 간 이후에 문제가 생긴 거야.”
“Oh.”
즉, 스티어 해체 이후부터 훈련소를 수료하기까지의 짧은 기간이 용의선상에 오른다.
‘물론, 어디까지나 스티어 때 차유진이 김래빈 상태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는 가정 아래서지만.’
이 가정은 맞을 확률이 극히 높다고 생각한다.
차유진은 제법 눈치가 빠른 놈이다. 그 눈치를 안 써먹어서 문제지.
‘하지만 스티어 때는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거야.’
극한 상황에서 원래 인간은 없던 눈치도 만들어내는데, 원래 눈치 있던 놈은 더하겠지.
그런데 이놈이 같은 그룹 멤버, 그것도 친한 동갑내기 친구에 대해 ‘정신적 문제는 없었다’라고 한다면, 정말 없었다는 뜻이다.
듣던 차유진도 순순히 인정했다.
“OK. 그럼 우리 뭐 해요?”
나에게 해답이 있을 것이라 한 점 의심하지 않는 모습이다. 고맙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언제나처럼 단번에 입을 열었다.
“그건 지금부터 생각해 봐야지.”
“…What?”
“이 정보를 토대로 고민하자고.”
너도 눈치 쓰라고.
나는 당황하는 차유진에게 일감을 배당한 후, 방으로 다시 돌아왔다.
참고로 무대를 못 하게 된 당사자, 룸메이트 김래빈은 책상에 머리를 박고 있었다.
‘쉬라고 했더니.’
쉬는 게 아니라 뻗은 모양새다.
데뷔 초에 팬에게 받은, 토끼와 에너지 드링크가 새겨진 헤드폰을 끼고 있는 녀석은 미동도 없었다.
“…….”
겁을 먹은 것 같기도, 기가 죽은 것 같기도 하다.
‘거참.’
빨리 해결해야겠군. 나는 내 침대에 걸터앉았다.
뭐… 사실 차유진에게는 당장 떠오르는 방법이 없는 것처럼 말했지만, 실은 있었다.
‘합의 후에 하겠다’라고 지장까지 찍은 방법이라 당장 말하는 것보다는 좋은 타이밍을 노린 것뿐이다.
바로 시스템 강제 파헤치기.
나는 턱을 문질렀다.
‘파고 들어가면 뭐라도 나올 것 같은데.’
이세진A를 발견했을 때처럼 시스템 접속을 한 번 더 하면….
[와아악 꿈도 꾸지 마세요 형!]“…….”
아니… 언제 들었냐.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뜨네.
나는 큰달의 팝업을 보고 입을 닫았다.
뭐. 내가 저 녀석이 써야 할 류건우 몸을 대신 가져가서 접속하는 거니, 거부감이 든다고 해도 할 말은 없긴 했다.
‘그래도 첫 시도도 안전하게 잘 끝냈으니, 이번엔 더 안전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최대한 침착하게 대응했다.
팝업은 한동안 답변이 없었다가, 곧 불쑥 떠올랐다.
[저, 그럼 제가 해볼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뭐?
이건 또 무슨 소리냐.
‘큰달.’
하지만 답변은 없었다. 아무래도 이 녀석이 내 시스템 속에 접속한 모양이었다.
‘아니, 내가 할 수 있는데 뭐하러 널 시키냐.’
이런 건 해본 놈이 하는 게 제일 깔끔한데.
나는 몇 번 더 녀석을 호출했지만, 예상대로 답은 없었다.
‘망할.’
나는 쓴 입가를 다시며 일단 호출을 중단했다. 어차피 접속한 거면 괜히 방해했다가 X 될 수 있으니 일단 두자.
상태창으로 살았던 만큼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녀석이니 의외의 소득을 얻어올지도 모른다.
‘다른 것부터 하고 있도록 할까.’
나는 당장 고개를 돌리고 입을 열었다.
“래빈아.”
“예, 예!”
책상에 머리를 박고 있던 김래빈이 머리를 번쩍 들었다.
룸메이트라 이런 점은 편하군.
나는 ‘기억이 정말 없는가, 혹시 생각나는 건 없나, 무대 당시 상황을 다시 떠올려보자.’ 등의 말을 하는 대신 이렇게 말했다.
“작업물 좀 보자.”
“예?”
나는 녀석에게 삥을 뜯듯이 하드디스크 개방을 요구했다.
김래빈은 얼빠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7곡이 최근에 작업한 곡입니다.”
녀석이 내민 무거운 노트북 화면 속에는 파일 몇 개가 작곡 프로그램을 통해 열려 있었다.
나는 녀석에게 여분의 헤드폰을 받아 쓰고 곡을 듣기 시작했다.
“고맙다.”
“아닙니다! 저, 그런데 어떤 이유로 곡을 들으시려는지…….”
나는 힐끗 녀석의 안색을 확인했다.
긴장, 초조, 혼란.
‘무대 관련 이야기가 나올까 봐 의식하고 있군.’
이 상태에서 정말 그 이야기를 꺼내는 건 악수지.
그래서 나는 아무렇지 않게 대꾸했다.
“궁금했거든. 최근에 내가 프로듀싱에 별로 신경을 못 쓴 것 같기도 했고.”
그리고 슬쩍 웃었다.
“룸메이트가 되니 편하게 얻어들을 수 있어서 좋은데.”
“형…….”
‘아니다, 충분히 신경 써주셨다’라는 말을 하는 녀석은 제법 감명받은 것 같았다.
주의를 돌리는 데 성공했다는 뜻이다.
‘좋아.’
나는 7곡을 반복해서 들으며 구조를 파악하는 등, 녀석의 설명을 들은 후에도 몇 번이나 재생 버튼을 다시 눌렀다.
시간을 끌기 위해서였다.
“오~ 문대문대 래빈이 곡 들어?”
“멤버들 뭐해요? 저 같이 해요!”
그렇게 반복적으로 듣고 있다 보니, 어느새 자기 방에서 씻고 나온 녀석들과 스케줄을 끝내고 온 녀석들까지 합류해 같이 감상하게 되었다.
굳이 안 올 만한 녀석들도 보이는 걸 보니, 김래빈을 걱정해서 왔다가 분위기 보고 격려라도 해보려고 눌러앉은 게 분명했다.
“자, 그럼 3번을 틀어보겠습니다~”
“으응!”
짝짝짝.
그리고 이 갑작스러운 청음회 분위기에 김래빈이 드디어 다른 의미로 긴장하기 시작했다.
곧 여유롭고 리듬감 좋은, 부드러운 발라드 곡이 매끄럽게 방 안을 채웠다.
경청이 끝난 후, 류청우가 웃으며 녀석에게 말했다.
“이 곡 굉장히 좋다, 래빈아. 특히 멜로디가 좋은 것 같아.”
“감사합니다! 탑 라인을 먼저 작곡한 뒤 그 멜로디에 어울리는 비트를 구성한 데모 버전입니다만….”
드디어 의식 없이 바로 반응이 나오는군.
그렇게 몇 곡이 지나며, 녀석의 준비된 초조함이 사라졌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나는 슬쩍 행동에 돌입했다.
“오 래빈이~ 그 헤드폰 오래 쓰는데? 쓴 모습 찍어서 계정에 한 번 올려 보는 건 어때?”
큰세진이 김래빈에게 말을 거는 틈을 타서 노트북 마우스를 다시 잡고, 화면 탐색기를 켰다.
아까 김래빈이 보여준 것은 최신곡 모음 폴더였다. 여기서 7곡을 집어준 것이다.
‘하지만 폴더 내 파일들을 전부 최신순 정렬하면… 7곡이 사이에 한 곡이 더 있었지.’
-62_06.wav
이거다.
나는 그 파일을 보다가 생각났다는 듯이 김래빈에게 질문을 던졌다.
“여기 이 6번 곡도 이번에 만들었냐. 저장 날짜가 최근인데.”
“아, 그건… 기억이 없을 당시 만들었던 곡인 듯합니다.”
“아아.”
스티어 김래빈의 기억만 있었을 때 만들었다는 뜻이지.
사실 이미 알고 있었다.
‘파일 생성 날짜를 다 확인했거든.’
딱 그 기간이더라고.
하지만 나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만든 기억이 없으니까 소개하긴 어색했겠지. 그래도 들어는 봤을 것 같은데.”
“예, 제 PC에 저장되어 있으니 당연히 확인 과정은 거쳤습니다!”
나는 얼른 고개를 끄덕이는 녀석에게 물었다.
“혹시 이 곡에 ‘내가 만들었으면 이렇게 안 만들었을 거다’, 하는 부분이 있었을까. 곡이 좋고 안 좋고를 떠나서 작곡 방식 같은 면에서.”
그 순간 떠들던 다른 녀석들이 슬쩍 눈치껏 입을 다물었다. 평소 썩 눈치가 없던 녀석들도 사태가 사태니만큼 없던 눈치를 짜낸 모양이다. 잘했다.
김래빈은 고민에 잠긴 듯 녀석의 얼굴이 잠깐 더 살벌해졌으나, 곧 눈을 둥그렇게 뜨고 대답했다.
“아! 사실 위화감을 느끼긴 했습니다.”
“그래?”
“해당 곡은 우리 그룹의 구성원을 의식하고 만든 곡 같았는데, 제 파트가 없었습니다!”
“어?”
그 순간, 참지 못하고 배세진이 끼어들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 저는 곡의 주인이 결정된 상태로 작곡을 할 시 퍼포머 개개인의 특징을 의식하고 쓰는 편입니다.”
김래빈이 열심히 설명했다.
“이 곡도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만… 제게 할당될 듯한 파트가 없습니다!”
배세진이 표정을 굳혔다.
“그러니까… 이 곡은 테스타를 위해 쓴 것 같은데도, 너만 파트가 없다고?”
“제가 분석하기로는 그렇습니다.”
김래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애초에, 만든 분께서는… 무대를 하실 생각이 없었던 게 아닐까 짐작했습니다….”
“…….”
김래빈은 아까 책상에 머리를 박고 있었을 때 이런 추측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흠.’
나는 화면의 파일을 다시 보았다.
스티어 김래빈은 분명 ‘무대를 다시 하여 이 팀에 기여하기 위해’ 테스타 시절의 기억을 찾으려 했다.
이 상황에서는 당연히 기억을 되찾은 자신이 무대를 하는 것을 상정하여 그룹 곡을 만들려 하지 않았을까.
‘적어도 시도를 안 하지는 않았을 거야.’
그렇다면 이건 그 김래빈이 본인의 파트를 곡에 넣으려고 했는데도 실패했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자신의 파트를 ‘안’ 넣은 게 아니라 ‘못’ 넣을 정도로 무대에 대한 거부감이 강력하고 단호했다는 것이다.
‘…….’
나는 한숨을 참았다. 안일했다.
스티어 김래빈이 작곡도 즐겁게 시도하고 팀에 워낙 적응을 잘하는 것 같아서 다들 상대적으로 덜 걱정했으나, 사실 가장 고민이 컸던 건 그 녀석일지도 모르겠다.
‘더 섬세하게 접근해야겠군.’
나는 일부러 침착하고 여유 있게 김래빈에게 말을 건넸다.
“어쨌든 너는 지금 무대를 하고 싶은 게 맞지.”
“물론입니다!”
김래빈은 단번에 대답했다. 나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럼 됐어. 사람이 일곱이나 있는데 시도하다 보면 통하는 게 하나는 있겠지.”
나는 큰세진의 어깨를 툭 쳤다. 냉큼 백업이 들어왔다.
“아, 그럼~ 이런 정신적인 건 원래 본인이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게 제일 중요하잖아! 래빈이는 일단 조건은 다 된 거지, 그렇지 아현아?”
“으응, 맞아…!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 예, 감사합니다!”
김래빈이 약간은 안심이 됐는지 안색이 밝아졌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빨리 이놈 기억부터 찾아내야겠다고.
그러나 그날 밤,
[기억 데이터가 없어요, 형!]하마터면 침대 헤드에 머리를 박을 뻔했다.
‘없다고?’
[예…. 형이 말씀하셨던 그 단말에도 가봤는데 없었어요ㅠㅠ]이런 X발.
시스템에 욕을 퍼붓자니, 풀 죽은 듯 작은 팝업이 떴다.
[죄송해요. 어쩌면 제가 능력이 부족해서 못 찾는 걸 수도 있으니까…….]아니, 그건 아닐 것이다.
‘절대 대충 찾았을 녀석이 아니야.’
큰달이 이렇게까지 뒤졌는데도 없다면 진짜 없을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그 기억이 시스템에게 돌아가지 않았다면,
-스티어 김래빈의 기억은 본인에게 여전히 있을 것이다.
그 순간, 깨달음이 찾아왔다.
내가 착각했다.
‘미리 보기’이기 때문에, 기능이 종료된 순간 김래빈의 스티어 시절 기억도 시스템으로 회수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
스티어 시절의 김래빈은, 스스로에게 흡수된 채로 나오고 있지 않다는 소리였다.
“…….”
나는 침대에 앉아서 몇 번 추리와 사고의 흐름을 검토한 뒤, 결국 결론 내렸다.
‘방에 틀어박혀 있는 놈한테는 노크 소리를 들려줘야지.’
자극이 필요했다.
* * *
축가 무대를 제대로 서지 못한 후.
숙소의 자기 방에서 쉬는 내내 김래빈은 계속 고민했다.
‘원인이 대체 무엇일까.’
그가 무대에서 극심한 경직 증상을 겪게 된 합리적인 이유에 대해서 말이다.
사실 그는 이 이틀간 몇 가지 해결방책을 써보기도 했다.
그는 배세진과 선아현에게 전문가 상담에 관한 부드러운 권유도 받았고, 류청우에겐 사격이나 등산 같은 몸을 쓰는 여가에 동행하자는 권유를 받았다.
그러나 그 모든 것도 그의 불안을 해소하진 못했다. 연습 때는 멀쩡하니, 정말 ‘실전’에 돌입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원인에 집착하게 된 김래빈은 약간 우울한 상태로 이렇게 추측하기도 했다.
‘어쩌면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게 문제일 수도 있어.’
심지어는 차유진까지도 기억하는데!
박문대는 그에게 ‘방식의 문제일 뿐이다’라고 일축했으나, 이 상황이 되자 김래빈은 고민과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깊게 고민할수록 거기에 삼켜지게 된다는 것도 알기에, 그는 너무 무대 자체에 집착하진 않으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이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전에 작곡에 관한 슬럼프가 왔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야.’
작곡 프로그램을 만지던 김래빈은 의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문득 떠올렸다.
‘잠깐, 작곡?’
순간 김래빈의 머릿속에 불꽃놀이처럼 반짝 빛이 터졌다!
이 상황이 작곡 슬럼프와 비슷하다면, 비슷한 대응을 하면 어떨까?
익명 상태에서 오롯하게 취미로만 무대를 즐기는 것 말이다.
‘그때는 형들의 도움으로 별의별곡이라는 계정도 만들었었지!’
당시 상황을 생각하자, 따듯한 느낌이 가슴에 깃들었다.
희망과 행복이었다.
그는 약간 상기된 상태로, 자신의 추리를 전달하기 위해 몸을 일으켜 마침 바로 옆에 있는 룸메이트 박문대를 찾았으나….
“안 그래도 말하려고 했는데 잘 됐어. 이번 앨범 티저 말인데.”
“예?”
“인트로곡을 만들어서 넣으면 어떨까. 짧게, 지금 기간 내로 할 수 있는 길이로 말이야.”
테스타는 때로는 티저에 큰 공을 들여 섬세한 세계관을 만들기도 했지만, 그러지 않을 때도 있었다.
이번에는 후자로 생각하고 앨범 자체에 힘을 준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야 인트로를 추가한다는 건 어떻게 보면 업무가 과중해진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일단 김래빈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문대 형께서 말씀하신 계획은 언제나 잘 진행되었지!
“저는 좋습니다! 앨범을 소개하는 영상인 만큼, 조화롭게 각 요소와 멤버가 등장할 수 있도록 잘 구성하여 보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자신의 용건을 꺼낼 생각이었으나….
“아니. 너 혼자 할 거야.”
“…??”
“이번 앨범 인트로는 네 솔로곡이다.”
김래빈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으나, 박문대는 여전히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네가 부르고 싶은 곡을 만들어.”
김래빈은 눈앞이 아득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