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97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97화
화면의 청려가 웃으며 괴담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혹시 아이돌 괴담 아세요? 저도 최근에 들은 건데.] [……괴담이요?]-왔다.
-드디어ㅋㅋㅋㅋ
-박문대 이번엔 아메리카노 날리냐
사람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괴담’의 도입부를 듣자마자 박문대는 바짝 굳었다.
-문대 귀신 썰까지 무서워하니?ㅋㅋㅋㅋㅋ
-얼굴 다 굳었는데 아닌 척 하는 거 너무 귀여워
-난 팬도 아닌데 쟤가 무서워하는 걸 보는 게 왜 이렇게 재밌는지 모르겠어….ㅎ
└박문대 게시판에서 당신을 대환영합니다
실제로는 그 의미심장한 내용 때문에 긴장한 것이었으나, 방송에서는 그야말로 괴담 때문에 굳은 것처럼 보였다.
[녹음실을 배회하며, 성공할 것 같은 아이돌이 녹음을 하면 끼어들어서 같이 녹음을 한대요.] [나도 할 수 있었는데….] […하면서.]가운데 귀신의 대사가 시뻘건 자막으로 처리되어 더 분위기를 살렸다.
[정적이 내려앉은 산장 안]그리고 드디어 약간 싸늘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어?
-야 박문대 몰입했다
-이제야 겨우 꽁트를 벗어났어ㅋㅋ
-청려님 나이스샷
[하하, 걱정 안 해도 돼요. 사실, 그냥 제가 지어냈거든요. 녹음실 괴담을 좀 변형해 본 건데.] [……음, 그렇군요.] [근데 녹음실 괴담은 진짠 거 아시죠?] [!!]-ㅋㅋ사실 폰괴담이었던 거임
-근데 폰괴담이라는 것도 폰폰괴담이었던 거임
-청려 장난 거는 거 드문데… 확실히 후배랑 있으니까 새로운 캐릭터가 나오네요 재밌네
-아 개그와 몰입 사이 이정도 딱 좋다ㅋㅋㅋ
이후 방송은 슬슬 흐름을 타며 제대로 분위기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난로가 고장 났네요.] […뒷방 문이 잠긴 것 같습니다.]서서히 고립된 느낌이 고조되었다. 그리고 다소 진지해진 분위기에서, 청려와 박문대는 거실에 마주 앉아 속 깊은 대화를 시작했다.
[음… 선배님, 혹시 제가 조언을 구해도 괜찮을까요?]근래 가장 핫한 신인이 말하는 데뷔까지의 결성 과정과 팀워크에 대한 고민.
[이런 이야기를 이런 자리에서 해보는 게 또 처음이라, 어땠는지 모르겠네요.]그리고 해본 적 없다며 쑥스러워하면서도, 후배의 말에 성의껏 대답하는 선배의 그림은 제법 괜찮았다.
진실이 어쨌든, 서로 낯선 이들이 비일상적인 상황에서 속내를 털어놓는 것 같은 그 묘한 구도에는 황금시간대 예능에서 노리는 약간의 감동 코드가 있었다.
-ㅠㅠ좀 오글거리는데 또 그게 좋다
-아이돌들 새삼 어린 나이부터 열심히 사는구나 싶다.
-우리 케이팝 아이돌들 다 힘냈으면 좋겠어ㅠㅠ 아 물론 사회면 뉴스에 뜬 새끼들은 제외임
-리더님 말하다 보니 배고파졌나 봐 간식 먹네ㅋㅋ
-나 뭔가 문대 아주사 첫 평가 때 인상만 남아 있었거든. 근데 말 되게 예쁘게 해서 의외였고 좋았어.
방송은 그런 느낌으로 훈훈하게 마무리되는가 싶더니, 작은 떡밥을 던지고 다음 주로 연결되었다.
[-다음 이야기-] [라디오 작동되는 것 같은데요…?] [치지지직- 속보입니다. 조원산 근처 구치소에서 한 흉악범 용의자가 탈출…….] […!]-오오오
-본격적이다
-둘이서 산장 탈출해야 하는 건가? 아니면 방어?
어차피 이 프로그램 특성상 너무 진지해지지는 않고 결정적인 순간에 개그로 마무리될 것을 알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마음껏 흥미로워했다.
그리고 다음 주.
시청자 대다수가 경악했다.
-이게 뭐임 대체 뭐임
-ㅋㅋㅋㅋㅋㅋㅋㅋ왘ㅋㅋㅋㅋ
-이게 이렇게 연결되냐
처음에는 시청자들의 예상대로 진행되는 듯했다.
방송 초반, 청려와 박문대는 경찰을 기다리며 느긋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곧 이상하게도 핸드폰 배터리가 다 닳아버렸다는 것을 깨닫고, 창밖으로 SOS 신호를 보낼 만한 물건을 찾아 산장을 돌아다닌다.
하지만 손전등이나 신호탄 대신 라디오 하나를 발견했다.
[일단 이거라도 들어볼까요? 작동하는 것 같은데.] [지지지직….]그리고 웬 살인 용의자가 교도소를 탈출했다는 방송을 듣는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두 사람 모두가 굳은 그 순간.
[쾅쾅쾅!] [!!!!]누군가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둔탁한 목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렸다.
[경찰입니다! 문 열어주세요!] […….]타이밍상, 당연히 탈출한 살인 용의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전개였다.
-헐 생각보다 긴장됨
-ㅠㅠ얘들아 너희 다 똑띠잖아 문 함부로 열지 말자
-지난주 회의실 바이브 다시 살려줘!
다행히, 두 사람은 그저 조심스럽게 문 앞으로 접근했다.
그리고 박문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직위랑 성함, 소속부터 말씀해 주세요.] […….]갑자기 문밖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잠시 뒤.
[쾅쾅쾅쾅!] [야, 문 열어!] [!!!!]-헐 무서워
-완전 장르 예능 같네
-이렇게 본격적으로 한 적 없지 않았나요?
시청자들은 약간 당황했다. 그리고 더 당혹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콰지지직!]현관이 쪼개진 것이다.
[????]거대한 물음표 자막 폭탄이 뜬 것도 잠시.
[일단 도주]문이 완전히 부서지기 전에, 두 사람이 황급히 뒤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헐
-생각보다 본격적인데;;
-원래 이 프로에서 설정은 꽁트맛만 보여주는 거 아니었어? 왜 갑자기 살벌해…?
댓글들은 슬슬 당황을 넘어서 불안감이나 짜게 식은 감정을 표출하기 시작했으나,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두 사람이 다짜고짜 창문을 뜯고 탈출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쪽이요!] [예!]창문에 붙인 초록 배경이 찢겨나가면서 CG가 혼란해지기 시작했다.
자막도 혼란스러워했다.
[그, 그걸…?] [눈에 뵈는 게 없는 상황]그 와중에 둘은 한 명이 잠금장치를 움직일 때 다른 쪽이 창틀을 잡아주고 있었다. 아주 손발이 척척 맞았다.
사람들은 그제야 마음 놓고 빵 터졌다.
-둘 다 너무 과몰입한 거 아니냐고ㅋㅋㅋㅋㅋ
-지난주 비즈니스맨들 어디 감?
-얘들아 방송에서 막 제4의 벽을 그렇게 부숴도 되는 걸까…?
└제4의 벽 파괴(물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두 사람이 뛰쳐나가고 난 뒤, 카메라가 황급히 달려와서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을 잡았다.
촬영 장비를 가리기 위해 헐레벌떡 저가 CG가 등장했다.
-ㅋㅋㅋㅋㅋ이 사람들.. 제법 뻔뻔해..
-날이 따듯해서 눈이 녹았댘ㅋㅋㅋ미친ㅋㅋㅋㅋ
-주변에 눈 그림 뭔가 했는데 스탭이랑 촬영장비들 대충 CG로 뭉갠 거네ㅋㅋ
-그 와중에 문대 은근히 패딩 벗으려고 했는데 청려가 칼 차단했엌ㅋㅋㅋㅋ
└거기까지는 몰입 깨져서 안 되나 봐ㅋㅋㅋ
└아니 기준을 이해할 수가 없는데요…!
술렁거리는 시청자들의 반응과는 다르게, 둘은 계속 천연덕스럽게 대화를 나눴다.
[저 이상한 사람이 눈치채고 쫓아 오기 전에 얼른 내려가죠.] [넵.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같이 안 내려가게요?] [만일의 경우 한 명이라도 사는 쪽이 나으니까요. 흩어져서 가는 게 어떨까요.] [음, 그건 그렇네요.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넵. 잘 들어가십시오 선배님.]-ㅋㅋㅋㅋㅋㅋㅋㅋ
-저세상 스타일의 현명함
-너무 쿨하다 이게 바로 겨울인 것 같다
-이 대화가 이렇게 물 흐르듯이 흘러가도 되냐구요ㅋㅋㅋㅋ
-내가 돌덕이 아니라 둘이 아이돌 심리테스트 다 똑같은 답 나왔다는 것만 알았는데… 이 정도일 줄은…
└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이 폭소하는 가운데, 청려와 박문대는 정중히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카메라는 산 아래로 내려가는 청려를 잠깐 비추다가, 곧 휙 돌아서 박문대를 쫓았다. 박문대는 내려가는 청려를 물끄러미 보다가 몸을 돌렸다.
그리고, 막 도망쳐 나온 산장의 현관으로 향했다.
-???
-뭐야
-문대 거길 왜
현관 앞에 선 박문대가 외투를 벗었다. 긴 롱패딩 안쪽으로, 입고 있던 옷이 드러났다.
황토색 구치소 복장이었다.
[!!!!]박문대는 무미건조하게 중얼거렸다.
[아, 선배님 운 좋으시네.]상황을 깨달은 사람들이 절규하기 시작했다.
-?????
-미친미친 이게 뭐야
-으아어아악
-헐 죄수복
-정신 나갈 것 같음
-문대가 라디오에 나온 탈주 닌자 걔임? 으아아악
박문대는 휘파람을 불며 현관문으로 들어갔다. 마치 리액션처럼, 놀라는 사람들의 감탄사가 짧게 장면에 삽입되었다.
그리고 컷이 전환되었다.
이번에는 산을 내려가는 청려였다.
-도 망 가
-청려님 빨리 뛰세요
-갑분 스릴러 드라마잖아 왜 이래 MBSㅠㅠ
하지만 청려는 안 그래도 느릿하던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이번에도 못 데려갔네…….]-??
-얜 또 뭐임
청려가 한숨을 쉬며 다시 걷기 시작했다. 거대한 나무가 스치며, 잠시 카메라 시야에 공백이 생겼을 때.
청려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가 사라진 나무 옆으로 전단지 하나가 클로즈업되었다.
[실종자를 찾습니다] [폭설로 인한 산사태 중 실종]그 명단에는… 청려의 증명사진이 프린트되어 있었다.
-으아아아악
-얘는 유령임?
-세상에 이게 무슨 구성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맙소사
긴장감 넘치는 BGM이 깔렸다.
[다시 만나면, 그때는…….]그 자막과 함께, 방송이 끝났다.
-세상에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전개가 워낙 막장이었던 탓에, 무섭다기보다는 충격받은 사람들만 넘쳤다.
-상상도 못 한 반전이라는 드립이 치고 싶은데 이걸로도 부족한 것 같은 기분이 듬
-저 연기 존못 둘을 데리고 잘도 저런 걸 할 생각을 했구나 MBS
-히익 설마 연기를 못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척하는 구성을 노린 건가!
└? 무슨 소리임
└귀신하고 탈옥범이면 둘 다 조난 당한 게 아니니까 지난 주에 만났을 때 침착 그 자체였던 거 아님?ㅋㅋㅋㅋ
└헐
사람들은 갑자기 완성된 큰 그림에 당황했다가, 이윽고 재밌어하기 시작했다.
다시 생각해 보니 그것까지 웃겼기 때문이다.
-마지막 꽁트로 모든 게 완성됨
-ㅋㅋㅋㅋ이걸 이렇게 맞추네
-졸지에 제작진의 큰 그림됨
-아ㅋㅋ 이런 거 너무 재밌어 지난주 꺼 재탕하고 와야지ㅋㅋㅋ
막장이었지만 확실히 몰입과 재미를 챙겼기 때문에, 사람들은 너그러웠다.
게다가 둘 다 팬덤이 어지간히 크다 보니 여론을 밀기도 쉬웠기도 했다.
-오늘 정말 재밌었어요~ VTIC 청려 앞으로 자주 예능에서 보고 싶습니다.^^ 테스타 문대도 파이팅!
-박문대가 단독 예능이 처음인데도 천연덕스럽게 잘해준 것 같아요. 청려 선배님 케미도 좋았네요. 추천!
-청려와 박문대 모두 정말 탁월한 캐스팅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불러줬으면 좋겠어요. (웃는 기본 이모티콘)
연예 기사 댓글이 없어진 덕에 시청자 게시판이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청려나 박문대 개인을 잘 모르는 일반 시청자들에게도 파격적이고 웃긴 구성으로 평이 좋았기 때문에, 팬들은 별 걱정 없이 웃으며 예능 떡밥을 즐겼다.
그리고 며칠 뒤.
새로운 떡밥이 또 떴다.
[저는 테스타의 문대 (강아지 이모티콘) 이것은 W라이브]박문대의 첫 개인 W라이브였다.